* 굳이 말하자면 소설이 본업이지만 가끔 시를 쓴다.
* 시를 쓰기 시작하면서 100여 편만 쓰고 그만둬야지 했는데 굳이 그렇게 한정해둘 필요가 뭐 있겠는가 싶다.
* 곧잘 연(聯), 행(行) 구분을 두지 않는 형식의 시를 쓴다. 앞으로 쓰게 되는 시도 대부분은 그렇게 될 것 같다. 내 시의 특질이라고나 할까?
가는 여름에게 주는 말
너 때문에 죽을 수가 없다고
그 누구가 말했다
그러니까 나는 그 누구를
죽지 못하게 했다는 거다
내가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한 것이라는데
잘한 일인지는 모르겠다
화분에 매일 물주며 기르던
미나리를 녹슨 가위로 싹둑 잘라버렸다
하루만 물을 주지 않아도 시들시들 축 처지고
매일 물을 주니 웃자라 늘어지고
결국 자르게 한 것은 그놈 자신이다
여름이 간다
거울 속의 얼굴 황폐해졌다
한 계절 동안 나를 온통 할퀴고 간 건 그 누구도 아니다
어쩌자는 것인지도 모르게 살아가는
오늘 또 하루
비바람이 몰아친다
내 속에서 시를 앗아갔던 바람도 자지 않는다
창유리가 흔들리는 뿌연 불면의 밤
이제 그만 접고 싶은데
그래도 기다려야 할 게 남은 것 같다
마지막 순간까지 한 번 확인해보자
그 누구를 죽지 못하게 한 것이
과연 잘한 일인지를
녹슨 가위로 잘라버린 미나리는
다시 새싹을 낼 것이다.♧
첫댓글
그렇지요
이제 그렇게 푹푹찌던 삼복의 더위도
곧 아쉬움의 한 철을 뒤로 하리라요
비가 많이 내린 골짜기에는
맑은 물이 신선을 불러 주겠지요
태풍이 온다고 하니
농장에 피해 없으시길요
네 어찌됐건 이번 태풍 '종다리‘는
서해초북상중으로 열폭탄이란
예보지만 비라도오면 더위와
급한 밭작물의 해갈을
기다리는 희망을 가져
본답니다요,
@행운
작물엔 가뭄인가 봅니다
하늘아래 바라는 희망.
그렇지요
하늘이 해결 해 줘야지
기다는 마음이 선선한가을을 기다려 보기도 합니다
@양떼 오늘이 열이렛날인데
서산쪽엔 보름달처럼
보이는 새벽녁입니다.
@행운
그러니요
새벽의 공기도 금상첨화 일 것인데
좋아요
약을 오래 먹었더니 속이 아파 오네요
낮엔 삼계탕 배달시켜서 먹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