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黃金) 수저회
오늘도 어제와 같이 전철로 연세한강병원 약제실로 향한다. 언제나 많은 승객들로 앉겠다는 생각은 포기해야지만 요즘들어 전철 내부에는 빈 자리가 많이 눈에 띄인다. 모든 이들이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어딘가 모르게 불안 불안한 모습들이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 옆에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기도 한다. 어느 누구의 기침이나 재채기만 해도 CORONA라는 괴물이 튀쳐 나올런지 모르니 말이다. CORONA VID-19를 WHO에서도 Pandemic으로 인정했으니 세계 유행병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어쩔 수가 없겠다. 인간일세백년(人間一世百年)이라지만 80을 향하는 노객에게는 하루가 1주일이라면 어떨까. 일주일이 시작되는 월요일인가 하면 어느새 주말이다. 노을이 가까워질수록 세월은 더 빨리 쏜살 같이 지나가고 있는 느낌이다. 매월 첫번째 금요일이 중고교동기들과 정기적으로 만나는 날로 오늘이 바로 금요일이다. 아침에는 동녘에서 해가 솟아 오르고 저녁이면 황금빛을 발하는 노을로 뉘엿뉘엿 서산으로 해가 사라진다. 바로 컴컴한 밤이 찾아오는 것이다. 황금빛의 노을이 찾아오는 금(金)요일 저녁 6시09분에 맛집에서 백년지기 우리들만의 연회(宴會)가 시작된다. 제일 먼저 반탁(飯卓)이 아닌 주탁(酒卓)에도 각자의 자리에는 수저가 놓여진다. 황금의 시간 금(金)요일 저녁에 수저를 들고 완샷의 즐거움을 술잔에 채운다. 바로 황금수저회가 시작됨을 의미한다. 오늘의 주인공은 조단서 재빠기 뻐드타 막사리 까토나 다섯명이다. 엉카페 버쁘바 두 녀석이 오늘은 코로나에 대한 두려움에 발길을 멈춘 방콕맨들이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은 어느 누구도 예측할 수도 막을 수도 없는 불가사의(不可思議)한 존재이다. 지금껏 살아온 세월 80년만으로도 얼마나 고맙고 신기한 존재들인다. 태여나고 싶다고 태여난 사람 어느 누구이던가. 120년은 살것이라고 하늘나라로 내일 갈 것이라고 어느 누구도 예단(豫端)은 불가능한 현실이다. 내일도 오늘처럼 벗들과 씨잘 데 없는 농담도, 마음속에 간직한 비밀도, 멋대로 내뱉으며 떠들고 껄껄대고 웃을 수 있는 이 순간이 바로 노객들의 삶의 정점(頂点)이요 행복(幸福)한 순간이 아닐까. 오장육부(五臟六腑)를 비롯한 지기(知己)들의 몸 속을 들여다 보자. 여기 저기 짜그라들고 두꺼워지고 좁아지고 막히고 80년 먹고 마시고 배설하는 노폐물(老廢物)의 집하장(集荷場)이나 다름이 없을 터이다. 어느 순간에 심장박동이 멈출런지 어느 곳이 터지고 막히고 부러지고 생체(生體) 리듬이 파괴되려는지 알 수도 없는 노구(老軀)들이다. 처절하고 절절한 하루하루의 연속일 테이다. 10여년 기간동안 운행을 하는 자동차와 비교해 보자. 폐차하기 전까지는 곳곳의 부속품의 교체와 수리를 때없이 해야만 시동이 걸릴 것이다. 십오년여 동안 서울 시민들이 버린 쓰레기 매립장이었던 난지도는 어떨까. 여의도 면적만큼이나 되는 그곳에 90여m의 높이의 쓰레기가 쌓인 곳이었다. 지금은 억새가 바닷물의 파도처럼 흐느끼며 온갖 꽃들과 수목들로 새롭게 탄생한 평화의 공원이다. 하늘공원을 비롯하여 생태공원(生態公園)으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명소이기도 하다. 이렇듯 새롭게 건강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태여난다는 것은 인간으로는 꿈도 꿀 수없는 나약한 미물(微物)일 뿐이다. 한번 사그라지고 허공에 뜨면 그것으로 끝이 아닌가. 무엇이 그리 아까우며 무엇을 더 바라며 살것인가. 만물의 조물주(造物主)이자 전지전능하다는 하느님도 수중에는 동전 땡닢 하나도 없을 것이다. 머나 먼 그 길에는 아파트도 스마트폰도 전철도 비행기도 지금 기승을 부리는 코로나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무용지물(無用之物)에 불과하다. " 다음 정차역은 마포역입니다 " 어느새 마포역이다. " 아~ 하 오늘 저녁에는 황금수저회가 기다리고 있는 날이구만 " 설레이는 마음으로 연세한강병원이 있는 1번 출구로 서둘러 빠져 나간다. 내일은 그저 내일일 뿐으로 막연한 뜬구름이다. 약제실(藥劑室)로 향하고 있는 이 순간 이곳이 바로 삶 그 자체이며 행복(幸福)의 터전이 아닐까.
2020년 3월 6일(금) 무 무 최 정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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