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일러 업계 대표 기업을 뽑으라면 1위가 경동나비엔, 2위가 귀뚜라미일 것입니다.
업계를 대표하는 만큼 두 회사의 신경전은 매우 치열한데, 2000년대 국내 가스보일러 시장이 급성장할때부터 두 회사는 공방을 주고받았습니다.
이처럼 숙명의 라이벌인 두 기업은 지난해 또 맞붙었습니다.
먼저 경동나비엔은 귀뚜라미가 자사 보일러에 적용된 열교환기 특허 기술을 무단으로 도용해 제품을 출시·판매했다며 소송을 걸었습니다.
문제가 된 제품은 현재 귀뚜라미의 ‘거꾸로 ECO 콘덴싱 L11, E11(온라인 판매용 제품)’ 모델로, 이 제품에는 ‘ALL스테인레스 일체형 열교환기’가 채용됐습니다.
열교환기는 내부에서 발생하는 열을 흡수해 난방수를 데우는 역할을 하는 보일러 핵심 부품인데, 귀뚜라미의 해당 제품은 친환경보일러 주력 모델 중 하나로 많은 판매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콘덴싱 보일러의 핵심은 ‘열효율’으로 열 배관 설계, 모양, 구성요소의 차이 등에 따라 열효율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그리고 경동나비엔은 최적의 열효율을 낼 수 있는 구조의 열교환기를 개발했는데, 이 기술을 귀뚜라미 훔쳤다는 것이죠.
하지만 귀뚜라미 측은 '자사 열교환기 구조가 경동나비엔의 제품과 다르고, 그동안 귀뚜라미가 개발한 기술을 적용했다'라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귀뚜라미는 관련 열교환기 기술 일부를 2013년 국책사업으로 자체 개발했고, 이를 꾸준히 업그레이드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따라서 ‘해당 기술이 특허를 침해했다는 주장이 맞지 않으며, 기술 중 일부는 경동이 특허를 획득한 2019년 5월보다 앞선 2012년부터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이런 특허 공방에 대한 판결이 나왔습니다.
법원은 경동나비엔의 콘덴싱 보일러 열교환기 구조 관련 기술이 ‘독창성’을 지녔다고 보면서 경동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에 따라 추후 귀뚜라미는 해당 열교환기가 탑재된 ‘거꾸로 에코 콘덴싱’ 제품 생산·판매가 금지된다고 합니다.
주력 제품인 열교환기를 팔 수 없게 된 귀뚜라미는 꽤나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경동나비엔은 지난해 매출이 9551억원, 영업이이익이 563억원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성장과 꾸준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반면 귀뚜라미는 지난해 2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지주회사인 귀뚜라미홀딩스는 4년 연속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난방 사업 부문을 담당하는 핵심 계열사인 귀뚜라미가 영업손실을 기록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특허 소송에 패배하면서 실적 하락은 더욱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