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과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노숙자를 섬기는 이름 없는 목회자의 감동적인 설교)
7월 2일 오사카 키타츠모리에 있는 나니와교회의 26주년 기념 예배에 참석하였다.
노숙자교회로서 정체성을 잃지 않고 26년을 그들 곁에서 그들 속에서 그들과 함께 예배드린 교회로서 살아 있다는 사실로 이미 감격하였지만 그 날에 김 목사님께서 주신 메시지가 가슴을 울렸다.
나니와교회는 1997년 7월 6일에 김종현 목사님의 집에서 10여 명이 모여서 창립 예배를 드렸다. 그러나 아파트가 너무 좁아서 기도하는 중에 사쿠라가와의 집을 얻어 리모델링하여 같은 해 8월 31일에 이주를 하고 9월 28일에는 재일대한기독교회 관서지방회의 허락을 받아 정식으로 관서지방회 소속 각 교회 목사님과 장로님, 여러 성도님들이 참석한 가운데 ‘나니와 전도소’로 개소 예배를 드렸다. 참고로 말하면 재일대한기독교회는 세례교인 20명 이하의 교회는 ‘전도소’라고 부른다. 세례교인이 20명 이상이 되면 ‘전도소’가 ‘교회’로 승격한다.
26년 동안 목사님과 사모님은 노숙자 선교에 올인 하였다. 처음에는 일차 전도의 대상이 한국인 노동자들이었다. 그들은 일주일에 서너 차례 새벽 4~5시에 일어나 직접 끓인 커피와 인삼차를 니시나리 노동센터의 한국 노동자들에게 나누어 주며 전도했다. 그러는 중에 많은 일본 노동자들과 홈리스들이 줄을 서서 감사한 마음으로 커피와 차를 받아 마시는 것을 보고 놀라서 그들을 주목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나니와교회는 일본인 노숙자 교회로 개척되었다. (나니와교회 교우들은 일본인 남성 노숙자들이 대부분이며 사오십 대도 있지만 육칠십 대의 고령자들이 많다.)
며칠 동안 나니와교회 게스트 하우스에 머물면서 김 목사님으로 부터 노숙자 사역의 기쁨과 감동 그리고 아픔과 절망에 대한 이야기를 간간이 들었다. 그분들이 맛본 기쁨과 은혜와 감동은 책 한 권으로 써도 모자라므로 지금은 목사님과 사모님께 들은 아픔과 절망에 대하여 간단하게 터치한다.
목사님의 가장 큰 아픔은 나니와교회는 회계를 맡았던 어느 집사님에게 받은 충격이었다. 노숙자로서 밥을 타먹고 지내는 한 노숙자가 어느 날 찾아와서 신상과 신앙을 고백하였다. 목사님 내외는 그의 신앙고백에 감동하여 그를 교회 중직으로 임명하였다. 그는 누가 봐도 믿음으로 거듭난 사람으로 교회 일에 성실하고 예배에 열심이었다. 무엇보다도 그는 목사님의 설교 메시지를 잘 이해하였고 주중에 계속 성경 본문을 묵상하여 교우들은 물론이고 재일대한기독교회 목사님들조차도 그를 주목하며 장차 교회를 짊어지고 나갈 지도자로서 의심하지 않았다. 목사님 내외분은 그가 교회에서 자유롭고 편하게 일하며 섬길 수 있도록 2층에 별도의 사무실을 만들어 주었다. 그는 사람들의 존경과 신뢰를 받았고 목사님 또한 변화된 노숙자의 롤 모델로 생각하며 그를 축복하며 선대하였다. 그런 그가 회계 직을 맡은 후 조금씩 이상해졌지만 목사님은 설마하면서 지나쳤다. 그러나 그가 교회 돈 2,500여만 원을 횡령한 사실과 기타 일들이 발각되었다. 목사님은 기가 막혔지만 자기 사비(私費)로 2500여만 원을 갚아야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슴 아픈 것은 그토록 믿고 사랑한 사람에게 당한 배신이었다. 영악한 노숙자에게 우롱 당했다는 분노와 자조감에 빠졌다. 그러나 그를 감옥(監獄)으로 보낼 수가 없어 용서를 하고 교인들에게 횡령한 사실을 밝혔다. 교인들은 그를 파문하자고 하였지만 목사님은 ‘6개월 동안 교회에 나오지 못하는 징계’를 내리고 그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6개월이 지난 후 그는 교회로 돌아 왔다. 그를 바라보는 목사님은 가끔씩 칼로 후벼 파는 고통과 분노에 시달렸다. 사모님은 그를 위해서 울고 또 울었다. 너무 절망한 나머지 우울증이 생겼으며 노숙자 선교에 회의를 품기도 하였다.
목사님의 절망과 상심은 노숙자 교우들이 결코 변화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세례를 받고 직분을 받았어도 교우들이 옛 사람의 나쁜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이를 지켜보는 목사님은 가끔 자기의 모든 노력이 헛수고처럼 느껴져 좌절감에 빠지기도 하였다.
노숙자 교회를 시작한 몇 년 후에 목사님은 일본정부의 노숙자 복지정책을 알고 교회 노숙자들이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서류를 만들어 주고 보증을 서주었다. 그래서 65세가 넘은 교우 노숙자들은 국가로부터 매달 120만원(한화)을 최저생계비로 지원을 받게 되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교우들이 감사는커녕 헌금이나 십일조를 하지 않고 술과 파친코 등의 놀음과 유곽에 가서 그 돈을 수일 만에 다 날리고 노숙자 무료 식사를 찾아다니는 것을 계속 목도하여야 했다. 목사님은 26년 동안 알콜 중독, 노름 중독, 성 중독과 비디오 시청 중독에 폐해에 대하여 피가 마르도록 성경 말씀으로 가르치고 건강생활로 지도하여 중독(의존증)을 떨치고 일어나도록 부단히 격려하였다. 그러나 변화는 거의 없었고 항상 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게다가 교우들이 거짓말하고 수퍼마켓에서 물건 훔치고 경찰에 잡혀 들어가는 것을 반복해서 경찰서에 가서 보증해주고 때로는 교도소에 면회하러 가는 것이 신물이 나는 지경이었다.
그래서 그는 변하지 않는, 달라지지 않는 교우들의 모습을 보면서 종종 자신의 노숙자 선교가 실패라는 생각을 하면서 상처를 받았다.
사모님도 거리에서 밥을 나누어 주는 것이 그들로 하여금 악습을 계속 유지하게 만드는 것 같아서 괴로울 때가 많다고 하였다.
그들과 노숙자 교우들을 따라서 도시락과 주먹밥을 나누는 현장에 두 번 따라갔다. 그리고 교우들이 이사하는 집을 청소하러 가는 일에도 동반하였다. 구차하고 귀찮은 일을 담담하게 수행하는 그들이 나의 눈에는 천사로 보였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거리와 집에서 하나님 나라를 보여주고 있었다. 감동으로 눈을 뜰 수가 없었다. 하나님께서 글쟁이가 되어가고 있는 나에게 그들을 통해서 강력한 메시지를 주셨다.
코로나 이전 기념예배 때는 특별 게스트를 초청해서 음악회도 열고 잔치를 열었지만 코로나 때부터 조용한 기념예배를 드렸고 올해도 그렇게 드렸다.
“믿음의 눈으로 보고 꿈꾸며 나아가자” 라는 제목으로 일본어로 선포되는 메시지를 사모님이 통역을 해주었다.
“ 생략 …
저는 여러분들이 달라지지 않아도 끝까지 함께 갈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술을 끊지 못하여도 끝까지 함께 갈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노름을 끊지 못하여도 끝까지 함께 갈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비디오를 끊지 못하여도 끝까지 함께 갈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거짓말을 하고 물건을 훔쳐도 끝까지 함께 갈 것입니다.
저는 여러분들을 하나님의 손에 맡겨 드리고 사랑만 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을 변화시키고 새롭게 하는 분은 제가 아니고 하나님이십니다.
제가 그 동안 여러분들을 변화시키려고 무던히 노력한 것을 여러분들은 아십니다.
입이 닳도록 가르쳤지만 여러분들의 속사람은 변화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참으로 낙심하고 절망하였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을 미워하고 싫어하며 도망칠 생각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깊이 생각해보니 여러분들도 모두가 간절히 변화를 원합니다.
여러분들 모두가 변하여 새 사람의 살고자 하는 강력한 소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 사람이 되지 못하는 것은 옛 사람의 본능이 너무 강해서입니다.
사탄의 세력에 눌림을 받고 있어서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런 여러분들 악하다고 타락했다고 버리지 않고 여전히 사랑하십니다.
앞으로는 저는 여러분들을 여러분들의 창조주이고 여러분들의 아버지이신 하나님의 손길에 맡기겠습니다.
저는 다만 종으로서 여러분들을 겸손히 돕고 섬기겠습니다.
저는 여러분들을 끝까지 믿음으로 눈으로 보겠습니다.
미지막 날에 여러분들과 함께 하나님 앞에 서서 여러분들을 자랑하며 저의 기쁨이었다고 고백하며
하나님께 영광과 찬미를 돌리겠습니다.
여러분들이 끝까지 변하지 않아도 저는 여러분들을 천국에서 만날 소망을 가집니다.
그리고 주님의 자비로 여러분들과 함께 하나님의 잔치에 참여할 것을 믿습니다.
생략 …
목사님의 26주년 기념 설교는 나니와교회 교우들을 향하신 주님의 메시지였다.
늙고 병들고 가난하고 못나고 초라하고 세상에서 낙오자, 실패자로 불리어지는 그들을 있는 그대로 여전히 사랑한다는 폭탄선언이었다.
목사님은 아픔과 절망을 넘어서는 믿음의 비전으로 새 꿈,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한다는 새 꿈을 꾸셨다.
나니와교회가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처럼 땅에서도 이루어지는’ 사랑하는 집으로 세워지고 있다.
할렐루야!
나니와교회 26주년에 사랑의 폭탄선언을 하신 목사님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2023.7.7.금요일. 인시
우담초라하니 정리하다
첫댓글 감동적이네요.
얼마나 힘드셨을까 공감도 되고요.
끝까지 정신줄 잡고 사역하시는 목사님이 존경스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