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고속버스 / 손병찬
고속버스 차창에 냉기가 스민다
발밑의 난방에 따스함을 느낀다
출발할 때부터 따라나선 달이
어느듯 지리산 능선에 걸터앉아 있다
소들도 잠이 들었는지 축사의 불빛만
늦가을 찬바람에 간간이 흔들린다
하마 입처럼 크게 벌린 터널이
숨가쁘게 달리는 버스를 배 속에 감춘다
차창에 비치는 지리산 능선의 실루엣
한낮의 희로애락 치맛자락 속에 감추고
또 다른 하루의 잉태를 위해
숨죽인 채 웅크리고 있다
이불처럼 포근한 하늘이 능선을 감싼다
숱한 산고의 진통 속에 속울음 삼키며
참고 견딘 세월로 새로운 역사를 쓰며
지리산 자락에 얽힌 애환을 들려 준다
마지막 남은 밤송이 하나가 툭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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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고속버스
손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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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17 23:15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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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심야 버스 탄 느낌 실감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