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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산악회 목요 오지팀 계획에 따라 '장진마을 → 산영치 → 고산/깃대봉 → 감투봉 → 삼거리 → 쉰질바위 → 대덕산 → 대덕사 입구 → 구룡교차로'의 12km 코스를 6시간 30분 동안 탐방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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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鼓山]
높이: 876m
위치: 전북 진안군 동향면 자산리, 안천면 신괴리, 상전면 월포리
[개설] 고산은 진안군 동향면 자산리와 상전면 월포리의 경계에 있는 876m의 산으로, 상전면 쪽에서는 ‘대덕산’이라고도 부른다. 경위도상으로는 북위 35° 51′, 동경 127° 32′에 위치한다.
[명칭 유래] 과거에 고산에 사찰이 있었는데, 멀리서도 이 절의 북[鼓]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데서 유래하였다.
[자연환경] 북동쪽 능선은 싸리재[국도 13호선]와 형제봉으로 이어지며, 북서쪽으로는 불노치 고개로 연결되고, 남쪽은 대량천과 만난다. 고산 남쪽으로 구량천이 흐르는데, 구량천은 서쪽으로 흘러 금강과 합류한다. 서쪽으로는 금강이 흘러드는 용담호가 있다.
[현황] 고산 동쪽의 동향면 자산리에 고산골이라는 마을이 있다. 동쪽 자산리에 국도 13호선이 남북으로 지나고 있다. – 향토문화전자대전
2024년 5월의 다섯 번째 목요일인 30일은 안내산악회 목요 오지팀이 계획한 진안의 고산을 다녀오기로 했다. 고산은 5월 29일 오후 3시 이후 역사 속으로 사라진 한국의 산하에도 없는 그야말로 오지 중의 오지라, 목요 오지팀에는 정확히 부합하는 산이나, 한국향토문화대전, 디지털진안문화대전에서 찾아본 바로는 전형적인 흙산이라 산행 재미는 별로 없을 거 같다. 그리고 금강 변에 있는 산이라 조망은 좋은 위치의 산이나, 흙산이라면 바위 전망대가 없어 조망 또한 기대하기 어려울 듯했다. 말인즉 산행 재미, 조망 뭐 하나 기대하기 어려운 산으로 생각돼, 혹시나 해서, 구글링으로 앞선 산꾼의 산행기를 찾아봤다. 생각보다 산행기가 많은 걸 보면 나름 유명한 산인 듯했다. 해서 산행기를 몇 편을 읽어보니, 산 소개에는 없는 암릉 구간의 사진도 보이고, 어떤 산꾼은 '일부구간 안전사고 유의'라고 붉은색으로 쓰기도 했다. 그리고 금강의 발원지인 신무산과 가까워 금강 상류와 용담호 조망을 극찬하는 글도 보이는 게 산 소개와는 달리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고산에서 가까운 마이산의 산행 당일 산악날씨를 보면, 약간 구름 낀 날씨에, 기온은 영상 21~25℃, 바람은 1~2m/s라 더위에 대비해 얼린 보리차 두 병을 준비한다. 물론 체력 유지를 위해 사당역표 김밥도 사 간다. 그리고 오지팀이 코스 계획을 보면, 12km 거리에 6시 30분이라는 다소 긴 소요 시간을 책정한 걸 보면 산행이 쉽지 않아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5시간이면 충분할 거라는 예상이다. 그럼, 1시간 반 정도를 어떻게 보낼지 고민이다. 물론 하산주 식당으로 바로 가는 코스가 있는지 살펴봤으나, 인솔 대장이 선정한 '무주IC 만남의 광장'은 날머리에서 20km가 넘어갈 수 없다. 그럼 두 가지 중 하나다. 최대한 시간을 끌며 산행하든가, 날머리 주변에서 다른 식당을 찾는 거! 산행 대장이자 주당 대장은 후자를 선택하지 않을까? 어쨌든 날머리에서 1.3km 거리에 '용평 호수마을'이라는 식당이 있다. 물론 영업 여부는 알 수 없다. 대장도 나와 같은 생각이라면 벌써 전화했을 거다?! 그럼, 인솔 대장이 선정한 식당은 2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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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 알람을 맞춰 놓고 잤는데, 피곤했는지, 다른 때와는 달리 알람 소리에 놀라서 깨어, 왜 알람이 울렸는지 생각해 보니, 오늘이 산행 날이다. 해서 서둘러 일어나 볼일을 보며, 밤새 변동이 있는지 살펴봤다. 날씨, 산행 계획, 신청자 등은 변함이 없고, 미세먼지는 '좋음'이다. 고로 날씨만 받쳐 준다면, 조망은 기대할 만하다. 이후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먹고, 그동안 메고 다니던 배낭의 양옆 주머니가, 나뭇가지에 걸려 찢어진 정도가 심해, 옆 주머니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 한동안 들고 다니지 않던 숄더힙색을 꺼내, 배낭에 있던 모든 걸 거기로 옮기고 배낭은 버렸다. 그리고 5시 45분경 그걸 둘러메고, 집을 나서 구산역으로 향했다. 거기서 5시 58분 열차를 타고, 삼각지에서 4호선으로 갈아탄 후 6시 43분경 사당역에 도착했다. 이후 승차장 종합판매대에서 김밥 한 줄 사, 힙색에 넣고, 화장실에 들른 후 1번 출구로 나갔다.
지하철 역사를 빠져나와, 공영주차장으로 향하는데, 빨간 산악회 버스가 차장을 떠나는 게 보여 깜짝 놀라 시계를 보니, 6시 52분이다. 그럼, 6시 50분발 버스라는 얘기라, 내가 타는 버스는 7시가 맞는지 다시 확인했다. 진안 고산행은 7시 정각 출발이 맞고, 6시 50분 버스는 한북정맥 복주산행이다. 복주산이라면 경기도라 가까운 지역인데, 왜, 6시 50분으로 전북 진안보다 10분 먼저 출발하는 걸까? 무박 산행을 빼면, 이 산악회 버스 출발 시간은 6시 40분, 6시 50시, 7시 세 단계로 운영되는데, 그게 목적지의 거리로 구분되는 게 아닌가? 산행 소요 시간? 뭐 이런 생각을 하며 산악회 버스가 대기 중인 공영주차장 사각지대로 우회전 하니, 생각보다 많은 버스가 승객을 기다리고 있다. 와중에 소백산행은 두 대다! 소백산에 뭔 일 있나? 아, 소백산 철쭉도 유명하다! 다른 버스와는 색깔이 다른 고산행 버스에 배낭만큼 부피가 크지 않은 힙색을 멘 채, 유일하게 다른 색인 고산행 버스에 타, 안면이 있는 산꾼들과 인사를 나누며 자리로 갔다.
등산화를 슬리퍼로 갈아 신은 후 가장 편한 자세로 자리를 잡고 앉아. 책을 보며, 버스가 출발하기를 기다리는데, 평소와 달리 7시 정각이 되어서야 차가 출발한다. 나중에 안 거지만, 한 명이 도착하지 않아, 시간을 지킨 거였다. 정각에 출발한 버스는 양재에서 나머지 승객을 다 태운 덕에 죽전에 들르지 않고 바로 진안으로 향했다. 그런데, 평소보다 잠을 많이 잤는데도, 졸음이 몰려와 보던 책을 덮고, 잠을 청해, 버스가 덜컹거리고 실내등이 들어와 깼다. 진안이니, 천안논산고속도로를 탈 거고 그럼, 정안 알밤이다! 볼일이 급한 건 아니나, 신선한 공기와 스트레칭을 위해 버스에서 내리며 보니, 예상대로다. 이제는 보지 않아도 어느 휴게소인지 알 정도로 안내산악회를 많이 이용했다. 그런데, 공사 중이라, 그렇지 않아도 붐비는 휴게소가 정신이 없다. 화장실로 가며 보니, 아울렛 매장 공사다! 돈이 되나? 화장실에 볼일을 보고, 소공원에 가서 여기저기 돌아다닌 후 버스 출발 5번 전쯤 차로 돌아가 자리에 앉아, 다시 책을 보기 시작했다.
20분의 휴식이 끝나고 버스가 출발하자, 인솔 대장이 이번 산행 코스와 주의 사항에 관해 설명을 시작했다. 크게 길을 잃을 염려는 없는 코스나, 워낙 오지라 길 자체가 명확하지 않아 헤매는 일이 많으니, 선두조가 잘해 달라고 부탁했다. 당연히 잡목을 뚫고 가거나, 날머리 직전은 급경사 너덜이라 주의해야 한다고도 했다. 무엇보다 귀가 번쩍 뜨였던 건 감투봉을 지나면, 쉰질바위가 나오는데, 쉽게 오르기 힘든 바위라, 전부는 아니어도 희망자 예닐곱 정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자일과 하네스 등을 가져왔다고 했다. 어차피 암벽 등반이 아니라면, 선두가 줄을 끌고 올라가야 한다. 고로 밧줄에 의지하지 않고 올라갈 수 있는 바위라는 얘기라, 그렇게 하기로 했다. 최악은 도움을 받더라도! 다만 쉰질은 쉰길의 사투리일 거고 그럼 50길이란 얘기다.
한 길이 대략 3m 정도니, 150m 높이의 바위다. 그럼, 거기에 올라가는 것만 종일이다. 옛사람들이 길이를 재서 붙인 이름이 아니라 좀 높아 보이면, 쉰 길 그보다 더 높아 보이면 백길이라 불렀으니, 실제는 높아야 20여 미터가량 될 거라는 게 내 생각이다. 그렇게 코스 소개가 끝나고, 실내등이 꺼진 후 다시 잠이 들어, 도착 30여 분 전에 잠에서 깼다. 이후 슬리퍼를 등산화로 갈아 신은 후 끈을 조이고, 바람막이를 벗어 힙색에 넣는 등 산행 준비를 마치고, 다시 책을 보며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10시경 실내등이 들어오고 인솔 대장이 마이크를 잡고 자는 산꾼을 깨운 후 다시 한번 코스와 주의 사항에 관해 간략하게 설명했다. 끝으로 들머리 도착 예정이 10시 15분경이라, 마감은 4시 50분으로 하겠다고 공지했다. 고로 책정된 소요 시간은 6시간 30분이다. 그런데, 예정보다 이른 10시 12분 들머리인 장전마을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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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두 등산 앱을 GPS와 동기화시킨 후 현 위치의 고도를 확인했다. 234~274m로 두 앱의 차이는 40m나 난다. 최고봉인 고산의 높이가 874m니, 고도차는 600~640m로 한국 산치고는 꽤 나는 편이다. 하지만 최근에 오른 산에 비해서는 다소 낮아. 그나마 높이 때문에 힘든 산행이 되지는 않을 듯하다. 이후 주변을 둘러보고, 벌써 마을을 관통하는 도로로 저만큼 앞서가는 선두의 뒤를 따라 산행을 시작했다. 그리고 포장 임도로 5분가량 올라가니, 오른쪽으로 작은 계곡이 나타나고, 그 계곡을 건너자, 인적을 찾는 게 쉽지 않아, 선두가 등산 앱의 지도에 의지해 길을 찾으며 또는 만들며, 후미를 위해 방향 지시를 바닥에 깔았다. 그렇게, 올라, 10시 32분경 능선에 도착하니, 왜 인솔 대장이 고산 산행에서 대부분 등산객 또는 산꾼이 죽도고개가 아닌 장전마을을 택했는지 알 수 있었다.
들머리로 오는 버스 안에서 코스 설명 때 조망 때문에 죽도고개가 아니라, 장전마을을 선택했다고 했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덕유산에서 발원하는 구량천이 물돌이동을 만들며 용담호로 흘러가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물돌이동이 마치 섬 같다 하여 죽도다! 물론 고도가 낮을 때는 물돌이동을 볼 수 없어, 구량천이 흐르는 모습만 감상했을 뿐이나, 고도가 높아지면서 서서히 드러나는 전경에 감탄을 연발했다. 능선 오른쪽이 절벽이라 구량천과 건너 천반산의 모습을 같이 감상하며 오르다가, 지금 오르는 봉우리의 높이가 궁금해 지도를 확인했다. 무명봉이나, 그래도 꽤 높은 편인 515고지다. 참고로 두 등산 앱 지도 모두 등산로는 없다! 그래도 산이 험하지 않아, 일행이 거의 한 줄로 다닥다닥 붙어 정상을 넘은 후 산영치를 지나, 599고지이자, 갈림길을 향해 오르다가, 오른쪽 아래로 보이는 구량천의 절경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열에서 빠져나와, 바위 전망대로 가 그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구량천이 만든 물돌이동의 모습을 사진에 담느라 시간을 지체한 덕에 선두의 후미에서 동영상을 촬영하며 599봉 정상으로 향해 11시 1분경 도착했다. 갈림길 정상으로 이번 산행에서 처음으로 이정표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두 등산 앱 모두 갈림길이 아닌 거로 나오지만, 이정표에 의하면 사거리다. 그걸 기록으로 남긴 후, 고산 방향으로 고개를 내려가는데, 앞이 암릉이고, 거기서 인증을 남기고 있는 일행의 모습이 보여 그걸 사진에 담았다. 그리고 고개에 도착하니, 암릉의 시작이라,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다가, 전망대에서 촬영을 중지하고, 다시 구량천이 만든 절경을 기록으로 남겼다. 다시 길을 재촉해 정상을 향해 가자, 어느 순간 울창한 숲에 갇혀 그저 녹음만 보여, 가끔 남은 거리를 확인하기 위해 등산 앱의 지도를 확인하기도 했다. 와중에 조망이 뒤로 트이는 곳에서 지나온 능선을 기록으로 남기기도 했다.
주변에 보이는 거라곤 녹음이 다인 능선을 따라 전진하자, 꽤 거리가 떨어져 있을 거로 생각한 선두가 앞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다. 능선 위의 비스듬한 바위로 올라가야 하는데, 그걸 우회하다가 길을 잃고 헤매는 선두를 약간 뒤에서 따라가던 또 다른 선두가 부르는 중이다. 덕분에 선두를 따라잡을 수 있었다. 어쨌든 후미도 같은 실수를 할 수 있어 바위 위 나뭇가지에 가지고 있던 산악회 리본을 매달았다. 길을 잃고 조금 헤맨 선두가 등산로로 복귀해 다시 선두 그룹을 형성해 전진하다가, 정상이 멀지 않다는 느낌이 들어 지도를 확인했다. 지도의 등고선으로 봐서는 완만한 경사의 능선으로 60m가량 고도를 올린 뒤, 40여 미터는 급경사를 올라가야 한다. 말인즉 정상 직전 깔딱이다. 12시가 조금 넘어 깔딱이 시작되는 곳에서부터 동영상을 촬영하며, 올라, 12시 4분경 이번 산행 상봉이자 정상에 도착했다. 좁은 정상에는 정상석은 없고, 이정표 기둥에 '깃대봉(고산), 해발 875.4m'라는 명패가 여기가 정상임을 알려주고 있다.
먼저 도착한 선두가 이정표를 배경으로 인증을 남기는 중이고, 속속 선두 그룹이 도착해 비좁은 정상을 가득 메워, 일단 단체 사진을 남긴 후 차례대로 인증을 찍은 후 바로바로 정상을 비워줬다. 각자 인증을 찍은 선두가 다시 뭉쳐 다음 목표인 감투봉을 향해 가다가, 12시가 넘었고, 남아도는 게 시간이라, 평소와 달리 유유자적 점심을 먹기로 하고, 길목에 자리를 잡고 앉아, 각자 준비한 점심을 먹었다. 그런데, 나도 그렇지만 편히 쉬는 걸 참지 못하는 선두들이라, 떡이나 빵, 김밥같이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점심을 빠르게 먹어 치운 후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길을 재촉한다. 그 모습을 보고 산행 대장이 혀를 찼지만, 그도 바로 뒤를 따라왔다. 선두의 뒤를 따라가며, 이렇게 가면 1시간 정도 시간이 남으니, 차라리 속도를 더 내, 시간을 좀 더 확보해, 날머리 다리 건너 식당에서 하산주를 하자고 제안했다. 물론 마다할 주장이 아니라, 우리는 잠정적으로, 그렇게 하기로 하고, 따라오는 산행 대장의 최종 결정에 따르기로 했다.
만약 우리가 다리 건너 식당에서 하산주를 마시고, 산행 최종 마감 시간에 맞춰 날머리로 돌아온 후 인솔 대장이 선정한 식당에 가지 않고 버스에 죽치고 있으면, 다른 사람은 몰라도 산행 대장은 입장이 곤란해지기 때문이다. 물론 2차라 생각하고 가면 된다! 어쨌든 인솔 대장이 코스 설명 때 정상 바로 아래 폐헬기장이 있다고 했는데, 보이지 않아, 지도를 확인하니, 생각보다 거리가 멀어, 12시 25분경 우리가 등산로에서 약간 벗어난 곳에서 점심을 먹는 동안 추월했던 일행이 점심을 먹고 있는 헬기장을 지났다. 12시 27분 고산골 갈림길에 도착해, 후미가 길을 혼동하지 않도록 대구평 쪽으로 방향 지시를 깔았다. 인솔 대장이 신신당부한 거로, '쉰질바위'까지는 무조건 '(구)대구평' 방향, 쉰질바위를 지나서는 '고산골' 방향이라, 혼동하기 딱 좋다! 그리고 12시 34분 두 번째 고산골 갈림길에 도착해서도, 같은 방향 지시를 바닥에 깔았다.
다시 길을 재촉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경사가 급해지는 게, 고지가 멀지 않아 보여, 지도를 확인했다. 지도에는 '감투봉' 대신 ‘834봉’이고, 등고선으로 보면 정상이 멀지 않다. 해서 동영상을 촬영하며 올라, 등산로에서 벗어난 가장 높아 보이는 봉우리에 도착했으나, 정상이라는 어떠한 표지도 없이, 한 산악회의 리본만 외롭게 바람에 휘날리고 있을 뿐이다. 고로 여기가 감투봉인지 아닌지 알 수는 없으나, 앱의 지도에 의하면 이 부근에서 가장 높은 봉인 건 맞다. 어쨌든 그 봉우리를 떠나, 다시 등산로로 들어서 전진하니, 앞에서 인증을 남기는 소리가 들리는 게, 앞의 봉우리가 감투봉이다. 그럼 놓칠 수 없어, 다시 동영상을 촬영하며 봉우리로 향해, 12시 48분 '새마포산악회'에서 만들어 매단 '감투봉, 해발 838m' 명패가 있는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는 중간에 다른 봉우리에 들르지 않은 선두 둘이 인증을 찍고 있어, 나도 인증을 남겼다. 그리고 명패 옆에 산악회 리본을 매단 후 바로 도착한 산행 대장과 같이 단체 사진을 찍고, 감투봉을 떠나 쉰질바위로 향했다.
12시 56분 '외송' 갈림길 이정표에 역시 대구평 쪽으로 방향 지시를 깔고 우회전하자, 감투봉을 우회하는 길로, 지금까지와는 달리 낙엽 쌓여 미끄러운 비좁은 길이라, 조심했음에도, 선두 중 한 명은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 길은 지나자, 이정표나 어떠한 표지도 없는 삼거리로, 감투봉에서 직진하는 길은 듯했다. 아마 길 상태가 좋지 않아 폐쇄한 듯하다. 그 삼거리를 지나, 200여 미터를 가니, 울창한 숲 사이로 약간의 조망이 트여, 보이는 모든 걸 기록으로 남겼다. 용담호와 쉰질바위다! 다 왔다. 해서 동영상을 촬영하며 쉰질바위로 향하다 보니, 일행 중 초면의 부부가 길목에서 점심을 먹고 있어, 약간 놀랐다. 선두보다 앞선 산꾼 몇은 알고 있었으나, 그중에 부부가 있을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어쨌든 계속 전진해, 1시 10분 쉰질바위 가장 잘 보이는 조망처에 도착했다. 첫인상은 예상대로 쉰 길은 아니고, 열 길은 될 듯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오르는 게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당연히 그 모습을 배경으로 인증을 남긴 후 주변을 둘러보니, 왼쪽 저 멀리 쫑긋한 말의 두 귀가 보여 그것도 찍었다.
찍을 건 다 찍은 후 암릉을 따라 쉰질바위 바로 아래로 가, 등로를 찾아봤다. 세 방향에서 오르는 게 가능하다. 바로 치고 올라가는 '직등', 나선형을 그리고 위로 향하는 비좁은 경사의 '우회1', 그리고 반대편에서 올라오는 '우회2'. 직등도 어렵거나 위험해 보이지 않으나, 코스 소개 때 인솔 대장이 겁을 너무 많이 줘, 두 번째인 '우회1'로 가기로 하고, 내가 앞장서 그곳으로 갔다. 그런데, 시작부터 쉽지 않아, 중간에 직등하지 않은 걸 후회했을 정도다. 협소한 틈을 기어올라, 안부에 도착해 보니, 오히려 거기에는 위에서 내려온 밧줄이 있는데, '우회2'로 올라간 일행이 밧줄이 삭았으니, 조심하라고 알려준다. 어차피 밧줄은 사용할 생각이 없었고, 그걸 무시하고 네발로 기어올라, 1시 24분경 정상에 도착했다. 당연히 정상이야 주변을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조망처라, 먼저 주변을 기록으로 남긴 후 직등 방향에서 말소리가 들려 그곳으로 가봤다. 직등한 산행 대장과 여성 산꾼이 용담호를 배경으로 인증을 찍고 있다. 결과적인 얘기나, 우회1, 직등, 우회2 순으로 어렵고 위험했다.
목에는 50m 슬링, 허리에는 하강기와 급조된 하네스, 인솔 대장이 암벽 하는 건 알고 있었으나, 산행 대장도 했는지는 몰라 약간 놀랐다. 다만, 인솔 대장과 같은 정규 암벽 장비가 아니라, 내가 가진 것과 같은 간편 장비라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이후 산행 대장의 출신을 듣고, 그동안의 궁금했던 모든 게 이해 됐지만. 다시 선두 그룹이 모여 외로운 소나무를 배경으로 인증을 남긴 후 쉰질바위 정상으로 가, 이번에는 용담호와 가야 할 능선, 대덕산을 배경으로 인증을 남겼다. 이후 올라왔던 곳으로 내려가, 암릉을 따라 대덕산을 향해 본격적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그런데, 암릉으로 가서 보니, 쉰질바위를 우회했던 일행이 아직도 거기에 있다. 바위 정상에서 그 모습을 보고, 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길을 찾지 못해 30분이 넘게 그 주변에서 우왕좌왕했던 거다. 정확히는 암릉을 따라 직진하라는 산악회 리본도 있지만, 암릉 끝 경사에 겁을 먹고 내려가지 못해 우회로를 찾아 헤매 다닌 거다. 하긴 길을 찾아야 할 선두 넷이 바위 정상에서 노닥거리고 있었으니?!
내가 암릉으로 내려간 후, 뒤따라오는 일행에게 길을 알려주고, 다른 선두 중 한 명은 우회로를 찾아, 암릉으로 내려오지 못한 일행을 데리고 왔다. 다른 한 명은 두 방향 모두에 방향 지시를 깔아 후미가 헤매는 일이 없게 했다. 이후로는 거의 흙산이라 빠르게 대덕산으로 향하다가, 갈림길이 아니면 이정표 구경할 수 없는 산이라, 가끔 등산 앱의 지도로 남은 거리를 확인했다. 그런데, 네이버 지도는 대덕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없고, 쉰질바위에서 대덕사로 하산하는 등산로만 표기하고 있다. 반대로 산경표는 대덕산 방향의 길만 있고, 대덕사로 내려가는 등산로는 없다. 역시 결과적인 얘기나, 네이버 지도를 베이스로 하는 등산 앱을 사용하는 일행 두 명이 대덕산이 아니라, 대덕사로 하산하는 일도 발생했다. 어쨌든 수시로 지도를 확인하다가, 고지가 멀지 않아 보여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 2시 9분 대덕산 정상이라 생각하는 곳에 도착했다. 그런데, 정상이라고 알려주는 어떠한 표지도 없어, 뭐 그러려니 하다가, 혹시나 해서 지도를 확대해 보니, 여기가 아니다!
대덕산을 향해 다시 길을 재촉해, 2시 19분 (구)대구평 갈림길인 대덕산 정상에 도착했다. 여기서는 대구평이 아니라, 고산골로 우회전해야 한다. 해서 선두가 다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감투봉과 같이 ‘새마포산악회’에서 만들어 매단 '대덕산, 해발 592m' 명패를 배경으로 인증을 남겼다. 이후 나머지 선두가 도착해 고산골 쪽으로 방향 지시를 놓고, 역시 단체 인증을 남긴 후 본격적인 하산을 시작했다. 그런데, 우리가 단체 인증을 남기는 사이 먼저 출발한, 암릉에서 길을 못 찾아 30여 분간 헤맨, 일행은 다시 아래로 내려가야 할 지점을 지나쳐 알바를 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어쨌든 그들을 불러, 다시 뭉쳐 아래로 내려가는데, 인솔 대장이 코스 소개 때 얘기했듯이 마지막이 낙엽 쌓인 급경사 너덜이라, 대단히 위험했다. 와중에 너덜이 고정된 게 아니라, 흔들리고 굴러떨어지기까지 해 앞산 일행이 그것에 맞지 않게 조심해야 했다.
일행 중 몇이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기도 하는 걸 보고, 2시 48분경 도대체 얼마나 내려가야 하는지 지도를 확인했다. 바로 아래다. 그 지점에서 2분가량 가자, 저 아래로 계곡이 보인다. 다 왔다. 그리고 2시 51분 대덕사 입구 임도에 도착하는 거로 사실 상 산행을 마감했다. 물론 최종 마감은 임도로 2km가량 떨어진 구룡 교차로까지 가야 한다. 어쨌든 조금 위가 계곡이라, 산행 중 특히 마지막 너덜을 내려오면 땀과 범벅이된 먼지를 씻기 위해 계곡 방향으로 위로 올라가는데, 대덕사 방향에서 두 명의 일행이 내려온다. 임도에 도착하자마자 두 명을 발견했는데, 멀기도 했지만, 우리 일행이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가까이서 보니, 친숙한 얼굴이다. 그도 길을 잃고 헤매다가, 우리를 만나자, 산행 중 선두와 같이 알탕할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는 말로 반가움을 표시했다. 그리고 모두 계곡으로 들어가 20분가량 고산에서 흘린 땀을 대덕산 계곡에서 씻었다.
고산~대덕산행 중 흘린 땀과 범벅된 먼지를 계곡의 맑은 물에 씻고 임도로 나와 산행 중 발생한 우발사건 때문에 약간의 고성이 오고 가기도 했으니, 다들 진정하고 날머리인 구룡교차로로 향했다. 산행 대장과 둘이 선두에서 주변 경치를 사진에 담기도 하며 가던 중, 남는 시간을 보낼 수도 있는 다리 건너 식당과 전화가 연결돼, 메뉴와 소요 시간 등을 물었다. 붕어찜이 유일한 메뉴고, 지금 시작하면 최소 30분이 걸린다는 답이 돌아왔다. 현재 시각 3시 20분, 마감인 4시 50분까지는 1시간 30분 정도가 남아, 시간은 충분한 듯 보였으나, 먼저, 식당까지 도보 왕복 30분을 고려해야 했고, 더 큰 문제는 주당 선수 둘이 안 보인다는 거였다. 와중에 구룡교차로까지 남은 거리도 만만치 않았다. 해서 그 식당에는 미안하다고 얘기하고 없었던 일로 하고, 날머리로 향해 가는데, 대덕산에서 내려오면 산행은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대덕사 입구에서 구룡교차로까지도 기복이 만만치 않아,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올라야 했다.
3시 36분 '건넘산' 들머리에 도착하니, '대덕산 등산로 안내도'가 서 있어, 남아도는 게 시간이라, 이번 산행을 복기할 생각으로 안내도로 지나온 길을 살펴봤다. 그런데, 대덕산이 좀 전에 내려온 산이 아니라, 고산/깃대봉인 게, 주변 봉우리 명칭이 정리되기 전 안내도인 듯하다. 거기서 100m가량 내려가자, 또 안내도와 갈림길이다. 동네 뒷산답게 등산로가 꽤 복잡하다. 어쨌든 그 안내도는 좀 전의 안내도와 다른 게 뭔지 보다가, 우연히 바닥에 눈길이 갔는데, 포장도로로 곳곳에 검정 물이 들었다. 버찌가 아니라, 오디다! 확실히 하기 위해 고개를 들어 위를 보니, 녹색, 붉은색, 검은색 오디다! 그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펄쩍 뛰어올라 나뭇가지를 끌어내려 잘 익은 검은 오디만 따먹었다. 이렇게 달콤한 오디를 먹어본 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다! 이후 다시 날머리로 향해, 3시 40분 오른쪽으로 붉게 물든 홍단풍을 감상하며, 가다가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도로변에 주차해 있는 버스가 보인다. 날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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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변에 주차한 버스를 확인하고, 버스로부터 5~6m 떨어진 도로와 임도가 만나는 공터 끝자락에 힙색을 벗어두고, 워킹화를 벗은 후 힙색에 기대 누워 등산 앱 지도로 현 위치와 고도를 확인했다. 이후 속속 도착하는 일행을 구경하고 있는데, 산행 대장이 깔개로 쓸 신문지와 먹거리를 가져와 내 옆에 펼치기 시작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주당 선두들이 그걸 빙 둘러싸고 앉아, 캔 번데기를 안주로 막걸리 두 병을 마셨다. 물론 주당이 아닌 산꾼도 많이 합류했다. 그러다 보니, 두 병밖에 안 되는 막걸리라 아쉬워하고 있는데, 친한 산꾼이 도착해 옆에 자리를 잡더니, 배낭에서 양푼을 꺼낸다. 해서 밥을 비비려나 했는데, 거기에 소주와 꽁꽁 언 맥주를 부어 시원한 소맥을 만든다. 옆에서 그걸 지켜보다, 주당 선수들뿐만 아니라, 술을 마시지 않는 산꾼들까지 감탄했다. 그리고 그가 같이 준비한 키위를 안주로 시원한 소맥을 마시며, 인솔 대장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사실 정말 놀란 건, 다른 사람 같으면 버스에 두고 갔다가, 산행 후 버스에서 꺼내 마시는데, 이 산꾼은 그 모든 걸 다 짊어지고 산행했다는 거다. 당연히 산행 중 마실 계획이었으나, 약간의 우발사건이 발생하는 바람에 마시지 못하고 그대로 내려온 거다. 어쨌든 4시 25분경 인솔 대장이 후미를 끌고 도착해, 버스 주변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일행이 하나둘 버스에 타고, 출발하기 위해 인원 점검을 했는데, 주당 선수 중 한 명이 행방불명이다. 정확히는 식당에서 안주로 먹을 나물을 깨러 간 거다. 그런데, 인솔 대장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없어, 산행 대장이 클랙슨을 울려보라고 했다. 그러자, 산기슭에서 뛰어 내려오더니, 손을 뒤로 감추고 버스에 탔다. 4시 35분경 날머리를 출발한 버스는 4시 57분경 무주IC 만남의 광장에 도착했다. 이번에는 따로 식당을 선정한 건 아니고, 개별로 만남의 광장 식당 중 구미에 맞는 메뉴를 찾아 들어갔다.
주당 선수 넷은 대장이 하루 전 통화한 '덕유산전통순두부'에서 '전복해물뚝배기'를 안주로 하산주를 마시기로 했다. 물론 날머리에서 출발 전 그 식당으로 다시 전화해 20분 후에 도착할 예정이니, 그 시간에 맞춰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해 달라고 했다. 다른 일행이 식당을 찾아 우왕좌왕하는 사이 우리는 예약한 식당으로 들어가 이미 세팅된 자리에 앉았다. 이후 나물을 캔 선수가 그걸 씻으러 간 사이 내가 냉장고에서 맥주와 소주를 가져왔다. 먼저 소백으로 무사 산행을 축하한 후, 이어 나온 뚝배기와 손수 캔 나물에 밥을 싼 걸 안주로 소주 여섯 병과 맥주 두 병을 마셨다. 와중에 안주가 부족해 모두부도 주문했다. 마감이 6시라 5시 25분경 자리를 정리하고 나와, 버스로 갔다.
당연히 버스에 자리를 잡자마자 잠이 들어, 실내등이 들어오고 마이크 소리에 놀라 깨어 보니, 휴게소라, 버스에서 내려 볼일을 보러 가며 어딘지 확인했다. 천안삼거리다. 꽤 빨리 왔다. 화장실에 들러 볼일을 보고, 자리로 돌아오니, 인솔 대장이 호두과자를 사서 하나씩 맛보라고 준다. 여성 산꾼 두 개, 남성 하나인데, 특별히 나만 두 개를 준다. 뒷자리의 친한 여성 산꾼이 왜 운봉만 두 개냐고 묻자, 선두조 막내라 두 개 준다고. 비록 하나씩이나 호두과자를 돌리는 거로 봐서 이번 산행에 대부분 산꾼뿐만 아니라, 인솔 대장도 꽤 만족한 듯했다. 특히 생각보다 위험 구간이 많았지만, 길을 잃거나 사고 없이 모두 무사히 마감 전에 도착해 기분이 좋은 듯했다. 휴식이 끝나고 버스가 출발하자 다시 잠이 들어, 죽전에 승객을 내려줄 때 잠이 깨, 하차 준비를 한 후 8시 14분 양재에서 내려 지하철로, 집으로 향하는 거로 산행을 마감했다.
안내산악회 목요 오지팀 계획에 따라 '장진마을 → 515봉 → 산영치 → 599봉/죽도 갈림길 → 고산/깃대봉 → 헬기장 → 고산골 갈림길1 → 고산골 갈림길2 → 감투봉 → 외송 갈림길 → 쉰질바위 → 대덕산 → 대덕사 입구 → 구룡교차로'의 16.54km(산길샘) 코스를 5시간 27분 동안 탐험했다. 이동 4시간 45분, 휴식 42분!
암봉이면 암봉, 잡목이면 잡목, 너널이면 너덜, 조망이면 조망 그 어느 것 하나 다른 오지 산에 뒤지지 않는, 오랜만에 진정한 오지 산행을 즐겼다.
미세먼지가 조망을 방해하지는 않았으나, 날씨가 흐려 용담호 건너를 자세히 보지 못한 계 아쉬웠다.
산을 좋아하는 산꾼이라면 반드시 올라야 할 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