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3. 2 주일예배설교
슬픔에서 기쁨으로(예레미야 애가 1:1)
지난주까지는 예레미야를 살펴보았고, 오늘부터는 <예레미야 애가>를 살펴보며 은혜를 나누자.
A. 명칭 및 배경
본서의 히브리어 명칭은 ‘어찌하여’라는 뜻을 가진 ‘에카’이다. 70인역(구약성경의 헬라어 번역본)에서는 ‘비가’(悲歌)라는 뜻을 가진 ‘트레노이’(Threnoi)라는 명칭을 사용하였는데, 여기에서 ‘슬픈 노래’라는 뜻을 가진 ‘애가’(哀歌, Lamentations)라는 명칭이 유래되었다.
특히 70인역의 서문에는 ‘때가 이르매 이스라엘은 포로로 잡혀가고 예루살렘은 황무지가 된 후 예레미야는 슬피 울며 탄식하면서 이 노래를 불렀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러한 점에 비춰볼 때 본서는 예레미야의 후속편으로 예루살렘의 함락(주전 586년)을 회고하면서 예레미야 선지자가 눈물을 흘리면서 지은 ‘탄식시’라고 할 수 있다.
유대인들은 이러한 예레미야의 눈물을 기리며 주전 586년 솔로몬 성전과 주후 70년의 헤롯 성전이 무너진 날을 기억하며 아빕월 9일에 애가를 읽었다. 지금도 예루살렘의 서쪽 벽, 소위 ‘통곡의 벽’에서 유대인들은 매주 금요일 마다 금식하며 예레미야 애가를 읽는 풍습이 남아있다.
B. 구조 및 강조점
본서는 모두 5장으로 되어 있는데, 각 장이 완전한 하나의 시로 기록되어 있다. 1, 2, 4, 5장은 모두 22절로 되어 있고, 3장은 22의 3배수인 66절로 이루어졌다. 또한 5장을 제외한 1~4장의 각 절의 첫 자는 히브리어의 22개의 알파벳의 순서로 배열되어 있다. 물론 66절로 구성된 3장은 3절마다 알파벳 순서로 되어 있다. 이러한 형식을 이합체(Acrostic)라고 하는데, 히브리 시가에서 즐겨 사용하는 형식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시편 119편(176구절)인데, 8절을 한 단위로 하여 22단락이 알파벳 순서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면 이러한 독특한 형식을 사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이러한 형식을 통해 메시지를 좀 더 논리적이고 뚜렷하게 전함으로써 누구나 쉽게 기억하고 외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예레미야가 애가에 이것을 도입한 것은 예루살렘 멸망에 대한 슬픔을 유대인들의 가슴 깊이 두고두고 사무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본서는 단순히 민족의 멸망에 대한 슬픔만을 노래한 책이 아니다. 즉 예레미야는 애가를 통하여 그처럼 비극적인 상황이 생겨나게 된 원인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규명해주고 있다. 요컨대 예레미야는 하나님과 맺은 언약을 저버린 유다백성의 죄악(1:8, 4:6)이 하나님의 진노를 불러일으켰고(3:42~43, 4:11, 5:22), 그 결과 공의로우신 하나님께서 그들을 엄하게 심판하셨음을 강조하고 있다(2:1~10, 3:1~18).
하지만 예레미야는 유다가 이러한 하나님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왕과 방백들, 선지자들, 장로들인 지배계층의 죄악과 탈선에서 찾았다(2:9~10, 4:16, 5:12). 예레미야는 이 중에서도 특히 헛된 묵시로 백성들을 미혹함으로써 그들에게 임박한 재앙을 피하도록 인도하지 못한 거짓 선지자들의 불성실함을 고발하며(2:14), 성읍 안에서 의인들의 피를 흘린 거짓 선지자들과 제사장들의 죄악에 초점을 맞춘다(3:34~36, 4:13).
그러면 예레미야가 이처럼 민족적인 재난에 대한 분명한 원인을 규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그것은 유다백성들이 선민사상과 시온 불가침 사상을 절대적으로 확신하고 있었기에 ‘나라의 멸망과 성전의 파괴’라는 이해되지 않는 현실 앞에 신앙의 위기를 초래하였기 때문이다. 즉 예레미야는 민족의 멸망을 슬퍼하는 동시에 그것이 죄에 대한 하나님의 징벌임을 설명함으로써, 유다 백성들로 하여금 신앙의 위기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동시에 하나님의 심판을 용기 있게 받아들이게 하려는 의도로 본서를 쓴 것이다. 하지만 예레미야는 궁극적으로 하나님이 자기 백성의 비참한 모습과 그들의 회개하는 모습을 보고서 조상들에게 주신 약속을 이루시고 새로운 구원을 이루어 주실 것임을 확신하고 있다(3:19~25).
따라서 본서는 예루살렘 멸망이라는 비통한 탄식의 노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무궁하신 하나님의 자비와 긍휼을 의지하여(3:22~23) 죄악된 삶을 회개하고 하나님께로 돌아가면(3:40~41) 이전에 찬란했던 영광이 다시 회복되고 찬란한 미래가 보장됨을 확신하는 소망과 기쁨의 노래로 끝난다고 할 수 있다(5:19~21).
C. 적용
본서는 유다의 멸망에 대한 애가로 시작해서(1:1~2) 유다의 영광스러운 회복에 대한 소망과 기쁨의 노래로 끝난다(5:21). 무엇이 이것을 가능케 한 것일까?그것은 바로 다름 아닌 무궁하신 하나님의 자비와 긍휼하심 때문이다. 그런데 하나님의 그 자비와 긍휼하심은 변함이 없으시다. 따라서 우리가 어떠한 형편에 처해 있든지 하나님의 자비와 긍휼하심을 의지하여 하나님께 나아와 하나님을 신뢰하는 삶을 살아간다면 우리의 삶 역시 참으로 기쁨과 소망이 가득 찬 영광스러운 삶으로 회복될 것이다(3:2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