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앙 자크의 오시리스의 신비(생명의 나무)<전 4권>
글 김광한
예수 탄생 이전 1천 5백여년전에 이미 이집트에는 문명이 있었다.
지금부터 3천 5백여년전이다.작가 크리스티앙 자크는 이집트 상형문자를 해독하고 이집트학의 세계적 권위자가 되었다. 그는 이제까지 이집트를 백번 이상 방문하고 시공을 넘어선 그 시대의 이야기를 박진감 있게 들려준다.
람세스의 감동, 오시리스로 돌아오다!비밀과 상징으로 가득한 이집트 부활의 신비를 그려낸 크리스티앙 자크의 신작 전 세계에 이집트 열풍을 몰고 왔던 『람세스』의 작가 크리스티앙 자크가 황금의 손으로 빚어낸 또하나의 역작 『오시리스의 신비』(전4권)가 출간되었다.
강력한 왕권 체제로 이집트문명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파라오 세소스트리스 3세의 집권기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에서 작가는 이집트가 수천 년간 영속할 수 있었던 비밀의 근원인 오시리스의 신비를 완벽하게 복원해낸다. 오시리스는 죽음을 극복하고 내세의 지배자가 됨으로써 이집트인들에게 영생과 부활의 상징이 된 신이다. 옛 파라오들은 자신이 죽으면 오시리스가 된다고 믿었고, 백성들은 파라오들이 죽어서도 이집트를 지켜준다고 믿었다. 이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오시리스의 신비'는 이집트문명의 근간을 이룬 심오한 사상인 동시에 철학이었으며, 강력한 왕권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국가적 종교이기도 했다.
『오시리스의 신비』는 작가 자신이 "이 소설을 집필하기까지 『람세스』 때와 마찬가지로 이십 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밝힐 정도로 큰 애착을 보인 작품이다. 그는 꼼꼼한 고증과 풍부한 식견을 바탕으로 삼천여 년 전 고대 이집트를 생생히 재현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신화, 종교, 풍속 등을 서사적 재미와 함께 얽어놓음으로써 우리가 주목할 만한 최고의 작품을 탄생시켰다. 오시리스의 부활을 알리는 생명의 나무를 둘러싼 정치적 음모와 배신, 상하 이집트를 통일함으로써 강력한 파라오 체제를 구축한 세소스트리스 3세와 유일신의 예언에 따라 이집트의 붕괴를 계획하는 예고자의 팽팽한 대립, 운명의 거친 바다에 던져진 젊은 서기관 이케르가 신화 속 오시리스의 수난과 영생, 부활의 드라마를 체현하는 위대한 여정이 빠른 장면 전환, 속도감 있는 문체, 생동감 넘치는 묘사로 펼쳐진다.
『오시리스의 신비』 작품 속으로
소설은 메다무드라는 촌마을에서 훌륭한 서기관을 꿈꾸던 열다섯 살의 고아 소년이 괴한들에게 납치당하면서 시작된다. 소년의 이름은 이케르. 영문도 모른 채 붙잡혀 와 라피드 호라는 배에서 바다의 신에게 제물로 던져지려는 순간, 커다란 풍랑이 몰려와 배가 난파당하고, 혼자 살아남는다. 의식을 잃은 채로 떠밀려간 섬에서 전설의 땅 푼트의 주인인 뱀의 신을 만나게 되면서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거대한 회오리 같은 운명 속으로 뛰어든다. 이어지는 불행한 사건들을 겪으며 우연히 이집트 피지배민족들의 반란 세력에 가담하게 된 이케르는 자신을 죽이려던 자가 파라오라는 증거가 하나둘 나타나자 복수의 칼날을 갈며 반드시 폭군을 처단하겠다는 열망에 불타오른다.
한편, 파라오 세소스트리스 3세는 이집트의 번영과 존폐를 좌우하는 생명의 나무, 즉 오시리스의 아카시아나무가 고사 위기에 처해 있어 고심하고 있다. 강력한 카리스마와 의지력을 가진 파라오는 아비도스의 여사제 이시스와 함께 아카시아나무를 소생시킬 모든 ...방법을 강구한다. 그러던 중 오시리스의 아카시아나무에 저주를 건 이가, 유일신의 부름을 받고 그의 예언을 실현시키기 위해 무력도 서슴없이 사용하는 '예고자'임을 알게 된다. 예고자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정하는 신비한 능력을 가진 인물로 이집트 피지배민족들을 자극하여 무장봉기를 부추기는 한편, 이집트의 수도 멤피스와 궁정에 밀정을 만들어 이집트의 파라오 체제를 무너뜨릴 음모를 계획한다.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한 사이, 예고자의 무리와 궁정 밀정 메데스가 손잡은 파라오 암살 계획이 진행되고, 이케르는 반란 분자에게 속아 파라오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암살 계획에 동참한다.
어느 날, 마침내 파라오의 궁정에 잠입하는 데 성공한 이케르. 그러나 곧 자신이 오해하고 있었음을 깨닫고 과오를 속죄할 방법을 찾는다. 그러나 파라오는 이케르의 운명을 알아보고 도리어 그를 왕세자이자 왕위 계승자에 봉한다. 파라오의 전폭적인 지지를 시기하는 궁정 신하와 이집트 비밀 결사인 황금원 회원들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이케르는 파라오가 내리는 임무를 성실히 수행한다.계속되는 반란자들의 도발에 드디어 예고자와 정면대결하기로 결심한 파라오는 예고자와 반란자들의 은신처를 찾아내라는 임무와 함께 생사를 보장할 수 없는 적지로 이케르를 파견하고, 딸이자 아비도스의 여사제인 이시스로 하여금 하늘의 문을 열어 오시리스의 나룻배가 다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불의 길'을 가게 함으로써 두 사람의 어깨에 이집트의 존망을 건다.
한편, 예고자가 그를 따르는 수하들, 국정원 비서이자 궁정 밀정 메데스, 멤피스의 비열한 거부(巨富) 레바논 상인, 아비도스의 주인을 꿈꾸는 베가 사제 등과 꾸미는 일들은 잔혹하기 이를 데 없다. 기름에 독을 넣어 임산부들을 모조리 살해하고, 이집트의 충신들을 사지로 몰아넣는가 하면, 자연의 흐름을 조정할 수 있는 주술을 이용해 나일 강의 범람을 재앙으로 바꾸어놓기도 한다. 그러나 지혜롭게 대처하는 파라오와 이케르, 이시스 앞에서 이 모든 일이 실패로 돌아가자, 예고자는 신분을 위장하고 아비도스에 잠입한다. 이 위기의 상황에서 아케르에게 오시리스 부활제의를 수행할 임무가 주어진다. 과연 그는 이 임무를 완수하고 악의 세력으로부터 이집트를 구할 수 있을 것인가?
이집트 사상과 파라오 문명의 핵심인 오시리스 부활제의의 비밀이 마침내 그 베일을 벗는다.
수천 년 전 벽화에서 호출한 오시리스 신화의 새로운 해석 이집트 신화에서 오시리스는 죽은 자들의 군주이자 동시에 죽음으로부터 부활한 자이다. 이집트 신화에 따르면, 오시리스는 땅의 신 게브와 하늘의 신 누트의 아들이었으며, 누이동생 이시스와 결혼하였고, 성(城)의 주인이자 동생 세트의 아내인 네프티스는 그의 여동생이었다. 오시리스와 이시스는 왕족의 모범이 된 부부였다. 이들은 예술, 과학, 농업을 통해 미개한 인간을 문명으로 이끌었다. 동생 세트는 이러한 행복을 두고 볼 수 없었다. 그래서 연회가 열렸을 때, 친구들과 작당하고 형을 새로 짠 관에 밀어 넣어 못을 박아버린 후, 나일 강에 떠내려 보냈다.
그러나 이시스는 절망에 빠지지 않는다. 네프티스의 도움을 받아 죽음은 치유할 수 있는 병이라 규정하고 이집트의 각 지역에 흩어져 있는 오시리스의 유체 조각을 찾아 떠난다. 인내를 가지고 지치지 않았던 이시스는 물고기가 삼켜버린 성기를 제외하고 남편 몸의 모든 조각을 재조합하게 된다. 그리하여 오시리스는 최초의 미라가 된다. 이시스와 네프티스는 부활제의를 마련하는데 이시스는 이 비극적인 사건의 슬픔을 담당하고, 네프티스는 죽음에 대항한 승리의 기쁨을 표현한다. 오시리스의 몸은 점점 신성화되고 미라의 각 부분이 다시 생기를 찾는다. 그리고 기적이 일어난다.
크리스티앙 자크는 이 소설에서 이집트문명이 지닌 영속성의 비밀을 풀어보려 했다고 밝히며 독자를 오시리스 신화 속으로 안내한다. 이 소설은 오시리스 신화를 축으로 선악의 대결 구도를 이루는데, 이 구도를 따라 세트-예고자에 의해 살해당하는 오시리스-이케르, 찢겨 흩어진 오시리스의 유체 조각을 찾아 나선 이시스의 험난한 여정, 오시리스-이케르 미라의 부활제의, 그리하여 마침내 본질적 생명의 회복이라는 소설의 큰 틀이 완성된다.
역사와 문학적 상상력으로 복원할 수 있는 최고의 풍경 『오시리스의 신비』는 이집트 중왕국 시대 제12왕조의 세소스트리스 3세 재위기(BC 19세기 후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고대사에 따르면 파라오 세소스트리스 3세는 봉건 귀족들의 특권과 영향력을 빼앗아 왕권을 강화하고, 총리제를 근간으로 왕국의 중앙 행정 조직을 개편하여 이집트가 강대국으로 발전하는 기반을 놓은 인물이다. 또한 그는 누비아를 정복하고 남부 국경을 나일 강 제2폭포에까지 이르게 함으로써 이집트의 통치 영역을 확장했으며, 팔레스타인 원정을 통해 이민족들을 이집트에 복속시킴으로써 이집트의 영향력을 확대했다고 한다. 『오시리스의 신비』의 줄기를 이루는 큰 사건들은, 문학적 상상력이 덧붙긴 했지만, 이러한 역사적 사실들을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마주치는 것은 이러한 역사적 사실의 재현만은 아니다. 작가는 정확하고도 엄밀한 사료들에 자신의 상상력을 보태 나일 강을 따라 펼쳐지는 삶의 공간을 탁월하게 복원해낸다. 사막을 가로질러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 매년 되풀이되는 범람과 강물에 실려와 드넓게 충적되는 검은 흙, 그 비옥한 토양 위에서 부지런히 삶을 꾸려가는 이집트 사람들, 배를 타고 강을 오르내리며 곡물과 도기를 실어 나르고, 밭을 갈고 추수하고 힘을 합해 운하를 파고 제방을 쌓는 고대 이집트인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 그리고 저장된 곡물을 관리하고 나일 강의 범람 규모를 계산하며, '영원한 기념물'을 세우기 위해 무거운 건축 자재를 먼 거리로 실어 나를 방법을 궁리하는 서기관들, 옛 현자의 가르침을 배우는 서기관 학교, 병사 양성소의 군사훈련, 이집트인들의 탁월한 의술과 의약품 목록까지 다루고 있는 이 소설은 그 자체로 정밀하고도 생생하게 구현된 고대 이집트의 생활사이자 문화사이기도 하다.
한번 잡으면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다! 『오시리스의 신비』는 한번 잡으면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는, 대단한 흡인력을 가진 소설이다. 운명과 사랑, 국가 경영이라는 주제를 오시리스 신화의 골격에 녹여낸 이 작품의 백미는 단연 주인공 이케르가 이시스, 세소스트리스 3세와 함께 오시리스의 부활을 체현하는 대목일 것이다. 아비도스의 지하 묘실에서 치러지는 부활제의의 전 과정을 마치 옆에서 지켜보는 듯한 크리스티앙 자크의 묘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이집트의 비밀을 눈치 챈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우리가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부분은 이집트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들에 적절히 대처해가는 파라오 세소스트리스의 뛰어난 국가 경영 능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오시리스의 신비』의 주요 인물인 세소스트리스 3세는 삼십 년간 이집트를 통치했던 파라오 중의 한 명이다. 실제로 람세스 2세만큼이나 중요한 왕으로 평가받고 있는 그는 건축자의 정신을 갖추고 마법과 같은 장벽을 세우기 위해 수많은 성벽을 쌓았고, 국방과 경제 발전을 목적으로 대운하를 건설하기도 했다. 크리스티앙 자크는 이집트문명의 황금기를 이룩한 세소스트리스 3세를 통해 위기와 불안을 극복하고 평화를 되찾는 과정을 스펙터클한 서사로 보여준다. 『람세스』에 이어 또다시 이집트문명의 최전성기 중 한때를 되살려낸 작가의 능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이다.
내가 이 소설을 쓰기로 결심하기까지는, 『람세스』 때와 마찬가지로, 이십 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이 소설은 나의 작품들 가운데 가장 소중한 것이다. 나는 이 작품에서 고대 이집트가 수천 년간 영속할 수 있었던 까닭을 설명해보고 싶었다. 바로 부활의 신비이다. _크리스티앙 자크 장대한 서사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수작. 작가는 독창적인 필치로 위대한 파라오들에 얽힌 옛 신화의 수수께끼를 벗겨냈다. _프랑스 <수아>
크리스티앙 자크는 우리를 전율케 하는 표현력과 상상력, 그리고 당시의 정치, 경제, 문화적 상황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전제로 한 탁월한 발상을 통해 자신이 대가임을 확실히 입증한다. _독일 <베스트팔렌포스트>
『오시리스의 신비』는 서기관이 되는 것이 꿈인 청년 이케르가 생명을 건 모험을 겪고, 한 아름다운 여인을 사랑하며, 파라오와 그의 충신들을 도와 이집트를 위기에서 구해내는 대단히 흥미로운 모험소설이다. 또한 이 작품은 운명적 여정을 통해 빛의 세계에 입문한 주인공이 우주의 참다운 생명 원리에 눈뜨는 통과제의를 기록한 뛰어난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_「옮긴이의 말」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