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모산동 출발 첫차로
구월 첫날 여항산 미산령에 가을 들머리 피는 야생화를 탐방하고 왔다. 월요일 새벽잠을 깨 전날 보고 온 꽃으로 시조를 한 수 남겼다. “산골짝 낮은 지대 숲 그늘 즐겨 자라 / 봄날에 꺾은 순은 나물이 되는지라 / 하얗게 유즙이 나와 생으로도 먹었다 / 가을이 오는 길목 꽃대를 밀어 올려 / 꽃잎은 춤추듯이 보랏빛 수를 놓아 / 가던 길 멈추고 서서 눈길 한 번 더 줬다”
앞 단락 인용절은 ‘영아자꽃’ 전문으로 아침이면 지기들에게 안부로 전하는 시조로 띄웠다. 이 작품에 앞서 마산역 번개시장 들머리 풍경을 담은 시조가 마련되었는데 순서를 바꾸었다. 새날이 밝아오는 월요일 아침은 근교 들녘으로 나가는 일상이 기다렸다. 어둠이 가시지 않은 때 현관을 나서 아파트단지를 벗어났다. 외동반림로를 따라 걸어 원이대로 정류소로 나갔다.
주간 단위로 구상해둔 일정으로 북면 마금산 온천장 가는 날이라 이왕 가는 걸음이라면 대중탕 온천수가 깨끗할 때 들릴 생각이다. 온천장을 자주 갈 여건은 아니라도 무릎이 시큼함을 풀어보려는 심산으로 가끔 찾는다. 연전 퇴직 후 귀촌을 앞둔 친구가 필요했던 표고 재배용 참나무 벌목을 돕다가 통나무가 무릎을 살짝 스친 충격으로, 아직 그 부위가 다 풀리지 않았다.
지난봄 개통된 창원의 간선 급행버스 정류장은 전국에서 앞서 시도된 대중교통 운행 모범 사례가 될 듯하다. 지하철을 대신해 시내 간선도로 일부를 대중교통 우선 운행을 위한 교통 체계로 바꾸었다. 일 년 넘게 걸린 공사 기간에 혼잡함과 불편을 감수한 보람으로 시민들은 쾌적한 정류장에서 시내버스를 편하게 이용하고 있다. 자차 운전자들을 그들의 차선을 계속 가면 된다.
원이대로에서 불모산동 5시 첫차로 출발해 온 17번 버스를 타고 시내를 벗어나 굴현고개를 넘어 감계 신도시를 지났다. 무동을 거쳐 마금산 온천장에 내렸을 적 세 사람이었는데 젊은 아낙은 다른 목욕탕으로 가고 한 할머니는 내가 찾는 대중탕과 같았다. 입욕권을 받아 구조가 익숙한 2층 대중탕으로 드니 손님이 몇 되지 않아 평일 이른 아침 발품을 팔아 온 보람을 느꼈다.
맑고 따뜻한 온천수에 몸을 담갔다가 냉탕으로도 옮겨 머물다 한증막에도 잠시 들었다가 나왔다. 평소보다 30분 더 걸려 1시간 반 걸려 목욕을 마치고 바깥으로 나왔다. 얼굴을 익혀 알고 지내는 온천장 노점을 펼친 할머니에 인사를 나누자 아직 마수를 하지 못했다고 해 옥수수빵을 한 개 샀다. 곁에는 두부판과 감식초가 진열되어 있고 새벽에 삶은 듯한 옥수수도 보였다.
온천지구에서 들판으로 나가자 농수로는 여름을 지나온 수초들이 빼곡했는데 마름은 사방 연속무늬로 수면을 덮고 세력을 떨쳐 자랐다. 이삭이 팬 벼 논에 젊은이가 농약을 뿌렸는데 한 친구는 드론으로 조종하고, 한 친구는 무인 소형 헬기 항공방제였는데 드론과 같은 원리였다. 밭으로 바뀐 농지에는 감을 비롯한 과수들이 심겨 자라 과육은 고물이 차면서 익는 중이었다.
들녘 가장자리 규모가 큰 축사가 나왔고 스프링컬러로 물을 주는 밭작물도 보였다. 천주산에서 흘러온 신천은 샛강이 되어 낙동강 본류로 합류했다. 북면 수변 생태공원은 건너편 학포와 마주하는데 강폭이 넓어진 구간이었다. 본포 취수장은 녹조 저감장치를 가동해 생태 보도교에는 물줄기를 분사시켰다. 본포 수변 공원은 날씨가 무더워선지 발길이 끊어져 아무도 없었다.
수변공원을 지나 옥정에서 죽동을 거쳐 가술까지 걸어보려다 마음을 거두었다. 가로수가 없는 찻길과 농로를 지나기는 한낮의 볕이 아직 따가운 때였다. 본포 마을회관 앞에서 모산을 거쳐 가술로 가는 버스를 탔다. 국숫집에서 점심을 요기하고 오후에는 안전지킴이 동료를 만나 치안 보조 임무를 수행했다. 구월부터는 봉사활동이 오후여서 도서관 이용은 오전만 가능하다. 24.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