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연우는 머리를 흔들며 애써 잔상을 지우려고 했다
‘한숨밖에 안나오는 얘기지 머..’
덕분에 늘은 영어실력에 미국 대학교의 학위증, 야위어서 청초해진 얼굴(생활비 아끼려고 절약한건 식비일수 밖에 없었다),
더욱 밝아진 성격 확실해진 주관, 자신감등등.. 그때 당시엔 모든걸 잃었다고 생각 되었지만 많은걸 다시 얻게 되었다.
‘그거면 됬어’
비록 다시 남자를 만나 다시 사랑하게 될까하는 의구심과 사랑에는 겁쟁이가 되어버렸지만 그래서 4년동안 수많은 대쉬도 거절했지만, 한국 가면, 가게 되면 모든게 달라질거란 생각에 불끈 불끈 용기가 생긴다.
아침겸 점심으로 큰 햄버거를 하나 해치우고 다시 횡단보도 앞에 섰다. 날씨 하나는 기가 막히다.
일년내내 건조함이 연우의 피부를 힘들게 하긴 했지만 저 햇살과 이 평화로움을 잊지는 못할 것이다.
내일이면 한국말이 여기저기서 들리고 조잘 조잘 친구들과의 일상이 기다리겠지, 빵빵거리는 꽉 막힌 4차선 도로에 매연과 공해로 뿌연 너무나 바쁘고 성질 급한 사람들이 기다리겠지.. 얼마나 그리웠는지 모른다…
그가 있는 한국이란 나라가….
‘후~~~~’
룸으로 돌아가면 할일이 너무 없을 것 같아 연우는 커피 한잔을 사서는 자리를 잡았다. 한국말이 들려온건 그때였다.
워낙에 한국 사람이 많아 한국말 들리는게 당연스럽게 생각되는 LA였지만 왜 연우가 그소리
에 이끌렸을까 왜 그곳을 돌아보게 되었을까..
“그래서요? 그걸 지금 얘기해주면 어떡해”
화가난 듯한 남자의 목소리가 조용한 로비에 울려퍼졌다.
그렇게 큰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영어가 일반적인 이곳에서 낯선말과 격앙된 말투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엔 충분했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이 그를 주시한건 아니었다. 연우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단 거다.
“뭔데 이렇게 시끄럽냐…”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면서 소리가 난곳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거기엔 큰 키에, 모자 하나로 얼굴을 다 가릴정도의 작은 얼굴을 가진 한남자가 다른 사람과 한국말로 머라 뭐라 떠들고 있었다.
‘저 사람도 비행기 못탔나?’
커피 한모금을 입에 물고 뚫어져라 말소리가 나는곳을 쳐다보았다.
“그래서 하루 연기됐다구요? 그럼 낼 스케쥴은 어쩌고…돌아가자마자 해야될게 많다면서,일 하루이틀 해요?”
‘그래도 어려보이는데…저노므 자식..너무하네 지보다 5살은 더 많아 보이는데..저런 싸..가..어라…?’
어라..어라…그 싸가지는 바로 연우가 좋아하는 정지훈이였던거다. 한국 최고의 가수이자 연기자- 미국 오면서 저 멋진 넘을 못보게 되는걸 얼마나 안타까워 했는가..티비를 끌어안고 얼마나 부벼댔던가..연우보다 2살 어리긴 했지만 그 나이를 극복하고 싶을 정도로 멋진 넘…^^ 그런 넘을 여기서 보다니..
‘근데 저 넘도 뱅기 못탔나? 잘나간다는 연예인도 별수 없네 그려..’
“참… 디카! 디카! 사진 찍어야쥐~~ 내가 한국 가면 저 넘을 언제 이렇게 코 앞에서 보냐..”
연우는 허둥대면서 룸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급하게 눌러 세웠다. 가방을 뒤져서 디카를 꺼낸 뒤 거울을 보고 얼굴 정리를 좀 하고는,
“너무 초췌해 너무 초췌해…이런 덴장… 립글로스라도 바를까..? 아니지 가버리면 어떡해…”
이런 저런 생각 할 겨를도 없이 연우는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에 타곤 부푼 기대를 한아름안고 로비에서 내렸다.
이런 이런… 그새 사라지네…
이리저리 눈을 돌려도 로비를 샅샅이 뒤져봐도-오죽하면 벨멘이
”may I help you”
라고 안쓰럽게 쳐다보아도.-그는 사라지고 없었다.
“shit!”
‘어디로 간거야.. 사진 찍어서 윤아한테 자랑해야 하는데….에이 씨…여기 호텔 묵나..?이런 다 잡은 고기를 놓치다니…’
너무 너무 안타깝고 가슴아프기 그지 없었다.
‘가까이서 보니 더 멋찌네~그넘….윤아한테 자랑해야쥐~~ 봤다구~~히히^^’
그래도 잠깐이라도 본 정지훈의 모습이 연우의 눈에 각인되 절로 웃음이 흘러나왔다. 장난으로지만 얼마나 윤아와 정지훈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없을까 고민했는지..차한잔 했음 소원이없겠다고 20대의 누님들의 애간장을 녹이던 넘..
‘그래도 하루 늦게 가는 보람이 있네^^’
연우가 한국을 떠나오기 전만해도 23살의 정지훈은 인기 절정의 연예인이었는데 가끔 접속해서 보는 인터넷상의 연예뉴스에서는 4년이 지난 지금 그때보다 더한 인기로 항상 앞면을 장식할 정도로 범접할 수 없는 명실공히 한국 최고로 자리 잡고 있었다.
‘잘난넘….’
아직 남은 하루가 따분하긴 했지만, 이런 쇼킹한 일도 생기고..사진 못찍은건 좀 서운하긴 했지만 그래도 연우의 기분을 up시키기엔 모자람이 없었다. 드뎌 낼은 진짜로 한국으로 간다..
10월 17일- 아침엔 그저 그랬지만 기분 좋은 하루…하루 간의 여유.. 지루함.. 쇼킹 현장.. 서연우 정지훈을 4m앞에서 보다…
그날 연우의 작은 칸이 채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 10월 18일 조금 일찍 나간 공항에서는 좋은 소식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제의 일이 반복될지도 모른다는 염려에 연우는 아침부터 서둘러 공항으로 나섰다.
“I had reservation.. my name….and reservation number is….”
탑승 수속을 밟고 있는데 리스트를 살펴보던 직원이 연우를 보며 씨익 웃었다.
“business class”
“What? Check again pleas, I’m not….”
“I know..but..”
하루 미뤄진게 죄송한 나머지 어제 출발했어야 할 승객의 수속 밟는 순서대로 비즈니스 클레
스의 여유좌석을 제공하겠다는 항공사의 서비스라는 것이 그 직원의 설명이었다.
‘앗싸~~내가 언제 비즈니스를 타보겠냐 것도 국제항공으로~~히히^^ ‘
“thank you a lot!!”
비즈니스 티켓을 한손에 꼭 쥐고 너무 너무 좋은 기분으로 boarding을 하려고 줄을섰다. 9.11이후 삼엄해진 공항 경비와 수속 절차는 내국인뿐 아니라 특히 외국인들을 힘들게했다. 그래도 미국으로 들어오는 것보다는 나가는 절차가 덜 까다롭긴 했다.
처음에 미국 공항에 발 들여놓을 때 왜 미국이란 나라가 테러를 당하는지 공감이 갈 정도의 억지스런 수속 과정이 연우를 열받게했다.
짐 검사와 몸 수색등이 끝나고 공항은 약간 들뜨 분위기 –아니 그것보다 조금 시뜨러울정도로 웅성거렸다.
“머야?”
사람들이 한참 몰려있는 곳이 있었지만 것도 한국 사람들만, 거기에 끼었다간 괜히 몸만 힘들어질 것 같아 까치발을 들어 구경하려고 했지만 아무것도 눈에 잡히는 건 없었다.
‘관두자’
고개가 자꾸 뒤로 향하는걸 외면하고 면세점 구경으로 다시 관심을 돌렸다. 오래간만에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친구들 선물도 무시할 수없었다. 말로는
‘괜찮아~~ 너 오면 됬지~~ 선물같은거 걱정하지 말구 와~~’
하지만서도 정말 빈손으로 들어가면 연우를 잡아 먹을지 모를 친구들이었다.
특히 윤아는
“내 선물?”
하면서 노골적으로 가방을 노려볼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많이 비싸지 않은 화장품을 골라서 계산하고 돌아서려는데 손바닥만한 액자가 눈에 띄었다.
‘ I love L.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