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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내불가언(貴乃不可言)
귀하기가 이를 데 없습니다
貴 : 귀할 귀(貝/5)
乃 : 이어 내(丿/1)
不 : 아닐 불(一/3)
可 : 옳을 가(口/2)
言 : 말씀 언(言/0)
출전 : 사기(史記) 卷092 회음후열전(淮陰侯列傳)
제(齊)나라 사람 괴통(蒯通)이 항우군을 물리친 한신(韓信) 찾아와 설득하려고 이렇게 말했다. "저는 일찍이 관상 보는 법을 배운 적이 있습니다."
한신이 물었다. "선생께서는 어떤 법으로 관상을 보십니까?"
괴통이 관상 보는 법을 말하자 한신이 물었다. "좋습니다. 그러면 선생이 보기에 제 관상은 어떻습니까?"
괴통이 쥐위를 물러나게 해 달라하고서 말했다. "장군의 관상을 보니 제후로 봉해지는데 지나지 않으며, 게다가 위태롭고 불안합니다. 그러나 장군의 등을 보니 귀하기가 이를 데 없습니다(相君之面, 不過封侯, 又危不安. 相君之背, 貴乃不可言)."
관상은 생김새를 보고 그 사람의 성격, 운명 등을 알아보는 일이다. '삼라만상이 얼굴 안에 있다'고 믿었던 과거뿐 아니라 오늘날에도 관상은 여전히 힘을 발휘한다.
선거철이 되면 많은 정치인이 관상을 보고, 기업인들은 중요한 의사 결정을 앞두고 찾아간다. 모 인사는 관상을 좋게 하려고 머리카락을 일부러 뽑아 이마를 넓게 만들었다고 한다. 정말 뛰어난 이들은 관상을 따르기보다 전략적으로 활용했다.
대표적 인물이 한고조 유방이다. 동네 건달 유방은 유력자인 여공이 개최한 잔치에 참석해 빈 봉투에 축하금 1만전을 허장성세로 쓰고 VIP석을 차지했다. 여공은 유방의 관상에서 가능성을 보고 사위로 삼는다.
그 덕분에 그는 천하통일 대업을 위한 물질적, 정신적 자산을 확보할 수 있었다. 후대에 용안(龍顔)이 임금의 얼굴을 뜻하게 된 것도 '코가 우뚝하고 용의 얼굴이었다'는 유방의 관상에서 비롯됐다.
반간계로 유명한 고조의 참모 진평도 관상 덕을 본 케이스. 형네 집에서 기생하던 청년 백수였지만 '관상' 덕분에 부잣집 사위로 발탁돼 권력 이너서클로 진입한다.
한나라 장수 한신은 비운이 예측됐던 인물이다. 유세가 괴통은 한신의 반역을 부추길 때 관상을 이용한다. "귀천은 골상(骨相)에 따라 다릅니다. 얼굴 모양과 빛깔을 보고는 근심과 기쁨을 알 수 있고, 성공과 실패는 결단력에 의해 결정됩니다. 모두를 종합하여 판단하면 한 치의 어긋남이 없습니다. 당신은 제후가 고작인데, 그 자리마저 위태롭고 불안정합니다. 장군의 등을 보면 지극히 귀합니다."
'반역을 해야 잘될 팔자'란 이야기였다. 이를 거부한 한신은 왕에서 제후로 강등됐고, 결국 토사구팽당한다. 알고 보면 관상이 아니라 결단력 탓이다.
조나라 평원군은 인재 선발 시 관상을 봤다. 미처 알아보지 못했던 C급 인재 모수가 외교 성과를 올리자 관상 무용론을 공개 선언한다. "내가 지금까지 선비의 관상을 보아온 숫자는 적어도 1000이 넘었고, 잘못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자부해왔다. 모 선생의 관상은 결정적 실수다. 다시는 인물을 감정하지 않겠다."
관상가들조차 "관상보다 중요한 게 신상(건강)이고, 신상보다 중요한 게 심상(마음가짐)"이라고 말한다. 리더의 요건에 적용해 하나 더하자면 세상(시대정신)이 아닐까.
대선 유력 후보가 관상가를 찾아 대통령상인지 물었다고 한다. 국민은 후보가 좋은 관상인지 궁금해 하기보다 좋은 세상을 만들 방법을 궁리하길 바란다.
영화 '관상' 속 천재 관상가 내경(송강호)도 말하지 않았는가. "난 사람의 얼굴을 봤을 뿐, 시대의 모습을 보지 못했소." 관상만 보고 세상을 보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고….
史記列傳 卷92 淮陰侯列傳 : 韓信
(사기열전 권92 회음후열전 : 한신)
한신(韓信)은 전한(前漢)의 장군이자 제후이다. 회음현 출신으로 유방의 부하로 있을 때 수많은 전투에서 승리해, 유방의 패권을 결정지었다. 한초삼걸(漢初三傑) 중 하나로 꼽히며, 소하(蕭何)가 국사무쌍(國士無雙)이라고 일컬은 명장이다.
이 장에서는 초한전쟁시 무섭(武涉)이 항우의 명령을 받고 천하삼분지계를 주장하며 한신이 독립하도록 유혹하여 유방과 한신을 모두 제거하려고 시도하나, 한신은 한왕의 은혜를 배반할 수 없다고 하여 이를 거절한다. 또한 괴통(蒯通)은 한나라를 배반하고 하늘이 준 기회를 잡으라고 건의한다.
(前略)
17.
楚已亡龍且, 項王恐, 使盱眙人武涉往說齊王信曰 :
초나라는 용저(龍且)가 죽자 항왕(項王; 항우)은 두려워하여 우이(盱眙) 출신 무섭(武涉)을 제왕(齊王) 한신에게 보내어 설득하게 하니 무섭이 한신에게 말했다.
天下共苦秦久矣, 相與力擊秦.
온 천하가 함께 진(秦)나라에 괴로움을 당한 지가 오래되어 서로 힘을 합해 진을 공격했습니다.
秦已破, 計功割地, 分土而王之, 以休士卒.
진이 격파된 후 공을 헤아려 땅을 나누고 나눈 땅에 왕을 봉해 병사들을 쉬게 했습니다.
今漢王復興兵而東, 侵人之分, 奪人之地;
그런데 지금 한왕(漢王)은 다시 군사를 일으켜 동쪽으로 진격해 남의 땅을 침범하여 그 땅을 빼앗았으며,
已破三秦, 引兵出關, 收諸侯之兵以東擊楚;
이미 삼진(三秦)을 깨뜨리고 군대를 이끌고 함곡관을 빠져나와 제후의 군대를 거두면서 동쪽으로 초나라를 공격하고 있으며,
其意非盡吞天下者不休, 其不知厭足如是甚也.
그의 뜻은 천하를 삼키지 않으면 그치지 않을 것이니, 그가 만족할 줄 모르는 것이 이렇게 심합니다.
且漢王不可必, 身居項王掌握中數矣, 項王憐而活之, 然得脫, 輒倍約, 復擊項王, 其不可親信如此.
또한 한왕은 믿을 수가 없는 자로 몸이 항왕의 손에 여러 번 쥐어졌지만, 항왕은 그를 가엾게 여겨 살려주었으나 위기를 벗어나면 번번이 약속을 파기하고, 다시 항왕을 공격했으니, 그를 가깝게 여기고 믿을 수 없음이 이와 같습니다.
(註)
◯ 武涉(무섭) : 진나라 말기의 책사(策士). 동해군(東海郡) 우태(盱台) 출신으로 항우를 섬겼으며, 초한전쟁시 항우의 명령을 받고 괴철보다 앞서서 천하삼분지계를 주장하며 한신이 독립하도록 유혹하여 이이제이로 유방과 한신을 모두 제거하려고 시도했다.
◯ 厭足(염족) : 만족하다.
◯ 必(필) : 신임하다. 서로 믿다.
◯ 倍(배) : 파기하다. 배반하여 버리다.
今足下雖自以與漢王為厚交, 為之盡力用兵, 終為之所禽矣.
지금 족하께서는 비록 스스로 한왕과 두터운 교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를 위해 있는 힘을 다해 군대를 지휘하지만 끝내는 그의 포로가 되고 말 것입니다.
足下所以得須臾至今者, 以項王尚存也.
족하께서 지금까지 잠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까닭은 항왕이 아직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當今二王之事, 權在足下.
지금 한왕과 항왕 두 사람의 싸움에서 저울추는 족하에게 있습니다.
足下右投則漢王勝, 左投則項王勝.
족하께서 추를 오른쪽으로 기울이면 한왕이 이기고, 왼쪽으로 기울이면 항왕이 이길 것입니다.
項王今日亡, 則次取足下.
항왕이 오늘 망하면 다음에는 족하를 없앨 것입니다.
足下與項王有故, 何不反漢與楚連和, 參分天下王之.
족하는 항왕과 옛 교분이 있으신데 왜 한나라를 배반하고 초나라와 연합하여 천하를 셋으로 나누어 왕이 되려하지 않으십니까?
今釋此時, 而自必於漢以擊楚, 且為智者固若此乎.
지금 이 기회를 버리고 스스로 한나라를 믿고 초나라를 치고자 하니, 이것이 어찌 지혜로운 자가 할 일이겠습니까!
(註)
◯ 厚交(후교) : 두터운 교제.
◯ 須臾(수유) : 잠시. 얼마 안 있어.
◯ 權(권) : 저울추.
韓信謝曰 :
한신이 거절하며 말했다.
臣事項王, 官不過郎中, 位不過執戟, 言不聽, 畫不用, 故倍楚而歸漢.
제가 항왕을 섬길 때에는 벼슬은 낭중(郎中)에 지나지 않았고, 지위도 창잡이에 불과했으며, 말을 해도 들어주지 않고 계책도 받아들여 주지 않아, 그런 이유로 초나라를 배반하고 한나라로 갔습니다.
漢王授我上將軍印, 予我數萬眾, 解衣衣我, 推食食我, 言聽計用, 故吾得以至於此.
한왕(漢王)은 나에게 상장군(上將軍)의 인수(印綬)를 주었고, 나에게 수만의 군사를 주었으며, 자신의 옷을 벗어서 나에게 입혀주고, 자신의 밥을 밀어 나에게 먹였으며, 어떤 말이나 계책도 모두 듣고 받아주었으므로 내가 여기까지 이를 수 있었던 것입니다.
夫人深親信我, 我倍之不祥, 雖死不易. 幸為信謝項王.
대저 남이 깊이 나를 믿고 가까이 하는데 내가 배반하는 것은 상서롭지 못한 것이니, 비록 죽을지라도 마음을 바꿀 수 없습니다. 나를 대신해 항왕에게 거절해 주시기를 희망하오!
(註)
◯ 執戟(집극) : 창잡이. 낭중(郎中)은 숙직하며 창을 잡고 지키는 직책이다.
◯ 畫(획) : 계책.
◯ 解衣衣我(해의의아), 推食食我(추식사아) : 解衣推食(해의추식). 추식해의(推食解衣)라고도 한다. 옷을 벗어 주고 밥을 나누어 준다는 뜻으로, 남을 각별히 친절하게 대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推食食我(추식사아) 중에 뒤의 食(먹이다)는 飼로 읽는다.
◯ 言聽計用(언청계용) : 남의 계책(計策)을 깊이 믿어서 그를 따라 하자는 대로 함.
◯ 幸(행) : 희망하다.
18.
武涉已去, 齊人蒯通知天下權在韓信, 欲為奇策而感動之, 以相人說韓信曰 : 仆嘗受相人之術.
무섭(武涉)이 떠난 후 제나라 사람 괴통(蒯通)이 천하의 권력이 한신에게 있다는 것을 알고, 기이한 계책으로 감동시키고 싶어 관상에 대하여 한신을 설득하려고 말했다. "제가 일찍이 관상을 배운 적이 있습니다."
韓信曰 : 先生相人何如.
한신이 말했다. "선생이 관상술은 어떤 것입니까?"
對曰 : 貴賤在於骨法, 憂喜在於容色, 成敗在於決斷, 以此參之, 萬不失一.
괴통이 대답하였다. "부귀함과 빈천함은 골상에 달려 있고, 걱정과 기쁨은 얼굴모양과 빛깔에 달려 있으며, 성공과 실패는 결단에 달려 있으니, 이것을 참고하면 만의 하나도 어긋나지 않습니다."
(註)
◯ 蒯通(괴통) : 한신(韓信)의 책사(策士)로 본명은 괴철(蒯徹)이다
◯ 奇策(기책) : 기이한 계책.
◯ 仆(복) : 저. 소인. 자기를 낮추어 말함.
◯ 相人(상인) : 관상가.
◯ 骨法(골법) : 골상(骨相). 골격.
◯ 參(참) : 참고하다. 고찰하다.
韓信曰 : 善. 先生相寡人何如.
한신이 말했다. "좋소. 선생은 과인의 관상을 어떻게 보시오?"
對曰 : 願少閒.
괴통이 대답하였다. "잠시 사람들을 물리쳐 주십시오."
信曰 : 左右去矣.
한신이 말했다. "다들 물러가라."
通曰 : 相君之面, 不過封侯, 又危不安. 相君之背, 貴乃不可言.
괴통이 말했다. "장군의 얼굴을 보면 제후의 상에 불과하며, 게다가 위태롭고 불안합니다. 장군의 등을 보면 귀하기가 이를 데 없습니다."
韓信曰 : 何謂也.
한신이 말하였다. "무슨 말이오?"
(註)
◯ 願少閒(원소간) : 잠시 주위의 사람을 물리치다. 閒은 間. 틈. 기회.
◯ 相君之面(상군지면) : 한신이 한왕을 바라보고 있음을 말한다.
◯ 相君之背(상군지배) : 한왕을 배반함을 말한다. 즉, 한왕을 배반할 것을 권하는 것이다.
蒯通曰 : 天下初發難也, 俊雄豪桀建號壹呼, 天下之士雲合霧集, 魚鱗襍遝, 熛至風起.
괴통이 말하였다. "천하가 처음 봉기하였을 때는 영웅호걸들이 왕이라고 칭하고 한번 소리치자, 천하의 선비들이 구름처럼 몰려들고 물고기 비늘처럼 북적거리고 불길과 바람처럼 일어났습니다.
當此之時, 憂在亡秦而已.
당시에는 걱정은 오직 진나라를 멸망시키는 것뿐이었습니다.
今楚漢分爭, 使天下無罪之人肝膽涂地, 父子暴骸骨於中野, 不可勝數.
그런데 지금 초나라와 한나라가 서로 다투게 되자, 천하의 죄 없는 사람들의 간과 쓸개가 땅바닥에 널려 있게 하고, 아비와 자식의 해골이 들판에 널려있는 경우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습니다.
楚人起彭城, 轉鬬逐北, 至於滎陽, 乘利席卷, 威震天下.
초나라 사람 항우가 팽성에서 일어나 여기저기서 전투를 하며 달아나는 적을 쫓아다니다 형양(滎陽)에 이르러, 그 승세를 타고 각지를 석권하자 그 위세가 천하를 진동시켰습니다.
(註)
◯ 魚鱗雜遝(어린잡답) : =魚鱗雜沓. 물고기의 비늘처럼 빽빽함. 魚鱗(어린)은 물고기의 비늘. 雜沓(잡답)은 북적거림. 빽빽함.
◯ 熛(표) : 불꽃. 불똥.
然兵困於京索之閒, 迫西山而不能進者, 三年於此矣.
그러나 그의 군사는 경(京)과 삭(索) 사이에서 곤경에 빠지고 서산(西山)에 가로막혀 전진할 수 없게 된 지가 벌써 3년이나 되었습니다.
漢王將數十萬之眾, 距鞏雒, 阻山河之險, 一日數戰, 無尺寸之功.
한왕(漢王)은 수십만 명의 군사를 거느리고 공(鞏)과 낙(雒) 사이에서, 험준한 산세와 황하를 끼고 하루에 몇 차례 싸웠지만 조그만 공도 세우지 못했습니다.
折北不救, 敗滎陽, 傷成皋, 遂走宛葉之閒, 此所謂智勇俱困者也.
패배해도 구원해주는 사람이 없어 형양에서 패하고, 성고에서 군사를 잃은 채, 마침내 완(宛)과 섭(葉) 사이로 달아났으니. 이것이 이른바 지혜로운 자와 용맹스러운 자가 모두 곤경을 당한 경우입니다.
(註)
◯ 尺寸(척촌) : 적고 사소한 것.
◯ 折北(절배) : 패배하다. 折은 좌절.
夫銳氣挫於險塞, 而糧食竭於內府, 百姓罷極怨望, 容容無所倚.
무릇 날카로운 기세는 험준한 요새에서 꺾이고, 양식은 창고에서 바닥나고, 백성들은 매우 피폐해져서 원망하니 민심은 동요되어 의지할 곳이 없습니다.
以臣料之, 其勢非天下之賢聖固不能息天下之禍.
제가 생각하기에 이러한 형세는 천하의 성현이 아니면 그 천하의 재앙을 그치게 할 수 없습니다.
當今兩主之命縣於足下.
지금 한왕과 항왕의 운명은 족하에게 달려 있습니다.
(註)
◯ 內府(내부) : 창고. 곳간.
◯ 容容(용용) : 동요하다.
足下為漢則漢勝, 與楚則楚勝.
족하께서 한나라를 위하면 한나라가 이길 것이요, 초나라와 함께하면 초나라가 이길 것입니다.
臣願披腹心, 輸肝膽, 效愚計, 恐足下不能用也.
신은 속마음을 터놓고 간과 쓸개를 드러낸 채 어리석은 계책을 말씀드리려고 하는데, 족하께서 받아들이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誠能聽臣之計, 莫若兩利而俱存之, 參分天下, 鼎足而居, 其勢莫敢先動.
진실로 족하께서 저의 계책을 써주신다면, 한과 초를 이롭게 하고 두 임금을 존속시켜, 천하를 셋으로 나누어 솥의 다리처럼 버티게 하면 그 형세는 누구도 감히 먼저 움직이지 못할 것입니다.
夫以足下之賢聖, 有甲兵之眾, 據彊齊, 從燕趙, 出空虛之地而制其後, 因民之欲, 西鄉為百姓請命, 則天下風走而響應矣, 孰敢不聽.
그후 족하처럼 현명한 분이 수많은 무장 병사를 거느리고, 강대한 제나라를 점거하여 연과 조를 따르게 하고, 주인이 없는 땅으로 나아가 한과 초의 후방을 제압하고, 백성들이 바라는 대로 서쪽으로 진격해서 백성들의 생명을 보호해준다면, 천하가 바람처럼 달려오고 메아리처럼 호응할 것이니, 누가 감히 족하의 명을 듣지 않겠습니까!
(註)
◯ 輸(수) : 헌납하다.
◯ 鼎足而居(정족이거) : 三足鼎立(삼족정립). 세 나라가 세력 균형을 이루면서 대립하다.
◯ 西鄉(서향) : 서쪽으로 진격해 두 나라의 전쟁을 끝내게 하다. 鄉은 向과 같다.
◯ 請命(청명) : 백성의 생명을 보호하고 고통을 덜어 줄 것을 빌다.
邦大弱彊, 以立諸侯, 諸侯已立, 天下服聽而歸德於齊.
큰 나라를 나누고 강한 나라를 약화시켜 되어 제후를 세우시고, 제후를 세운 후에는 천하가 복종하며 그 은덕을 제나라에 돌릴 것입니다.
案齊之故, 有膠泗之地, 懷諸侯以德, 深拱揖讓, 則天下之君王相率而朝於齊矣.
제나라의 옛 땅인 것을 감안해 교(膠)와 사(泗)의 땅을 보유하고 덕으로써 제후들을 회유하시고, 두 손 모아 읍하면서 겸양하면 천하의 군주들이 서로 좇아와 제나라에 입조할 것입니다.
蓋聞天與弗取, 反受其咎, 時至不行, 反受其殃.
듣건대 '하늘이 주는 것을 받지 않으면 도리어 그 허물을 받고, 때가 왔을 때에 행하지 않으면 도리어 그 재앙을 받는다'고 합니다.
願足下孰慮之.
족하께서는 깊이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註)
◯ 邦大弱彊(방대약강) : 큰 나라를 나누고 강한 나라를 약하게 하다. 割大弱彊의 오류.
◯ 深拱揖讓(심공읍양) : 팔짱 끼고 읍하며 사양함. 겸양(謙讓)의 표시.
◯ 蓋聞(개문) : 듣는 바로는. 듣건대 ~이라 한다.
◯ 天與不取(천여불취), 反受其咎(반수기구) : 하늘이 주는 것을 취하지 아니하면 도리어 그 허물을 받고, 좋은 기회가 왔는데도 행하지 아니하면 도리어 그 재앙을 받는다(天與不取 反受其咎 時至不行 反受其殃).
※ 때를 얻으면 태만하지 말라. 때는 두 번 오지 않는다. 하늘이 주는데도 이를 받지 않으면 그것이 도리어 재앙이 된다(得時無怠, 時不再來, 天予不取, 反為之災). - 범려가 월왕 구천에게 간한 말(國語/越語)
(後略)
▶️ 貴(귀할 귀)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조개 패(貝; 돈, 재물)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궤, 귀)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궤)는 흙을 담는 그릇, 대나무로 만든 바구니로, 나중에 흙이 아니고 물건을 넣어두는 것에도 쓰였다. 貝(패; 재산, 화물), 많이 있는 보배, 귀하다, 귀하게 여기는 일을 말한다. ❷회의문자로 貴자는 '귀하다'나 '(신분이)높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貴자는 臼(절구 구)자와 土(흙 토)자, 貝(조개 패)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런데 갑골문에 나온 貴자를 보면 양손으로 흙을 감싸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농경을 중시하던 시대에 흙은 만물을 창조하는 귀한 존재였다. 그래서 갑골문에서는 이렇게 양손으로 흙을 감싸는 모습을 그려져 '귀하다'나 '귀중하다'라는 뜻을 표현했었다. 그러나 소전에서는 여기에 貝자가 더해지면서 귀중함의 존재가 흙에서 재물로 옮겨져 오게 되었다. 그래서 貴(귀)는 (1)한자로 된 명사(名詞) 앞에 쓰이어 상대편을 높이어 예의(禮儀)를 나타내는 말 (2)희귀(稀貴)하거나 존귀(尊貴)하다는 뜻을 나타냄 등의 뜻으로 ①귀하다 ②신분이 높다 ③중요하다, 귀중하다 ④귀하게 여기다, 숭상하다 ⑤공경하다, 존중하다 ⑥비싸다, 값이 높다 ⑦바라다 ⑧귀(貴)한 사람 ⑨높은 지위(地位)나 권세(權勢) ⑩높임말 ⑪존칭(尊重)의 접두어(接頭語)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윗 상(上), 높을 항(亢), 높을 탁(卓), 높을 교(喬), 높을 준(埈), 높을 존(尊), 높을 아(峨), 높을 준(峻), 높을 숭(崇), 높을 외(嵬), 높을 요(嶢), 높을 륭(隆), 밝을 앙(昻), 드물 한(罕), 높을 고(高),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천할 천(賤)이다. 용례로는 편지나 물품을 받는 단체의 이름 밑에 쓰는 말을 귀중(貴中), 상대방을 높여 부르는 말을 귀하(貴下), 귀하고 소중함을 귀중(貴重), 신분이 높고 가문이 좋은 사람을 귀족(貴族), 비싼 값을 귀가(貴價), 귀한 손님을 귀빈(貴賓), 존귀하고 이름이 높음을 귀현(貴顯), 부귀와 빈천을 귀천(貴賤), 신분이 높은 사람을 귀인(貴人), 상대방의 나라를 높여 부르는 말을 귀국(貴國), 특별히 귀염을 받는 아이를 귀동(貴童), 존귀한 자태를 귀태(貴態), 귀하게 될 모습 또는 체격을 귀격(貴格), 지체가 높고 귀함을 영귀(榮貴), 스스로를 존귀하게 여김을 자귀(自貴), 드물어 매우 귀함을 희귀(稀貴), 인품이나 지위가 높고 귀함을 고귀(高貴), 재산이 넉넉하고 지위가 높음을 부귀(富貴), 보배롭고 귀중함을 진귀(珍貴), 물건값이 뛰어 오름을 등귀(騰貴), 물건이 귀함을 품귀(品貴), 높고 귀함을 존귀(尊貴), 곡식이 달리어 값이 비쌈을 곡귀(穀貴), 귀를 귀하게 여기고 눈을 천하게 여긴다는 뜻으로 먼 곳에 있는 것을 괜찮게 여기고 가까운 것을 나쁘게 여김을 일컫는 말을 귀이천목(貴耳賤目), 고니를 귀히 여기고 닭을 천하게 여긴다는 뜻으로 먼 데 것을 귀하게 여기고 가까운 데 것을 천하게 여기는 것이 인지상정임을 일컫는 말을 귀곡천계(貴鵠賤鷄), 신분이나 지위의 귀함함과 천함과 높음과 낮음을 일컫는 말을 귀천상하(貴賤上下), 군자는 인서仁恕의 마음이 있으므로 만사에 자신보다 타인을 높인다는 말을 귀인천기(貴人賤己) 등에 쓰인다.
▶️ 乃(이에 내, 노 젓는 소리 애)는 ❶지사문자로 말이 입에서 술술 나오지 않고 막히는 상태(狀態)를 나타낸다. 빌어 위의 글을 받아 밑의 글을 일으키는 조사(助詞)로 쓴다. ❷상형문자로 乃자는 ‘이에’나 ‘곧’, ‘비로소’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乃자의 유래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乃자의 갑골문을 보면 마치 새끼줄이 구부러진 것과 같은 모습이 그려져 있기는 하지만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乃자에 ‘노 젓는 소리’라는 뜻이 있는 것으로 보아 무언가를 휘두르는 모습을 표현했던 것으로는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추측과는 관계없이 乃자는 일찍부터 ‘이에’나 ‘곧’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참고로 乃자는 한때 ‘너’나 ‘당신’의 다른 말로 쓰이기도 했다. 그래서 乃(내, 애)는 성(姓)의 하나로 ①이에, 곧 ②그래서 ③더구나 ④도리어 ⑤비로소 ⑥의외로, 뜻밖에 ⑦또 ⑧다만 ⑨만일(萬一) ⑩겨우 ⑪어찌 ⑫이전에 ⑬너, 당신(當身), 그대 ⑭이와 같다, 그리고 ⓐ노 젓는 소리(애) ⓑ노 저으며 내는 소리(애)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이에 원(爰)이다. 용례로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네 아비 또는 이 아비라는 뜻으로 자기를 가리켜 일컫는 말을 내부(乃父), 아버지가 아들에게 네 아비 또는 이 아비라는 뜻으로 자기를 가리켜 일컫는 말을 내옹(乃翁), 어머니가 자녀에게 네 어미 또는 이 어미라는 뜻으로 자기를 가리켜 일컫는 말을 내모(乃母),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네할아비 또는 이 할아비라는 뜻으로 자기 자신을 일컫는 말을 내조(乃祖), 임금이 신하에게 또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자기를 일컫는 말을 내공(乃公), 수량을 나타내는 말들 사이에 쓰이어 얼마에서 얼마까지의 뜻을 나타냄을 내지(乃至), 그이의 아들을 내자(乃子), 그이의 딸을 내녀(乃女), 그이의 손자를 내손(乃孫), 그이의 처를 내처(乃妻), 그이의 언니를 내형(乃兄), 나중으로 얼마의 시간이 지난 뒤를 내종(乃終), 필경에나 마침내를 종내(終乃), 문무를 아울러 갖춘다는 뜻으로 임금의 덕을 높이고 기림을 일컫는 말을 내무내문(乃武乃文), 틀림없이 꼭 망하고야 만다 또는 패멸을 면할 길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필망내이(必亡乃已) 등에 쓰인다.
▶️ 不(아닐 부, 아닐 불)은 ❶상형문자로 꽃의 씨방의 모양인데 씨방이란 암술 밑의 불룩한 곳으로 과실이 되는 부분으로 나중에 ~하지 않다, ~은 아니다 라는 말을 나타내게 되었다. 그 때문에 새가 날아 올라가서 내려오지 않음을 본뜬 글자라고 설명하게 되었다. ❷상형문자로 不자는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不자는 땅속으로 뿌리를 내린 씨앗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아직 싹을 틔우지 못한 상태라는 의미에서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참고로 不자는 '부'나 '불' 두 가지 발음이 서로 혼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不(부/불)는 (1)한자로 된 말 위에 붙어 부정(否定)의 뜻을 나타내는 작용을 하는 말 (2)과거(科擧)를 볼 때 강경과(講經科)의 성적(成績)을 표시하는 등급의 하나. 순(純), 통(通), 약(略), 조(粗), 불(不)의 다섯 가지 등급(等級) 가운데 최하등(最下等)으로 불합격(不合格)을 뜻함 (3)활을 쏠 때 살 다섯 대에서 한 대도 맞히지 못한 성적(成績) 등의 뜻으로 ①아니다 ②아니하다 ③못하다 ④없다 ⑤말라 ⑥아니하냐 ⑦이르지 아니하다 ⑧크다 ⑨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 그리고 ⓐ아니다(불) ⓑ아니하다(불) ⓒ못하다(불) ⓓ없다(불) ⓔ말라(불) ⓕ아니하냐(불) ⓖ이르지 아니하다(불) ⓗ크다(불) ⓘ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불) ⓙ꽃받침, 꽃자루(불)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아닐 부(否), 아닐 불(弗), 아닐 미(未), 아닐 비(非)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옳을 가(可), 옳을 시(是)이다. 용례로는 움직이지 않음을 부동(不動),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일정하지 않음을 부정(不定), 몸이 튼튼하지 못하거나 기운이 없음을 부실(不實), 덕이 부족함을 부덕(不德), 필요한 양이나 한계에 미치지 못하고 모자람을 부족(不足), 안심이 되지 않아 마음이 조마조마함을 불안(不安), 법이나 도리 따위에 어긋남을 불법(不法), 어떠한 수량을 표하는 말 위에 붙어서 많지 않다고 생각되는 그 수량에 지나지 못함을 가리키는 말을 불과(不過), 마음에 차지 않아 언짢음을 불만(不滿), 편리하지 않음을 불편(不便), 행복하지 못함을 불행(不幸), 옳지 않음 또는 정당하지 아니함을 부정(不正),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속까지 비치게 환하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불투명(不透明), 할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것을 이르는 말을 불가능(不可能), 적절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부적절(不適切), 하늘 아래 같이 살 수 없는 원수나 죽여 없애야 할 원수를 일컫는 말을 불구대천(不俱戴天), 묻지 않아도 옳고 그름을 가히 알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불문가지(不問可知), 사람의 생각으로는 미루어 헤아릴 수도 없다는 뜻으로 사람의 힘이 미치지 못하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오묘한 것을 이르는 말을 불가사의(不可思議), 생활이 바르지 못하고 썩을 대로 썩음을 일컫는 말을 부정부패(不正腐敗), 지위나 학식이나 나이 따위가 자기보다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아니함을 두고 이르는 말을 불치하문(不恥下問), 세상일에 미혹되지 않는 나이라는 뜻으로 마흔 살을 이르는 말을 불혹지년(不惑之年), 필요하지도 않고 급하지도 않음을 일컫는 말을 불요불급(不要不急), 휘지도 않고 굽히지도 않는다는 뜻으로 어떤 난관도 꿋꿋이 견디어 나감을 이르는 말을 불요불굴(不撓不屈), 천 리 길도 멀다 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먼길인데도 개의치 않고 열심히 달려감을 이르는 말을 불원천리(不遠千里) 등에 쓰인다.
▶️ 可(옳을 가, 오랑캐 임금 이름 극)는 ❶회의문자로 막혔던 말이(口) 튀어 나온다는 데서 옳다, 허락하다를 뜻한다. 나중에 呵(訶; 꾸짖다), 哥(歌; 노래) 따위의 글자가 되는 근본(根本)이 되었다. 또 나아가 힘드는 것이 나갈 수 있다, 되다, 그래도 좋다, 옳다를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可자는 '옳다'나 '허락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可자는 곡괭이와 口(입 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可자는 본래 농사일을 하며 흥얼거린다는 뜻으로 쓰였던 글자였다. 전적으로 노동력에 의존해야 했던 농사는 매우 힘든 일이었다. 그런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이겨내고자 흥얼거리던 노래가 바로 농요(農謠)이다. 그래서 可자는 곡괭이질을 하며 흥얼거린다는 의미에서 '노래하다'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러나 후에 可자가 '옳다'나 '허락하다'라는 뜻으로 가차(假借)되면서 지금은 여기에 입을 벌린 모습의 欠(하품 흠)자를 결합한 歌(노래 가)자가 뜻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可(가, 극)는 (1)옳음 (2)좋음 (3)성적이나 등급 따위를 평점하는 기준의 한 가지. 수, 우, 미, 양, 가의 다섯 계단으로 평점하는 경우에, 그 가장 낮은 성적이나 등급을 나타내는 말 (4)회의(會議)에서 무엇을 결정하거나 어떤 의안을 표결할 경우에 결의권을 가진 사람들의 의사(意思) 표시로서의 찬성(동의) (5)…이(가)됨, 가능(可能)함의 뜻을 나타내는 말로서 동작을 나타내는 한자어 앞에 붙음 등의 뜻으로 ①옳다 ②허락하다 ③듣다, 들어주다 ④쯤, 정도 ⑤가히 ⑥군주(君主)의 칭호(稱號) ⑦신의 칭호(稱號) 그리고 ⓐ오랑캐 임금의 이름(극)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옳을 시(是), 옳을 의(義),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아닐 부(不), 아닐 부(否)이다. 용례로는 할 수 있음을 가능(可能), 여러 사람의 의사를 따라 의안을 좋다고 인정하여 결정함을 가결(可決), 변화하거나 변경할 수 있음을 가변(可變), 움직이거나 이동할 수 있음을 가동(可動), 대체로 합당함을 가당(可當), 가능성 있는 희망을 가망(可望), 두려워할 만함을 가공(可恐), 하고자 생각하는 일의 옳은가 그른가의 여부를 가부(可否), 얄미움이나 밉살스러움을 가증(可憎), 불쌍함이나 가엾음을 가련(可憐), 눈으로 볼 수 있음을 가시(可視), 나눌 수 있음이나 분할할 수 있음을 가분(可分), 어처구니 없음이나 같잖아서 우스움을 가소(可笑), 참고할 만함이나 생각해 볼 만함을 가고(可考), 꽤 볼 만함이나 꼴이 볼 만하다는 뜻으로 어떤 행동이나 상태를 비웃을 때에 이르는 말을 가관(可觀), 스스로 생각해도 우습다는 뜻으로 흔히 편지에 쓰이는 말을 가가(可呵), 법령으로 제한 금지하는 일을 특정한 경우에 허락해 주는 행정 행위를 허가(許可), 옳지 않은 것을 불가(不可), 인정하여 허락함을 인가(認可), 아주 옳음이나 매우 좋음을 극가(極可), 안건을 결재하여 허가함을 재가(裁可), 피할 수 없음을 일컫는 말을 불가피(不可避), 할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것을 이르는 말을 불가능(不可能), 될 수 있는 대로나 되도록을 이르는 말을 가급적(可及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것을 이르는 말을 가시적(可視的), 현상이나 상태 등이 실제로 드러나게 됨 또는 드러나게 함을 이르는 말을 가시화(可視化), 침범해서는 안됨을 일컫는 말을 불가침(不可侵), 의안을 옳다고 결정함을 일컫는 말을 가결안(可決案), 옳거나 그르거나를 일컫는 말을 가부간(可否間), 불에 타기 쉬운 성질을 일컫는 말을 가연성(可燃性), 높아도 가하고 낮아도 가하다는 뜻으로 인자는 벼슬이 높아도 거만하지 않고 낮아도 두려워하지 않음으로써 직위의 고하를 가리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가고가하(可高可下), 동쪽이라도 좋고 서쪽이라도 좋다는 뜻으로 이러나 저러나 상관없다는 말을 가동가서(可東可西), 머물러 살 만한 곳이나 살기 좋은 곳을 일컫는 말을 가거지지(可居之地), 어떤 일을 감당할 만한 사람을 일컫는 말을 가감지인(可堪之人), 그럴듯한 말로써 남을 속일 수 있음을 일컫는 말을 가기이방(可欺以方), 참고하거나 생각해 볼 책이나 글을 일컫는 말을 가고문헌(可考文獻), 두렵기도 하고 우스꽝스럽기도 함을 이르는 말을 가공가소(可恐可笑), 믿을 만한 사람이나 믿음직한 사람을 일컫는 말을 가신지인(可信之人), 투표 등의 개표 결과가 찬성과 반대가 동수임을 일컫는 말을 가부동수(可否同數) 등에 쓰인다.
▶️ 言(말씀 언, 화기애애할 은)은 ❶회의문자로 辛(신)과 口(구)의 합자(合字)이다. 辛(신)은 쥘손이 있는 날붙이의 상형이고, 口(구)는 맹세의 문서의 뜻이다. 불신이 있을 때에는 죄를 받을 것을 전제로 한 맹세로, 삼가 말하다의 뜻을 나타낸다. ❷회의문자로 言자는 '말씀'이나 '말'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言자의 갑골문을 보면 口(입 구)자 위로 나팔과 같은 모양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을 두고 생황(笙簧)이라고 하는 악기의 일종을 그린 것이라는 설도 있고 나팔을 부는 모습이라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말소리가 퍼져나가는 모습을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 言자는 이렇게 입에서 소리가 퍼져나가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부수로 쓰일 때는 '말하다'와 관계된 뜻을 전달하게 된다. 참고로 갑골문에서의 言자는 '소리'나 '말'이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래서 금문에서는 이를 구분하기 위해 여기에 획을 하나 그은 音(소리 음)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래서 言(언, 은)은 ①말씀, 말 ②견해(見解), 의견(意見) ③글 ④언론(言論) ⑤맹세(盟誓)의 말 ⑥호령(號令) ⑦하소연(딱한 사정 따위를 간곡히 호소함) ⑧건의(建議), 계책(計策) ⑨허물, 잘못 ⑩혐극(嫌隙: 서로 꺼리고 싫어하여 생긴 틈) ⑪이에 ⑫요컨대, 다시 말하면 ⑬여쭈다, 묻다 ⑭기재하다, 적어넣다 ⑮소송하다 ⑯이간하다(離間; 헐뜯어 서로 멀어지게 하다) ⑰알리다 ⑱예측하다 ⑲말하다 ⑳조문하다, 위문하다 그리고 ⓐ화기애애 하다(은) ⓑ화기애애 하면서 삼가는 모양(은) ⓒ위엄(威嚴)이 있는 모양(은)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말씀 화(話), 말씀 설(說), 말씀 어(語), 말씀 담(談), 말씀 사(辭), 말씀 변(辯),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글월 문(文), 호반 무(武), 다닐 행(行)이다. 용례로는 말로나 글로써 자기의 의사를 발표하는 일을 언론(言論), 어떤 일과 관련하여 말함을 언급(言及), 사람이 생각이나 느낌을 소리나 글자로 나타내는 수단을 언어(言語), 말과 행동을 언행(言行), 같은 말을 쓰는 사람들을 언중(言衆),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을 입으로 나타내는 소리를 언사(言辭), 말로 한 약속을 언약(言約), 말을 잘 하는 재주를 언변(言辯), 입담 좋게 말을 잘 하는 재주를 언설(言舌), 말로써 옥신각신 함을 언쟁(言爭), 상대자가 한 말을 뒤에 자기가 할 말의 증거로 삼음을 언질(言質), 말과 글을 언문(言文), 말 속에 뼈가 있다는 뜻으로 예사로운 표현 속에 만만치 않은 뜻이 들어 있음을 이르는 말을 언중유골(言中有骨), 여러 말을 서로 주고 받음 또는 서로 변론하느라 말이 옥신각신 함을 이르는 말을 언거언래(言去言來), 서로 변론 하느라고 말이 옥신각신 함을 이르는 말을 언삼어사(言三語四), 말하고 웃는 것이 태연하다는 뜻으로 놀라거나 근심이 있어도 평소의 태도를 잃지 않고 침착함을 이르는 말을 언소자약(言笑自若), 말인즉 옳다는 뜻으로 말 하는 것이 사리에 맞는다는 뜻을 이르는 말을 언즉시야(言則是也), 말과 행동이 같음 또는 말한 대로 행동함을 언행일치(言行一致), 말할 길이 끊어졌다는 뜻으로 너무나 엄청나거나 기가 막혀서 말로써 나타낼 수가 없음을 이르는 말을 언어도단(言語道斷), 말이 실제보다 지나치다는 뜻으로 말만 꺼내 놓고 실행이 부족함을 이르는 말을 언과기실(言過其實), 말이 천리를 난다는 뜻으로 말이 몹시 빠르고도 멀리 전하여 퍼짐을 일컫는 말을 언비천리(言飛千里), 말 속에 울림이 있다는 뜻으로 말에 나타난 내용 이상의 깊은 뜻이 있음을 이르는 말을 언중유향(言中有響), 들은 말이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는 뜻으로 들은 말을 귓속에 담아 두고 잊어버리지 않는다는 말을 언유재이(言猶在耳), 말 가운데 말이란 뜻으로 순한 듯 한 말속에 어떤 풍자나 암시가 들어 있다는 말을 언중유언(言中有言), 두 가지 값을 부르지 아니한다는 뜻으로 에누리하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언무이가(言無二價), 남의 인격이나 계책을 깊이 믿어서 그를 따라 하자는 대로 함을 이르는 말을 언청계용(言聽計用), 하는 말과 하는 짓이 서로 반대됨을 일컫는 말을 언행상반(言行相反), 말은 종종 화를 불러들이는 일이 있음을 이르는 말을 언유소화(言有召禍), 태도만 침착할 뿐 아니라 말도 안정케 하며 쓸데없는 말을 삼감을 일컫는 말을 언사안정(言辭安定)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