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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께서 웬일로 이시간까지 기상하지 않으시다니요?"
"아직 침전에서 계시단말인가?"
젊은 장교들과 참모들이 회의실에 모여 수근거리자 소관자가 들어서 알렸다.
"황상께서 장시간 행군에 다소 피곤하시다니 몸이 좀 축나셨나봅니다.어의가 오늘은 하루 행궁에서 쉬시는게 좋겠다고 하십니다.장군들께서도 오늘 하루 말들과 휘하병사들을 돌보고 쉬시는게 좋겠습니다."
"아..역시 좀 무리한 일정이었나보구료."
"변방국경뿐 아니라 군수물자를 조달하는 마을마다 들러 부역과 농사현장까지 돌아보셨으니..."
"아직 침수중이신가?"소관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후에 장계를 침전으로 모아오십시오.보름동안 새벽부터 행군하셨으니.."
장수들은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를 파해 흝어졌다.
"폐하 조식을 가져왔나이다."
군복 차림의 시녀가 방문밖에서 속삭이듯 아뢰었다.
"그래 문안쪽에 넣어두거라."
"그만 목욕준비를 해두리이까?"
"그래..한시간쯤 뒤에..."
그는 대수롭지않게 대답했으나 그녀가 졸린 음성으로 비몽사몽처럼 물었다.
"소옥...인가요?"
"응..이 시간에 항상 조반을 준비했으니.."
"아침인가요?지금 몇시나 된거죠? ..벌써 날이 밝았는데 잠들었나봐요?"
그녀가 낮게 중얼거리며 몸을 뒤척이더니 잠이 깨었다 .
"그런 거 신경쓸거없어.."
그가 그녀를 끌어당겨 안으며 웃었다.
그의 자신감에 찬 손길이 그녀의 하얀 등을 쓸어내리며 상아를 깎은 듯한 완벽히 균형잡힌 가냘픈 나신을 어루만졌다.눈을 감은채 그의 손길을 음미하던 그녀의 입가가 만족스러운듯 호선을 그렸다.
"안아주세요.오라버니.."
그럼..얼마나 기다린 시간인데...그가 자신감에 찬 미소를 지었다.
그가 다시 그녀를 공략하더니 자신의 남성을 그녀의 몸안으로 밀어넣었다.그녀가 그의 목덜미를 꽉 끌어안으며 낮게 신음소리를 내더니 최대한 그의 남성을 받아들이려했다.그녀의 손톱자국이 몇개가 희미하게 그의 목에 남으며 그녀의 나신이 비단금침의 침상위에서 요동쳤다.
그가 으스러질만큼 그녀를 끌어안자 그녀가 신음하듯 말했다.
"아 ..숨을 못쉬겠어요."
"숨쉬어.질식하겠어."
그가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황상께서 사흘이나 침전에 누워계시다시요?중한 병환은 아니시겠지요?"
젊은 장군하나가 어의를 붙잡고 물었다.
"내가 데려온 의녀둘이 안마까지해드리며 옥체를 돌보고 있으니 좀 기다리시게.몸살정도시니..
"옥체에 무슨 변고가 생기면 군의 사기가 떨어집니다.아무리 작은 일이더라도.."
"그러니 쉬시는 거아닌가..자네들도 곧 황도로 돌아갈터이니 준비들해두게.."
행군중 유어의를 수행하는 의녀둘은 사실은 그녀의 시녀들이었다.
그는 서둘러 장군을 떼어놓고 행궁의 침전으로 들어섰다.
"폐하 소인입니다."
"유어의인가?들어오게."
그가 침상에서 일어나더니 어의를 손짓으로 가까이오라 불렀다.
비단금침속에는 거의 탈진한 듯한 귀비가 기진맥진해 누워있었다.얇은 침의로 그녀의 하얀 나신이 훤히 드러났다.
"어떤가?귀비의 몸이 너무 무리한거 아닌가?"
어의가 진맥하는 동안 황제는 초조한 듯 물었다.
"다소 지치신 듯하나 푹 쉬시면 괜찮을 듯하옵니다.설마 첫 합궁이셨습니까?"
그는 얼굴을 다소 붉히더니 눈길을 돌렸다.
"장차 회임을 하기에는 문제없겠지?태자를 생산해야하는 몸인데.."
"혈행이나 기의 흐름으로 보건데 무리는 없을 것으로 사료됩니다.다만..."
"다만..?"그가 말꼬리를 붙잡고 물었다.
"운우지정이 너무 과하지않도록하십시요.합궁은 남성의 양기를 소모시키지만 여인의 음기도 고갈시키기 쉽습니다."
"자제하고 있다.그런데 왜 미열이 나는 거지?"
그가 그녀의 이마를 짚으며 이상스럽다는 듯 물었다.
그들의 말소리에 잠이 완전히 깬 그녀가 뒤척이며 일어났다.
"황상,유어의.."
"송태의 들어오라.".그녀를 부축해 일으키던 그가 급히 문밖에대고 소리쳤다.
"소옥아 .너도 따라들어오너라.귀비마마를 시중해야하니.."
"별것 아니에요. 유난떠실 것은 없어요."
그녀가 쑥스럽게 방안의 사람들을 돌아보았다.
"목욕준비를 하겠습니다."
그녀의 나가보란 손짓에 소옥은 다시 방밖으로 나갔다.
"현아 그만 쉬어라.짐은 장수들과 회의하며 의견을 들어봐야하니..유어의와 송태의는 귀비를 돌보게.."
그가 검을 집어들고 허리에 차며 방을 나갔다.
"사흘간 합궁은 몇번이나 치르신겁니까?"
그가 나가자 송태의가 낮게 물었다.
"그게..."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대답하지 못했다.사흘동안 내내 붙어있어서 남녀의 결합을 몇번이나 치렀는지 기억조차 가물거렸다.
"마마 몸이 좀 축나셨는데 폐하께서 자중하셔야할듯합니다."
송태의가 한심한 듯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유어의가 타이르듯 말했다.
"남녀의 합궁을 한꺼번에 자주 치르면 남성의 양기가 막혀 씨를 뿌릴수 없거나 받아들이는 여성의 몸에도 좋지않습니다.아기씨를 잉태할 마마님의 자궁의 상태에도 영향을 줄수있으니..훗날 태중의 아기씨를 생각하셔야죠..."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송태의가 아니더라도 목욕시중을 드는 소옥에게 민망해 얼굴을 못들정도였다.목덜미부터 가슴 팔 허벅지까지 전신이 군데군데 그의 붉은 입술 자국이 남았으니..
가끔 잠자리에서 장난을 치기는해도 한두군데였지 이정도는 아니었다.
"병사들사이에 학질이 돌던데...군졸들에게서 옮은 건 아닌지 모르겠다 ."
그가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괜찮을거에요 ."
"항상 그대는 괜찮다고 했지만 무탈한 적이 없었지."
그녀가 얼굴을 붉혔다 .
"학질은 한번 앓은다고 다시 안 걸리는 것도 아니야."
"어떤가"? 그가 어의에게 눈길을 돌렸다.
"학질은 아니옵니다.마마께서는 풍한습때문에 감기에 걸리신 것입니다."
맥을 짚던 어의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약을 달여올리지요."
"장시간 행군으로 몸이 축난건가?"
그가 캐물었다
"그런 탓도 있을 겁니다.본디 병약한 분이니.."
그가 한숨을 쉬었다.
"약을 먹여도 몸이 좋아지지않는 건가?어쨌든 서둘러 황궁 으로 돌아가야겠다.학질에 걸린 병사들은 따로 치료하고 있지 않느냐?"
그의 손짓에 어의가 나가자 그가 잔소리하듯 말했다 .
"그만큼 조심하라일렀건만 짐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는 척도 않으니.."
"감기라는데요 뭐.."
"현아.군대의 행군에 본래 여인을 대동하는 일은 군의 사기를 저하시킨다고해서 금기시하는 일이야.그때문에 짐이 그대를 남장하게하고 수행을 비밀로 한거야."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평복을 벗어던지더니 옆방의 욕실로 들어갔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금침을 펼치고 침상을 정리했다.
"마마 소인이옵니다."
"들어오게 .무슨 일인가?""
"황상의 수결이 필요한 일이옵니다.
소관자가 들어서더니 급한 상소문과 장계를 한묶음 놓고 나갔다.
그녀는 서류더미 한뭉치를 풀어보고는 꼼꼼히 읽어본뒤 붓을 집어들고 미리 답서를 작성해나갔다.
"호..이제 급한 안건의 결재도 미리 하는 거냐? 짐대신 대리청정해도 되겠군."
그가 젖은 머리를 털며 그녀가 쓰고 있던 답서를 어깨넘어서 읽으며 놀렸다.
"오라버니가 살펴보시고 마음에 안드시면 다시 써주세요."
"네 답서가 내마음이야.학사들이 제대로 가르쳐놓았군.세금에 대해서는네 답신이 사리에 맞다.권문세가나 척신들이 쉽게 토지세를 내려들지않을테니 ..측량을 다시 할 청렴한 관리들이 필요해.."
군복차림의 어의가 탕약을 가져왔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고개를돌렸으나 그가 거침없이 잔을 가져와 그녀의 입에 대주었다.
"어서 마셔..."
그녀가 애원하는 듯한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으나 그의 나무라는 듯한 시선과 마주치자 그녀는 체념한듯 잔을 비웠다.
콜록이는 그녀의 등을 쓰다듬으며 그는 옅게 웃었다.
"남에게는 약을 먹이려들면서 자신은 어지간히 싫어하거든..여의라는 사람이.."
그가 이내 촛불을 껐다.
그가 그녀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봉긋한 가슴을 손가락으로 희롱하자 그녀는 졸리듯 그의 품으로 파고 들었다.
" 꼼짝말고 행궁안에서 머물러야해.회궁할때는 어가를 내줄테니 죽은 듯이 마차안에서 몸이나 돌보거라."
그녀가 못마땅한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러나 그는 고개를 저었다.
"짐의 허락없이 행궁을 나가면 크게 혼날줄알아.더구나 전염병이 다시 도는데..다시 오라버니에게 혼나고싶진 않겠지?아이도 아닌데..."
"또 유폐되는건가요? 황궁에서도 내내 근신령이었는데..그녀가 불만스러운 듯 물었다.
"남의 눈에 띄지 않게 몸조리하란거야.이 말썽꾸러기..그대를 걱정해서야.."
"행궁안에 머무르라고 금족령을 내렸더니 토라진것이냐?어찌해야 현아 네기분이 풀리겠느냐?"
그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씁쓸히 웃었다.
"뭐라 한마디만 하면 골이나서 토라지니..."
"회궁하는 행군을 시작하기전에 네몸이 회복돼야해.늦어도 이레만에 대도로 돌아가야하니..."
"황궁에 돌아가고싶지 않아요."
"알고 있다.짐도 마찬가지야.돌아가서 또 지겨운 얼굴들과 옥신각신할 생각들을 하니...그렇다고 대도를 오래 비울수만도 없고...그대도 계속 행궁에 누워있을 수만도 없잖아."
"몸은 괜찮아요."
"어의말로는 그대가 몸이 시원찮다고 했어.그렇잖아도 역병이 도는데..."
"이번 역병때문에 변경부족들이 물러간 것입니다.하지만 변방의 상황이 좋지않음을 직접 확인하셨으니 어쩔 생각이신지요?"
" 시국이 어수선해서 걱정하는거냐?"
"황상께서는 만백성의 아비십니다.신첩하나가 문제가 아니라 부역과 군역을 어찌 조정하실지..."
"비꼬는거냐?"
그가 웃으며 물었다.
"군역을 나간 백성들의 호구는 세금을 면제해야겠지.부역도...가장이 없으니..누가 농사를 짓고 일을 한단 말이냐,?"
"하지만 국고의 부족은 권세가들이 채워야해요."
"그래서 어쩌면 좋겠느냐?"그가 미소지으며 물었다.
"순순히 내려들지는 않겠지요."
"그러니 고민이지..일단 기부하는 형식으로 세금을 매겨야겠다.그들이 은닉하고 숨겨둔 토지를 몰수하여 국고에 귀속시켜야겠어."
" 그들이 빚대신에 몸값을 잡고 종으로 삼은 자들을 양민으로 풀어주라하시지요.몰수한 토지를 그들에게 분배하여 경작시키면 그러면 다소나마 세금을 걷을 수 있을거에요."
"말처럼 쉬운 줄 아느냐?"그가 희미하게 웃었다.
"평민을 사노예화는건 국법에 어긋나는 일입니다.대부분 호구지책때문에 빚으로 인해 몸이 팔린 자들입니다."
그가 다시 만족스러운듯 미소지었다.
"우선은 거목의 뿌리를 쳐야해..."
"그말씀은..?"
"짐이 하는 일을 지켜보려무나.."
그의 입술이 그녀의 뺨에 와 닿았다.사내의 뜨거운 입술이 그녀의 뺨을 타고 내려가 하얀 목덜미로 가는 선의 어깨위로 붉은 자국의 흔적을 남겼다.
"그..그만.."그녀가 쾌감속에서도 낮게 신음했다.
"왜?싫으냐?"그가 야수같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누가 보면 뭐라하겠어요?"
"뭐라하긴..말많은 상궁들도 안 따라왔는데.."
"그런데 흔적을 남기면 금방 눈치채이잖아요."
"목덜미에 얇은 피륙이나 비단천을 감으렴."
이 따뜻한 몸을 취하고 싶었지만 환자라 참고 있다.얽힌 몸의 체온이 전해지고 그의 체취가 그녀의 머리카락에 배여들었다.
"또 탕약을 안 마셨지?"
그가 문득 침상곁의 협탁에 놓인 식은 탕약이 눈에 띄이자물었다.
그녀가 미간을 찡그렸다.
"졸려요.그만 잘래요."
"잔꾀부리지말고 네 몸부터 챙겨라."
그가 약이 담긴 잔을 집어들며 말했다.약속에 잠오는 약초가 들었음이 분명했다.그는 그녀의 몸이 졸음으로 늘어질때까지 그녀를 자신의 팔안에 안고 있었다.
"은닉한 토지를 조사해보라고 보냈더니..몸살이 덜컥났군."
그가 그녀의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쉬며 말했다
"쯧쯧 이리 약골이어서야..금족령에 답답해하길래 토지시찰에 같이 행궁밖에 내보내줬더니.."
"일주일동안 대도밖을 얼마나 많이 답사하고 다녔는데요.."
그녀가 신음하면서도 지지않고 대꾸했다
"끙끙 앓으면서도 발끈하는 성질하며..낼부터 다른 사람을 보내마."
"목욕할때 머리를덜 말려서 감기든 거 뿐이에요."
"어허,고집은 ..짐말을 따르거라.새 토지측량법을 이번 향시에서 붙은 글방동기 둘에게 가르쳐놓았으니 그 녀석들이 뒷일을 할거야."
"과거에서 대과가 목표인데 그런 일을 기꺼이 하겠대요?"
"전시까지 갈녀석들이 아니거든.은근히 놀기 좋아하지만 성격이 활달하니 그런 일이 더 맞는다.황명으로 관리가 된 것도 영광이지.비록 미관말직이라지만..
한치의 오차나 실수가 있어서도 안돼요.국고로 돌아갈 토지이니.."
"그녀석들은 머리는 그리 명석치않다해도 우직하니 이런 일은 적임자들이야.하나는 사찰의 토지를 조사하라고했어.승려들을 쌀이나 축내고 염불이나 외는 쓰레기들이라고해서 몹시 싫어하거든."
그녀가 반색하며 물었다.
"어디 신첩이 동행해 조사해볼까요?"
"꼼짝말고 정양이나해.몇달은 걸릴 일을 한주만에 앓아 누운 주제에..오라버니 말을 들어야지."
탕약이 들어오자 그가 그녀를 부축해 일으켜 안았다.
"몇달 집에도 못 들어가고 일해야해.전국적으로 조사해야하니..현아,너는 초기에 도우면된거니 할만큼 한거야.오라버니가 부릴 사람이 많지않으니 현아가 고생이군."
"제가 그들의 아내들을 만나 위로해야겠군요.아직 신혼인데 남편을 보지못하니..서운할 거예요."
"네몸이나 돌봐. 푹쉬어야 몸이 개운하지."
그가 약을 먹이려들자 그녀가 눈살찌푸렸다.
"그냥 쉬어도 회복이 되는데.."
"꾀부리지 마라.짐이 왜 이 시간에 항상 현아에게 오는 줄아느냐.약을 마시지않으면 땀으로 목욕할때까지 침상에 묶어놔 ? 거위털이불에 둘둘 싸서 ?"
"학질에 걸린것도 아닌데..제가 아기에요?"
"그러니까 고분고분 어의말을 들어.황궁에 돌아가기전 몸이 회복되야해."
그들은 저녁상을 물리고 촛불앞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그는 막 시찰을 나갔다 돌아와서 군복도 벗지않고 있었다.
순간 창이 열리며 밤바람이 들이닥쳐 촛불이 꺼졌다.아니 인위적으로 꺼뜨렸다.
"누구냐?"
위험을 감지한 그가 벌떡 일어나 버럭 소리질렀다.
그는 이미 외투아래 허리에 차고있던 검을 빼어들었다.
그녀도 재빨리 벽에 걸린 검을 집어들었다.
"황제의 처소에 침입하다니..정녕 죽고 싶은 것이냐?"
그가 서너명의 복면을 쓴 사내들에게 소리쳤다.
"현아 짐에게 붙거라."
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겨 자신의 곁으로 끌어당겼다.
자객들은 한발 물러나더니 그들을 둘러쌌다.
그중 하나가 검을 들어올렸다.그런데 그보다 그녀를 향한 살기였다.
"어딜!"
검을 뽑아든 그가 살수를 겨냥하자 어슴푸레한 달빛속에서 이내 금속성의 맞부딪치는 소리가 울렸다.
그녀도 검을 들고 달려드는 살수를 맞섰다.자신도 초식을 할줄안다.
"여인의 검이라니?그 가는 손으로?"
복면을 쓴 살수가 비웃으며 이내 한두번 맞부딪친 그녀의 검을 튕겨냈다.
"어린 계집이 제법이군.하지만 미색이 아깝꾼."
살수하나가 비웃듯 그녀에게 다가서 검을 겨누었다.
"현아!"
"안돼요.!오라버니!"
하지만 그가 그녀에게 달려가 살수를 막아섰다.
그의 검이 먼저 살수의 어깨를 찔렀다.
"여인을 먼저 처리해!"
살수하나가 버럭 소리쳤다.
"황상 무슨 일이십니까?"
"자객입니까?"
시위들이 방문을 열고 들이닥쳤다.
"귀비를 보호하라!"
그의 호령에 시위들이 그들을 둘러싸자 자객들이 순식간에 창밖으로 달아나 자취를 감췄다.겨우 몇십초간의 사건인데
아주 긴긴 시간같았다.
"폐하.근위병들이 괴한들을 쫓고 있나이다."
"너무 끝까지 추격하지 마라."
"왜?무슨 이유십니까?
"국경에서가 아니라 대도로 돌아오는 중에 행궁의 짐의 처소에 괴한이 든 건..변방부족들의 소행이라 생각하느냐?"
그녀와 소관자의 안색이 변했다.
그가 탁자위에 은으로 조각해 만든 패를 올려놓았다.
놈들이 떨어뜨린거야.대도 사람들중 세력가의 사주가 있었던거지."
"그리고 놈들은 짐보다 현아를 노렸다."
"황상.그걸 어떻게 장담하세요?"
"그놈들이 공격해 온 방식을 보면 알지.왜 짐을 제쳐놓고 그대에게 먼저 검을 겨누었겠느냐?"
그들은 모두 말이 없었다.
"지금은 시종무관인 현아가 형식적이긴해도 검을 차고 다닌게 다행이었군.황후나 국구가 알아채었는 지 모르겠다.놈들이 그대가 검을 쓰리란 건 생각지 못한거지."
그녀의 얼굴에 불안한 기색이 스쳤다.
그가 그녀를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
그녀는 자신이 권력투쟁의 한복판에 끌려들어온것을 깨닫지 못한 것인가?
"이일은 금구령을 내린다.떠벌려봐야 좋을 건 없으니.
" 황상.괴한들 둘은 체포했답니다.하지만 심문하려하자 그 자리에서 자살했답니다."
금위병하나가 들어와 아룄다.
"그럴줄 알았다.배후가 대단한 놈인거지."
"일단 동도사로 가자.다친이는 없느냐?"
"근위병 둘이 화살을 맞은 왜엔.."
"치료를 위해 어의를 불러라.도성밖 동도사에서 하루 쉬었다 황도로 입성할테니..경계를 강화하라.
그의 물러가라는 손짓에 내시와 근위병들이 막사를 나갔다.
"제것은 가벼운데 이건 무겁군요".그녀가 조심스럽게 떨어뜨린 그의 장검을 탁자위에 올려놓자 그가 웃었다
"선대로부터 대대로 내려온 보검이야..여인네들은 쓸 수없어.
"보검이면?"
"그래 백년도 더 되었을거야.망가지거나 떨어뜨리면 황제의 기물을 훼손한 죄를 물어야하니 조심해야해.
"그런데 초식은 언제 배운거냐?"
"어릴적에 오라버니가 가르치신거잖아요."
"그걸 기억하느냐?"
"매일 아침마다 운동삼아 연습했어요."
"황궁에 들어서도?"그가 의외라는 듯 물었다.
"어쩐지 탕약을 먹여도 살이 안 오른다했지..하지만 소시적에 가르쳐놓은게 써먹을데도 있군."
그가 웃었다.
잠자리에서 그는 그녀의 몸을 꼼꼼하게 어루만졌다.
"오라버니,왜 이러시나요?"
"혹시라도.."
"다친 데는 없다니까요."
"등뒤에서 독침이라도 쏘았으면 어쩔 뻔했어?"
그가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으며 대답했다.그의 입술이 뺨을 타고 내려가 가는 선의 하얀 어깨에 닿았다.그가 손가락끝으로 봉긋하게 부푼 그녀의 유방을 희롱했다.
그녀가 얼굴을 붉히며 돌아눕자 그는 이내 그녀의 상아를 깎은 듯한 등을 쓸어내렸다.
"뭐하시는 거에요?"
"행여 상처라도 났나 확인하는거야."그가 태연히 대답하며 그녀의 승마로 단련된 날씬한 다리를 쓰다듬었다.
"회임을 하면 말타는 것도 조심해야할거야."
그가 그녀의 위로 올라가며 그녀를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오라버니도 참...아기는 아직 생기지도 않았는데.."
"오늘밤이라도 생기지말라는 법도 없어.짐의 후궁에는 총애받지못하는 황후와 안하무인인 귀비하나뿐이니 단촐하기가 그지없구나. 금지옥엽인 아이들이라도 있어야 덜 적막할 것 아니냐? ."
"아기가 생기면 저나 오라버니가 더 힘들어지는 거아닌가요?조정이나 내궁의 일이 복잡해질텐데..."
그녀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두려우냐?현아.너같은 말괄량이가 무서워 할 때도 있는 거냐? 황명도 겁내지않더니.."
그가 웃으며 품안의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그러나 그녀는 더욱 그의 품을 파고 들뿐이었다.
"겁낼 것없다.짐은 황제야."
"조정에는 아직 태후와 국구의 사람들이 고관요직을 다수 차지하고 있어요.."
"지금 와서 겁내는 거냐?그렇게 황궁에서 트집잡히지않도록하라고 일렀을 땐 들은 척도 않더니.."
"저보다 오라버니의 신변이 걱정되네요.아직 젋은 시위들이나 강남출신의 폐하의 글방친구들은 미관말직이라 황상의 힘이 되기엔 역부족이고.."
"걱정하지마라..이미 조정에 내사람들을 채워넣고 있다.
때를 가늠할 뿐이지."
"차라리 국구를 장례 치를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그녀가 불안한듯 물었다.
"그는 이미 늙었잖아요? 오래 못살거에요.""
"그때까지 언제 기다려?그 늙은이가 몸이 건강해서 백세까지 살면 어쩌려고? 그전에 황후가 그대를 들볶아 죽이면? 언제 너와 짐 사이의 아이를 태자로 세운단 말이냐? 짐이 황위에 오른지 오년인데..이미 참을 만큼 참아주었다.
그대도 황궁에 든지 삼년이니 조정이나 내궁의 사정을 모르진 않겠지.기회를 잡았을때 권력을 장악하지 않으면 한순간에 밀려난다. 아무래도 황후가 눈치챈 모양이다.괴한들이 짐보다 먼저 그대에게 검을 겨눈 걸보니.."
그는 금실로 수놓인 띠에 매달린 은으로 만든 패를 손안에서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불려가 캐물어도 지족선사를 간병했었다고만 대답해.지족선사는 와병중이니 ..."
"이실직고하라고 신첩을 문초라도 하면요?"
"감히 황명을 못미더워하냐고 따지렴..그대가 당하고만 있을 인물이 아니잖아.짐도 아닌데 누가 네 몸에 손을 댄다는 말이냐?"
그가 이마에 흘러내린 그녀의 머리칼을 쓸어올리며 웃었다.
"돌아가면 당분간 궁밖출입은 삼가거라.현아의 호위병들을 늘려야겠어."
"또 감옥살이에요?"그녀가 눈살을 찌푸렸다.
"신변이 위험한데 자각을 못한단 말이냐?"
"대도나 황궁에서는 자객이 설칠 리는 없어요.변경으로 나왔으니 틈이 생긴것처럼 보여서.."
"오라버니 말을 들어.자아 착하지.보모상궁들말을 잘 따라야해."
"하루종일 잔소리만 하는데.! "그녀가 투덜거렸다.
"귀비이니 궁의 법도를 준수해야지.. ."그가 그녀를 아이처럼 어르려들자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또 내내 내궁에 갇혀사는 유폐생활이 시작될 것이다.자신에게는 오냐오나하지만 마냥 너그러운 것만도 아니니 그녀는 잠자코 입을 다물었다.그래도 자신에게만 착한 사람이다.조정에서는 벌써 숙청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
"태후,황후마마를 뵙나이다."
그녀가 살짝 무릎을 꿇으며 절을 올렸다
"일어나게."
황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지만 여전히 그와 그녀의 표정을 살피고 있었다.
"긴 행군에 옥체 무탈하시옵니까?"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변방의 상황은 어떻던가요? 학질이 돈다고 하던데.."
"병사들의 치료를 명했소.그때문에 짐이 서둘러 돌아온거요."
"설마 감염되신건 아니겠지요?"
"어의가 따라 수행했는데 그럴리가 있겠소?"
"선사께서는 차도가 있으신가?"
그녀는 간단히 고개만 끄덕였다.
"출가했다지만 귀비나 본궁의 손윗분인데 ?자네는 선사의 역병에 감염되지않았나,?"
"어린시절에 앓아서 신첩은 다시 걸리지않으니 괜찮습니다."
황후가 얽은 자국난 얼굴의 이마를 찌푸렸다.
"그만 물러가옵니다 .신첩은 그런 병을 앓아본 적이 없으니.."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
태후가 입을 열었다
"애썼네.어쨌든 그만 돌아들가게.황상.자네는 지존무상 국사의 몸이니 각별히 옥체를 중히 여기게."
"참으로 망극하옵니다."
그가 쓰게웃었다 .
회랑을 돌아나오며 그가 입을 열었다.
"우리가 자신들에게 학질이라도 옮길까 꽤나 겁내는 모양이다."
그녀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모기나 벌레에 물리지만 않으면돼요."
"현아.그들은 너만큼 의학을 모르니..어쨌든 황후가 꺼리니 당분간 곤녕궁에 안가봐도 되겠군."
"어머.오라버니?여기서 주무셨어요?"
잠이 깬 그녀가 놀라며 물었다.
"하도 곤히 자는지라 깨우지 않았다."
"상소와 장계들이 밀려 밤새 읽으신다면서요?건천궁에서 침수드신줄 알았는데.."
"내관에게 이리로 가져오라고 일렀지..짐을 기다리지 않았느냐?목욕하자마자 잠든 걸보니..변방에서 돌아오자마자 곫아 떨어졌구나. 머리도 말리지 않고 잠들면 감기걸려..이리오너라 ."
그가 그녀를 거울앞에 끌어당겨 앉히고는 빗을 집어들었다.
"꼴이 이게 뭐냐.명색이 귀비인데..태후가 당분간 문안을 안와도 무관하다고했다."
그가 그녀의 머리를 빗기며 잔소리하 듯 말했다.
"태묘에 제례지내는 날이니 준비하거라.단장하기가 시간이 꽤 걸리니 ..."
"서두르셔야합니다".상궁들이 다가와 재촉했다.
병풍안에서 그녀는 무명으로 만든 속적삼과 속옷들을 찾았다.하지만 시녀는 평소보다 길이가 긴 속치마들과 폭이 넓은 속바지를 가져왔다.
"여름인데 길이가 너무 길지 않은가?"
"대례복이라 그렇습니다.속옷부터 다르니..."
치마를 풍성하게 하기위해 길이가 길고 폭이 넓은 속옷들을 껴입지않으면 예복을 입지못한다.
못마땅한 얼굴로 그녀는 앏은 사로 만든 속곳을 걸쳤다.시녀가 허환진의 끈을 한꺼번에 죄어묶자 그녀는 미간을 찌푸렸다.
바지단한 폭이 항아리같군..
흰명주속바지위에 유모가 입혀주는대로 여덟폭흰갑사로 만든 마미군을 걸치자 ,시녀들이 들어와 그위에 바닥까지 닿는 빳빳한 은빛 능라의 마미군을 입혔다.
"속치마가 부드럽지않네.."
"이 속치마는 예복치마를 받쳐주기위해 말총을 넣어 짠 것이니 다소 질감이 뻣뻣한 천으로 지은 겁니다. 대란비단치마에 적의까지 정장하시려면 이 치마가 없이는 안됩니다."
그리고 시녀들이 흰 얇은 비단의 열폭선군을 펼치자 그녀는 한숨이 나왔다.이건 옷이 아니라 이불을 감고 걷는 것같다.벌써 걷기도 조심스러워 허리부터 발까지 저릴 지경이다.비단버선을 신고 있어 미끄러질 것같다.매화를 수놓은 짙은 물빛의 열두폭 사촉비단치마까지 걸치자,유난히 가는 허리를 시녀가 너무 꽉 졸라맸는지 비단치마끈으로 조여져 숨 막힐것같이 답답했다.
선사의 종처럼 겹겹의 속치마로 부푼 치마때문에 옷 갈아입는 방이 꽉 차는 듯 했다.. 시녀들이 저고리를 걸치기전에 머리를 땋아 올리기 시작했다.청옥과 홍옥 벽옥으로 봉황과 꽃을 아로새긴 만든 금비녀와 떨잠들이 꽂히며 시녀들의 부러운 탄성과 반대로 봉관과 보석들의 무게로 그녀의 미간은 점차 주름이 졌다.
"마마.머리숱이 많으시니 가체를 얹지는 않으셔도 되겠군요."
"참으로 고우시네요.화장도 거의 않으셨는데.."
"향유와 입술연지외엔 분칠한 기색도 없는데 살결이 이리 고우시다니..."
"오늘같이 더운 날 분칠하면 죄다 땀으로 얼룩만 지네.여름엔 화장하지 않는 편이 낫네.."
그녀의 내색못하는 불편함에 상관없이 시녀들은 그녀에게 온갖 금실로 봉황들이 수놓인 청색 적의를 입혔다.
그리고 방문을 나서기전 다시 무언가를 씌웠다.
얇은 검은 비단의 유멱이었다.
"비빈마마들께서 제례나 황궁밖출입을 하실 때 얼굴을 가리시는 게 법도입니다."
뜨거운 햇살을 피하기에 괜찮겠군 .
그러나 길이도 무릎까지 길고 가체한 머리위에 이걸 쓰고 다니는 것도 보통 불편한일이 아니었다.
"군계일학같으십니다."시녀들의 찬사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가마가 대령했나이다."
그녀는 정말 제례에 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봐야 자신은 정실도 아니고 일개 비빈으로 향올리는역활밖에 못한다.
이런 사치스러운 옷차림으로 그런 허울좋은 분향이나 하라고...
하지만 멋대로 빠지면 기옥이 이번에는 불같이 화를 낼 것이다.아니 지난 번에 절에서 돌아와 경고한대로 시녀들을 처벌하면 큰 일이었다.
낯익은 손이 가마의 휘장을 제치고 그녀에게 팔을 내밀었다. 그녀가 그의 부축받아 가마에서 치맛자락을 펄럭이며 내리자 여름날 햇살아래 청량한 그의 미소와 마주쳤다.
"정말 예쁘군.현아...선녀가 하강한 것같구나."
"태후와 황후는요?"
"오지않는다구나.태후는 병환이 중하고 황후도 몸이 불편하다니...그럴만도 하지않느냐?"
근래 그가 국구와 그들 일가의 상당수를 숙청한 일로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어두워져서야 그녀는 처소에 도착하여 방안에 들어서자마자 유멱을 벗어던지고 침상에 쓰러지다시피 드러누웠다.
태후와 황후는 그런 옷차림으로 평생 어찌살까?
"피곤해도 갱의는 해야지...가체도 안 풀고 목이 부러지는 수가 있다."
눈을 떠보니 평복차림의 그가 뺨를 어루만지고 있었다.깜빡 잠들었나보다.
그가 그녀를 부축해 일으켰다.
그에게 이끌려 거울앞에가 그와 같이 가체를 더듬어 풀었다.대여섯개의 비녀와 떨잠들이 뽑혀져 경대위에서 반짝이며 놓아지자 그녀의 검은 머리가 폭포수처럼 치렁치렁 흘러내렸다.
그가 예복 적의와 저고리를 벗기자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예쁘구나,현아...어서 목욕해야지...짐도 씻었다."
그가 얕은 땀이 밴 하얀 어깨를 어루만지며 위로하듯 말했다
"제례가 쉬운 일이 아니다.네성격에.. 또 한여름 이니.."
그가 그녀의 비단치마허리끈을 풀며 중얼거렸다.물빛치마가 바닥에 떨어지고 열폭 명주속치마가 흘러내렸다.젖가슴아래 높이 올려묶은 팔폭 선군의 허리띠를 풀며 그가 웃었다.
" 이건 속치마가 아니라 이불감으로 써도 되겠군."
그가 놀리듯 말하자 그녀는 얼굴을 붉혔다.
"유모나 향이는요?황상께서 이런 일을 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오늘은 짐이 도와주마. 욕실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그가 빠른 손놀림으로 허환진의 끈들과 속옷의 허리띠들을 풀었다.
"비단치마가 몇벌인거냐?땀꽤나 흘렸겠구나."허환진의 끈들이 풀리자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눈앞의 거울을 바라보았다.
순간 거울뒤로 비치는 그의 얼굴에 욕정이 스쳤다.그가 단딘히 여며둔 가슴가리개의 진주단추를 풀고 그녀의 드러난 하얀 살결아래의 쇄골을 어루만지자 그녀는 피하고싶은 생각에 몸을 흠칫 움츠렸다.
"오라버니.."
그가 픽 웃더니 손을 거두었다.
그가 갑자기 몸을 일으켜 거의 나신이 된 그녀를 들쳐안고 옆방으로 건너가 욕실 안의 욕조의 물 속으로 밀어넣었다.
하나 남은 하얀 속곳이 물에 젖어 몸에 말렸지만 맨살에 닿는 미지근하게 식어가는 물의 감촉이 시원했다.
"유모,현아를 도와줘.머리도 감기고..."
그녀는 시녀가 젖은 옷을 벗기고 자신을 아기처럼 씻기게 내버려두었다.
시녀들이 수건에 그녀를 휩싸주고 다시 침실로 돌아오자 서늘한 기운에 정신이 든 그녀는 되는대로 옷을 걸치고 경대앞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황후도 태후도 태묘에도 참배오지않고 ..며칠전 법회에도 불참하더니..조정에서 그가 미약하게나마 휘두르는 태후일가의 숙청이 눈에 띌 정도인가..?그정도에도 불쾌하단건가...
"현아. 일어나 아직 달도 중천에 안걸린 초저녁이야.." 앉은채 깜빡 졸았나보다.시녀들이 안마를 받으라고 권해 주물러주는대로 몸을 맡기고 있었더니...
그가 미소짓더니 병풍뒤로 걸어가 옷을 벗는 듯 했다.
그녀가 문득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고 돌아보자 그의 동공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읽을 수 있었다.간절히 그녀를 원하는...
그녀의 몸이 순간 공중으로 올라갔다.
그가 침의도 없이 속적삼에 속치마만 걸친 그녀를 들어안고 침상으로 가고 있었다.
"오라버니 .."
"조용히 해..짐은 오늘 더 참지 않겠다."
그가 조급히 그녀를 침상에 내려놓으며 성급히 속치마끈을 풀었다.
"오라버니..전 아직.."
그녀는 그를 받아들여야할지 거절해야할지 판단이 서지 않아 그의 손길을 밀어내려들었다.
그러나 그는 이미 그녀의 속치마를 벗기고 있었다.
"그대도 궁에든지 이태이니 내마음을 모르지않겠지..
이제 그대도 열일곱이야.오랫동안 그대를 원해왔어.
그대도 더 이상 아이가 아니고..짐은 그대에게서 아들을 원해.그대만이 짐의 후계자를 낳을 수 있다.이제 짐도 더이상 허수아비황제가 아니야."
그래도 그녀는 상기된 얼굴로 명주속치마의 허리끈을 꽉 잡았다.
그가 진지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도 어느새 용포를 벗어던지고 있다.
"아이같았던 그대를 궁에 불러들여 정말 아이키우듯 삼년을 보냈다.야단도 치고 달래기도하고...짐은 이미 충분히 기다렸는데...그대도..짐을 원치 않느냐?"그의 어조가 너무 간곡하여 그녀는 그의 손을 밀어낼 수가 없었다.
속치마가 연달아 흘러내리고 속적삼이 그리고 비단속바지가 벗겨졌다.하나남은 가슴 가리개와 속곳에 그의 손이 닿자 그녀는 마지막 저항하듯 다리를 꼬고 몸을 웅크렸으나 그는 웃으며 그녀의 몸짓을 무시했다.이윽고 여며둔 가슴과 속곳의 매듭이 풀리자 매끄러운 여체가 드러났다.
그가 상아를 깎은 듯한 가냘프고도 눈부신 나신을 탐나듯 내려보더니 그의 날렵한 몸이 그녀의 갸날픈 몸위로 올라왔다. 그가 승마로 단련된 긴 다리로 그녀의 날씬한 다리를 열었다.그의 입술이 그녀의 가는 목선과 하얀 가냘픈 선의 어깨와 가슴의 곡선을 타고 내려왔다. 그가 주는 말로 형언할 수없는 쾌감에 온몸이 번개를 맞은듯 저린 듯 달아올랐다.처음은 아니지만 언제 그와 한몸이 되었는지 의식이 없었다.그의 움직임에따라 그녀의 나신이 요동쳤다.이윽고 그가 거친 숨을 몰아쉬더니 그녀위로 쓰러졌다.
여느때처럼 짜릿한 아픔 뒤에 뭔가 흐르는 듯한 느낌..
그녀의 단발마같은 비명뒤에 그의 해같이 웃는 얼굴이 꿈같이 해질녁 어두워져가는 허공을 떠돌았다.
그리고 뭐라 말할 수없이 부드러운 자신의 맨몸을 어루만지는 그의 손길..
한참뒤 그의 어깨에서도 땀내가 났다.
"새벽인가요?밤인가요?"잠이 깬 그녀가 몽롱한 음성으로 물었다.
"이미 해가 떴다."
황홀한 황홀경속에 온몸이 반항할 기운도 없이 나른했다.초저녁부터 자정이 넘도록 쉴새없이 그녀를 탐하는 그의 독점욕에 그녀는 축 늘어지지않을 수 없었다.거의 실신할 듯한 기분으로 애원하는듯한 얼굴로 바라보자 그가 그녀의 몸에서 내려와 재워주었다.
그녀가 몸을 뒤척이자 그가 훤히 드러난 그녀의 맨어깨에 이불을 끌어다 덮어주며 그녀를 자신의 곁으로 끌어당겼다 었다.그의 품안의 그녀의 익숙한 체취를 다시 느끼자 그의 정열이 또다시 달아올랐다.
그의 단단한 손가락이 그녀의 매끄러운 가슴의 굴곡과 유방의 능선을 흝고 지나갔다.
"피부가 꽃잎같아.아니 따뜻한 진주라고나할까..."
그가 중얼거렸다.
그가 자신의 뜨거운 입술로 그녀의 입술을 덮으며 새삼스럽게 그녀를 공략하자 그녀는 낮은 신음소리를 내며 그를 힘겹게 받아들였다.
"황상,깨셨습니까?동이 텄습니다."
소관자의 음성에 반쯤 정신이 든 그녀는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시녀를 부르랴?유모가 나을까? " 그가 그녀를 부축하며 묻자 그녀는 고개를 젓고는 경대위를 더듬어 시녀들이 가져다놓은 옷에 손을 뻗쳐 기계적으로 속옷을 걸쳤다.
냉수로 소세하고서 정신이 든 그녀가 경대앞에서 얇은 사의 속치마끈을 묶고 있는데 그가 다시 병풍안을 밀치고 들어오더니 물었다.
"뭘 찾는 거냐?"
"그옆에 있는 흰치마요."그녀가 턱으로 가르치자 그가 쿡쿡 웃으며 마미군속치마를 집어들고 휘장펼치듯 펼치더니 그녀의 허리를 감싸 허리끈을 묶기 시작했다.
"현아는 여전히 몸이 수양버들같이 가늘구나,.."그가 만족스러운듯 옷을 입히며 짓궇게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어루만졌다.
그녀는 아기처럼 그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곧 좀 뚱뚱해질거다.아기를 가지면..."
그는 이미 그녀가 회임했다고 확신하는 듯 했다.
"회임이 아니면 실망하실텐데요.."
"걱정마라 시간은 많으니까..그대는 명실공히 짐의 여자야."
그가 그녀를 품에 안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녀에게 벽옥빛비단치마에 비갑를 걸쳐주며 그가 입을 열었다
"현아,이제 법도에도 익숙해진것같구나."
"곤녕궁에 들어서도 잘 할 수 있겠지?"
"잘 모르겠어요."그녀는 얼떨결에 대답했다
"아니야 .그 예복들을 힘들게 여기지않는 걸보니..이제 말썽꾸러기시절은 지났어.."
회임이 확정되면 현아는 곤녕궁으로 옮겨야해.짐의 태자가 후궁소생의 서출이어서는 안돼니까...그는 마음속으로 덧붙였다.
"조반을 들 시간이구나,"
첫댓글 태후와황후의 눈치를 보면서 귀비를 챙기는 황상의 업무가 몹시 피곤한 생활이네요 태후와의 알력싸움에서 이겨내어 백성들을 위한정치를 해나아가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