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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민 |
아는 분이 잘 안 쓴다며 가죽 지갑 하나를 주셨어요. 음, 왠지 저도 잘 안 쓰게 될 것 같네요. 하지만 지갑이 아니라 필통이라면? 로봇은 아니지만 폼을 트랜스시켜 용도 변경을 해볼까요? 준비물은 간단합니다. 지갑과 약간의 가죽, 실과 바늘만 있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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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지갑의 겉면만 빼고 안쪽을 다 뜯어냅니다. 그 자리에 필기구를 넣을 가죽을 붙이는 거죠. 겉은 지갑 그대로지만 속에는 필기구가 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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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형님이 회사 기념품으로 주신 가죽 마우스패드를 요긴하게 쓰네요. 지갑 크기에 맞게 이리저리 잘라줍니다. 크기를 맞추다보니 세 조각이 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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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조각부터 이탈리아 장인의 마음으로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합니다. 장인정신이냐고요? 아닙니다. 재봉틀도 없고 다룰 줄도 몰라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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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조각도 이어서 한 땀 한 땀! 커헉! 손가락이 너무 아프고 눈이 어질어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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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 2장을 덧대서 두꺼워진 것을 골무도 없이 바느질을 하니 제 연약한 손가락이 너무 불쌍합니다. 아쉬운 대로 천이라도 대고 해봤지만 자꾸 뚫려서 손가락을 찔러요.ㅠㅜ 골무만도 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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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제일 넓은 조각입니다. 여러분께는 천이 아닌 가죽에 바느질을 해야 할 땐 재봉틀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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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완성입니다. 부은 손가락을 보니 살짝 눈물이 나려고 하네요. 허허. 중간에 힘들어서 좀 얼기설기 꿰매긴 했어도 뭐, 나름 괜찮아 보입니다. 덧붙인 가죽 세 조각이 다 같은 색과 톤이라 좀 심심한데 가운데 조각만 뒤집어서 할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도 절대 수정 작업 같은 건 안 하려고요. 원래 이름을 새기거나 다른 색의 천 작업을 더 하려고 계획했었는데 아쉽지만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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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통을 접은 모습 등입니다. 나름 멋을 부리려고 스티치자국도 내 보았는데, 실패입니다. 멋스럽기보다, 음…… 그냥 없는 게 낫겠어요. 그 외는 꽤 괜찮네요. 필기구들도 너무 헐겁지 않게 잘 잡아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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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을 꽂아놓으면 필요한 메모 등을 끼워넣을 수 있어요. 원래 그림 그리는 후배 녀석에게 선물해주려고 했는데 그냥 제가 쓰고도 싶네요. 어떡하죠? 애써 만든 모든 선물은 다 다른 사람에게 주어야 하는 것들이니 정작 선물을 만드는 저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죠. 그래도 선물할 때가 더 기뻐요.
얼마 전 티브이에서 보았는데 쓰레기를 단순 재활용하는 것은 ‘리사이클’이고, 창의적이거나 예술적인 물품으로 재탄생 시키는 것은 ‘업사이클’이라고 한답니다. 이미 여러 곳에서 업사이클 아트가 이루어지고 있고, 쓰레기를 이용한 업사이클 사업도 꽤 유망한 업종이랍니다.
저도 아트는 아니지만, 이번 선물인 필통처럼 버려지거나 잘 안 쓰는 물건으로 필요하고 예쁜 새로운 물건을 만드는 일이 재미있습니다. 이미 전세계의 사람들은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들을 너무 많이 사고, 쓰고, 버리고 있죠. 여러분도 저와 함께 업사이클의 세계에 발을 담가 보지 않으실래요?
꺼진 불도 다시보고, 버리는 쓰레기는 더욱 잘 살펴보자!
꼴베의 행복한 선물, 끝!
조상민 (꼴베, 예수살이공동체)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