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쑥남이들 안녕?
사실 난 안녕하지 못해
왜냐면 이 글을 한 번 날려버렸거든ㅎㅎㅎ
그래서 난 지금 광기에 휩싸여있어
하지만 난 할 거 없고 시간 많은 백수니까
포기하지 않으려고😋!
야호~!
일단 아래 사진을 보자
이건 "梅甁"이야
'매병'이라고 읽어
매병은 정의상
"아가리(도자기는 입구를 이렇게 표현함 ; 혹은 '구연부(口緣部)')가 좁고
어깨(구연부에서 몸통으로 내려가는 부분)가 넓고 풍만하며,
동체(몸통)가 저부(바닥부분)로 갈 수록 홀쭉해지는 형태"
를 말해
(아휴 길기도 해라)
'어라, 나 매병 알아😉!'
하는 쑥남이들이 있을 것 같네
우리가 아주 잘 아는 학 무늬의 청자야
이건 알다시피 국보🤩야
(정확히는 국보 제86호 청자상감운학문매병)
개인적으로 '매병'은 영화로 치자면
떡밥회수가 매우 잘 된 스릴러라고 생각하는데
입에서 어깨로 떨어지는 선은 완만한데에 비해
어깨에서 바닥으로 흘러가는 선은 매우 과감해서
활자로만 보면 균형감이 없어야 정상일 것 같은데,
실제 도자기는 그 균형이 정말 잘 잡혀있잖아?
👍
완전 굳이지 굳
(마쟈 내 취향이야 그니까 굳임😋)
ㅋㅋㅋ
문제는
"이게 실제로는 어떻게 쓰였을까🤔?" 야
'아니 근데, 실제로 어떻게 쓰였는지까지 알아야해🤨🤔?'
"응응! 그래야 누군가 대학원을 다니는 보람이 있지😭"
(쓰니는 대학원 안 다녀요 진짜 안 다녀 진짜야)
🙃
우리가 문화재를 잘 이해하는 혹은 잘 감상하는?
그런 방향 중에 하나는 '이 유물이 그때는 어떻게 쓰였을까?'를 상상해보는거야
우리가 지금 '문화재'로 감상하는 대부분의 유물이
최초로 만들어졌을 당시에는 '실용품'이었다는 것을 알면 꽤 재밌어
그래서 '매병'도 "실제로는 어떤 쓰임이었을까🧐?" 라고 상상해보는거야
우리가 이런 도자기를 '매병'이라고 부르지만
이 "매병"이라는 이름은 사실 18세기 중국 문헌에서나 확인할 수 있어
그런데 우리가 아는 '고려'청자의 고려는 918년.
그러니까 10세기에 건국되었는데!?
18세기면 1700년대
조선이잖아😮?!
(임진-병자전쟁도 끝난 뒤임)
😊
그래서
우리가 "고려청자 운학문매병"이라고 부르는 도자기가
사실은 "매병"이라고 불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어
사실 이런 도자기는 중국 '당唐' 때부터 등장하는 형태야
(이에 대해 여러가지 이야기를 더 덧붙일 수 있겠는데 일단 스킵하쟝)
어쨌든
매병의 '梅'는 '매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화병花甁(꽃병) 아니었을까?
괜히 그런 이름을 후대에 덧붙였겠어?"
라는 의견이 있었고
"술병일 수도 있지!
대부분의 그릇들이 술그릇에서 출발한 경우가 많잖아?"
라는 의견도 있었고
"뭔 소리야. 야, 딱 봐라. 저걸 누가 썼겠냐?
딱 봐도 사치품인데, 귀족들의 관상용일 수도 있지!"
라는 의견도 있었어
사실 각 의견마다 충분히 납득될 만한 증거들이 있었어
매병 형태의 도자기가 등장하는 그림이나
비슷한 형태의 쓰임새, 그에 대한 기록 등등
하지만 그 어느 쪽도 우세를 점하지 못한 채
(사실 술병일 것이라는 의견이 좀더 컸음)
갑
자
기
✨
일대의 사건이 우리를 찾아오게 되는데...
태안 앞바다에서 '옛날 배'가 발견된 거임😮
이 배는 고려시대의 무역선 혹은 조운선(세금운송선)으로 생각되는데
우리가 주의깊게 봐야할 보물선은
2010년에 수중발굴된 "태안 마도 2호선"임
이 보물선에서 다름아닌 '매병'이 발견되는데
그 이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부속품'이 함께 발견됨
그게 바로
"목간木簡"임
이 '목간'은 오늘날로 말하자면
일종의 "상품사용설명서"라고 할 수 있음
이 상품이 무엇이다~ 라고 설명해주는 거임
(발견 당시에는 '목간'이라고 기사가 많이 났으나,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죽찰竹札'로 표기하고 있으므로 이하 '죽찰')
그러니 이 말이 무슨 말?
이 도자기가 무슨 도자기인지 알 수 있다는 말!!!!!!!!!
태안마도 2호선에서
이런 죽찰이 발견된 매병은 두 개인데
놀랍게도 이 두 개에는 매병의 정체가 적혀있음
딱 봐도 위의 도자기와 함께 있는 죽찰과
밑의 죽찰에 써있는 글자가 다르다는 것을 알텐데
앞 뒤로 다른 글자가 써있어서 그럼
하나는
重房都將校吳文富
宅上眞盛樽封
앞면 : 중방도장교오문부
뒷면 : 택상진성준봉
요렇게 쓰여있고
다른 하나는
重房都將校吳文富
宅上精蜜盛樽封
앞면 : 중방도장교오문부
뒷면 : 택상정밀성준봉
이렇게 쓰여있음
(한자를 잘 아는 쑥남이는 벌써 눈치깠겠죠😝?)
두 죽찰에서
"重房都將校吳文富(중방도장교오문부)"라는 글자가 겹치는데
한국사 시간에 졸지 않은 쑥남이라면 '어라?'하는 부분이 있을 거임
"중방重房"
ㅇㅇ 맞음
그 '중방'의 중방임
고려시대 무신들의 합좌기구이자
무신정변 이후에는 고려 최고의결기구가 된
그 중방을 말하는 거임
그 뒤의 "도장교都將校"는
당시 정8품의 무관직을 말하는 거임
그 다음의 "오문부吳文富"는
그냥... 그냥 사람 이름임😊!
(오늘날로 치면 옥뮤다 같은 곳으로 택배가 빠져서 영영~ 못 받게 되신 분임)
그러니까 두 죽찰의 앞면에 써진 글자는
'회사-직책-이름' 순으로
일종의 수취인을 쓴 거임
"중방에서 근무하시는 오문부 도장교 귀하께"
정도 되는거임
그럼 뒤에 써진
"宅上眞盛樽封"
"宅上精蜜盛樽封"
은 무엇일까
"택상宅上"
= 받들어 올리다
"진眞" / "정밀精蜜"
= 참기름 / 꿀
"성준봉盛樽封"
= 준(樽)에 담아(성盛) 봉(封)하여
......?
참...기름???
꿀이요?????????
녜...
참기름 & 꿀단지였던 거임ㅇㅇ
세상에서_가장_비싼_포장용기.jpg
앙대ㅠㅠㅠ
이렇게 이쁜 내 고려청자가 고작 포장용기일리가 없어!!!
실제로 죽찰의 발견 당시
그 어느 누구도 상상해보지 못한 쓰임새라서
학계에 일대의 파란...까지는 아니고 놀라움?을 선사해주었고
지금도 대학교 한국미술사 or 한국도자사 수업을 들으러 가면
교수님과 강사님들이 아주 재미있게 말해주는 일화 중에 하나😉
^^
어케 끝내 이거...
처음 썼을 때도 어떻게 끝내야 하는지 망설였엉
+덧
죽찰의 발견으로 우리가 '매병'이라고 부르는 것이
고려 당시에는 "준(樽)"이라고 불렀다는 것을 알 수 있음
+덧2
"도장교都將校"는 정8품의 '하급'무관직임
하급무관이 저런 도자기를 선물(혹은 뇌물?) 받았을만큼
당시 무신들의 위세(혹은 오문부吳文富 아저씨의 위세?)가 컸음을 알 수 있음
+덧3
설마 포장용기로만 썼겠..썼을까?
다 쓰고 꽃병으로든 술병으로든 썼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어쨌든 '참기름&꿀단지'로 쓰인 실사용례를
아주 정확하게 알게 된 사례😊...
자, 마지막으로 죽찰과 발견된 매병을 보자!
둘다 보물로 지정되었음
참기름단지
국보 제1783호 청자 상감국화모란유로죽문 매병
꿀단지
국보 제1784호 청자 음각연화절지문 매병
ㅎㅎㅎ
안녕!
첫댓글 세척을 어케하지
그니까 나만 이생각 젤 먼저한줄
넘 재밌닼ㅋㅋㅋㅋ 기름단지 꿀단지라니
꿀과 기름이라니 존잼ㅋㅋㅋ
저거 참기름이나 꿀로 다 채우려면.. 돈 엄청 많이 들겟능데
와... 화끈하게 많이줬네
와 너무 흥미돋이야
와 그럼 뚜껑은 뭐였을까
개재밌다!!!!
흥미로워 그래서 아가리가 좁은걸까
넘 아름답구 이쁘다 꿀단지
와 그럼 꿀은 남은거 어떻게 싹싹 긁어먹었을까 뜨거운물 부어서??
지금은 참기름 꿀이 흔하고 싸게 구입한 수 있지만 옛날엔 귀하고 비싼거니까 납득이 되네..!!!
미래의 국보 걍 그릇로 써버리기ㅋㅋ
최고다...ㅠㅠ 너무너무 재밌어ㅠㅠ
뚜껑은 그럼 그먕 천이나 무른나무같은걸로 동여맸던걸까? 넘 재밌다 대박
흥미로워 ㅋㅋㅋㅋ 그럼 기술이 발전하면 그 도자기 틈새로 꿀이나 참기름에서 발견되는 같은 나노성분?? 이런걸 확인할 순 없을까???!
챔기름병. 뚜껑 궁금해하는 사람 많은거 같아서 사진 찾아옴. 뚜껑은 잃어버리거나 깨지기쉬워서 발견되는 숫자가 적다고 들었어.
우와 신기해 고마워 !!!!
와 너무 신기하다.. 고마워!
오 근데 생각해보면 참기름 꿀 둘다 실온보관해도 상하지않는 식재료라 저렇게 보관하고 선물하고해도 됐겠다잉
기름먹어서 그런가 누르스름하긴해
꿀단지였구나ㅋㅋㅋㅋ 하긴 근데 지금도 제대로 된 참기름이랑 꿀은 비싸니까ㅎ
헐 너무 신기해 나도 화병인줄 알았는데!!! 너무 흥미롭다 고마워
예전에 알쓸신잡에서
병입구가 천 덧대서 실로 동여매기 딱 좋게 생기지 않았냐는 말 했었는데
진짜 그런 용도의 모양새네 ㅋㅋㅋㅋㅋ
헐ㅋㅋㅋㅋㅋㅋ 신기햌ㅋㅋㅋㅋㅋㅋ
역시 먹보의 나라....
와 신기해 ㅋㅋ 근데 입구가 작아서 참기름 꿀을 넣을땐 괜찮겟지만 내용물 뺄때는 어케 뺐을까?
도자기 배워보고 보니까 더 대단하게 느껴져,,
물레도 없던 시절에 어케 저렇게 일정하고 확 튀어나오게 잘 만들었지
와 참기름 다먹고 설거지는 어케했을까
ㅋㅋㅋㅋㅋ 나도 이 생각했는뎈ㅋㅋㅋㅋ
참기름을 저기에 가득 ㅋㅋㅋㅋ 생각지도 못한 용도였네
꽃병처럼 생겼는데 참기름 병이라니ㅋㅋㅋ
와 흥미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