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법원장 간담회서 신중론
'수사땐 제판 독립 침해 우려'
젊은 판사도 근소한 差 '고발'
여론 돌리려 문건 공개했지만
'재판 거래'와 멀어 혼란 가중
김명수 대법원장이 코너에 몰리는 모양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형사 조치 검토 가능성'을 내비치며
강경 기류를 보여온 터에 중견 판사들이 잇따라 제동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들이 김 대법원장 입장에 반대의 뜻을 밝힌 데
이어 7일 대법원장간담회에 참석한 최고참급 판사들도 수사 반대 입장이 우세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더불어 형사조치에 대한 여론 강화를 위해 법원행정처가 5일 공개한 추가 문건에 대해서는 기존에 제기된
의혹의 정황을 덧붙이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평가와 함께 오히려 혼란을 가중해
사법부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법원장간담회 '신중론' 무게
이날 전국의 고위 법관들이 모이는 전국법원장간담회는 형사 조치 신중론에 무게가 실린 분위기다.
소장 판사 중심의 법관회의들에서는 형사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결이 나왔던 것과 달리
그간 고참급 법관들은 이에 반대하는 움직임을 취해왔다.
실제 이날 문화일보 취재 결과 법원장들의 평가도 비슷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원장은 '신중론 우세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또 '(젊은 판사들과 달리) 오랜 법관 생활을 하며 동료들 간 신뢰가 두텁다'고 말했다.
이 법원장은 '젊은 판사들 사이에서 (고발론이) 있지만 거기서도 격론이 벌어지고 근소한 차이로 통과되는 등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법원장 역시 '형사 조치를 하라, 말라는 말을 하는 것은 무의미하고 무익하다'면서
최종 판단을 하는 사법부가 수사를 의로하고 다시 그걸 판단하겠다고 하면 부작용이 더 많다'고 말했다.
이는 4일 판사 경력 15년 차 이상 지방법원 부장판사급 법관들이 참석한 서울고법 판사회의에서 형사 조치에 대한
의견을 부결시킨 것과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이들은 '사법행정권 남용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만 밝혔으며
형사 조치에 대한 안건은 논의 끝에 무산됐다.
20년 차 이상인 서울고법부장판사들이 모인 5일 회의에서도 압도적인 숫자로 형사 조치는 안 된다는 데
의견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장판사 56명 중 32명이 반대했다.
더욱이 서울 고법 부장판사들은 '고발,수사 의뢰, 촉구 등이 이뤄질 경우 법관과 재판 독립이 침해될 수 있음을 우려했다'며
사실상 김 대법원장에게 반기를 들기까지 했다.
일부 판사는 검찰. 수사와 관련, '김 대법원장이 자꾸 말을 바꿔 믿을 수가 없다고 직격탄을 날린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열릴 예정이었던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회의는 정족수 미달로 개최조차 하지 않았다.
당초 지도부가 요구한 의결 안건은 '이번 의혹에 반대하는 부장판사들이 회의에 전략적으로 불참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수세 몰린 대법원장
이에 따라 당초 법관회의를 통해 형사 조치 가능성을 열어둔 김 대법원장이 수세에 몰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조사한 특별조사단이 당초 정보공개법에 위반될 수 있다고 본 사안인 추가 문건에 대해
법원행정처가 공개를 단행한 것도 이 같은 여론 흐름을 반전시키기 위한 조치였다는 해석도 나온다.
물론 공개된 98개 파일 중 90개는 특조단 보고서에서 이미 주요 내용이 공개됐던 파일들이며
나머지 언론의 의혹 제기로 새롭게 공개된 8개 파일에도 '재판 거래' 등 내용은 담겨 있지 않다.
이어 관련 법원 안팎에서는 법원행정처의 문건 공개가 오히려 혼란만 유발하며
사법부의 신뢰를 더욱 떨어뜨릴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법원 관계자는 '문건 작성자가 동의하지 않는 문건의 전문 공개를 작성한 것에 크게 올랐다'며
'일부러 혼란을 유발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임정환. 정유진. 김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