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산리 머스크멜론
구월 초순 목요일이다. 어제 유등 들녘으로 산책을 나섰다가 여름 비닐하우스 농사로 지은 머스크멜론을 수확하는 현장을 봤다. “벼농사 들녘 복판 한여름 비닐 씌워 / 바닥에 뻗는 넝쿨 지주로 끈을 묶어 / 직립형 신농법으로 공중 부양 키웠다 // 노랗게 피던 꽃이 둥글게 맺은 열매 / 외피는 그물 무늬 과육은 당도 높아 / 추석 상 제수용으로 손이 쉽게 팔렸다” ‘모산리 머스크멜론’
앞 단락 인용절은 오늘 아침에 지기들에게 안부로 전한 시조였다. 일전에 모산 들녘을 지나다가 여름 농사로 벼 대신 멜론을 경작하는 현장을 보고 남겨둔 작품이었다. 여름에도 비닐을 씌운 하우스에서 키우는 멜론이 영글어갔는데 추석 차례상에 올리려고 출하 시기를 맞추는 듯했다. 추석이 열흘 앞으로 다가와 들녘에서 키운 멜론이 수확되어 소비자들 앞으로 실려 나가는 때였다.
새벽이면 산책 동선을 대체로 강가로 정해 길을 나서는데 도계동으로 나가 본포로 가는 31번 버스로 갈아탔다. 용강고개를 넘어간 버스는 동읍 용잠에서 주남저수지를 비켜 가술을 거쳐 제1 수산교에서 신전을 지났다. 종점 본포를 앞둔 하옥정에서 내렸는데 거기는 행정구역이 다시 동읍으로 바뀌었다. 옥정은 상하로 나누었는데 상옥정에 오래전 맑은 샘물이 나던 우물 터가 있었다.
야트막한 산자락이 둘러친 강변 마을 앞 텃밭에는 덕장을 타고 오른 수세미가 아직도 노란 꽃이 한창이었다. 가을 들머리 더위 기세가 누그러지지 않고 강수량 부족을 겪는 중에도 식생들은 막바지 생육에 제 몫을 다했다. 호박이나 가지도 비라도 와주면 뒤늦게 싱싱히 자라 서리가 내리는 날까지 꽃을 피워 열매를 맺었다. 농수로에는 양수장에서 퍼 올린 강물이 넉넉하게 흘러갔다.
이삭이 패 고개를 숙여가는 벼 논으로는 이제 마지막이 될 물을 공급하는 듯했다. 들녘 저지대 논에는 벼보다 더 소득이 높을 연을 경작했는데 잎이 시든 가을 후 겨울까지 시나브로 뿌리를 캐냈다. 연근 경작지에서 60번 국가 지원 자방도 굴다리를 지나 강둑으로 갔다. 본포에서 흘러온 강물은 수산으로 흘렀는데, 둔치는 갯버들이 무성하고 생태계 교란종인 가시박이 뒤덮였다.
자전거길을 따라 걷는 길섶에는 이즈음 덩굴성 식물인 나팔꽃과 돌동부가 덤불을 이뤄 꽃을 피웠다. 야산에서 높이 자란 소나무까지 타고 올라 고사시키는 칡은 강변에서도 세력을 떨쳐 자전거길 가드레일로 세운 안전장치를 가릴 정도였다. 이른 아침이라 둑길에는 자전거 라이딩을 나선 이가 드물게 지났는데 맞은편에서는 나처럼 걸어서 본포로 가는 한 할머니가 다가오기도 했다.
신전마을 가까이 창원 시민들에 식수를 공급하는 대산정수장이 나왔다. 둑 너머 둔치 취수정에서 여과수를 퍼 올려 수돗물로 바꾸어 대형 송수관을 통해 시내로 보내졌다. 둔치 식생은 원시림을 이룬 듯했고 강 건너는 밀양 초동면 반월로 덕대산이 우뚝하게 버티었다. 수산이 가까운 산언덕에는 마을이 보였다. 강물이 벼랑을 휘감아 돌아 곡강으로 불리는데 벽진 이씨 곡강정이 있다.
제1 수산교를 앞둔 자동찻길 굴다리에서 당리로 나가 신성마을로 향해 갔다. 마을 앞 들녘 텃밭에는 한 아낙이 가을 채소로 무 씨앗을 심느라 땀을 흘렸다. 시골로 나와보면 의외로 혼잣손에 농사짓는 여성 인력이 많았다. 어촌이야 그렇다손 쳐도 농촌에도 고령화 속에 평균 수명이 남성을 웃도는지라 할머니나 중년이 된 아낙이 단독 세대를 유지하면서 힘든 농사로 생계를 이었다.
아름드리 노송이 몇 그루 선 풍광 좋은 노인 요양 시설을 지난 모산리에서 들녘으로 들었다. 앞서 언급한 머스크멜론 농장은 과일을 따 넝쿨이 널브러졌고 미숙과가 흩어져 있었다. 마침 농장주가 지나가길래 미숙과 처리를 여쭈었더니 얼마든지 가져가십사고 해 큰 것을 골라 봉지에 채워 가술로 가 편의점에 맡기고 아침나절은 마을 도서관에서 보냈다. 오후 귀갓길 멜론을 챙겨왔다. 24.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