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의 초대
아모스 예언자는 요셉 집안이 망하는 것을 아랑곳하지 않는 자들이 맨 먼저 사로잡혀 끌려가리라고 한다(제1독서). 바오로 사도는 티모테오에게 믿음을 위하여 훌륭히 싸워 영원한 생명을 차지하라고 한다(제2독서). 예수님께서는 부자와 라자로의 비유를 드시며, 모세와 예언자들의 말을 듣지 않는 이들은 누가 다시 살아나도 믿지 않을 것이라고 하신다(복음).
제1독서
<이제 흥청거림도 끝장나고 말리라.>
▥ 아모스 예언서의 말씀입니다.6,1ㄱㄴ.4-7
전능하신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1 “불행하여라, 시온에서 걱정 없이 사는 자들
사마리아 산에서 마음 놓고 사는 자들!
4 그들은 상아 침상 위에 자리 잡고 안락의자에 비스듬히 누워
양 떼에서 고른 어린양을 잡아먹고
우리에서 가려낸 송아지를 잡아먹는다.
5 수금 소리에 따라 되잖은 노래를 불러 대고
다윗이나 된 듯이 악기들을 만들어 낸다.
6 대접으로 포도주를 퍼마시고 최고급 향유를 몸에 바르면서도
요셉 집안이 망하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7 그러므로 이제 그들이 맨 먼저 사로잡혀 끌려가리니
비스듬히 누운 자들의 흥청거림도 끝장나고 말리라.”
제2독서
<주님께서 나타나실 때까지 계명을 지키십시오.>
▥ 사도 바오로의 티모테오 1서 말씀입니다.6,11ㄱㄷ-16
11 하느님의 사람이여, 의로움과 신심과 믿음과
사랑과 인내와 온유를 추구하십시오.
12 믿음을 위하여 훌륭히 싸워 영원한 생명을 차지하십시오.
그대는 많은 증인 앞에서 훌륭하게 신앙을 고백하였을 때에
영원한 생명으로 부르심을 받은 것입니다.
13 만물에게 생명을 주시는 하느님, 그리고
본시오 빌라도 앞에서 훌륭하게 신앙을 고백하신 그리스도 예수님 앞에서
그대에게 지시합니다.
14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실 때까지
흠 없고 나무랄 데 없이 계명을 지키십시오.
15 제때에 그 일을 이루실 분은 복되시며
한 분뿐이신 통치자 임금들의 임금이시며 주님들의 주님이신 분
16 홀로 불사불멸하시며 다가갈 수 없는 빛 속에 사시는 분
어떠한 인간도 뵌 일이 없고 뵐 수도 없는 분이십니다.
그분께 영예와 영원한 권능이 있기를 빕니다. 아멘.
복음
<너는 좋은 것들을 받았고 라자로는 나쁜 것들을 받았다. 그래서 그는 이제 여기에서 위로를 받고 너는 고초를 겪는 것이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6,19-31
그때에 예수님께서 바리사이들에게 말씀하셨다.
19 “어떤 부자가 있었는데, 그는 자주색 옷과 고운 아마포 옷을 입고
날마다 즐겁고 호화롭게 살았다.
20 그의 집 대문 앞에는 라자로라는 가난한 이가 종기투성이 몸으로 누워 있었다.
21 그는 부자의 식탁에서 떨어지는 것으로 배를 채우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러나 개들까지 와서 그의 종기를 핥곤 하였다.
22 그러다 그 가난한 이가 죽자 천사들이 그를 아브라함 곁으로 데려갔다.
부자도 죽어 묻혔다.
23 부자가 저승에서 고통을 받으며 눈을 드니,
멀리 아브라함과 그의 곁에 있는 라자로가 보였다.
24 그래서 그가 소리를 질러 말하였다.
‘아브라함 할아버지,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라자로를 보내시어 그 손가락 끝에 물을 찍어 제 혀를 식히게 해 주십시오.
제가 이 불길 속에서 고초를 겪고 있습니다.’
25 그러자 아브라함이 말하였다.
‘얘야, 너는 살아 있는 동안에 좋은 것들을 받았고
라자로는 나쁜 것들을 받았음을 기억하여라.
그래서 그는 이제 여기에서 위로를 받고 너는 고초를 겪는 것이다.
26 게다가 우리와 너희 사이에는 큰 구렁이 가로놓여 있어,
여기에서 너희 쪽으로 건너가려 해도 갈 수 없고
거기에서 우리 쪽으로 건너오려 해도 올 수 없다.’
27 부자가 말하였다.
‘그렇다면 할아버지, 제발 라자로를 제 아버지 집으로 보내 주십시오.
28 저에게 다섯 형제가 있는데, 라자로가 그들에게 경고하여
그들만은 이 고통스러운 곳에 오지 않게 해 주십시오.’
29 아브라함이, ‘그들에게는 모세와 예언자들이 있으니
그들의 말을 들어야 한다.’ 하고 대답하자,
30 부자가 다시 ‘안 됩니다, 아브라함 할아버지!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누가 가야 그들이 회개할 것입니다.’ 하였다.
31 그에게 아브라함이 이렇게 일렀다.
‘그들이 모세와 예언자들의 말을 듣지 않으면,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누가 다시 살아나도 믿지 않을 것이다.’”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거지 라자로처럼 ‘안 좋은 것’을 받아야 천국에 간다는 의미는?
한국계 출신인 조니 킴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믿기 힘들 정도의 경력을 쌓아온 인물입니다.
1984년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에서 태어난 그는 가난한 환경 속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으며, 한국계라는 사실 역시 그의 생활을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가난과 인종적 차별을 스스로 극복해나가며 남다른 성장 과정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는 미 해군 특수작전사령부에 우수한 성적으로 네이비실의 일원이 되어 이라크에 두 차례 파병되어 은성무공훈장과 동성 무공훈장을 받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하지만 이라크 라마디에서 동료의 죽음을 목격하면서 의무병의 한계를 느끼고 생명을 살리기 위해 의사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그는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의학박사를 받고 메사추세츠 종합병원 응급실을 비롯해 보스턴 브리검 여성병원 레지던트로 근무하며 의사의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그는 우연히 알게 된 NASA의 우주비행사 프로그램에 지원하여 높은 경쟁률을 뚫고 NASA 우주비행사 선발 프로그램에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지원자 1만 8천 명 중에서 선발된 우주비행사 후보 13명 중 첫 한국계 미국인 우주비행사였습니다.
이런 그의 경력은 미국사회에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가난한 아시아계 가정에서 미국 최정예 특수부대원이자 하버드 의대 박사, 우주비행사 등 한 사람이 한번 가져볼까 한 직업들을 갖고 있어 ‘지상 최강의 사나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그의 어렸을 적 삶은 그렇게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2002년 어느 날, 술 취한 아버지가 총과 아령을 이용, 일가족을 살해하려고 하자 조니 킴은 죽을힘을 다해 싸웠고 얼굴에 아령을 맞아 크게 찢어졌습니다. 아버지가 갑자기 잠잠해지고 다락방으로 가자 가족은 경찰과 구급차를 불렀고 아버지는 경찰과 대치하다가 아버지가 폭력적으로 저항하는 바람에 경찰 총격으로 사살당하게 됩니다.
조니 킴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친부와 싸웠고 ‘국가’를 지키기 위해 슈퍼 솔져가 됐으며, ‘동료’를 지키기 위해 의사가 됐고 ‘인류’ 미래를 위해 달 기지 우주인이 된 것입니다.
그의 이야기를 들은 ‘빱빠쁄루’라는 분은 이런 댓글을 달았습니다.
“이야기를 가슴에 묻어두지 않고 꺼내주셔서 너무 감사하네요. 의미 없는 인생 살다가 죽고 싶단 생각을 여러 번 한 제가 너무 부끄러워져요. 여태까지 환경 탓하며 열심히 살지 않은 저를 되돌아보게 되네요.”
‘오씨네곳간’이란 분은 이렇게 댓글을 달았습니다.
“정말 선한 영향력, 긍정적인 영향력, 본받고 싶은 영향력인 분이네요…. 문득 이분 영상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어요. 부모님 없이 힘든 날들을 보내 갈 아이들…. 학대받았던 아이들…. 괴롭힘당하던 아이들, 그냥 모든 아이에게 보여주면 정말 좋겠다…. 이런 생각….”
조니 킴은 말합니다.
“가진 것 없이 태어나도 다음 세대에 공헌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인류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겠냐고 묻는다면,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
[‘인류 최고의 인간, 조니 킴’, 유튜브 채널, ‘터닝포인트’]
오늘 복음은 부자와 거지 라자로의 이야기입니다. 부자는 지옥에 갔고 라자로는 천국에 갔습니다. 그러한 심판의 이유를 아브라함은 이렇게 말해줍니다.
“얘야, 너는 살아 있는 동안에 좋은 것들을 받았고 라자로는 나쁜 것들을 받았음을 기억하여라. 그래서 그는 이제 여기에서 위로받고 너는 고초를 겪는 것이다.” (루카 16,25)
라자로가 어떻게 이 세상에서 나쁜 것을 선택했을까요? 라자로는 자기 몸에서 흘러나오는 것들을 개들이 먹게 하였습니다. 개들은 여기서 자신들이 가치 없는 존재라고 느끼며 사는 인간을 상징합니다. 에덴동산에서 아담은 그런 동물들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일을 해야 했습니다. 이름을 지어준다는 말은 ‘가치 있는 존재임을 믿어 새로 태어나게 한다’라는 뜻입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단순히 인간이라 여길 때 그보다 더 큰 존재임을 깨우쳐주러 오셨습니다. 당신에게서 흘러나오는 살과 피를 마시고 우리가 하느님과 같은 본성을 지닐 수 있음을 믿게 하셨습니다. 그렇게 세례로 새로 태어납니다.
라자로는 예수님의 비유에 나오는 유일한 이름을 지닌 사람입니다. 라자로는 이 세상 사람들에게 예수님께서 죽어 썩어가는 사람까지 살리시는 분임을 믿게 하도록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인물입니다. 예수님의 친구였음에도 죽음의 고통을 이 세상에 희망을 주기 위해 당해야 했던 인물입니다. 이러한 삶이 이 세상에서 안 좋은 것을 받는 삶입니다.
하지만 안 좋은 것을 받고 좋은 것을 받는 것은 우리 선택입니다. 우리 선택이기 때문에 심판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것입니다. 조니 킴은 이 세상에서 좋은 것만을 찾아 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신과 같은 처지인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안 좋은 것을 선택했습니다. 그 십자가 덕분으로 많은 이들이 힘과 용기를 얻습니다. 이러한 삶이 바로 라자로의 삶입니다.
세상에 줄 선한 영향력을 위해 십자가를 지는 삶, 사람을 살리기 위해 십자가를 지는 삶, 이것이 안 좋은 것을 받아 라자로처럼 천국에 이르는 길입니다.
내가 죽고 이웃을 살리는 안 좋은 것을 받는 삶, 이 삶으로 나아가 영원한 생명으로 들어갑시다.
https://youtu.be/wgEtrEzrZbA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아침에 뉴스를 보면 나쁜 소식을 많이 보게 됩니다. 세상에 좋은 소식은 전혀 없고 나쁜 소식만 있는 것 같습니다. 계속 보다 보면 침울해지고 화도 납니다. 그런데 이렇게 속상하게 하는 뉴스가 주 뉴스로 발표되고, 반면에 좋은 소식은 몇 개 되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나쁜 뉴스를 다 마치고서야 잠깐 나올 뿐입니다.
세상에 좋은 일보다 나쁜 일이 많아서일까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자극적인 소식에 눈길을 더 두는 우리이기에, 흔하지 않은 나쁜 일이 앞자리를 차지하는 것입니다. 좋은 일이 적은 것이 아니라, 좋은 일이 너무 많기에 맨 뒷자리 그리고 흔한 일이기에 아주 적은 숫자의 좋은 뉴스를 발표하는 것이 아닐까요?
조금만 관심을 두면 우리를 환하게 미소 짓게 하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아기의 웃음에서, 사람들의 착한 사랑의 실천에서, 공공장소에서 보이는 배려의 모습에서 우리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짓습니다. 여기에 비오다가 갑자기 맑아진 하늘에도 큰 기쁨을 얻습니다. 새벽에 벌떡 일어나 개운한 마음으로 새 아침을 맞는 것도 큰 기쁨입니다.
좋은 일이 없는 것이 아니라, 너무 많아서 뉴스거리가 되지 않았을 뿐입니다. 온 세상에 나쁜 뉴스로 가득하다는 착각을 해서는 안 됩니다. 이렇게 우리는 하느님께서도 인정하신 보시니 참 좋은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이렇게 좋은 세상에서 좋은 말과 행동으로 더 좋은 세상이 되는데 힘을 보태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나만을 생각하는 욕심과 이기심 속에서 좋은 세상을 함께 만들지 못합니다.
부자와 라자로의 비유 말씀을 보게 됩니다. 부자는 자신이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즐기며 호화롭게 살았습니다. 그에 반해 라자로는 이 세상에서 누릴 수 있는 것이 없어서 힘든 삶을 살 수밖에 없었지요. 이 둘이 모두 죽어 하늘 나라에 가서는 입장이 180도 바뀌게 됩니다. 라자로는 아브라함 옆에서 위로받고, 부자는 불길 속에서 고초를 받습니다.
왜 이렇게 입장이 바뀌었을까요? 부자가 악인이고, 라자로는 선인이기 때문일까요? 부자가 자기 형제를 생각하는 것을 보면 그렇게 나쁜 사람 같지 않습니다. 그리고 라자로가 했던 선한 행동은 하나도 나오지 않습니다.
부자가 보였던 자기만 잘 사는 삶이 문제입니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이 세상이 더 좋은 세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누리는 것에만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사도 바오로도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실 때까지 흠 없고 나무랄 데 없이 계명을 지키십시오.”(1티모 6,14)라고 말씀하시지요. 그만큼 주님 말씀에 맞춰서 좋은 세상 만들기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하늘 나라에서 큰 영광을 받게 됩니다.
아파하는 마음이 가장 숭고한 사랑이다(박경리).
너는 좋은 것들을 받았고 라자로는 나쁜 것들을 받았다. 그래서 그는 이제 여기에서 위로를 받고 너는 고초를 겪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