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우떼들의 행운을 빈다>
아프리카 대륙의 광활한 초원을 양분하는 강이 있습니다.
마라강(Mara river)입니다. 이 강에는 일 년에 두 번,
수백만 마리의 누우떼들이 강을 건너는 장관이 벌어집니다.
한 번은 남쪽에서 북쪽으로,
겨울에는 다시 남쪽으로 이 강을 건넙니다.
새로운 초원을 찾기 위해서는 반드시 마라강을 건너야 합니다.
마라강 다리는 신천지로 가기위한 외나무다리인 것입니다.
그 마라강 물 속에는 굶주리고 사나운 악어들이 득실거립니다.
한 마리씩 건너면 가는 족족 악어 밥이 됩니다.
그래서 무리를 지어 단숨에 건넙니다.
그것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임을
누우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250만년을 이어온 그들의 생존을 위한 자연의 섭리입니다.
대 이동의 섭리에는 많은 희생이 따릅니다.
수백만 마리가 한꺼번에 그리고 단숨에 건너야하는,
살아남기 위한 처절함이 가져오는 어쩔 수 없는 섭리입니다.
서로 부딪치고 밟히고 자기들끼리 벌어지는 피해도 크지만
바로 악어에게 잡혀 먹히는 누우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강물은 온통 붉은 빛으로 변합니다.
그렇게 강을 건넌 누우들은 초원으로 건너갑니다.
그러나 아무도 모릅니다.
라마강을 건너는 과정이 피 흘리는 처절한 과정이었음을.
오직 새끼 누우만 알고 있습니다.
어미 누우가 자신 곁에 없다는 것을.
누우 하고 한번 울어 봅니다.
어미 누우의 대답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우리 삶의 현장에는
잘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승자와 패자가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가난한 자가 있기에 부자가 있고
패자가 있기에 승자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재물을 쌓고 승리를 거두는 것은 어김없이
다른 사람들을 가난과 패배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기에 가능하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네 인류도 마라강을 건너는 누우떼처럼,
가난한 사람도 없고 부유한 사람도 없는 세상,
부유함 자체도 없고 가난함 자체도 없는 세상,
인간차별이 없는 평등한 세상으로 건너가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서로 아끼고 섬기면서 자연과 더불어
함께 오순도순 살아가는 세상으로 건너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건너가는 과정에서 한사코 남보다 더 많이 차지하고,
남보다 더 많이 소비하고, 남이 나를 알아주기를 바라는
사람들은 불행하게도, 마라강에 떨어지는 누우들처럼
억어들에게, 악마들에게 잡아먹히고 맙니다.
(이 글은 이철원 변호사 전자편지를 손질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