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언론이 보도하면 대통령실 ‘부인’ 반복…“아마추어 외교”
2023. 3. 31. 06:03
https://v.daum.net/v/20230331060305248
독도·위안부 등 ‘민감 사안’ 한·일 정상회담 진실공방 계속
대통령실, 결국 “후쿠시마 수산물 들어올 일 결코 없을 것”
민주당 “대일 굴욕외교” 연일 규탄 대회에 결의안도 발의
윤재갑 의원, 국회서 삭발식 윤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0일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반대 및 대일 굴욕외교 규탄대회에서 삭발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윤석열 정부가 ‘셔틀외교’ 복원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한·일 정상회담이 진실공방으로 흐르고 있다. 일본 언론에서 윤석열 대통령 방일 당시 발언이나 회담 내용이 흘러나오고 대통령실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하는 일이 2주째 반복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서툰 외교’가 드러났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30일 “일본산 수산물 수입 관련, 국민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정부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후쿠시마산 수산물이 국내로 들어올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가뜩이나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에 대한 우려가 큰데 이 같은 보도로 불안감이 확대되자 대통령실이 직접 진화에 나선 것이다.
전날 교도통신은 윤석열 대통령이 방일 이틀째인 지난 17일 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를 접견하면서 배석한 일본 의원들에게 후쿠시마 제1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문제를 두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국 국민의 이해를 구해나가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제가 그 자리에서 다 받아적었다”고 했다. 교도통신에 나온 윤 대통령 발언은 없었다는 취지다. 그는 “대통령께서 가장 중시하는 게 국민의 안전과 건강”이라며 “이것을 해칠 우려가 있는데 받아들일 수 있겠냐.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산케이신문은 지난 20일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에게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제한 철폐를 요구했다고 보도했고, 22일에는 마이니치신문이 “누카가 일한의원연맹 회장이 일본산 멍게 수입 재개를 요청했다”는 칼럼을 게재했다. 대통령실은 “수산물 문제는 두 정상이 어떤 얘기를 했는지 공개할 수 없다” “멍게란 단어는 나온 적이 없었다”며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한·일 정상회담에서 독도 영유권과 위안부 피해자 합의 문제가 언급됐다는 보도도 일본 언론에서 나왔다. 일본 정부가 매체를 동원해 정치적으로 이용할 가능성도 있다. 현지 보도 내용은 양국 간 민감한 현안들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일본이 언론을 통해 민감한 현안과 관련한 회담 내용을 의도적으로 흘려온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일본 정부의 언론 플레이에 사전 대처하지 못한 것도 문제이지만, 정치적 의도가 다분한 타국 언론 보도에 대통령실이 직접 나선 자체가 맞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 소식통은 “일본의 꼼수는 예견된 사고인데 사후 대처는 아마추어적”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실이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수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자 “투명성 높게 정보를 공개해 국제사회의 이해를 얻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독도 영유권 주장, 교과서 역사왜곡 등과 관련해 규탄 결의안을 발의하고 삭발식까지 진행했다.
이재명 대표는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진행된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반대 대일 굴욕외교 규탄대회’에서 “이번 정상회담으로 한·일관계는 1945년 전으로 회귀했다”며 “일본산 멍게는 사줄 수 있어도 대한민국 농민이 생산한 쌀은 사줄 수 없다는 것인가”라고 했다. 이 대표는 “굴욕회담에 대해 끝까지 진상을 규명하고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당 해양수산특별위원장인 윤재갑 의원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계획 저지를 촉구하는 의미로 삭발했다. 당 대일굴욕외교대책위원장인 김상희 의원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및 강제동원 역사왜곡 교과서 승인 규탄 결의안’을 대표 발의했다. 야당 의원 58명이 결의안에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