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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웨스트 항공은 국내 노선 위주로 운항한다.
미국 본토를 투어할 계획이 아니라면 접할 일이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모르는 사람은 모른다.
하지만 저비용항공사(Low Cost Carrier)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하고, 45년 연속 흑자를 내는 등 항공 판의 이슈메이커인 까닭에,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리고 왠지 모를 거리감이 느껴지는 여타 항공사와 달리 펀(Fun)한 서비스로도 유명하다.
Brown 에디터의 추천으로 선정한 사우스웨스턴 항공.
이번 항소이유서를 쓰면서 느낀 이곳의 인상은 ‘늙지 않는 항공사’다.
재밌는 이벤트를 많이 해서? 수십 년 동안 좋은 실적을 유지해서? 반절은 맞고 반절은 틀리다.
이 글을 끝까지 읽고 나면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 같다.
그럼 서둘러 출발해보자.
사우스웨스트 항공이 새로 취항하는 노선에 발생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해당 노선 운임은 낮아지고 이용객은 증가하면서 항공 시장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
미국 교통부의 한 보고서(1993년)에 실린 내용이니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영향력을 실감하기 딱 맞은듯하다.
그렇다면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어떤 면이 미국 항공 판을 뒤흔들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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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바로 최저가(lowest Fare) 정책.
지금은 매우 익숙한 최저가, 저비용항공사라는 개념의 원조가 사우스웨스트 항공이다(물론 지금은 결코 저렴하다고 할 수 없는 가격이다.
피리트 항공, 알리지언트, 프론티어 등 저비용항공사를 넘어선 초저비용항공사들에 자리를 넘겨주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요금이 어느 정도였냐 하면, 경쟁사들이 요금에 있어서는 사우스웨스트 항공과의 경쟁을 아예 포기하는 수준이었다.
1978년 댈러스-휴스턴 간 편도 항공권은 59달러. 경쟁사의 최저가는 79달러였다.
1990년대 초에는 LA-샌프란시스코 노선 요금을 역시 59달러로 제시했다.
여타 항공사의 요금은 186달러 내외였다.
링 밖으로 쫓겨난 항공사들이 할 수 있는 건 사우스웨스트 항공에 비아냥을 날리는 일뿐이었다.
이와 함께 특별한 수하물 정책과 빠른 턴어라운드 시간으로 향상된 항공기 회전율, 점 대 점 시스템 등이 주효했다.
뒤에서 자세히 다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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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변호사 출신의 허브 켈러허(Herbert D. Kelleher)가 설립 후 초기에는 자금난, 법 분쟁 등으로 고초를 겪었다.
그것도 잠시, 허브 켈러허의 뚝심 있는 경영으로 세계 유수의 항공사 반열에 올랐다.
2016년에는 무려 1억 5180만 명을 수송하며 수송실적 1위를 차지했다.
국제선을 운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더욱 박수를 쳐주고 싶은 퍼포먼스다.
또한, 앞서 이야기했듯 1973년부터 2017년까지 45년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석유 파동, 911 테러를 겪으면서 미국의 많은 항공사가 파산하고 합병당하는 등 격랑을 겪는 와중에도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고고하게, 품위를 지켰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항공사로서의 실적뿐만 아니라 기업 평가도 우수하다.
미국 포브스에서 선정한 ‘종업원들이 느끼는 최고 기업 순위’에서 전체 500개 기업 가운데 8위를 차지했다.
이 정도면 내실과 외실 모두 건강한 이상적인 기업이 사우스웨스트 항공이라 할 수 있겠지.
정리하자면, 설립 초기 미국 항공업계에 불어온 강력한 남서풍의 중심에는 월등한 최저가 정책과
이를 뒷받침하는 파격적인 변화(수하물 요금, 항공기 회전율, 점 대 점 취항 방식 등)가 있었다.
그리고 이는 전부 설립자 허브 켈러허의 철학에서 비롯한 경영 방식이 빛을 발한 것들이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을 전진케 하는 동력은 허브 켈러허 그의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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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라고 해서 거창할 필요는 없다.
켈러허의 경영 철학은 대학 수업에서 빈번하게 다룰 정도로 유명하지만, 그중에서도 내 맘대로 꼽은 핵심은 두 가지다.
‘직원 사랑’ 그리고 ‘정체성’.
"고객이 항상 옳다는 말은 틀렸다.
그것은 직원을 배신하는 것이다.
가치 있는 고객만이 대접받을 가치가 있다."라고 말하는 그의 직원 사랑 덕에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펀(Fun) 경영'도 가능한 것 아닐까.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회사라면 스스로 즐겁게 일하지 않을 직원을 찾기는 어려울 테니까.
seat belt…, have a good time…, 이렇고 저렇다는 직원의 스웩 충만한 랩은 기내 안내 방송이다.
설마 못 알아들은 건 아니겠지? 여하튼 이렇게 승객과 소통하며 랩으로 안내 방송을 하려면
사내 분위기가 얼마나 자유로워야 할지 사우스웨스트 항공에서 일해보지 않는 한 쉬이 가늠하진 못할 것 같다.
스마트폰에만 혁신이 있는 건 아니다.
아니, 스마트폰이 나오기 훨씬 전부터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혁신을 추구했다.
기내식 등 서비스를 최소화해 저렴한 항공 요금을 제공하고, 포커스 시티 방식을 도입해
운송 효율을 높이는 등 항공 업계 퍼스트 무버로 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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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건만 봐도 사우스웨스트 항공과 다른 항공사의 차이를 알 수 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슬로건 중 하나인 ‘We love Your Bags’는 승객의 가방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이 깃들어 있다.
(?) 뭐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정확히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무료 위탁 수하물 정책을 가리키는 게 We Love Your Bags. Bags Fly Free다.
저비용항공사 딱지를 뗀 사우스웨스트 항공이 내세울 수 있는 경쟁력 중 하나가 무료 위탁 수하물 정책이다.
많은 미국 항공사들이 화물 수송을 수익 모델로 이용한다.
25달러에서 70달러까지 요금을 받는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을 이용하면 그만큼의 돈을 아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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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웨스트 항공의 혁신 두 번째는 버스식 탑승 정책.
승객에게 좌석을 일일이 배정하지 않고 탑승 수속 순서대로 좌석을 고를 수 있도록 했다.
마치 버스를 타듯이. 일찍 오면 좋은 자리에 앉거나 가족/친구와 함께 여행할 수 있지만 지각하면 항공기에 탈 수조차 없다.
이 같은 이유로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탑승 속도는 매우 빠르다.
물론 급한 사정이 있는 승객을 위한 '얼리버드 체크인(Earlybird Check-in)'도 가능하다.
일정 금액을 내면 탑승 우선순위에 더해 창가/복도 좌석 선택권 및 좀 더 넓은 좌석에 앉을 기회도 주어진다.
사우스웨스턴 항공은 얼리버드 체크인으로 2017년에만 4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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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 도착해 승객을 내리고 기내 정리를 한 다음
승객을 태우기까지의 턴어라운드(Turn-Around)시간이 25분 안팎으로 매우 짧다는 점도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특징이다.
일반 대형 항공사(FSC)의 경우 B737 기준(사우스웨스트 항공은 B737 기종만 운항) 턴어라운드 시간이
50분 내외라는 걸 생각하면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빠릿함이 더 잘 와닿는다.
심지어 지금보다 각종 항공 규제와 절차가 적었던 7~80년대에는 10분 만에 턴어라운드 과정을 해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항공기에 늦게 도착한 허브 캘러허를 두고 출발해 버린 일화는 유명하다.
지각한 허브 캘러허가 항공기에 탑승하지 못했던 일을 광고에 활용하기도 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허브는 댈러스 러브필드 공항이다.
그리고 내쉬빌 국제공항도. 또 뉴올리언스 루이 암스트롱 국제공항, 보스턴 로건 국제공항, 오클랜드 국제공항, 포틀랜드 국제공항 등등···.
뭐 이리 허브가 많냐고? 정확히는 허브가 아니라 ‘포커스 시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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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허브 공항 한두 개를 중심으로 작은 공항(포커스 시티)들로 노선이 뻗어 나가는 허브 앤 스포크(Hub and Spoke) 방식을 대부분의 항공사가 사용한다.
하지만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포커스 시티를 허브로 쓰면서 각각의 허브를 점 대 점으로 연결한다.
단거리 직항 노선이 많은 사우스웨스트 항공엔 허브 앤 스포크보다 점 대 점 방식이 더 적합한 것.
이 때문에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허브(=포커스 시티)는 30개가 넘는다.
지역의 중점 공항이 아닌 주변 작은 공항에 내리는 탓에, 공항에서 도심까지 접근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긴 하다(예를 들어,
댈러스에는 댈러스-포트워스 공항이 아니라 러브필드 공항에 취항).
아이러니하게도 현지 주민들은 공항에서 집까지 더 가까워서 좋아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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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사람들은 조금씩 괴짜스럽다고 생각하는데, 허브 캘러허도 그런 것 같다.
그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이 B737만 운용하길 바랐고 지금까지 그 원칙이 철저히 지켜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단·중거리용 항공기인 만큼 국내 단거리 노선에 집중하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에 딱 맞긴 하지만 그래도 700여 대가 넘는 항공기가 모두 단일 기종이라는 건 흠좀무.
2017년 하반기에 반가운 소식이 들려오긴 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이 다른 항공기종을 인도했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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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바로 B737 MAX.
기존 B737보다 항속거리가 무려 20%가량 향상된 이 B737 MAX로 태평양을 건너는 하와이 노선을
운항한다는 것이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계획이다.
이 정도면 B737 덕후 인정.
여기까지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면면을 들여다봤다.
아, 내가 빼먹은 게 있다고? 허브 캘러허의 ‘정체성’을 설명하지 않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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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어찌 보면 청개구리 같기도 하고 아웃사이더 기질이 보이기도 하는 특징 전부가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정체성을 드러냈다.
여타 항공사와 다른 길을 걷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특징은 단순히 이익을 좇은 ‘결과’가 아니다.
외려 허브 캘러허가 생각한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정체성을 잃지 않아서, 지금의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하는 게 맞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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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company is stronger if it is bound by love rather than by fear.”
기업은 두려움보다 사랑으로 묶여 있어야 강해진다는 허브 캘러허의 말이 공허하게 들리지 않는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마치 그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겠다는 듯이 직원을 향한 사랑, 그다음 고객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그가 은퇴한 지금도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수십 년 동안 변하지 않는 마음(철학), 그것을 좋아하는 새로운 젊은 친구(승객)들이 있는 한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늙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