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천계곡 초가을 야생화
아직 늦더위가 남은 구월 초순 주말을 맞았다. 아침 식후 자연학교 등교를 위해 현관을 나섰다. 아파트단지 이웃 동으로 가니 뜰에는 꽃을 가꾸는 아주머니가 이른 시각 꽃밭에 내려와 꽃을 돌봤다. 그곳과 나란한 밀양댁 안 씨 할머니와 친구 꽃대감이 가꾸는 꽃밭에도 제철을 맞아 아름답게 핀 꽃들이 풍성했다. 꽃밭의 풍경을 사진으로 남겨 아침 시조와 함께 지기들에게 보냈다.
아파트단지 바깥 정류소에서 원이대로로 나갈 버스를 기다리다 은행나무 가로수에서 길바닥 떨어진 열매가 보였다. 곡우 무렵에 은행꽃이 낙하했던 그 자리였다. 은행꽃은 바람이 소리소문없이 인연을 맺어주었는데, 그 결실로 가을 들머리 떨어지는 은행 열매를 둘러싼 과육 표피는 암모니아를 풍겨 고약한 냄새가 온 동네 퍼진다. 자유낙하는 늦가을 노란 은행잎이 한 번 더 남았다.
도계동으로 나가 북면 온천장으로 가는 12번 버스로 갈아탔다. 천주암 아래서 굴현고개를 넘어간 외감삼거리에서 내려 달천계곡으로 들었다. 계곡 들머리 과수단지를 지난 길섶엔 귀화식물 일종인 나래가막사리가 무리 지어 꽃을 피웠다. 돼지감자와 같은 잎줄기에서 노란 꽃을 피우는 나래가막사리는 북미 원산 여러해살이로 개체수가 급속하게 늘어 곧 생태계 교란종에 오르지 싶다.
달천계곡은 지난봄에 산책 데크와 공원 관리 시설을 증축해 예전과 달라져 있었다. 미수 허목 유허지 빗돌을 지난 ‘달천정’ 각자 부근 핀 물봉선꽃은 절정을 지나는 즈음이었다. 창원 근교에서 물봉선꽃을 완상하기 알맞은 데가 달천계곡이다. 차량으로 찾아와도 주차장이 가까워 접근성이 좋은 데다. 바위 벼랑을 타고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면서 물봉선꽃의 열병을 받으며 지났다.
새벽 일찍 천주산 삼림욕장이나 정상부까지 등정을 마치고 하산하는 이들도 간간이 보였다. 계곡엔 몇 갈래 산책로가 개설되어 있으나 임도를 따라 계속 올라갔다. 응달 언덕 누린내풀이 피운 파란 꽃이 눈길을 끌었다. 지난 주말 여항산 미산령에서 본 영아자꽃처럼 보였는데 허공에 바람개비 같은 꽃잎을 펼쳤다. 난 비염으로 후각이 둔한 편인데 고약한 냄새로 붙여진 이름이었다.
천주산 북향에서 천주암에서 오른 등산로와 합류해 함암 경계 고개로 가다가 벌개미취가 피운 보라색 꽃을 만났다. 한여름이 제철이라 이제 끝물인 벌개미취꽃이었다. 고개 쉼터에는 먼저와 쉬는 이들이 있었는데 내가 앉을 자리는 남아 있었다. 배낭에 넣어간 술빵을 조각내 간식으로 먹으면서 점심을 겸해 때웠다. 산행 산책 중 남긴 꽃 사진은 몇 지기들에게 보냄을 잊지 않았다.
쉼터에서 일어나 칠원 산정마을로 가는 임도를 따라 걸었다. 길고 긴 임도 길섶에는 등골나물이 피운 꽃을 비롯해 초가을을 장식하는 야생화들이 몇 종 보였다. 무릇이 연분홍으로 꽃대를 밀어 올렸다. 기름나물과 궁궁이는 하얀 꽃을 달았는데 뚝갈과도 같은 모양이었다. 짚신나물은 노란 꽃잎을 점점이 달았다. 응달을 좋아하는 물봉선꽃은 군락을 이루어 여전히 많이 볼 수 있었다.
천주산이 갈래로 나뉜 호연봉은 예곡으로 뻗은 산등선이었다. 호연봉을 바라보며 골짜기를 빠져나가 산정 저수지를 앞둔 마을에서 시내로 나갈 버스를 기다렸다. 예전 산정마을에 살다 객지로 떠난 진양 강 씨 부자는 구고사 근처에서 선산 벌초를 마치고 차를 몰아 떠났다. 마을 토박이 한 아낙이 동구 정자에 나와 쉬면서 그들 선대가 이곳 마을에 살다가 오래전 돌아가셨다고 했다.
정한 시각에 종점으로 향해 온 버스가 닿아 나를 태워 다시 시내로 복귀했다. 칠원 읍내를 돌아 마산으로 나가면서 ‘은행 낙과’ 시조를 한 수 남겼다. “연둣빛 잎 돋을 때 소리도 소문 없이 / 곡우절 바람결에 꽃술은 수분 되어 / 드리운 그늘 속에서 남모르게 키웠다 // 서리 와 성장 멈출 단풍이 물들기 전 / 봄날에 맺은 인연 알알이 영글어서 / 그 나무 그루터기에 냄새 풍겨 알렸다” 24.09.07
첫댓글 보랏빛 꽃향기가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