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성, 일상 19-47, 리얼초코 자바칩 프라페
“머리하니까 훨씬 깔끔하네요. 보성 씨도 마음에 들죠?”
“네, 마음에 드는 것 같은데요.”
미용실에서 나온 보성 씨가 무심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도 어떻게 자를지 묻는 사장님에게 “짧게. 많이요.”라고 대답하고
원하는 대로 했으니 마음에 들었을 것이다.
“쌤, 이거요. 이거 먹을래요.”
주차한 데까지 걸어가는데 보성 씨가 멈춰서며 말했다.
손끝으로 가리킨 곳을 보았더니 얼마 전 생긴 카페다.
“그래요. 날씨도 덥고 머리도 다 했으니까 마시면서 가요. 뭐 마실 거예요?”
주문받는 카운터에 판매하는 음료의 사진과 이름이 적힌 메뉴판이 세워져있었다.
메뉴가 글로만 적혀있는 곳에서는 말로 설명하고 고르도록 묻지만
이렇게 사진이 있을 때는 보성 씨가 직접 선택하도록 권한다.
“이거요. 이거 주세요.”
보성 씨가 눈으로 메뉴판을 훑더니 하나를 지목했다.
‘리얼초코 자바칩 프라페’.
초코 음료에 크림이 올라가고 그 위에 초코시럽이 뿌려진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지난번 다른 카페에서도 비슷한 것을 주문한 걸 보면 보성 씨 취향이 분명하다.
보성 씨는 달고 또 단 걸 좋아하는구나.
보성 씨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리얼초코 자바칩 프라페를 카페 직원에게 대신 말했다.
계산은 보성 씨가 직접, 카드와 영수증도 직접 건네받았다.
보성 씨는 카운터 가까이 붙어 주문한 음료가 만들어지는 것을 구경했다.
기다리던 음료를 받고 망설임 없이 한 모금 쭉 들이키더니 말했다.
“쌤, 이거 맛있는데요? 드세요.”
“벌써 쓴 빨대로 어떻게 먹어요. 괜찮아요. 보성 씨 많이 드시고 다음에 새 거 사 주세요.”
“아이, 참! 아니라니까요, 진짜!”
농담 주고받으며 주차한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2019년 6월 28일 일지, 정진호
최희정(국장): 머리 손질하고 나오는 길에 먹는 음료수가 달콤하고 시원하네요. 주문도 직접! 이제는 입주자를 지원할 때 당연한 일이 되었습니다(음료 선택·계산 등).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지원하는 일. 그 일이 더 어려운 거 아시죠? 선생님의 지금 마음을 잘 지켜가기를 바랍니다.
월평: ① 지난번과 다른 말투! ② 2019년 5월 28일자 보성 씨 일지에 “선생님, 햄버거 진짜 맛있겠죠?” 했답니다. 그런데 오늘은 “쌤, 이거요. 이거 먹을래요.” 하네요. 더해서 “쌤, 이거 맛있는데요? 드세요.” 하고요. 오늘 말이 훨씬 주체적입니다. 기쁩니다. 이런 말투가 반갑습니다. cf.) 2019년 5월 28일, 햄버거.
첫댓글 말투의 변화까지...
작은 진보에도 세심하게 칭찬 감사하는군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