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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국형부는 어려서부터 노래부르기를 좋아하여 특히 초등학교 때 음악시간을 아주 좋아하였다. 그런데 그 목소리가 특이하여 한번은 교내 반대항 합창경연대회가 있었던 듯 매일 방과 후 노래연습이 있었는데 담임선생님이 '***야, 너는 이제부터 입만 벙긋벙긋하지 실제로 목소리는 내지 말아라' 라고 하여 평생 그런 좌절은 처음이라고 여러번 말을 하였다.
어른이 되어서도 노래부르기 취미는 여전하여 내가 그 집을 방문했을 때도 집안에서 자주 노래를 하는데 와 돼지 멱따는 소리라는 건 바로 저런 것이구나 싶어 기가 찼다. 음이라곤 안맞고 목소리만 커서 그 담임의 말이 이해가 갔다. She was so cruel, too much for me 라며 자주 불평하던 것 보면 여선생인듯 한데 어린애에게 참으로 상처를 주었구나 싶으면서도 내가 만일 그 선생이었다면 어찌 했을까 생각해보니 별 수 없었을 것 같다. 너는 집으로 먼저가라던지 하면 더 잔인할 것 같고. 적어도 그녀는 그아이를 참여는 시키지 않았던가.
미국집들은 거의 다 개인주택이라 소리를 질러도 이웃에 별 해가 없지만 다행히 우리나라를 방문할 땐 집에서 노래를 안불러 다행이다 싶었다. 자기 집에선 자주 노래(?)를 부르는데 하도 웃겨 내가 막 웃으면 자신의 노래를 좋아해 주는 줄 알고 더욱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가관이었다. 내가 법정에서도 그렇게 목소리를 높이냐 했더니 그렇다 그래서 매번 이익을 본다 라 하였다. 소외된 아픈 경험이 있는 그였기에 소외계층에 대한 특별한 애정과 관심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Who knows!
우리 아이들이 다니던 시골의 그 초등학교는 다른학교들도 그랬겠지만 봄이 되면 학예회를 열어 그날은 마을전체의 대 축제가 되는 날이라 자기아이들이 이미 졸업한 후라도 거의 다 그 학예회에 구경하러 온다. 교장이든 평교사든 그학교에 부임해오면 일단 남몰래 학부형들에 대한 조사부터 시행한다. 그 중에서 일단 눈에 띄는 집은 우리집인데 모두 논농사를 짓는데 비해 우리집만 커다란 사과농장을 경영하는 데다 특별히 나는 같은 교육계에 종사하고 있었으니.
그리하여 우선 학예회에 우리애 둘다 가장 중요한 개인종목이 주어지고 있었는데 한번은 큰애가 4학년일 때 목소리 큰 우리애가 선발되어 무대 중앙에 혼자 당당히 서있었다. 무슨 주제의 웅변인가 관심있게 보고있으니 "미친개는 몽둥이로 때려 잡아야.." 하는 엄청나게 자극적인 멘트를 날리더니 별 매끄럽지 못한 문장에 북한에 대한 상스러운 욕만 시종 나열하는 것 아닌가. 사람들은 늘 듣는 익숙한 욕설에 목소리 우렁찬 우리애가 소리지르는 서슬에 눌려 잘한다! 하며 큰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그 웅변은 담임선생이 前학교에 있을 때 자신이 쓴 원고로 대외 웅변대회에 학생을 출전시켜 입상하여 학교위상을 높힌 전과가 혁혁한 목록인데 같은 원고로 또 교외로 출전시켜 써먹을 수는 없고 교내 학예회에서 한번 생색을 내려한 것 같았다. 마을에서 가장 위상있는 집 아이에게.
그러나 참 잘못 걸렸다. 이정도면 촌지 한 십만원은 따 놓은 당상이다 싶었겠지만 내 표정을 보니 쌀쌀맞기 그지 없었다. 하다못해 '선생님, 지도하시느라 수고많으셨습니다'라는 치사말 한마디라도 해줄 줄 기대했는데...
그 때 마침 미국 이모와 이모부가 우리집에 놀러와 있던 중이라 잘되었다 하고 학예회 구경을 시키러 데리고 갔더니 그 학교에선 개교이래 미국인 변호사가 자신의 학교를 방문한 건 생전 처음이라며 교장부터 흥분해 가지고 야단들이었다. 애들과 마을사람들도 미국인을 실지로 가까이서 보는 건 처음이라며 덩달아서 모두... 의자 앞자리에 자리잡은 우리셋은 바로 上 VIP들이었고 테리는 우리애들이 등장(작은애는 무슨 독창을 함)할 때마다 야 우리 조카가 나왔다 하며 사진을 찍고 야단이었다. 큰애가 웅변을 할 때는 언니에게 무슨 내용을 웅변중인가 하여 소근소근 통역을 해주니 Oh my.. 하며 기겁을 한다. 그저 죽여라 때려 죽여라 하니.
이 바보같은 자들아, 저 미국인의 국적과 우리애로 하여금 소리지르게 하는 내용은 관련은 없다고 보는가. 누가 누구를 떼려 죽여야 하는가.
어쨋든 그래도 자신이 큰 VIP 대접을 받은데 대해 그는 입이 찢어져 미국에 돌아가선 주위사람들에게 그 자랑을 한다고 또 입이 찢어지고 있었다.
풍성한 촌지가 없었던 대신 그 노련한 담임은 내게 접근하여 그 다음 주 토요일에 전교 선생님들을 우리집에 초청하여 한 턱 대접하게 했다.
전교 선생들이라야 총 6명이지만. 목소리 큰 덕에 테리는 합창에서 배제되었지만 우리 애는 그 목소리 덕에 웅변에 나아가 마음 껒 소리를 높힌 셈이다.
지난 주엔 내 생일이라고 큰애부부가 온갖 선물을 싸들고와 식탁을 풍성하게 차리었다. 나는 입맛이 없어 요즘 무엇을 잘 못먹는데 그래도 잡수셔야 한다고 단호박 흑임자 캐슈넛 등 온갖 좋은 재료로 죽을 쑤고 거기다 또 피스타치오니 온갖 견과류를 갈아서 같이 섞었는데 그래도 맛은 별로였다. 입맛 없을 땐 그저 흰 죽과 김치가 최고라. 개운한 맛은 세계에서 한국 식이 그저 최고니까.
먹는 거보다 온갖 얘기꺼리로 나를 즐겁게 했는데 내가 제일 걱정한 것은 큰애가 합창대회에 참가해 나간다는 것이었다. 제 이모부처럼 웅변할 때처럼 합창에서 소리를 지르면 어찌하나 싶어서.
올해초에 두 다국적회사에선 불경기라며 대대적으로 감원조치를 감행하여 한 70%정도는 퇴사를 당하였다. 큰애는 그동안 몸을 너무 혹사하며 일을 하여 이제 몸이 망가질데로 망가져 안그래도 퇴사를 해야하나 말아야 하던차라 내가 제발 보통 병원말고 한병원으로 가라 충고를 하여 갔더니 신장 간 등 온통 온전한 기관이 없다며 한의사의 특별한 처방으로 약을 먹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두어달 집에서 쉬며 약을 복용하더니 몸에 차도가 있어져 밖에 나가보길 시작하였다. 평생 목숨바쳐 일을 한 것이 '제살 제 떼먹기'였던 것이다.
집에 가만히 못있는 성격에 직장인들의 가장 큰 로망은 직장일 외에 평소 자신이 하고 싶던 취미 같은 걸 해보는 것. 그래서 나가본 것이 그 市에서 운영하는 합창과 우리민요였던 것이다. 민요야 평소 집에서나 모임에서 목소리 높혀 불러본 적이 있지만 합창은 제 이모부짝 날까 염려가 되어 조심스럽게 '그냥 민요만 하지 그러냐' 했더니 내앞에서 합창 파트를 불러 보는데 다행히 제법 목소리를 약하게 하고 가성을 써서 소리를 아름답게 내려하여 튀지 않을 정도는 돼 보였다. '그래 그래 마 그만하면 됐다' 라 승락해 주었더니 아주 기뻐하였다. 그런데 합창은 그냥그냥 유지가 되는데 민요는 지가 들어 갈때는 9명이던 것이 자꾸 탈퇴를 하여 지금은 단두명밖에 안남아 이러다가 폐쇄할지 모른다고 한다.
거의 개인교습수준이니 잘되었다 계속해라 해주었지만 우리 전통 예술은 점점 사그러드는 추세라 안타깝다.
사위는 회사를 나오자마자 달려간 곳이 동네 탁구클럽인데 고등학생이래 이게 웬떡이냐 하고 열심히 탁구를 쳐대었다. 그런데 한 70대 할머니 께서 같이 탁구를 치자하여 쳐 드렸는데 이 할매가 그 후로 사위를 독점하고 다른 사람과 치는 것은 금지하고 자기와만 치자고 하였다. 할 수없이 그 할매하고만 쳤는데 젊은이들과 칠 때보다 영 재미가 없었다. 강한 스매슁도 못하고 그저 얌전히 공만 맞춰드렸으니. 그러나 그 할매는 신이나서 더 열심히 나오고 사위를 온종일 독점하려고만 하였다. 심지어 다른 사람들과는 얘기도 잘 건너지 못하게 하면서.
그러자 옛 직장에서 다시 나오지 않겠느냐는 연락이 와서 가 보았더니 인원이 줄어 일하기가 영 곤란하다, 전에 하던 일 외에 바닥을 밀대로 밀고 쓰레기통도 비우고 하는 등의 허드렛일까지 맡아달라하여 그러겠다 하였다. 그러니까 한사람이 같은 월급으로 두세사람분의 일을 하라는 거였으니.
그놈의 서양도둑놈들이 최고급간부로 일하던 한국사람을 최하위 청소부일까지 맡으라 하다니 사람의 자존심같은 건 생각안하고 그냥 돈만을 생각한다. 우리애가 안됐어서 그런 일까지 하려면 그만둬라 했더니 앞으로 언제까지 우리애가 병원엘 다녀야 할 지 모르는데 병원비를 벌기위해서도 회사를 더 다녀야 한다했다.
우리집에 온 걸 보니 일이 얼마나 고되었던지 얼굴이 초췌해져서 내가 '일하기가 고되지? 힘들지?'했더니 '아닙니다, 재미있습니다!"라 한다.
'뭐가 재미있어? 쓰레기통 비우는 게 재미있어?' 하니 웃는다.
한 주말에 그 탁구장에 나가보았더니 그 할매는 그만두고 이제 안나온다고 했다. 무슨일이 있었냐 했더니 삐쳐서 더 안나온다고. 아무도 탁구 상대도 안해주고 얘기도 잘 안해드리자 단단히 화가 나셔서.
우리애는 합창단에 들자 손위 주위 동료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애를 끌여들여 온갖곳을 데리고 다닌다. 평소 별로 내키지 않는 것들을. 백화점 아이샤핑을 다니자 해서 할 수 없이 따라다녔는데 아무 의미도 없이 몸만 피로하여 평소 싫어하던 것인데. 그외에 몸에 안좋은 정크 푸드인 햄버거 사먹는 것도 따라가 할 수 없이 같이 먹고. 집에 가서 좀 쉬고 있으면 몇몇이 아파트 아래 와있으니 내려오라느니 어디 까페에 같이 가자느니..
같은 엘리베이터 줄에 사는 한 할머니는 매일 우리애를 데리고 다니며 같이 다니려하고 매일 정말 똑같은 얘기만 하여 지겹다 한다. 그리고 매일 하는 말, '너무 외로워..' '너무 외로워' 그걸 우리애가 해결해 주어야 한다는 듯이.
나는 그애의 말을 들으며 속이 뜨끔하였다. 나도 거의 그 할매들 나이가 되었는데 혹시 젊은이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지는 않은지..
한사람이 괜찮은 삶을 살았는가, 살고 있는가를 알려면 젊은이들이 몰려드는가, 귀찮아하는가로 평가해야 할 것 같다. 내가 나이많으니 나를 섬겨라하는 권위의식으로만 산다면 그는 하루라도 빨리 가는 게 낫다고 본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우리 까페 단골 젊은이들은 내가 까페에 들어서거나 길에서 마주치면 뛸듯이 기뻐하며 달려드는 모습이 나는 괜찮은 삶을 사는 셈 아닌가 하는 자부심도 든다.
그런데 나는 항상 우리애들에게 손위분들을 잘 모시고 잘해드려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는데 너무 그런 식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자신을 어느정도 보호하며 칸을 칠 줄도 알아야 한다고 가르칠 것을. 사위까지 그런 사람이 들어와서 원.
첫댓글 추천하고 갑니다 언니~~ㅎ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말과 글로만 애국 애족을 외치는 가짜들이 많은
세상에 몸으로 진실을 보여주고있는 진짜애국자
우리 정주씨
정말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추천먼저 하고 고운 글 잘 읽겠습니당~
글을 읽기도 전에 추천을 하시다니
대단한 신뢰십니다.
일본은 절대로 하느님의 이쁨을 받고
있는 나라가 아닌데 그런 곳에서 조선을
위해 애써 주시는 덕신님 감사합니다.
저는 오늘 드디어 그동안 앓던 지독한
코로나에서 일어나 기념으로 아무 글이나
올려봅니다! 덕신님도 조심 조심 하십시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요......새로운 세상이 온다고 하니 그 새로운 것을 기다려 봅니다......
코로나로 고생하셨군요...
저두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칸을 칠 줄도 알아야 한다" 처음 듣는 명언이십니다.
義人이신 마고본성님
언젠가는 인류에게 큰 가르침과
깨달음을 내리실 것을 믿습니다.
@산비탈양
감히 ...깜놀입니다
일찌기
황궁씨께서 내리셨습니다.
대성회복의 서약이
과학적으로
이루어진다고 믿어요 저는.
코로나로 고생하셨네요
잘 이겨내셨다니 다행입니다
건강도 챙기시면서
글도 쓰시길...
좋은 글
감사히 잘 보았습니다
어제밤에 천천히 걸어서 동네마트에 가서
언젠가 올 정전사태를 대비해 양초와 성냥
을 좀 사오는데 모든 게 새로워 보이더군요.
이모든 것을 내가 더이상 못보고 갈 수도
있었다는 것이..
봉수님도 가족들을 위해서도 부디 자신의
건강을 챙겨 두시기 바랍니다.
코로나 잘 이겨내셨다니
참으로 다행입니다.
늘 건강하시고 건필하십시요.
인향만리님,
말씀을 실천하도록 앞으로
늘 노력하겠습니다.
산비탈양님께...참으로 재미있고. 흥미로워 끝까지 죄 다 읽었네요. 아마도 [애기꾼]으로 나아가.지금 윤도리도리 땜에 속상해 있는 많은 나랏사람들에게 시원한 애기로 위로를 주셔야 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