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s://www.fmkorea.com/6749795001
에리 아님 ㅠ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 흥미로운 제목의 논문이 있어서 가져와봄
따라서 이하 내용은 제 사견을 곁들여 논문의 내용을 재구성한 것임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디오공주를 검색하세요)
노래를 들으면서 글을 읽어보자
(윤동주 「서시」 육필원고)
대중문화에는 필연적으로 시대상황과 사회문제 그리고 이에 대한 시민의식이 반영된다.
그렇다면 2010년대를 강타한 히트곡 으르렁에도 우리가 지니고 있던 생각들이 들어있지 않을까??
그럼 엑소의 으르렁을 통해 2010년대에 젊은이들이 공유하고 있었던
사회문제들을 니체를 곁들여서 분석해보자!
그럼 먼저 엑소의 「으르렁」 가사를 살펴보자
yo, okay 나 혹시 몰라 경고하는데 지금 위험해(so dangerous)
(중략)
나 으르렁 으르렁 으르렁 대 나 으르렁 으르렁 으르렁 대
나 으르렁 으르렁 으르렁 대 너 물러서지 않으면 다쳐도 몰라
E X O 또 다른 늑대들이 볼세라 너무나 완벽한 내 여자라
품속엔 부드럽게 너를 안고 너만을 위해서 나는 난폭해지고
결국엔 강한 자가 얻게 되는 미인 자리가 없으니까 그냥 돌아가 I win
가능성 제로야 닳으니까 그만 봐 그녀를 넘본다면 나를 먼저 넘어봐
우리 말곤 하나둘씩 지워버리자
너하고 나만 여기 남아 멈춰진 듯이 워
검은 그림자 내 안에 깨어나 널 보는 두 눈에 불꽃이 튄다
그녀 곁에서 모두 다 물러나 이젠 조금씩 사나워진다
나 으르렁 으르렁 으르렁 대 나 으르렁 으르렁 으르렁 대
나 으르렁 으르렁 으르렁 대 너 물러서지 않으면 다쳐도 몰라
나 으르렁 으르렁 으르렁 대 나 으르렁 으르렁 으르렁 대
나 으르렁 으르렁 으르렁 대 너 물러서지 않으면 다쳐도 몰라
얼핏보면 유치해 보이는 이 가사를 원저자는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1. 가사 속에서 이들이 으르렁대는 원인는 무엇인가?
그것은 '강한자가 미인을 얻게된다.'는 믿음이다.
그러한 신념에 따라 그녀를 원하는 '나'에게 다른 남자들은
모두 물리쳐야하고 경쟁하여 승리해야 하는, 경쟁자의 위치에 놓이게 된다.
이것은 이들이 미인을 얻기 위한 무한경쟁의 심리속에 놓여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 그렇다면 왜 이들은 무한경쟁의 심리 속에 빠지게 되었을까?
원저자는 그 원인을 사회구조 속에서 찾는다.
양극화를 낳는 경제체제와 청년일자의 부족이 젊은이들을 무한경쟁 속으로 밀어넣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특이한 점이 있다. 오찬호에 따르면
현 시대의 젊은이들은 이러한 사회구조의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가된다.
이들은 스스로를 수저론의 피해자라고 여기지만,
동시에 지잡대, 지균충, 비정규직 차별등을 발언을 서슴없이 내뱉는다.
그리고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능력주의'가 존재한다.
이들의 눈에 지역균형전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공정하지 않다.
능력주의는 평등이라는 이름으로 신분제를 무너뜨렸지만
무한경쟁의 과정에서 배재의 원리를 따르는 '신신분주의'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무한경쟁심리는 철학적으로 어떻게 분석될 수 있을까?
니체를 통한 분석
1. 무한경쟁 심리의 바탕에는 무엇이 있는가?
니체의 이론에 따르면 그 근원에는 '시기와 질투'가 존재한다.
니체는 도덕을, 노예의 도덕과 귀족의 도덕으로 나눈다.
노예의 도덕은 타인부정이며, 귀족의 도덕은 자기긍정이다.
이를 쉽게 설명해보면,
노예의 도덕은 기본적으로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을 시기질투하는 가치판단을 한다.
나보다 뛰어난, 귀족적인 자들을 악하다고 표현하며,
자신보다 약한존재(약자)를 선이라고 여기며 칭찬한다.
노예의 도덕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타인의(고귀하고 귀족적인) 가치에
악이라는 이름을 붙여 그 지위를 끌어내린다.
반대로 귀족의 도덕은 지극히 자기긍정적이다.
귀족의 도덕에서 좋은 것은 내 기준에서 좋은 것이다.
다시 말해, 가치판단의 기준이 나에게 존재하는 것이다.
나다운 것이 좋은 것이고 내가 하는 행동이 좋은 행동이다.
2. 가사 속에 어떻게 드러나는가?
이러한 니체의 이론에 따르면
미인을 차지하기 위한 으르렁댐 속에는
타인에 대한 시기와 질투, 그리고 자신에 대한 불안감이 존재한다.
움츠러드는 절망과 발산되는 질투가 동전의 양면처럼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다.
현대의 젊은이들은 자기중심적인(이기적인) 사고를 통해 노예의 도덕에 다다른다.
나를 긍정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타인보다 뛰어난 나를 원하기 때문에 본래의 자신이 지닌 가치를 긍정하지 못한다.
3.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
이 문제는 자기긍정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자긍심을 지닌 사람들은 열등감을 느끼며 타인을 경계하지 않는다.
'타인과 비교하여 뛰어난 나'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주체하는 삶 그 자체를 수용하고 긍정하는 나'의 가치를 스스로 알아야 한다.
글을 마무리하며
(제 사견이 많이 섞여있습니다. 원래 내용은 논문을 참고해주세요)
논문의 마지막 문단에는 철학자의 자기반성이 담겨있다.
개개인이 자기긍정의 마음가짐을 지니는 것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결국 기성세대의 유산인 경쟁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사람 취급받을 수 없는 사회 그 자체가 문제임을 원저자도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이 악순환은 어디선가 끊어져야 하고,
이를 통해서만 사회는 선순환의 구조로 돌아설 수 있다.
이 논문은 이를 원저자의 위한 작은 초석(혹은 바람)이 아닐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 문헌: 김광식 "니체와 프롬의 철학으로 되짚어 본 EXO의 <으르렁>" 사회와 철학 35 pp.45-66 (2018) : 45.
강용수. 니체의 <도덕의 계보> 읽기. 세창미디어
에링턴. 서양윤리학사. 서광사
사진 출처: KCI 캡쳐, 구글 아츠&컬쳐, 위키피디아
개인적으로는 니체의 이론이 이렇게 착하게? 분석될 수 있는가는 약간의 의문이 남기는 합니다
니체에 대한 더 자세한 설명은 척척박사님들이 해주시리라 믿습니다.
댓펌
저거 끊을려면 나라가 부유해져야할텐데
지금 눈높이에 비해 나라가 부유하질 못해서 그런거같음
눈높이는 유럽, 미국에 가있는데 거기보다 1인당 GDP가 반에, 그동안 쌓아온 자산이나 유산들은 훨씬 적으니
심지어 그 유럽과 미국도 사회문제가 심각하니 유럽은 저성장, 청소년실업률, 미국은 빈부격차등
결국은 눈높이에비해 현실이 그렇지 못하니 더욱더 능력주의로 가는듯
그게 물론 성장동력이지만
니체의 철학이 과격하다는 이미지가 있고, 이 글에서는 의외로 착하다 느낀 이유는 니체 사상의 핵심인 "초인"이 기존 사회에 어떤것에도 얽메이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임.
그러면 그냥 지 꼴리는데로 살면 그게 초인이냐? 아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니체는 인간을 3가지로 비유했음. 낙타, 사자, 어린이.
낙타는 세상이 이끄는대로 흘러가는 위에 말한 노예의 도덕의 해당하는 존재고, 사자는 그러한 도덕과 종교에서는 벗어났지만 그저 반항이 있을뿐 내면이 공허한 존재임. 그리고 마지막에 어린이에 가서야 세상의 새로움과 신비에 경탄하고 긍정하며 새로운 가치를 꾸준히 만드는 존재임.
이런 어린아이처럼 니체가 말하는 초인은 삶과 지금에 대한 경탄을 가지고, 자신만의 가치를 만들어내서 그 가치를 지키는 사람임. 그리고 그 가치는 외부나 남에 의해 만들어진게 아님.
그러니 으르렁에 나타나는, 내 여자 지키겠다고 주변에 위협을 가하는 편협한 인간은 절대 초인이 아닌 것. 이는 전형적인 사자의 모습이지
그리고 이런 발상은 사실상 그전까지 사회를 지탱하던 모든 도덕과 질서를 부정하는 발상이고 사회체제를 흔들 위협이 있기에 기존 사회에서 거부반응이 있던것. 괜히 니체의 별명이 "망치를 든 철학자"가 아님
꿈보다는 해몽이라고 별 것 없는 가사에 과다한 의미를 부여한 듯.
예전 라디오에서 평론가가 가요 가사에 온갖 심리학적 분석과 미사여구 붙여서 근사하게 만들어 주는 코너 있었는데.
진행자인 가수가 자기 노래도 분석해 달라고 징징거렸던 거 기억남
작사가가 의도적으로 저런 가사를 썼다고 분석한 것은 아니지요. 논문을 읽지는 않았지만 저런 가사가 나오게된 그 문화적 배경을 분석한 것으로 보이네요
첫댓글 ㅋㅋㅋㅋㅋㅋ 아 재밌다..
헐 너무 재밌다
와 너무 재밌다ㅋㅋㅋ 근데 진짜 걍 무한경쟁의 승리의 징표가 여자인게 참ㅋㅋㅋ
나두 이거 읽어봤는데 ㅋㅋㅋ 에리히프롬 소유냐 존재냐도 참고해서 사랑을 쟁취한다는 개념에 대한 비판도 있었음 ㅋㅋㅋ 진짜 사랑하면 식물을 숲에 심어주듯 자유롭게 둬야지 왜 손에 넣으려 하냐고
재밌다 ㅋㅋㅋㅋ 유식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