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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라정
삼척 근덕초 노곡분교장 교사 |
제목: 윤라정선생님
나는 윤라정선생님이 좋다. 그런데 선생님은 내년에 우리 학교를 떠난다. 윤라정선생님께서 가면 나는 우울할거다. 나는 선생님한테 미안하다. 날마다 말썽도 피우고 많은 걸 받기만 했다. 나는 정말 윤라정선생님이 좋다. ‘내가 윤라정 선생님을 가지 말라고 말려야하나?’ 나는 속으로 말했다. ‘윤라정 선생님께서 가시면 내가 울겠지?’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우리 반 은비가 쓴 일기 글이다. 소박하지만 진한 감동을 준 고백이다. 그 날 아침, 이 글을 읽으며 난 울컥했다.
그리고 내가 과연 은비에게 이런 고백을 받아도 되는 건가? 조심스레 지난 3년을 떠올려보았다.
근덕초 노곡분교장으로 발령을 받은 건 지난 2011년 3월이었다. 3년 내내 나는 똑같은 아이들의 담임 선생님이었다. 올해 5학년이 된 은비와 주현이, 4학년 정수. 학년이 바뀌기는 했으나 3년 내내 담임이 바뀌지 않은 채 세 명의 아이들은 나와 함께 초등학교 3년을 보낸 셈이다.
3년 동안 공부도, 이야기 나누기도 참 열심히 했다. 그런데 다른 학교에서는 감히 상상도 하기 힘든 것들도 열심히 했다. 그건 바로 ‘아이들 얼굴을 바라보며 실컷 웃기’와 ‘학교에서 실컷 놀기’이다. 우린 정말 자주 웃는다. 공부하다가도 눈이 마주치면 서로 쳐다보며 그냥 배꼽 잡으며 웃는다. 웃고 나서는 우리가 왜 웃었지? 이럴 때도 있었다. 혹 아이들에게 야단을 치다가 웃음이 날 때도 있다. 맑은 눈을 가진 아이들과 눈이 마주치면 웃지 않을 수가 없다.
학교에서 실컷 놀았던 이야기도 잠깐 해야겠다. 우리 아이들은 놀이의 천재다. 새로운 놀이를 잘 만드는 것뿐 아니라 놀이 장소도 어찌나 잘 찾아내는지. 운동장과 교실, 화단, 화장실뿐 아니라 학교 옆 밭까지 모두 놀이터로 만들어버렸다.
얼마 전 내린 눈으로 학교 옆 밭은 눈썰매장이 되었다. 아침에 출근하면 아이들은 눈썰매를 타고 있다. 나는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밭으로 아이들을 만나러 간다. 매서운 날씨 속 아이들의 웃음 소리는 작은 시골 마을을 뒤흔들어 온 마을을 포근하게 만들어 놓았다. 이렇게 노곡분교장에서의 3년은 내가 교단에서 아이들을 만난 16년 동안 가장 행복했던 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마음이 고운 은비, 척척 박사 주현, 눈이 맑은 정수야. 선생님은 너희들 덕분에 3년 동안 무척 행복했고 즐거웠어. 선생님이 되길 잘 했구나하는 생각도 하게 해 주었단다. 정말 고마워. 너희들과 함께 웃고 공부하고, 놀던 3년이란 시간을 잘 간직할게. 너희들도 너희 자신을 사랑하고 행복하게 살 거라고 약속해 줄 거지? 얘들아, 정말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