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살아가는 이야기
국밥과 묵밥
“아니, 국밥 주문했는데요?”
“예? 묵밥인 줄 알았습니다.”
국밥 주문했는데 엉뚱한 묵밥이 나왔다.
주인은 어쩔 줄을 모른다.
“아니, 괜찮아요. 묵밥 먹죠 뭐.”
국밥은 소국밥이라고 말해야한다고 한다. 그냥 국밥이라 주문했더니 묵밥이 나온 것이다. ‘소’를 빼먹은 것이다. 잘못 말한 것은 아니나 정확하게 말한 것도 아니어서 일어난 일이다. 주인은 한 술 더 떠 그것을 잘 못 알아들은 것이다.
살면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세상에 오해해서 빚어진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말 한 마디 잘못으로 상처를 받고 말 한 마디 실수로 인연이 끊어진다. 1년이 가고 2년이 가고 삼년이 가고 10년이 간다. 갈수록 마음을 전하기가 더 어렵다.
“그래, 인연이 있으면 만나게 되겠지.”
내려놓으면 마음이 조금은 편해진다. 이도 쉬운 것은 아니나 어찌 어찌 만나 풀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도 또한 인연임을 실감케 한다.
나는 사람과의 관계가 썩 매끄러운 편은 아니다. 호불호가 분명한 편이라 마음이 금세 밖으로 드러난다. 적당히 숨겨져 있어야는데 체질적으로 그게 잘 되지 않는다. 그래서 좀 힘들게 살았던 것 같다. 요새는 마음을 많이 내려놓는다. 뒤늦은 후회이다.
“묵밥 맛있게 먹었습니다.”
“죄송해요, 잘못 드려서요.”
“아뇨, 더 맛있는 걸요.”
주인이 제대로 들었더라면 그런 묵맛을 언제 보았겠는가. 국밥 대신 묵밥을 만난 것도 우연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국밥 같은 따뜻한 여인 대신 실수로 묵밥 같은 소박한 여인을 만난 것이다.
아내와 두 번째 만날 때였다.
아내도 내 말을 잘 못 들어 빼도박도 못하고 나와 결혼했다.
“제가 한 번 집에 놀러가도 될까요?”
무심코 던진 말이었다.
“그러면 부모님께 연락해야겠네요.”
상견례로 알아들은 것이다.
나는 프로포즈로 에둘러 말한 것이 되었고 아내는 그것을 허락한 것으로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싫은 것은 아니었다.
신은 국밥 대신 묵밥을 내게 선물로 내려주셨다.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신이 내게 선택해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이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여기까지 내가 왔을까. 단연코 노우이다. 이것은 운명이었다.
- 여여재 석야 신웅순의 서재, 2023.5.2
첫댓글 국밥. 묵밥 읽었는데 입 꼬리가 올라갔어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음을 낸다는 현악기 의 琵琶 소리
들려와요~~~
미소 지으며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생각도 읽어주시는 이 있어 행복합니다.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