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남은 늦더위 속에
구월 초순 둘째 월요일이다. 주말은 달천계곡 초가을 야생화 탐방과 창포만으로 갯가 산책을 다녀왔다. 아침 시조는 ‘창포만 통발 문어’로 보냈다. “늦더위 기세 속에 다가온 추석 코앞 / 갯가로 나선 산책 창포만 동진대교 / 어부는 선착장 물간 통발 문어 살핀다 // 이웃에 사는 할멈 제수를 사러 나와 / 바구니 채운 활어 행인도 같이 흥정 / 경매장 물차 오기 전 그물망에 담았다”
나는 장터를 순례하면서 가끔 생선을 사 나르는데 신선도가 고심이다. 여름이면 특히 더 그렇고 자차를 운전하지 않으니 대중교통으로 이동 중에 냄새를 풍기거나 물기가 스며 나올까 봐 전전긍긍이다. 생선은 부엌에서 조리 과정 비린내가 나고 먹을 때는 가시를 발라내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문어숙회는 생선과 다름이 좋았으나 살아 꿈틀거리는 녀석을 살생해서 마음에 걸렸다.
어제 다녀온 창포만 산책은 거기서부터 율티를 거쳐 장기와 고현까지 걸어 진동에서 복귀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창포만 활어 수산센터를 지난 포구에서 고깃배 물간 문어를 꺼내는 어부를 만났다. 아마 같은 동네 사는 듯한 한 할머니한테 추석 차례상에 쓰려는 문어를 건네고 있었다. 당연히 시세 따른 금을 쳐주었을 테다. 나도 덩달아 한 마리 샀더니 새끼 문어는 덤으로 받았다.
꿈틀거리는 문어가 든 봉지를 손에 들고 예정한 동선을 못다 두르고 율티를 앞둔 암하에서 시내버스를 탔다. 여정을 남기고 도중에 복귀함은 손에 든 문어보다 날씨가 무더워서였다. 한낮이 되니 30도를 웃도는 기온이라 뙤약볕에 트레킹은 무리였다. 연안의 바다는 희뿌연 해무가 끼어 코발트색이 아님도 매력이 떨어졌다. 고수온 해역에서 증발하는 수증기로 낀 옅은 안개였다.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된 월요일 새벽이다. 간밤 열대야는 겨우 면했으나 소나기가 없고 한낮은 꽤 높아질 기온이었다. 어둠이 가시지 않은 이른 시각에 아파트단지를 나섰다. 주중 평일은 강변 들녘을 먼저 걷고, 이후 아침나절은 마을 도서관에 머무는 일정이다. 아파트단지를 벗어나 소답동으로 나가 대산 강가 유등으로 가는 49번을 탔다. 버스는 월영동을 출발 시내를 관통해 왔다.
도계동 만남의 광장을 거쳐 용강고개를 넘어 용잠삼거리에서 주남저수지를 비켜 봉곡에서 가술로 향했다. 주남삼거리까지는 1번 마을버스와 운행 노선이 겹쳤다. 동전에서 봉강을 거쳐 산남으로 더 둘러 가도 타고 내리는 손님이 아무도 없어 금세 가술에 이르렀다. 남은 승객은 나 혼자로 대산 미곡처리장에서 우암 들녘을 지난 동부마을에서 내렸다. 북부리 팽나무가 선 동네였다.
마을 어귀에서 강둑으로 오르니 텃밭에서 넝쿨이 뻗어 나온 늦둥이 호박이 맺혀 살져 갔다. 물이 부족함에도 생기를 잃지 않은 싱그러운 이파리에 노란 꽃을 함께 달고 있었다. 이맘때 비가 와준다면 고추나 가지도 왕성한 세력으로 잎줄기가 더 자라 뒤늦은 열매를 맺어줄 텐데 가뭄을 타고 있다. 어디서나 가을 채소로 심어둔 무와 배추는 물을 길어 주느라 비지땀을 흘리지 싶다.
자전거 길이 이어진 강둑 서니 눈앞에는 유등 대숲으로 돌아가는 드넓게 펼쳐진 둔치가 드러났다. 둔치로 내려서니 길섶에 절로 자라 무성한 돌동부는 보라색 꽃을 피우면서 꼬투리는 열매를 맺어갔다. 창원 시민 다수가 즐기는 파크골프장에는 아침 이른 시각임에도 동호인이 운집해 잔디밭을 누볐다. 인근 플라워랜드는 인부들이 출근해 일과를 준비했는데 물주기가 일이지 싶었다.
모산리 수산대교 근처를 지나는 들녘에는 머스크멜론을 수확한 비닐하우스가 나왔다. 추석을 겨냥해 출하되는 지역 특산 과일이었다. 농장주가 버려둔 미숙과가 보여 배낭에 다섯 개를 담았더니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십 리가 될 농로를 걸어 죽동천을 건너 가술에 닿았다. 마을 도서관을 찾아 짊어지고 간 멜론은 평생학습센터 센터장과 사서에 건네고 열람석에서 오전을 보냈다. 24.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