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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목소리
연화는 나의 가장 중요한 시기에 나타나 따뜻한 모성애로 마음의 토양을 북돋아 준 영성체였다. 연화의 등장이 아니었다면 부모를 잃고 쓸쓸한 어린 시절을 보냈어야 할 처지가 얼마나 가련했을지 불 보듯 빤하다.
연화는 가끔 나를 데리고 마을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을 찾아다니며 호연지기를 일깨워주곤 했다. 아름다운 자연의 경관 속에서 우주에 충만한 생명의 기운을 느끼고, 충만한 우주의 기운을 몸속에 축적하며 우주적 삶을 살아가는 훈련이었다.
연화가 생각날 때면 나는 어김없이 아름다운 자연이 숨 쉬고 있는 산을 찾았다. 대자연이 꿈틀거리는 산을 찾아가면 문득 숲속에서 연화의 웃는 모습이 나타날 것 같고, 보이지 않는 세상이 문득 눈앞에 다가올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연화가 마지막 모습을 감출 때까지 함께 자주 방문하던 산소의 무덤 하나가 있었다. 세상이 힘들고 어려울 때 찾아와 마음의 위안을 얻는 장소였다.
무덤이 있는 산소 주변의 풍경은 호연지기를 가다듬을 만큼 아름다웠고, 산만하고 흐트러졌던 마음도 그곳에만 도착하면 차분히 가라앉곤 했다.
조용한 계곡에 자리 잡고 누워있는 무덤에서 바라보면 맑고 푸른 하늘이 보이고, 때로는 흰 구름이 둥둥 흘러가다 멈추어서 내려다보기도 하며, 주변에서 지저귀는 새소리며 계곡을 흘러가는 물소리며 무엇 하나 흐트러진 마음들을 가다듬어 주지 않는 요소들은 없었다.
산소의 무덤을 찾아가 등을 기대고 누워있으면 다정한 영혼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고, 선량한 영혼의 모습이 눈앞에 나타나 반가운 미소로 반겨주는 것 같았다.
무덤의 영혼과 대화를 나누고 있으면 외롭던 마음도 저절로 풀리고 평화로워졌다. 물론 혼자서만 독백하듯, 가슴으로 외치는 대화였다.
그러다 싫증 나면 산소 주변의 자연과도 대화를 나눴다. 산소 주변에는 소나무 떡갈나무 등 다양한 수종들이 수풀을 이루고 있었지만, 그것들은 모두 내가 지어준 이름을 가지고 있었고, 나는 한그루 한그루의 나무마다 눈길을 보내며 이름을 불러주곤 했다.
말 못하는 자연의 식물들이지만 이름을 불러주면 반응을 보이는 것 같았다. 큰 나무뿐만 아니라, 잡초 속에서 얼굴조차 보일 듯 말듯 피어 있는 야생화도 이름을 붙여 불러주면 좋아하는 반응이 메아리처럼 전달되어져 왔다.
그 이후로 세상의 하찮은 존재들일수록 이름을 붙여 주고 이름을 불러주면 좋아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집안에서 키우는 강아지도 주인이 이름을 만들어 불러주면 따르고 좋아하듯이...
그래서 내가 숲이나 산소를 찾아가 자연과 가깝게 지내고 친해질 수 있었던 비결은 자연의 생명체들에게 이름을 붙여 주고 이름을 불러주는 방법이었다. 그러면 자연은 반드시 행복한 느낌을 전달해주었다.
자연과 대화를 나누는 방법은 연화에게서 배웠다.
연화는 고독한 삶을 살아가는 내게, 자연과 친하게 어울릴 수 있는 비결을 전수해 준 셈이었다. 자연과 친하게 되면 저절로 우주와도 친해질 수 있고, 별빛과도 가까워질 수 있고, 우주의 메시지를 전달받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집안의 뜰이나 정원에서, 때로는 숲이나 들에서, 이름 없는 자연들을 향해 이름을 붙여 주고 불러보자. 반드시 친해지고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오묘한 감정을 전달받게 될 것이다.
고독하지 않으면 자연도 우주도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다. 고독은 곧 자연과 우주와 가깝게 지낼 수 있는 지름길이다.
그날도 이제 막 신록의 계절이 시작되는 6월 초쯤, 외로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산소를 찾아가 무덤에 기대어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무덤의 영혼과 무언의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이상한 현상을 체험했다. 갑자기 어디선가,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으면서 바람결에 흘러가는 것 같은 목소리가 가슴을 울리며 들리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요란하게 울어대던 매미 소리며 시끄럽게 떠들던 산새 소리마저 뚝 그치고, 귀가 멍~ 해지면서 들려오는 목소리였다. 비행기를 타고 가다 갑자기 고도가 높아질 때 고막이 막히고 먹먹해지는 현상처럼 주변의 목소리들이 가늘게 들리는 느낌 같았다.
마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하고, 이상한 공명장치를 통해 울려오는 소리 같기도 한데, 정확한 위치는 모르겠지만 그 소리의 발원지는 우주의 공간이라고 막연하게 생각되었다.
보이지 않는 목소리는
'너 사랑스런 우주의 유기체 하리야...' 하고 내 이름을 부르거나 '삶의 저 너머에 어떤 모습의 세상이 있다고 너는 믿니?'라고도 하고 '네 의로움의 싹을 세상의 황무지에 뿌리내리게 하라...' 등등의 종잡을 수 없는 말들이 뒤섞여서 들려오기도 했다.
우주공간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가슴과 마음을 울리며 들려왔다. 가슴이나 마음속에 또 다른 청각 장치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정체불명의 목소리였지만, 어디서 들려오는지 방향은 인지되었다. 귓속말처럼 소곤소곤 다정하게 들리는 목소리는 맑고 또렷했다. 사람은 보이지 않고 들리는 목소리는, 혼자 독백처럼 이상한 세상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마치 동화구연을 듣는 기분이기도 했고 할머니의 무릎에 누워서 옛날이야기를 듣는 느낌이기도 했다. 그때부터 우주에서 들려오기 시작한 보이지 않는 목소리는 틈나는 대로 이어졌다. 보이지 않는 목소리의 내용들은 주로 우주에 관한 우주의 소식들이었다.
처음에는 그러한 현상이 우주의 외계 존재와 대화를 나누는 채널링이란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단순히 귀에서 이상한 소리가들리는 병증세인 줄 알고 당황하다가 할머니에게 그 사실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할머니...”
"응? 할미한테 할 말 있나 보구나?"
"사람은 보이지 않는데 사람 목소리가 귓속말처럼 들려...”
“어떻게 무슨 소리가 들린단 말이냐?"
"우주의 허공으로부터 전파를 타고 오는 것처럼 가슴을 울리면서 들려오는데...”
“그런데?”
“그 이야기들은 우주의 이야기나 나를 훈계하는 이야기들이야."
할머니는 아의 이야기를 듣고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 그러면 혹시 너 요즈음 무슨 양심에 거리낀 행동을 한 모양이구나. 인간의 마음에는 누구나 양심을 지켜주는 자아가 있고, 그 자아가 양심의 가책을 느낄 때 스스로 질책의 목소리를 심연으로부터 듣게 되는 경우가 있단다.”
“네게 들리는 그 정체불명의 목소리란, 아무래도 그런 환청인인 것 같구나. 혹시라도 네가 누구에게 잘못한 일이 있거든 용서를 빌고 잘못을 깊게 뉘우치도록 하여라. 그러면 이상한 소리들이 멈출 수도 있다.”
할머니는 마치 자신도 이전에 그런 경험을 한 것처럼 말했다.
“아니야 할머니. 누구에게 어떤 일도 잘못한 기억이 없어. 믿어줘.나는 누구에게 거짓말을 해본 기억도 없고 양심에 거리낀 행동을 해본 적도 없단 말이야. 연화 누나가 항상 곁에서 지켜보기 때문에 나는 누구에게 나쁜 행동이나 거짓말을 하고 살 수 없단 말이야."
“그래? 다행이구나. 우리 손자가 믿으라면 믿어야지. 이 할미는 우리 손자가 누구보다 착한 심성을 가지고 있다고 믿으니까... 그런데 왜 이상한 소리들이 들릴거나? 그러면 마음을 많이 시달릴 텐데? 밥맛도 없을 테고 잠도 잘 못 잘 것 같고..."
"그렇지는 않아. 할머니도 알다시피 요즘 내가 잠도 잘 자고 밥도 맛있게 잘 먹잖아... 마음에 시달리는 것은 없어. 오히려 보이지 않는 목소리가 가슴을 울리면 마음이 평안해지기까지 해. 때로는 자장가가 되어주기도 하고... 그러나 한편으론 이러다 정신이 이상해지면 어떨까 하고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야. 당황스럽고...”
“그러면 아마도 네 몸이 허약해서 환청이 들릴 수도 있으니 몸을 보신해보도록 하자.”
그 후 할머니는 어디서 비싸게 구해 온 문어를 찹쌀과 고아서 나에게 먹게 했다.
문어는 영양가가 풍부한 생선이라서 허약한 몸을 회복시키는 보약이기 때문이었다. 맛있는 문어를 며칠간 고아 먹은 덕분에 몸에 힘도 더 생기고 건강도 좋아지는 것 같았지만, 보이지 않는 목소리는 여전히 들려왔다.
나중에는 어디서 또 구해 왔는지 몸에 좋다는 당귀라는 약초를 달여서 식혜를 만들어 매일 마시게 했다. 약초 식혜를 꾸준히 마셔도 보이지 않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차도는 없었다. 심지어는 지렁이까지 팥과 함께 삶아서 죽을 쑤어 먹었다. 처음에는 지렁이 죽인 줄 모르고 먹었다가 나중에 그 사실을 알고 심한 구토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모든 방법을 써도 안 되니까 의사에게 상담도 해보았지만 알 수 없는 증세라고 약조차 지어주지 않았다. 나중에는 교회도 다니며 열심히 기도도 했다. 목사님이 기도를 열심히 하면 좋아질 거라고 말했지만 보이지 않는 목소리는 더욱 또렷하게 가슴을 울리며 들려왔다.
이런 노력들을 하고 있을 때에, 어느 날 웃음이 가득 찬 음성으로 보이지 않는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들려주는 우주의 소식은 네 고운 영혼을 위해서 참된 깨우침을 얻게 하려는 배려이니, 불안한 마음을 갖지 말고 귀담아듣도록 해라. 결코 나의 목소리는 네 정신을 이상하게 만들지 않을 것이며, 네 삶을 피폐하게 만들지 않을 것이며, 네 의식을 진화시켜 영적인 큰 성장을 도울 것이니 안심하도록 해라. 우주는 너 우주의 유기체 하리를 사랑하므로, 보이지 않는 우리들 목소리를 경청하라. 그러면 실패하지 않는 길로 네 영혼을 인도하리라.'
이후로는 보이지 않는 목소리를 듣지 않으려는 노력을 포기하고, 우주의 새로운 소식에 귀를 기울이며 상상의 세계로 빠져들곤 했다.
할머니도 보이지 않는 목소리를 들으면서도 별 탈 없이 지내는 내모습을 보고 안심하는 표정을 지었고, 나중에는 오히려 보이지 않는 목소리의 내용에 대해 궁금해하는 표정이었다.
그래서 나는 재미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기분으로 할머니에게 보이지 않는 목소리의 내용들을 들려주었고, 그때마다 할머니는 호기심 어린 눈초리로 나의 이야기를 경청하곤 했다.
우주의 이야기를 경청해 주던 할머니는 내 나이 열여섯에 세상을 작별했다. 할머니가 세상을 뜨고 몇 년이 지나서야 외계와 의사소통을 나누는 채널링의 의미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외계 채널러로 변신해 있었다.
보이지 않는 목소리는 우주에 관한 소식을 쉬지 않고 들려주었지만, 우주에 대해서 알고 있는 상식들은 전무했다. 연화를 통해 보이지 않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들은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넓고 큰 우주를 이해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목소리가 들려주는 정보들이 사실인지 아닌지 판단할 근거도 없었다.
그때부터 우주에 관한 서적들을 닥치는 대로 구입해서 탐독했다. 주로 우주 탄생에 관한 이야기와 천문학에 관한 이야기들을 많이 읽었는데, 이 역시 보이지 않는 목소리가 들려주는 정보를 이해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어쨌든 보이지 않는 목소리와의 인연은 아름다운 경관 속에 묻혀있는 그 산소에서 시작되었고, 그곳에서 보이지 않는 목소리만 듣지 않고 또 다른 신기한 현상도 목격했다.
즉 정체불명의 비행물체가 출몰하기를 반복하는 현상이었다.
산소 주변에 펼쳐진 울창한 숲의 상공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비행물체가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는데, 그 비행물체는 아주 가깝게 머리 위에 나타날 때도 있었고, 별처럼 멀리서 반짝거릴 때도 있었다.
그 물체가 가까이 다가오면 너무 빛이 강해서 눈을 뜰 수 없을 때도 있었다. 강하게 나타났던 빛이 다시 부드러워지기도 하고 금세 투명한 색깔로 변했다가 환영처럼 사라지기도 했다.
푸른 창공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물체의 정체와 보이지 않는 목소리의 상관관계가 한없이 궁금했다. 처음에 그 목소리는 희미하고 바람결에 스쳐 가는 것 같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또렷해지기 시작했다.
'너 우주의 존재여! 우주의 귀를 열고 우주의 맘을 열어라. 그러면 보이지 않던 새로운 세상이 보이고 들리지 않던 세상의 소리가 들릴 것이다.'라고 다정하게 다가오는 목소리...
내 몸에 마치 무슨 미지의 소리를 전달하는 공명 장치가 만들어져 있고, 우주의 알 수 없는 진동음이 공명 장치에 전달되어 발생하는 목소리 같기도 했다. 그렇지 않으면 먼 우주공간에 미지의 우주방송국이 존재하고, 그 우주방송국에서 발신하는 우주전파의 목소리가 내 몸의 수신기를 통해 들려오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했다.
'진주처럼 보배로운 고운 영혼들아, 우리는 우주의 평화를 지키는 파수꾼이니 보이지 않는 목소리를 두려워하지 마라. 우리는 고운 영혼의 친구이며 고운 영혼들은 우리의 친구란다.'라고 우주에서 들려오는 보이지 않는 목소리는 마치 사람이 곁에서 속삭이는 음성처럼 다정하고 부드러웠다.
우주 허공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라고 해서 위압감이 들거나 으스스한 기분이 들지는 않았고, 다정한 사람과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는 일처럼 마음이 편했다.
보이지 않는 목소리가 들려 올 때는 마치, 현실과 격리된 투명한 공간 속에 갇혀 있다는 느낌이 들곤 했다. 격리된 공간은 우주 끝의 다른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격리된 느낌은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는 느낌이 들었다.
우주의 목소리는 가까이서 들릴 때도 있었고 멀리서 들릴 때도 있었는데, 가까이 들릴 때는 곁에서 속삭이는 소리처럼 소곤거렸지만, 멀리서 들릴 때는 우주 끝 허공에서 들려온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가늘었다. 우주 목소리의 진동은 가까워지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하면서 나의 정신세계를 신비감으로 물들게 했다.
때로는
'보이지 않는 눈이 고운 영혼을 지켜주고, 보이지 않는 손이 고운 영혼을 붙들어주며, 보이지 않는 빛이 고운 영혼을 지켜줄 것이니, 외로운 영혼아, 슬퍼하지 말 것이라. 우리들 우주의 파수꾼은 고운 영혼의 편이며 고운 영혼의 친구다.'라고 다정한 목소리로 위로를 건네기도 했다.
이런 우주의 목소리는 큰 사랑을 담은 우주의 메아리라는 생각이 들때도 있었다. 우주의 메아리는 아주 긴 여운을 남기며 영혼의 깊은 진동관을 오래오래 울려주고, 그 여운이 지속될 때 의식의 물결은 잔잔해지곤 했다.
비단결처럼 느껴지는 우주 목소리의 파문이 긴 여운을 남기며 내 영혼을 감싸고 있을 때는, 요람 속에 쌔근쌔근 잠들어 있는 어린아이의 평화로움처럼 마음이 고요해지기 일쑤였다.
고아처럼 살아가는 외로운 처지에서 온갖 삶의 고뇌에 짓눌려 마음의 근심 걱정이 떠날 날이 없을 때, 불현듯 들려오는 우주의 목소리에 시들어가는 영혼이 생기를 발하는 듯했다.
처음부터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공명처럼 들려와 귓가에서 속삭이는 목소리를 듣고 있었을 때, 기분은 무어라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묘했다. 꿈을 꾸는 것인가, 정신이 이상해지는 것인가, 몸이 병들어 헛소리가 들리는 것인가, 이런저런 별의별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처음에 보이지 않는 목소리를 들을 때는, 고민도 하고 당황도 하고 근심 걱정에 사로잡힐 때도 있었다. 그래서 할머니가 지어준 약초 물도 마셔보고 의사의 진료도 받아 보았지만, 우주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그치지 않았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들려오는 우주의 목소리... 의지와는 상관없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투명한 물체...는, 결국 떨칠 수 없는 운명의 끈처럼 느껴지곤 했다. 당황하고 걱정되는 생각과는 달리, 보이지 않는 목소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친근함으로 다가왔다.
고향을 등지고 외지에 나가 있을 때도 보이지 않는 목소리는 여전히 들려왔는데, 보이지 않는 목소리는 고독함과 싸울 때 슬픔을 달래주는 큰 위안이 되기도 했다. 빈방에서 잠들면 그 목소리가 자장가가 되어주었고, 치열한 생존의 현장에서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될 때는 격려의 힘이 되어주기도 했다.
나중에는 우주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을까 봐 걱정이었다. 우주전파에 실려 오는 보이지 않는 목소리는 길을 걸을 때도 들리고 들에서 일할 때도 들리고 수면 중에 들리기도 했다. 마치 보이지 않는 라디오 수신기 하나를 몸속에 지닌 채 채널을 고정시켜서 두고, 혼자서 몰래 듣는 목소리 같았다.
보이지 않는 목소리를 수면 중에 들을 때는 이상한 꿈을 꾼 적도 있었다. 날개 달린 옷을 입고 우주의 공간을 날아다니는 꿈도 꾸고, 선한 표정의 얼굴들이 손짓하고 웃음 짓는 곳을 향해 끝없는 날갯짓을 반복하는 꿈도 꾸어졌다. 꿈속에 나타나는 모습들은 영화의 장면들을 보는 느낌일 때도 있었다.
보이지 않는 목소리는 혼자 있을 때도 들리고 여럿이 있을 때도 들렸는데, 함께 있는 다른 사람들은 그 우주전파 같은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친구들과 소란을 피우며 장난을 치는 순간에도 이어폰을 꽂고 라디오를 듣는 것처럼, 나의 귓가에 보이지 않는 목소리가 또렷이 들려왔다.
처음에는 간헐적이고 일방적으로 들려오는 보이지 않는 목소리였지만, 나중에는 보이지 않는 목소리와 무선통신을 하듯 서로의 의사 교신이 가능했다.
'하리야... 듣고있니?'
"'듣고 있니...? 나의 목소리가 들리면 대답하라. 네가 대답하면 네 목소리를 우리들이 들을 수 있다.'
“네... 듣고... 있어요..."'너에게 전할 말이 있다. 들리면 대답하라...'“네... 들려요... 말씀하세요.”
'우리들이 우리들의 소식을 너에게 전달하듯, 네 마음도 우리들에게 전달하라. 너와 우리들 사이에는 언제든지 하늘과 땅의 대화가 가능하다. 무엇이든 궁금할 때 질문하라. 그러면 우리들이 대답할 것이다. 하늘과 땅에 대해서, 우리들 세상에 대해서 네 마음에 쌓여 있는 의문점을 망설이지 말고 전달하라. 우리들은 언제든지 네 마음의 궁금증을 풀어줄 것이다.'
"정말 제 모든 마음을 당신에게 전달하고 하늘과 땅에 대하여 궁금한 일들을 당신에게 질문할 수 있고 그 대답을 들을 수 있나요?"
'그렇다. 우리들은 어떤 약속이든 어기지 않는다.’"그럼... 저기요..."'그래... 어서 말하라...'
“저는 사실 당신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어요. 우주에 대해서 삶에 대해서 그리고 당신들의 세상에 대해서 알고 싶은 일들이 너무 많아요. 진짜 앞으로 당신들과 이런 일들로 얼마든지, 대화가 가능하나요?"
'그렇다고 내가 말하지 않더냐...’
그때부터 지속적인, 보이지 않는 목소리와 하늘과 땅의 우주 대화가 가능했다. 보이지 않는 목소리는 나의 질문에 대하여 항상 친절하고 알기 쉽게 답변해 주었다.
맨 먼저 보이지 않는 목소리를 향해 대화를 시작한 말은
“저기요...” 하고 시작했다.
“저기요...” 하면
보이지 않는 목소리가
'듣고 있으니 말하렴...' 하고 나의 말을 경청하며 나의 질문에 대꾸해 주었다.
학생들이 궁금한 단어를 사전에서 찾듯, 나는 궁금한 내용들을 무엇이나 보이지 않는 목소리를 향해 질문하고 대답을 들었다. 맨 먼저 보이지 않는 목소리에 대한 궁금증은, 당연히 그들 존재에 대한 확인이었다.
"저기요..."'듣고 있으니 말하렴...'
“무슨 질문도 가능하다고 하셨지요?"'무엇이든 대답하겠다.'
“늘 궁금했던 마음인데요..."
'말해보렴.'
“당신은 인간인가요, 초월적인 존재인가요...? 아니면 우주에 살고있는 거룩한 신이신가요?"
'우리는 그 무엇도 아닌, 인간 중에 인간이며 우주에서 살아가고 있는 외계의 존재일 뿐이다.'“인간 중에 인간이란 뜻이 무엇이지요?"
'우주의 으뜸 인간이란 뜻이란다. 우주에는 하등 인류와 중등 인류와 상등 인류가 존재하고, 그중에서 우리들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존재들이 상등 인류의 으뜸 인간이라고 자부할 수 있을 것이다.’
“지구에서 살아가고 있는 인류들은 어떤 등급에 속하나요?"
'지구의 인류들은 아직 완전한 인간으로 성화成化 되지 못한 하등이나 중등 인류 정도라고 분류할 수 있지. 지구 인류들은 자신들이 현재 문명의 정점에 도달한 첨단 문명의 소유자들이라고 자부하고 있지만 그것은 자가당착일 뿐이다. 지구 인류들이 누리는 현대문명은 정점의 문명이 아닌 퇴보의 문명에 불과하니까...'
“문명의 퇴보라고 하셨나요?"
'그래, 지구의 인류들은 역사가 흐를수록 문명을 퇴보시키며 살아가고 있지. 지구는 과거에 비해서 물질적인 풍요는 이루었지만, 물질의 풍요만으로 문명을 평가할 수는 없겠지.'
“지구인류들은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부하고 있는데... 우리들을 퇴보한 문명 속에서 살아가는 하등 인류에 지나지 않다고 혹평하면, 충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 같나요?"
'만물의 영장이란 이름은 지배자의 이름이지만, 지구 인류들은 피지배자들일 뿐이란다. 우주 반란의 영들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는 지구 인류들은 완전한 인간, 으뜸 인간의 길을 걷지 못하고, 때로는 짐승처럼 때로는 악마처럼 피지배의 영으로 살아가고 있단다.'
'그러므로 지구의 인류들은 으뜸 인간도 아니요, 만물의 영장도 아닌, 반인반수와 다름없는 중간 인류에 불과하다. 곧 지구 인류들의 타락된 삶은 우주의 상처이기도 하지.'
“그러한 으뜸 인간인 당신은 중간 인간에 불과한 저를 찾아온 목적이 무엇이지요?"
'으뜸 인간의 피를 네 안에서 다시 흐를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서란다. 으뜸 인간의 피가 다시 흐를 수 없다면 빛의 존재, 즉 부활의 영으로 거듭날 수 없다.'
“제 안에 으뜸 인간의 피가 잠재되어 있다는 뜻인가요?"
'우주 선민의 후예들에게는 으뜸 인간의 혈통이 잠재되어 있단다. 우주 선민의 후예인 네게서, 잠재되어 있는 으뜸 인간의 혈통 인자를 다시 일깨워주기 위해 너를 찾아왔다.'
“저기요..."
'듣고 있으니 말하렴...'“지구 인류들이 모두 우주 반란의 영들에게 지배당하는 반인반수의 중간 인간들이란 뜻이지요?"
'빛의 옷을 입은 빛의 존재들은 그렇지 않다. 네가 그 빛의 옷을 입기를 바라고 장차 지구에 강림할 큰 빛의 날개 아래 머물기를 원하여 너를 찾아왔다. 빛 존재들의 소멸은 지구의 절망이며, 빛 존재들의 출현은 지구의 희망이다. 장차 지구에서 많은 숫자의... 빛 존재들이 출현하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소망한다.'
“어떤 방법으로 빛의 옷을 입은 빛의 존재로 살아갈 수 있지요?"
'무아의 배려의식으로 성화 되어야 가능하다. 무아의 배려의식으로 성품이 성화 되고 의식이 높은 곳에 머물러 있어야 빛의 옷을 입을 수 있으며 으뜸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다. 높은 의식에 머물기 위해서는 항상 교만을 버리고 겸손하며,나를 버리고 무자아를 실현하라. 그리고 항상 양심의 순결을 짓밟히지 않도록 노력하라. 거룩한 의식이 거룩한 삶을 창조할 것이다.'
“당신의 목소리만 듣고 있어도 저절로 마음이 성화 되는 것 같아요..."
'우리들 세상은 거룩한 세상이다. 지구도 우리들 세상과 마찬가지로 거룩한 세상으로 변화되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소망한다.'
“저기요...”'듣고 있으니 말하렴...'“거룩한 당신의 목소리는 귓가에서 속삭이는 듯도 하고, 마음에서 울리는 것 같기도 한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마음의 텔레파시를 통해 대화를 나누기 때문이다. 마음의 텔레파시는 우주의 공용어이며, 우주의 존재들은 누구나 우주의 공용어를 통해 의사전달이 가능하다. 우주의 존재들은 누구나 우주 지성의 슈퍼 신경계에 연결 되어 있는 유기체들이므로...'
"우주 지성이란 무슨 뜻이나요?"
'우주에 뿌려진 별들은 그냥 뿌려져 있지 않고 계획된 의도와 프로젝트에 의해 뿌려져 있으며, 우주의 궤도를 따라 움직이는 별들은 그냥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계획된 의도의 지시를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 그 우주의 의도된 힘을 우주 지성이라 하고, 우주 지성은 인간의 몸속에 존재하여 인간의 삶을 주도하는 것이다.'
'그러한 우주 지성이 인간의 몸속에서 모두 살아나면, 으뜸 인간으로 성화 될 수 있다. 마음의 텔레파시를 일으키는 힘의 원천이 우주지성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구나...'
"저기요..."
'듣고 있으니 말하렴...'“진짜로 마음의 텔레파시는 우주의 먼 곳까지 의사전달이 가능하고 멀리 떨어진 존재들과 서로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나요?"
'우주의 존재들은, 우주 끝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의 텔레파시로 의사전달이 가능하고, 대화가 가능하단다. 텔레파시는 시공을 초월한 우주 파동의 힘이기 때문에...'
“그래서 우주의 존재들은 우주공간에서 아무리 멀리 떨어져 살더라도, 무선 장치에 연결된 마음들처럼 텔레파시를 주고받으며 가깝게 지낼 수 있는 모양이지요?"
그렇지. 우주의 유기체들인 우주의 존재들은... 우주 지성파 신경망의 회로에 의해서, 시간과 거리에 관계 없이... 유기체들 상호간에 마음의 무선통신이 가능하지.'
'마음은 인간의 가슴에만 존재하지 않고, 우주 삼라만상에 존재하는 모든 형상들 속에 하늘의 마음으로 존재한단다. 우주에 가득한 하늘마음이 곧 우주 지성이며... 우주의 존재들 무엇이나 우주 지성에 연결되어 있지 않은 유기체들이 없단다.'
'그러한 연유로 눈에 보이는 무엇 하나, 귀에 들리는 무슨 소리 하나에도, 하늘의 마음이 담겨 있지 않은 것이 없단다. 하늘에 둥둥 떠가는 구름에도, 미풍에 흔들리는 풀잎 하나에도, 그리고 작은 미물들의 몸짓 하나에까지... 하늘의 마음이 스며있지 않은 것이 없단다.'
'인간들의 마음이 어둠으로 가려있기 때문에 그러한 하늘의 소리들을 듣지 못하고 하늘의 마음을 읽지 못하며 살아갈 뿐이란다. 네 마음이 맑아지고 맑아지면... 작은 하늘의 소리마저 놓치지 않고 다 들을 수 있으리라. 나는 네가 작은 하늘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가 열리기를 바라고 바랄 뿐이다.'
“우주의 존재님. 우주의 모든 유기체들이 우주 지성의 슈퍼 신경망을 통해 마음의 텔레파시를 주고받을 수 있다니... 듣기만 해도 가슴이 벅차고 행복한 소식이군요. 제 마음의 귀가 모두 열리어서 하늘의 작은 소리까지 다 들을 수 있다면 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서 항상 네 마음의 의식이 높은 곳에 머물기를 힘써라. 인간의 삶이란 의식이 머무는 대로 이루어진다. 낮은 의식에 머물러 있는 자는 어두운 삶을 면치 못하고, 높은 의식에 머물러 있는 자는 거룩한 삶을 살아간다. 인간은 어두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거룩한 삶을 살기 위해 세상에 태어났다. 인간의 전신은 지존의 신이므로...'
"저기요..."
'말하렴...'
“그러면 앞으로도 제 의식의 높은 성장을 위하여 우주의 소식들을 많이 들려주세요."
'그 약속을 지키마. 앞으로 다양하고 놀라운 우주의 소식들이 네 마음의 창가를 두드리게 될 것이다. 거룩한 우주의 소식에 항상 마음의 귀를 기울여라. 그럴수록 네 의식의 수준은 높아지리라.'
“제 마음의 귀는 항상 당신의 목소리를 향해 열어 놓겠습니다. 해를 따라 돌고 도는 해바라기처럼, 제 마음의 귀는 항상 우주로 향하고 당신이 들려주는 작은 목소리 하나 놓치지 않고 경청하며 마음에 새기겠습니다."
'네 진심을 읽을 수 있어 행복하다. 네 진심이 헛되지 않도록 이 세상 끝까지 네 친구가 되어 네 의식의 성장을 도우리라.'
이후로 보이지 않는 목소리와의 대화는 진지하게 이루어졌다. 이제까지 스스로를 가장 외롭고 고독한 존재라고 생각해 왔는데, 보이지 않는 목소리와의 관계를 통해 마음을 의지하며 살아갈 수 있었다. 일방적으로 보이지 않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 때보다, 궁금한 내용을 질문하기도 하고 대답도 할 수 있어 마음이 흡족했다.
확인되지 않는 내용들이지만, 세상에서 경험할 수 없는 우주의 소식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는 행운이라고 느껴졌다.
보이지 않는 목소리와 채널링이 이어질 때는 현실의 조건들에 전혀 간섭을 받지 않았으며, 현실 속에 살면서도 현실과 동떨어진 미지의 세상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즉 몸은 현실의 공간에서 움직이고 의식은 현실과 격리된 미지의 공간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이었다.
보이지 않는 목소리와의 대화는 며칠간씩 쉬지 않고 이어질 때도 있었다. 그러나 하늘에서 빛나던 물체는 보이지 않는 목소리처럼 자주 나타나지는 않았다.
보이지 않는 목소리는 하늘에 나타났던 물체의 매개 작용으로 들리는 것으로 착각할 때도 있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았다. 하늘에 나타났던 물체와 보이지 않는 목소리와의 상관관계는 있는 듯도 하고 없는 듯도 했다.
하늘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비행물체는 그리움의 환영 같다는 생각이들 때도 있었다. 그 비행물체는 낮에만 보이지 않고 어두운 밤길을 걷고 있을 때도 목격되었는데, 도깨비불 같은 발광체가 공중에 나타나 높게 솟구쳤다가 낮게 내려오기도 하고, 여러 개의 발광체 덩어리로 나뉘어졌다가 한 덩어리로 뭉쳐지는 현상도 있었다.
때로는 그 발광체의 빛이 어두운 밤길을 걸을 때 등불 같은 역할을 해주기도 했다.
한 번은 어린 동생과 함께 먼 길을 다녀오다 깜깜한 밤길을 힘들게 걷고 있을 때의 일이 있었다. 하늘에는 달빛은커녕, 별빛 하나도 보이지 않는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었다. 그 시절 시골은 전깃불도 들어오지 않던 터라, 주변이 온통 어둠의 괴물로 가득 찬 것처럼 두렵고 무서워 견딜 수 없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어린 동생과 나는 온몸에 땀을 비 오듯 흘리며 공포에 질린 발걸음을 조심조심 떼어 놓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갑자기 대낮처럼 밝은 빛이 눈앞에 나타나고 있었다.
바로 투명한 비행물체에서 발광하는 빛이었다.
투명한 비행물체의 빛이 우리 앞에서 밤길을 인도했고, 우리 형제는 무사히 집에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빛과 무한이론의 세상을 지배하는 주인공들 - 도선당(백마신선) 저
첫댓글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
고맙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