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혹은고문
※사진은 지난 17일 제주 입니다
월 초에 "마지막 주에는 단풍구경시켜 줘"라는 아내의 지엄한 명령이 떨어졌다.
(또 꽃 보러 가는 거 방해하려고 그러는 줄 누가 모르는 줄 아나.)
마지못해 "알겠다."
이때부터 심심하면
"어디로 갈래?"
"좋은데 알아봐!"
"매주 다니면서 단풍 좋은데 모르나?"
(꽃 보는 곳과 단풍 좋은 데가 같은 곳인 줄 아나 꽃은 꽃이고 단풍은 단풍이다.)
"기다려봐라 니가 알아보던지."
드디어 그날은 다가오고야 말았다.
"토요일 주왕산 절골 갑시다.
절골 단풍이 좋다데요."
(절골 10월 6일에 갔다 왔는데 또 가자고???)
"절골? 저번주에 한탄강 가면서 보니까 아직 단풍이 하나도 안 들었더라 절골도 단풍이 아직 빠르지 싶은데?"
"작년에 한탄강 갔다 왔는데 또 갔다고?"
(아이 이 사람아 모르는 소리 작작 좀 해라 작년 꽃 다르고 올해 꽃 다르다.)
"어 올해 꽃이 좋다 해서 저번주에 갔다 왔다."
"참 잘 나가십니다."
(인생 별거 있나?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야지)
"잘 나가기는 뭐가 잘 나가노 남들은 뻑하면 몽골도 가고 키르키스스탄도 가고 그러더구만."
"당신도 7월 달에 백두산 갔다 왔으면서 뭔 소리 하노.
절골에 갔다가 옆에 주산지 돌아서 옵시다."
(백두산 내년에도 갈 거다. 둥꿩 보러 가서 대문다리 까지 가보고 싶었는데 잘됐다ㅋㅋ.)
"알겠다 그러자." 흔쾌히 동의 한다.
방문이 열리면서 "아직 안 일어나고 자고있소 벌써 6시다"하는 소리에 잠에서 깬다.
(아! 절골 주산지 갔다 올건데 8시에 출발해도 충분하다.)
"아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알람 맞춘다는 게 깜빡했네."
6시 40분에 주산지로 출발을 하며 아파트 정문을 나서는데 또 시비다.
'다른 아줌마들 하고 꽃 보러 갈 때는 새벽 세시 네시에 일어나더니 좀 일찍 일어나지' 라며 투덜댄다.
(꽃보러 가는 거랑 단풍 보러 가는 거랑 우째 같노?)
....'무대응'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대동 톨게이트를 지나며 USB에 담긴 음악을 튼다. 이런저런 고문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인데 여느 때와 같이 볼륨은 8이다.-라디오를 들을 때는 볼륨 10, USB는 대개 8에 놓고 듣는다-
차에서도 볼륨 전쟁이다. '소리 좀 낮춰라' 라며 볼륨을 6으로 줄인다.
(나는 6으로 줄이면 안들리거든?)
볼륨을 슬쩍 7로 올렸다 안보는 사이에 8로 원위치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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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절골에 도착하여 예약을 못한 관계로 10여 분을 대기하다가 대문다리를 향해서 걷기 시작했다.
"에이~~아직 단풍이 파이네."
(내가 뭐라카더노 안 좋다 안 했나.)
"그렇네 열흘은 있어야 절정이겠다."
절골의 대문다리까지의 3.5km 구간은 경사가 거의 없어서 걷기에 딱 좋은 구간이다.
10월 첫 주에 탐사를 한 1km를 지나고부터는 내년을 위하여 큰 바위가 보이면 눈을 부라리고 둥꿩이 얼마나 있나 이리 저리로 탐색을 하였는데 성과는 좋았다.
왕복에 두 시간 반이 걸려서 등산 아닌 등산을 마치고 주산지로 향했다.
주산지도 예전의 주산지가 아니었다.
20여 년 만에 주산지를 다시 찾았는데 단풍도 시원찮은 데다 물도 줄어들고 왕버들도 예전만 못하였고 잡목들이 시야를 가려서 대 실망을 하고 밥집을 찾아서 헤매기 시작했다.
식당 찾아 차를 몰고 몰아 청송읍까지 가서 생고기 삼겹살에 청국장으로 맛나게 배를 채우고 식당 여사장님 추천으로 송소고택과 청송정원을 구경하러 가는데 고문이 시작되었다.
"매주 강원도로 전라도로 다니는데 기름값이며 도로비며 다 어디서 나노?"
(배가 부르니 또 시작이네 말 할 힘도 없게 점심을 굶었어야 되는데.)
"같이 가는 사람들이 1/n로 거둬서 준다."
"다대준다 말이가?"
(나도 같이 보러가는데 나는 n이 아니고 m이가?)
"다 대주지?"
"밥은 우짜노 밥값도 비싼데."
(굶고 다니것나 맛난거 잘 묵고 댕긴다 걱정마라.)
"뭐 바쁘고 산골이라 식당이 없으면 가끔씩 라면 끓여서 밥 말아 먹고 식당가서 먹기도 하고 그러지."
"밥값은 누가 내노."
(그 비싼 밥값을 운전하는 내가 내것나?)
"같이 가는 사람들이 다 낸다 운전할 때 졸린다고 간식도 다 사 오고 과일도 가져오고 그런다."
"좋겠다." 빈정대는 투로 아줌마들이 잘 챙겨 주는 갑네.
누구랑 다니는데?"
(그럼 목숨이 달렸는데 잘 챙겨 줘야지, 당신이 누구라 하면 아나?)
"이 사람 저 사람 다 간다.
이번주 바쁘면 다른 사람이 따라가고 그러지."
"차 고장 나고 타이어 갈고 하는 거는 우짜노? 매주 강원도로 어디로 전국을 돌아 다니니 수리비도 많이 들어가고 속도위반 딱지도 많이 끊길건데."
(아! 여기서 고문을 끝내야 겠다.
자기가 수리비를 대줬나 딱지를 대신 내줬나.)
"인자 고마해라.-버럭-
내가 좋아서 꽃 보러 다니는데 그 정도는 감수를 해야지."
황금 같은 주말을 고문을 당하며 하루를 보내고 대동 할매 국수에서 나는 곱배기 아내는 보통으로 물국수를 선불로 주문하여 멸치 다시 국물까지 다 비우고 무사히 집에 도착하였다.
하루 종일 돌아 다닌 뒤라 내일 탐사 길이 고단 할거 같은 예감이다.
겨우겨우 고문을 잘 방어하고 버텨낸 하루였다ㅋㅋ.
첫댓글 귀한 참나무겨우살이 아름답게 담으셔서 올려주셨네요.
어부인과의 대화도 참 재미있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아고~수고많으셨습니다
꽃쟁이들 배우자들은 다 똑같은듯요.ㅋ
절골 대문다리까진 가보질 않고 늘 입구에서 1km까지만 가고 뒤돌아 나왔는데 더 가면 좋은가 보네요?
참나무겨우살이가 지들 불러 내놓고 다른 얘기만 한다고 삐질듯요.ㅋㅋ
겨우살이 종류중 참나무겨우살이가 최고 예쁘죠~~~
ㅋ 사모님도 우리 집사람과 비슷하신가 봅니다
2.5km 구간 까지는 많았습니다
1km면 우리팀과 같은데 10% 정도만 보신겁니다
내년에 제주가면 괄시 받는거 아닌지 벌써 걱정입니다 ㅋ
립스틱을 바르고 가야 할까 봅니다ㅋ
꽃보다 두 분의 대화 내용을 따라 읽어 내려오게 되었네요.
가정의 평화가 우선이겠지요~ ㅠ
가정의 평화는 아내하기 나름이라고 유명한 카피가 있었지요
카페에 집사람이 없으니 하는 말입니다ㅎㅎ
두 분의 대화내용이 재미있습니다.
참나무겨우살이도 멋집니다.
볼때마다 신기한 꽃 예쁘게 탐하셨어요~
주말마다 꽃탐 하러 댕기시면서 욕 보십니다~~ㅋ
절골의 풍경도 보여주세요
귀한 참나무겨우살이를 감상하다가
엉뚱하게도 대동할매국수가 확 땡깁니다. ㅎㅎ
부근에 오시면 연락 주십시오 곱배기에다 유부초밥도 시켜드리겠습니다
동천님 동천님 예전부터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있어서 한번 뵙고싶습니다
010-3580-5114 부산아저씨
@부산아저씨 아이고 ~~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조만간 꽃밭에서 뵙고싶군요^^
참나무겨우살이도 이쁜데
두분 대화내용이 더 재미있네요~~
매주 주말이면 거의 전쟁입니다ㅋㅋ
@부산아저씨 그래서 저는 옆지기와 꼭
붙어 댕깁니다..ㅋㅋ
@으랏차차 ㅋㅋ 잘하시는 겁니다
ㅋ ㅋ ㅋ n 아니고 m...
부산아저씨 덕분에 한참이나 웃었습니다
참나무겨우살이도 멋지게 찍으셨고요~
10년 젊으지셨죠?
꽃길에서 만나면 맛난 간식 주세요ㅎ
아직 못본 참나무겨우살이를 덕분에 즐공 합니다.
아! 아직이요?
실물이 훨씬 이쁩니다
기회를 만들어 보시지요
참나무겨우살이 신비로운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처음 보면 뻑 갈 정도로 예쁘답니다
제주에 가셔서 엄청 많이도 담아오셨어요
예 제주는 한 번 가기가 힘드니 많이 담아 오게되나 봅니다
ㅎ 믿고 보는 부아님 글과 그림입니다.
이 글도 역시 입가에 미소를 띄게 하네요!
그림 역시 찬찬히 보게 됩니다.
ㅎㅎ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