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포천 생태 탐방로 따라
구월 둘째 화요일이다. 구월에 들어서도 연일 더위가 이어져 예년에 볼 수 없는 폭염 경보가 내려지고 있다. 이른 아침 길을 나서는 자연학교 등교 차편은 열차를 타려고 창원중앙역으로 나갈 참이다. 아파트단지를 벗어나 메타스퀘이아 가로수가 우람한 외동반림로를 따라 퇴촌교로 나갔다. 창원천을 다리를 기준으로 아래쪽은 둔치의 풀을 잘라 깔끔했으나 상류는 온전한 채였다.
창원대학 입구로 가니 냇바닥은 물억새와 달뿌리풀이 무성한 그대로여서 자연스러웠다. 여름에 피는 무릇이 꽃대를 밀어 올리고, 이삭이 팬 수크렁은 억세고 거칠었다. 그 가운데 유독 홀로 피어난 선홍색 꽃송이가 눈길을 끌었는데 여뀌의 한 종류였다. 여뀌는 여러 종으로 나뉘는데 다음 꽃 검색창에 확인했더니 털여뀌였다. 한여름 피는 꽃이 더위가 지속되어 제철에 핀 꽃이었다.
창원대가 건너다보인 도청 뒤를 돌아가 역세권 상가를 지나 창원중앙역에 닿았다. 맞이방은 수서로 가는 SRT 승객들과 겹쳐 붐볐다. 내가 가려는 행선지는 고작 진영으로 진주에서 동대구 간 운행하는 무궁화호를 탈 생각이다. 마산역발 서울행 고속 특급보다 조금 먼저 출발해 비음산터널을 통과한 진례역에서 대피선으로 들어 수서행 SRT를 보내주고 진영역에 닿았을 때 내렸다.
내가 진영역으로 나감은 그곳에서 화포천 습지를 둘러 한림정까지 걸을 생각이었다. 역 광장 북동쪽에 ‘화포천 아우름길’로 명명된 안내판이 세워져 있는데 사람들이 잘 몰라 평소 거기를 걷는 사람은 드문 듯했다. 야트막한 언덕 단감 과수원 사이로 난 길을 따라가자 봉하마을과 화포 습지로 가는 갈림길이 나와 후자를 택해 걸었다. 저지대 초지가 형성된 황무지가 펼쳐졌다.
진례에서 흘러온 화포천에는 한 태공이 햇볕을 가려줄 양산을 세워 놓고 낚싯대를 드리워 찌를 바라봤다. 드넓게 펼쳐진 습지는 풀이 무성한데 가을에 시들면 철새들이 날아와 먹이터 삼아 놀던 자리였다. 겨울이면 기러기 무리가 날아왔고 가끔은 날개가 엄청 큰 독수리도 보였다. 사냥 능력이 없는 녀석들은 환경단체에서 실어와 던져주는 도축 부산물을 먹고 겨울을 보냈다.
화포천이 흘러온 개울에 놓인 징검돌을 건너 산기슭으로 공장이 보이는 탐방 산책로를 걸었다. 사람들이 다니질 않아 묵혀둔 길바닥으로 환삼덩굴이 침범해 산책로가 가려질 정도였다. 습지가 끝난 건너편은 노 대통령 묘역이 있는 봉하마을 뒤 봉화산에 불거진 사자바위가 드러났다. 봉화산에 부엉이바위보다 더 높은 절벽이 사자바위로 열차를 타고 가다가도 차창 밖으로 보인다.
습지 탐방로에서 둑으로 올라 개구리산으로 불리는 독뫼를 돌아간 화포천 생태 학습관이 나왔다. 가끔 인근 초등학교에서 현장 학습을 나왔는데 탐방객은 단체든 개인이든 아무도 없어 적요했다. 조경용으로 심어둔 화초로 옥잠화가 보여 눈길을 끌었다. 밤에는 하얀 꽃잎을 펼쳐 진한 향기를 뿜고 낮이 되면 꽃잎을 오므려 옥비녀 같은 모습이라 누가 봐도 옥잠화임을 알 수 있었다.
가로수 벚나무는 낙엽이 일찍 져 둑길 바닥에 낙엽이 뒹굴었다. 맛집으로 알려진 메기국 식당으로 통하는 둑길을 따라 걷다가 습지로 내려가 생태 탐방로를 따라 걸으니 냇물에는 늦은 봄부터 여름내 핀 노랑어리연이 가을이 와도 꽃잎을 달고 수면에 동동 떠 있었다. 날씨가 무더우니 노랑어리연은 아직 여름이 가지 않은 줄 알고 임무가 남은 것으로 착각해 꽃을 계속 피우는 듯했다.
국궁장이 나온 화포천 생태 탐방로 끝에서 한림면 행정복지센터 앞으로 나가 김해 시내를 출발해 진영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시산 시호 들녘을 거쳐 강변에 파크골프장이 나왔고 가동과 가촌을 지나니 창원 대산과 맞닿은 주호마을이었다. 진영읍 시외주차장에서 가술로 가는 마을버스 3번을 타고 우암 들녘에서 유등을 둘러 가술에 닿아 점심을 때우고 오후에 부여된 임무를 수행했다. 24.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