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마을에서●
봄 내음 하늘을 찌르는 오월
날으는 산천어 몸통에 의지하여
스펀지처럼 부푼 얘들 갯마을 왔다.
동화에 나올 듯한 예쁜 팬션
어서 오이소 반가웁게 맞아주는
주인집 아주머니 사투리 정 넘친다.
선학처럼 반티를 걸친 공주들
쪽빛보다 푸른 물 섬섬옥수 담가
천연스럽게 찰진 소라 고동 잡는다.
자그만 통통배 사푼 기댄 소녀
뱃머리 달려드는 이랑 솟구치어
영혼 샘솟는 기쁨 열차게 뿜어댄다.
이글이글 타오는 바알간 숯불
온몸 땀방울 소나기 같이 피어도
삼겹살 익어가는 소리 입맛 달군다.
소곤대는 원앙 같이 마주 앉아
고기 듬뿍 넣은 쌈 서로 넣어주며
선생님은 기꺼워 천사 보고 웃는다.
황혼의 숨결 잠긴 금잔디 마당
삐걱대는 그네 노랫가락 솟게 하여
은서는 꾀꼬리처럼 고운 소리 토한다.
창공의 뭇별 열 지어 시샘하여
꽃다운 가시내 잠 못 이룬 깊은 밤
부스스한 낯빛에 라면사린 옴작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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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5일!!
우리학교 아이들이 기다리고 그리던 수학여행 가는 날!
아침 일찍 짐을 꾸려 부푼 가슴 내밀어 서울역으로 향했다. 우리반은 울산 가는 KTX를
타고 가기로 되어 있어 출발 1시간 전까지 서울역에 오기로 약속했다. 고운 옷으로 단장
한 아이들과 열차에 올라 2시간 정도 달려 울산역 하차한 우리는 시장끼가 들어 역 근처
의 문어향이 물씬 풍기는 칼국수 집에서 허기진 배를 채우고 대기하고 있는 버스로 오늘
의 목적지 주전마을로 향했다.
삼십여분 달려 주전마을 어촌체험하는 곳으로 가기 전에 첫날 속소인 '바다속으로' 팬션
에 이르니 주인집 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아주고 아이들은 짐을 풀어 반티로 갈아 입고 맨
손으로 소라와 고동 잡는 어촌체험하는 곳으로 이동했다.
쪽빛보다 파아란 바닷물에 반바지와 하얀 반티를 걸치고 소라 고동을 잡으면서 즐거워하
는 아이들 모습을 대하니 저절로 흥이나서 아득한 시절 보배섬 창목 갯벌에서 비토리 잡
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맨손 쳬험을 마친 후 조그마한 배를 타고 울산 앞바다 한바퀴 돌아오는 어선에 아이들과
승선했다. 구름 한점 없는 오월의 하늘과 청정한 바다 가운데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이
함께 하는 배에서 아이들은 풍선처럼 들떠 있었다. 거센 파도를 거슬러 힘차게 달리는 스
릴에 마구 탄성을 지르며 사진을 찍어대면서 티 없이 연연한 주변 경치를 구경하는 사이
통통배는 저근덧 포구를 향해 뛰어가고 있었다.
황혼의 어스름 다가오자 팬션 야외에서 이번 수학여행의 하이라이트 숯불구이 행사를 기
다렸다. 숯불은 주인집에서 준비하고 고기는 우리가 직접 최상급 돼지 삼겹살과 목살을
사왔다.
나는 아주머니와 숯불을 피워 은박지 위에 고기와 소라를 지글지글 구워 아이들 입에 넣어
주었다. 시커먼 연기가 피어올라 눈물이 흐르고 온몸은 땀으로 뒤범벅 되었으나 아이들이
맛나게 냠냥하며 행복한 표정을 지으니 피곤함은 저 멀리 달아났다. 특히 아이들이 연기와
싸우며 고기 굽는 나에게 고기 마늘 밥을 상추에 싸서 직접 입에 넣어주는 쌈은 이 세상 어
떤 성찬과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저녁 식사 후 휘황찬란한 등대 주변을 구경하고 숙소로 향하는데 아이들은 분위기에 취해
방으로 들어가지 않고 금잔디 파릇파릇한 마당의 그네에 앉아 있었다. 노래하기 좋아하는
은서가 연방 고운 노래를 부르면 아이들은 따라 하거나 콧노래로 리듬을 맞춰 주었다. 평소
노래를 즐기는 나는 노랫가락에 취해 그 자리에 잠시 머물다가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어 숙
소로 돌아왔다.
다음날 일정상 8시까지 아침을 해결하고 출발하려 했으나 7시가 되어도 인기척이 없어 방마
다 다니면서 깨워 라면을 끓여주었다.
아이들은 밤 늦도록 잠을 설쳤는지 라면사리를 힘차게 빨지 못하였다.
오늘은 주전마을에서 어촌체험 날씨 경치 노래 음식 등 무엇 하나 빠지지 않은 즐거운 날이
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