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 갈 거란 계획 (외 1편)
도복희 그때까지 우리가 바라볼 수 있다면 울란바토르에 갈 거야 칭기즈칸의 후예처럼 초원의 바람을 가르며 서로를 정복하는 데 열 올릴 거야 너 아니면, 안 되겠다고 잘 훈련된 기마병 되어 널 향해 달려갈 거야 매일 밤 그 마음을 토벌해 한시라도 떨어져 살아갈 수 없도록 그렇게 길들일 거야 그래, 그때까지 우리가 서로의 이름으로 채운다면 순간순간 몽골의 아름다운 무사가 되어 너를 정복하는 데 모든 것을 걸어 볼 테야 잊는 연습부터 하는 내륙의 참한 여인 같은 건 절대 하지 않을 거야 이별 메뉴 쇼팽 환상곡으로 부탁해요 선율에 기대어 탈출을 시도해 보려고요 노르웨이 자작나무 숲의 통나무집 새벽이 무지갯빛으로 물드는 곳에서 누구도 마주치지 않을 방법이 있을까요 움푹 파인 초승달에 걸터앉아 낮달이 될 때까지 밤의 벼랑을 뜬눈으로 보내야 할 테지만 상관없어요 당신이라는 감옥에서 도망칠 수만 있다면 발자국 사라진 사막을 걷는 일이 대수겠어요 한때 인연이라 믿었던 사람이 숨통을 조이게 될 줄 상상이나 했을까요 기대는 죄가 되죠 모든 당신은 환영이었습니다 맨발의 도망자 되어 자작나무 숲길을 달려가요 쇼팽 곡으로 부탁해요 —시집 『몽골에 갈 거란 계획』 2023.11 ---------------------- 도복희 / 1966년 충남 부여 출생. 2011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그녀의 사막』 『바퀴는 달의 외곽으로 굴렀다』 『외로움과 동거하는 법』 『몽골에 갈 거란 계획』 등. 현재 동양일보 취재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