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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물와 함께 수용한 외래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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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운의 우리말 탄생과 진화 /
[난이도 수준-중2~고1]
22. 우리말의 보물창고 <훈몽자회>
23. 조선 말기 이양선을 타고 몰려든 외래어
24. 한글을 일으켜 세워준 성경 번역가들
새로운 문명과 문화가 밀려올 때는 반드시 그 문명어와 문화어가 앞장서 들이닥친다. 삼국통일기에 들어온 당나라어, 원나라의 부마국이 된 이래 들어온 몽골어처럼 조선시대 말기에 밀어닥친 열강은 외래어로 무장한 채 나타났다. 그들이 탄 배는 철선(鐵船)이자 군함이요, 그들이 입거나 신거나 들고 들어온 양복, 양말, 구두, 넥타이, 중절모, 망원경, 커피, 성냥, 램프 등 조선인의 눈에 비치는 그 모든 것이 새로운 말이었다. 말의 홍수요, 말의 쓰나미였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조선은 쇄국정책에도 앞문 뒷문이 다 열리고 말았다. 조선의 의지로 막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러다 봇물 터지듯 외래어의 홍수 사태가 났다.
같은 시기, 대원군 이하응과 달리 점진적이고 자주적인 개방을 실시한 일본은 그들에게 밀려드는 외래어를 하나하나 다듬어서 받아들이고, 이를 일본화했다. 그것이 조선땅으로 날로 들어왔으니 이때부터 우리말은 대혼란에 빠진다.
■ 일본에서 온 말 일본은 동양 3국 중에서 19세기 유럽의 신문물을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나라다. 미국과 유럽에 사람을 보내 신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조선과 가까운 나라인 만큼 현해탄을 건너오는 여객선이나 군함마다 일본이 거르고 다듬은 일본식 외래어가 마구 쏟아져 들어왔다. 일본을 통해 들어온 어휘가 가장 많다는 것은 우리 역사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
가마니, 가발, 가방, 간판, 고무, 고무신, 공중전화, 공항, 광고, 구두, 단발머리, 대통령, 대학, 대학교, 댐, 동물원, 딸기, 라디오, 마라톤, 백화점, 병원, 비행기, 사이다, 석유, 성냥, 식물원, 신문, 아까시, 양복, 양복점, 양산, 양장, 우체국, 우체부, 우표, 유도, 유리창, 은행, 짬뽕, 통조림, 호텔, 화투
■ 청나라에서 온 말 조선, 일본, 청은 다 같이 외세에 시달렸지만 일본은 서양 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청은 마지못해 받아들이고, 조선은 강제로 당하다시피 했다. 그런 만큼 청나라를 통해 들어온 외래어는 한자로 걸러졌을 뿐만 아니라 수적으로 일본을 통해 들어온 어휘에 미치지 못한다. 청일전쟁에서 청나라가 졌기 때문이다. 법국(프랑스), 덕국(독일), 화란(네덜란드), 아라사(러시아), 서반아(스페인) 등 나라 이름을 가리키는 대부분의 한자어는 이때 청나라를 통해 들어온 것이다.
극장, 기자, 마고자, 바가지쓰다, 사과, 사진, 사진기(카메라), 자장면
■ 미국에서 온 말 마침 신흥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던 미국은 일본을 개항시켜 신문물을 전하고, 그다음 목표로 조선에 나타났다. 군함과 함께 힘으로 들어온 기독교 선교사들이 큰 영향을 미쳤다. 다음에 따로 적을 내용이지만, 이 선교사들은 뜻밖에도 조선을 강점하게 될 일본보다 더 큰 영향을 미쳤다.
권투, 노다지, 레코드, 상수도, 수도, 성경, 서양음악, 선교사, 시멘트, 양배추, 영화, 영화관, 의사, 전구, 전기, 전차, 전화, 찬송가
■ 프랑스에서 온 말 프랑스가 군함과 선교사를 통해 들여온 말은 고유 프랑스어와 이탈리아 등 유럽 각국에서 쓰이는 주변국의 언어가 포함되어 있다. 주로 천주교 신부들에 의해 들어온 말이다. 청나라를 통해 들어온 신부들은 한자로 걸러진 프랑스어를 전하기도 했다.
고아원, 보육원, 성당, 천주교(관련 어휘들), 포도(마스캇)
■ 영국에서 온 말 영국은 조선을 식민지화하려는 의지가 비교적 적은 유럽 강국이었다. 프랑스, 미국에 비해 접촉 빈도가 떨어지고, 그나마 대개 미국, 청나라, 일본을 통해 들어왔다.
간호부, 보험, 열차(기차), 유성기
■ 네덜란드에서 온 말 네덜란드어는 일본을 거쳐서 왔기 때문에 수효가 적다.
마도로스, 빵(포르투갈)
■ 러시아에서 온 말 러시아 외교관들이 들여온 말이 몇 가지 있다. 그만큼 양국간의 접촉 빈도는 낮았다. 주로 공산주의에 관련된 어휘가 많다.
커피, 빨치산
이재운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어원 500가지> 대표 저자·소설가
2009/05/31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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