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가면 마음을 나누던 친구가 곁을 떠난다. 나는 그동안 많은 사랑하던 사람과 이별했다.
청년 시절에 고등학교에서 가장 친하던 친구가 대학 1학년 때 자살하여 나는 군에 입대했다. 동반자살을 꾀하려 입대했으나 실패하자, 나는 남해와 욕지도를 돌아다니다가 형님이 내려와서 설득하는 바람에 서울로 올라와 대학에 복학했다.
그 다음 역시 고등학교 동기인 조규용이란 친구로 그와 신혼여행을 속리산 법주사에서 만나기로 했던 친구다. 그와 부산 강종대 진주 강호전과 네 사람이 두 달 하숙비에 달하는 고려대 장학금을 월곡동 는 미리 같은 곳으로 정했던 친구는 20년 전에 병사했다.
학창 시절 가장 친하던 교수 친구도 골수암으로 병사했다
속초에 연호콘도를 세웠던 직장 후배도 암으로 갔다.
고향 보성의 탱자나무를 삼성동 우리 집 뜰에 심어준 후배도 암으로 갔다.
초등부터 고등학교까지 단짝이던 친구도 암으로 갔다.
아버님 제자로 남강문학회서 가장 날 아껴주시던 분도 암으로 가셨다.
세상에 와서 사랑하던 많은 사람을 잃었다.
마지막까지 곁에 남는 사람은 아내와 친구다.
중고 동기들은 아직 서울에 많은 편이다.
아내는 폐암, 뇌경색 등 큰 병을 두개나 넘겼다.
이젠 몸이 약해져 병원 식당에서 음식 쟁반을 들고 조금 비틀거린다.
그 모습을 보니 애처럽기 그지없다.
죽기 전에 사랑하던 사람 몇을 또 잃을지 알 수 없다.
전에 없던 감정이 생겨 아내한테는 사랑한다는 말 미리 해두었다.
(2020년 1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