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위대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바로 Claud Levi-Strauss입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단단하고 야무진 인물이었다면
레비-스트로스는 푸근하고 가슴 넓은 거인이었습니다.
그 따뜻한 거인은 자신의 안에서 이룬 학문적 종합과
거기서 생긴 따뜻한 됨됨이의 인격으로
브라질 오지로 들어가 원시공동체 사람들을 찾아다니고
그들을 그 넓은 가슴으로 만납니다.
이 책을 읽기까지 참 많은 망설임이 있었습니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이나,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읽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거듭 저울질을 했는데
아무래도 읽어야겠다고 결정한 것이 지난해 말,
그리고 책을 샀고, 지난해 마지막으로 읽은 책이 되었습니다.
처음 읽기 시작할 때는 약간의 의구심도 들었습니다.
그 짧은 기간에 보면 얼마나 보고, 알면 얼마나 알았을까 싶었던 겁니다.
그럼에도 주춤거리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브라질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보따리를 편
그의 학문적 이력과 거기서 확보한 그의 인격의 무게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읽는 과정에서
그 정도 준비가 되었으니 그 짧은 기간에
그만한 이해를 할 수 있었겠다고 고개 끄덕일 수밖에 없었고
나중에는 무릎 당겨 앉아 귀를 기울였습니다.
먼저 읽은 『어제까지의 세계』도 도움이 되었고
그보다 조금 전에 읽은 『텍스트성·철학·예술』도 이 책을 이해하는데
한 몫을 했습니다.
그리고 곳곳에서 가슴을 후벼 파는 듯한 날카로운 말들,
“백인들은 사회과학에, 원주민들은 자연과학에 의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백인들은 원주민들이 동물이기를 바랐지만,
원주민들은 백인들이 신은 아닐 거라고 의심하는 것으로 만족하였다.”(196쪽)
“어떤 독설가가 미국을 정의하기를
‘야만에서 문명을 거치지 않고 퇴폐로 옮겨간 나라’라고 하였다.”(226쪽)
“인간들은 모두가 비슷한 것이 아니다.”(575쪽)
“완전한 사회란 없다.”(694쪽)
“세계는 인간 없이 시작되었고, 또 인간 없이 끝날 것이다.”(741쪽)
그렇게 이 위대한 인물은 내 가슴에 들어와 자리를 잡았습니다.
미술을 한 부모로부터 미술과 미적 감수성을 물려받았고
어리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나이에 이미 철학적 체계를 이루었으며
사회학과 심리학, 지질학과 생물학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학문적 세계를 섭렵한 뒤
마침내 브라질 원주민의 세계에 뛰어들어
그들의 세계를 읽어낸 위대한 인물,
이후 인도와 파키스탄, 아프리카의 원주민 세계와
멕시코를 비롯한 아메리카 원주민인 인디언 사회를 살피고
철학적으로도 언어철학에 관한 기초를 마련하기도 한 인물,
천재적 인문학의 큰 산이라고 불러 하나도 부족함이 없는 그는
사르트르와는 그리 사이가 좋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빛이 바래는 것은 전혀 아니었고
이 위대한 인물이 쓴 원주민 세계를 탐사한 보고서는
전체적으로 틀이 잡혀 있을 뿐만 아니라
어떤 부분은 따로 떼어내면
깊은 성찰로부터 나온 훌륭한 수필임에 틀림없다는 것까지,
그렇게 『슬픈 열대』를 읽으면서 마무리한 한 해,
그리고 이 책을 정리하면서 맞이한 새해,
모두가 내게는 소중하고 아름다운 시간들,
어렵다고 생각할 필요 없이 누구라도 읽을 수 있는
아주 좋은 책이라는 말까지 하면서
정리한 것을 소개합니다.
날마다 좋은 날!!!
- 키작은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