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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희망네트워크 | 논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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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M 故 이한빛 PD의 죽음을 애도하며, 노동계 적폐와 교육계 과제를 성찰한다 |
CJ E&M 故 이한빛 PD의 죽음을 애도하며,
노동계 적폐와 교육계 과제를 성찰한다
지난해 10월, tvN 드라마 '혼술남녀' 종영 다음날 드라마 제작을 맡았던 CJ E&M의 신입조연출
이한빛 PD가 사망했다. 사망의 직접적 원인은 자살이나 실질적 내용은 사회적 타살이다.
회사는 개인 부적응에서 원인을 찾고 있지만 이는 명백히 비인간적 노동 구조 및 작업 환경의 결과다.
우리가 고인의 죽음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그가 교육희망네트워크 회원 가족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의 삶과 죽음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의미가 간과할 수 없을 만큼 크기 때문이다. 사회에 만연한
비정규직 노동 착취와 정규직에게 착취 업무를 강제하는 저항할 수 없는 구조를 보기 때문이다.
선량한 노동자가 얻은 것은 업무부적응자라는 딱지뿐인 일그러진 세상을 보기 때문이다.
고인은 학창 시절부터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 시절에는 학생회 활동을 하며 공동체 문제 해결에
적극 참여했다. 동생과 수시로 부조리한 세상을 외면하지 말자는 말을 나눴고, 힘들고 지친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며 PD가 되었다. 지난해 2월 정규직 PD가 된 후에는 1년 치 월급은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데 쓰겠다며 4.16연대, KTX 해고승무원, 기륭전자, 빈민연대, 용산참사,
서울대점거현장 등 아픔이 있는 곳으로 보냈다.
가장 따뜻한 심장을 가졌던 정의로운 청년이 정규직으로 맞이한 노동현장은 참혹했다. 본인에게 주어지는
고강도 노동보다 더 견디기 어려웠던 것은 정규직으로서 비정규직 노동 착취의 최전선을 담당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는 유서에 “하루에 20시간 넘는 노동을 부과하고, 두세 시간 재운 뒤 다시 노동자를 현장으로
불러내고,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이미 지쳐있는 노동자들을 독촉하고, 제가 가장 경멸했던 삶이기에
더 이어가긴 어려웠어요” 라고 적었다.
나눔, 배려, 연대, 정의감, 실무 능력... 고인은 교육이 지향해야 할 가장 많은 덕목을 갖췄던 청년이다.
그런데 정작 이 사회는 가장 바람직한 교육적 가치를 배우고 사회에 진출한 청년을 죽음으로 몰았다.
차라리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컸더라면... 주변을 돌보지 않고 출세와 성공만을 향해 달렸던
위정자들을 닮았더라면... 부질없는 생각이다.
이 사회는 학생과 청년들에게 어찌 이토록 잔인한가. 얼마 전 LG유플러스 협력사 현장실습 고등학생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월화수목금금금’ 등으로 회자되는 IT, 광고, 연예, 문화예술 업계 등에
만연한 비정규직과 고강도 노동착취 이야기는 이제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원래 그 바닥이 다 그렇다며
문제제기 하는 고인을 부적응자로 낙인찍는 것은 옳지 않다. 도대체 원래부터 그런 것이 어디 있단 말인가.
첨단 과학기술이 넘쳐나는 시대에 왜 우리 학생과 청년들은 19세기 산업혁명기보다 못한 노동조건을
감당해야 한단 말인가.
오랜 비정상을 당연시 하는 것, 그것을 일컬어 ‘적폐’라 부른다. 고인의 죽음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이와 같은 현실을 당연시 하지 말라는 것이다. 어느 때보다 적폐 청산의 과제를 많이 논의한다.
새로 들어설 정부가 앞장서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교육계는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기득권자들의 경쟁과 효율 논리에 바탕한
수월성교육에 맞서 배려와 소통, 나눔과 협력의 교육을 실천하고자 노력하였다. 그러나 아직은 갈 길이
너무 멀다. 교육을 통해 사회에 나가는 젊은이가 맞이할 세상은 개인이 감당하기엔 참혹하다.
배려하며 성실한 양심적 개인을 넘어 공동체의 부조리에 저항하는 시민, 연대하여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는 시민, 자신과 공동체의 행복을 동료와 함께 찾아 나설 수 있는 시민을 기르는 교육으로 바꿔야 한다.
이른바 민주시민교육의 과제다.
얼마 전 유가족과 故이한빛PD대책위는 기자회견을 통해 자체 진상조사결과를 발표하고 CJ E&M측에 답변을
요구했다. 우리는 CJ E&M 측이 대책위의 조사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을 촉구한다. 이한빛 PD
사망 원인과 책임을 인정하는가. 제2의 이한빛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교육희망네트워크는 유가족에게 큰 위로를 전하며,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고 마땅한 책임이 따를 때까지
관심을 갖고 함께 할 것이다.
2017년 4월 24일
교육희망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