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북한산의 인수봉과 영봉을 찾았습니다. 사실 인수봉(811m)은 로프타는 전문산악인이 아니면 감히 도전해 볼 수 없으므로 먼 발치에서만 봤던 것이고 이날(6일) 처음으로 그 기슭을 밟아 봤습니다. 우람하고 웅대해 위엄까지 느꼈습니다. 자연에 대한 외경이었습니다. 한국알피니즘의 요람으로 손색이 없었고 풍수지리학 적으로 남성의 최고의 상징이라고도 할 만 했습니다.
500m고지는 됨 즉한 높은 산중의 고개길인 하늘재를 사이에 두고 인수봉과 마주보고 섰는 영봉(604m)은 사실상 구산회로서는 초행길이었습니다. 이날 목적지가 된 것도 이때문인데 북한산의 큰 형님격인 백운대(837m)나 작은 형님격인 인수봉(811m),만경대(800m)에 비하면 감히 비할바 아니지마는 그래도 북한상 영봉중에서는 백운대와 인수봉,특히 인수봉을 가장 지척에서 잘 볼 수 있어 등반객들의 총애를 받아왔습니다.
북한산만해도 백운대인근의 정상은 단풍이 끝자락, 그러나 산전체로는 만추의 만홍을 뽐냈습니다. 하늘로 치솥은 천태만상의 산정상과 더불어 환상적인 경관을 이뤘습니다.
전문카메랍맨이나 다름없는 이남규는 풍경화가였습니다. 구산회원들을 모델처럼 자기가 지정한 장소 여기저기가 세워놓고 보기에도 고가인듯한 카메라로 신들린듯 셔터를 눌러댔습니다. 그와 함께 영봉에 오른 회원은 8명이었습니다. 나머지 5명은 영봉아래 0.2km, 우이동입구에서 2.6km올라온 이하늘재 길옆에 북한산국립공원공단에서 설치해놓은 유일한 10인용 식탁 1개를 독점 점거, 지키고 있다가 하오1시30분쯤 영봉에 갔다온 동료들과 함께 오찬을 나눴습니다.
경사가 상당하고 온통 돌산인 이길을 오르막에 약하다고 하는 한후진이 끝기있게 완주한데 대해 동료들이 박수를 보냈습니다. 한후진은 "이보다 급한 용마산은 깔딱단계마다 쉼터가 있고 내려다 볼 경치가 있어 괜찮았으나 이번에는 계속오르막만 있어 힘들었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해내었습니다. 같은 동네의 김연의가 동반했습니다.
공복들이었는지 막걸리 4병은 내놓자마자 바람에 개눈 감추듯이 사라졌고 등반대장 신승현은 막걸리 받아 먹는데 쓰겠다고 주전자 2개를 배낭속에 넣어 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김밥,떡, 새드위치, 라면, 머리고기. 김치 등 전통적인 간편식과 고구마, 감귤등의 디저트등도 왕성하게 소비됐습니다. 점심뒤 청소는 보통 최병수몫이었는데 이날 결석한 그대신 KBS이사와 대한언론인회장을 역임한 조창화가 재빠르게 자청하고 나서 쓰레기주머니를 배낭에 달아 매었습니다.
2시30분쯤 하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중반이하쯤 내려오니까 단풍도 점점 더 아릅다워 졌습니다. 백운대쪽에서 하산하는 사람도 점점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입니까. 하산객들 틈에 20안팎의 금발미녀 파리장 4인이 구름속에서 처럼 나타났습니다. 구산회의 10여명 영감들이 이 미녀들을 보자 어디서 힘이 났는지 재빠르게 길건짧건 저마디 영어로 말을 던져보지 않았겠습니까. 지켜보고 있던 김기준이 "어떻게 모두들 영어들 잘해"라고 퉁명스럽게 말을 던졌습니다. 역시 제일 빠르고 효율적으로 접근한 사람은 평소 과묵하기로 유명한 카메라맨 이남규. 어디서 왔느냐고 하면서 멋진 카메라를 가리키면서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하니까 미녀들이 선뜻응했습니다. 같이 찍자 했습니다. 몇 늙은이들이 쏜살같이 미녀옆에 붙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러자 이남규가 노털들은 다 떨어져 나가라고 하면서 미녀들만 단체로, 그리고 한사람씩 찍어주드니 이-메일로 보내주겠다고 하면서 주소를 물었습니다. 미녀들이 즐거운 미소를 지으면서 답했습니다. 미녀들은 자신들이 1년계획으로 연세대에서 연수를 받고 있는데 지금은 4개월이된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다른 두 미녀가 자기들은 한양대학교에서 연수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남규가 뜻밖의 횡재를 어떻게 할 지 지켜봐야 겠습니다.
이어 4시쯤 우이동버스정유장 인근으로 내려와서 신승현, 심용섭이 소개하는 쑥 칼국수집에서 뒤풀이를 했습니다. 칼국수를 유난히 찾던 김영주가 미소지었습니다. 조창화가 언제 , 어떻게 알았는지 내일(7일)이 이남규의 80순 생일이라는 정보를 접수하고 즉시 좀 떨어진 곳에 있는 투레주르 빵집에가서 생일 케이크를 사가지고 왔습니다. 쑥수제비와 수육으로 식사한뒤 케이크를 자르고 생일축하를 합창했습니다. 이어 독창으로 김기준, 이승연, 김영주등이 축가를 부른뒤 조창화가 "이미자가 중간에 노래를 부르는것 봤느냐"며 맨나중에 요즈음 유행한다는 '안동역'과 18번 '돌아와요 부산항'을 불렀습니다.
주빈인 이남규는 "정말로 감사합니다"라고 정중한 인사를 했습니다. 이것으로 마무리 했습니다.
그러나 5시 30분쯤 전철역 수유역에서 전철로 환승하기위해 모두 버스에서 내리자 "맥주로 입가심이나 하자"고 조창화가 선동, 거의 모두 맥주집까지 가서 끝을 냈습니다.
구산회가 회원의 생일파티를 해준것은 어떤형식이든 이번이 처음입니다. 하였튼 새로운 기록이 만들어 졌습니다. 모두를 즐거워한 하루였습니다.
이날 참석한 회원은 다름과 같습니다.
김기준, 김연의, 김영주, 신승현, 심용섭, 안재식, 이남규,이병양 ,이수봉, 이재승, 조창화, 한후진.이승현(선우재호부인),
P.S.
수입: 회비 130,000원
지출: 식사 107,000원
주류,안주류 14,000원
김밥,머리고기 18,000원
택시요금 24,000원
계 163,000원
적자 33,000원
현재시제금 전기시재금 489,250원-금기전자 33,000원
= 456,250원
첫댓글 밤새 회원들을 위하여 "여행기"와 재무를 정리하느라 수고 많았습니다.
아직도 왕년의 패기와 노련함 기억력과 문장력이 있음에 놀랐습니다.
이런 능력을 발휘하고 계속 유지 발전시키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