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중기의 실학자 이수광의 『지봉유설』에 “양기에 눌려 음기가 엎드려 있는 날”로 표현된 복날. 다음 달 14일 초복을 시작으로 중복(24일)·말복(8월 13일) 등 삼복(三伏)이 이어진다. 우리 선조는 복날을 더위에 지쳐 허해진 몸을 보(補)하는 날로 여겼다. 이런 관습은 지금까지 전해져 복날이면 음식점마다 ‘복달임’을 하려는 사람으로 장사진을 이룬다. ‘복달임’은 그해 더위를 물리치기 위해 복날에 끓여 먹는 고깃국을 말한다. 복날 시식의 재료로 예부터 널리 사용된 것은 닭고기·개고기·민어·팥·호박 등이다.
임자수탕 시원하게 만든 닭고기탕 … 단백질 많고 소화 잘돼
|
|
|
임자수탕 |
|
|
닭고기는 복날 ‘귀하신 몸’이다. 복날 절식인 삼계탕·닭죽·임자수탕에 들어간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한방소화기보양클리닉 박재우 교수는 “닭고기와 개고기는 고단백 식품”이며 “스트레스나 더위가 심하면 우리 몸은 양질의 단백질을 요구한다”고 조언했다.
닭고기의 단백질 함량은 100g당 약 19g으로 쇠고기보다 위다. 혈관 건강에 이로운 불포화 지방의 비율(전체 지방 대비)도 쇠고기보다 높다. 맛이 담백하고 소화·흡수가 잘되는 것도 장점이다.
옛 개성의 양반은 복날 뜨거운 삼계탕 대신 시원한 임자수탕(荏子水湯)을 즐겼다. 이 음식은 흰 참깨(임자)와 영계를 재료로 해서 만든 냉 깻국탕이다. 푹 삶아서 기름을 걷어낸 닭고기를 사용하므로 느끼하지 않다. 흰 깨 대신 검은 깨, 닭고기 대신 오리고기를 써도 괜찮다. 단 몸이 차거나 설사가 잦은 사람에겐 추천되지 않는다.
삼계탕 땀 덜 나고 기운 솟아 … 열량 높은 껍질 골라내길
|
|
|
삼계탕 |
|
여름철 성약(聖藥)으로 통하는 삼계탕의 옛 이름은 계삼탕(鷄蔘湯). 선인들은 여름에 삼계탕을 먹으면 땀이 덜 나고 몸에서 기운이 솟는다고 여겼다. 한방에선 이열치열(以熱治熱)의 음식으로 본다.
주 재료는 닭고기(영계)·인삼·황기·대추·마늘 등인데 저마다 다른 약성을 지닌다. 요즘 삼계탕엔 대개 부화한 지 35일쯤 지난 영계(어린 닭, 500∼600g)가 들어간다. 원래는 오골계를 넣었다. 오골계는 살갗이 검은 토종 영계다. 맛과 씹히는 맛이 다르다.
경희의료원 한방1내과 이장훈 교수는 “인삼은 원기를 보충하고, 황기는 땀 흘리는 것을 막아준다”며 “대추는 장기의 기능을 보하고, 마늘은 소화를 돕고 해독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닭과 인삼은 ‘환상의 커플’이다. 동물성 식품인 닭고기와 식물성인 인삼이 서로 약점을 보완한다. 또 닭고기에 인삼을 넣으면 누린내가 사라진다. 그러나 인삼은 성질이 따뜻해 평소 몸에 열이 많은 사람과는 궁합이 잘 맞지 않는다.
약점은 열량·지방 함량이 꽤 높다는 것. 한 그릇 열량이 780㎉로 라면·자장면보다 높다. 다행히도 닭고기의 지방은 쇠고기처럼 살 전체에 골고루 퍼져 있지 않고 껍질에 집중돼 있다. 지방이 걱정이라면 닭 껍질을 벗겨서 쓰고 조리 시 뜨는 기름을 걷어낸다.
민어 매운탕 지방 적고, 소화 잘돼 회복 음식으로 딱
|
|
|
민어 매운탕 |
|
복더위엔 ‘민어 찜은 일품, 도미 찜은 이품, 보신탕은 삼품’이란 말이 있다. 민어 매운탕·민어 찜은 서울 양반의 ‘복달임’이다. 토막 낸 민어를 갖은 양념(애호박·파·마늘·생강 등)과 함께 냄비에 넣고 고추장으로 간을 해서 얼큰하게 끓인 것이 민어 매운탕이다.
제사상의 단골 생선인 민어는 여름이 제철이다. 크기가 제법 커서 식탁에 올리면 푸짐하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엔 “입과 비늘이 크며 맛이 달다. 익히거나 회로 먹는다”고 쓰여 있다.
한방에선 “개위(開胃, 식욕 증진)와 하방광수(배뇨)를 돕는 생선”으로 친다. 부경대 식품생명공학부 조영제 교수는 “흰살 생선답게 지방이 적어 맛이 담백하다”며 “소화가 잘돼 어린이·노인의 보양식이나 큰 병을 치른 환자의 병후 회복식으로 권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팥죽 식욕 돋워주고 더위로 인한 갈증·설사 해결
|
|
|
팥죽 |
|
팥죽이라고 하면 대부분 동지 팥죽을 떠올린다. 하지만 우리 조상은 복날에도 팥죽을 즐겼다. 삼복 팥죽이다.
주 원료는 붉은 팥(적소두)이다. 그래서 적소두죽이라고도 불린다. 옛사람들이 복날에 뜨거운 팥죽을 먹은 것은 팥의 원래 성질이 차서 ‘더위 사냥’에 이롭고 붉은색이 귀신을 물리쳐 준다고 믿어서다.
『동의보감』엔 팥이 “더위로 인한 갈증·설사 등을 해소하는 효능이 있다. 물을 많이 마시고 소변을 자주 보는 소갈증(당뇨병과 유사) 환자에게 이롭다. 이뇨 효과가 있어 몸의 부기를 빼준다”고 쓰여 있다.
청주 함소아한의원 유승우 영양사는 “팥은 비타민 B1이 풍부해 여름철에 빠지기 쉬운 식욕부진·피로감·신경쇠약 등의 치유에 유익하다”며 “가루를 내어 세안제로 사용하면 주근깨가 옅어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체력이 너무 약하거나 심하게 말랐거나 속이 냉하거나 소화력이 현저히 떨어진 사람은 팥의 섭취 시 주의가 필요하다. 소화불량·피로 등 불편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서다.
기주떡 멥쌀가루+막걸리 … 새콤한 맛에 입맛 돌아
복날을 대표하는 떡은 증편(기주떡)이다. 멥쌀가루에 술(막걸리)을 넣어 반죽한 뒤 적당히 발효시킨 떡이다. 발효 음식이어서 잘 상하지 않고 맛이 새콤해서 무더위에 잃은 입맛을 되찾는 데 유효하다. 우리 선조는 여름에 시루떡·인절미는 쉽게 상한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기피했다. 생활의 지혜다.
수원대 식품영양학과 임경숙 교수는 “기주떡은 비닐 봉투에 싸서 냉동실에 보관한 뒤 먹기 두세 시간 전에 냉장실에서 해동시키면 다시 말랑말랑해진다”고 소개했다.
삼복(三伏)의 절식
개장국 1_개고기를 삶아서 파·들깻잎 등 채소를 많이 넣는다 2_고춧가루로 양념해서 끓인다
육개장 1_쇠고기의 양지머리를 냄비에 넣는다 2_푹 고은 뒤 미리 무쳐놓은 파·고사리·버섯 등을 넣고 한소끔 더 끓인다
삼계탕 1_검은 영계(또는 영계)에 백삼·황기·대추 등을 넣는다 2_푹 고은 뒤 베 보자기에 짠다
민어 매운탕 1_민어를 손질해 토막 낸다 2_고추장으로 간을 한다 3_애호박을 넣고 파·마늘·생강 등으로 양념한 뒤 끓인다
임자수탕 1_영계를 고아서 얻은 국물과 깨를 볶고 갈아서 얻은 국물을 섞는다 2_전분을 입힌 미나리·오이채·버섯 등을 데친 뒤 국물에 섞는다
기주떡(증편) 1_멥쌀가루를 막걸리로 반죽한 뒤 더운 곳에 둔다 2_부풀어 오르면 증편틀에 보자기를 펴고 반죽을 국자로 떠 담는다 3_꿀·팥·계핏가루 등으로 소를 만든다 4_소가 포함된 반죽에 잣·대추 등을 뿌려 장식한 뒤 찐다
팥죽 1_붉은 팥을 푹 고아 거른다 2_찹쌀가루를 반죽해 새알 모양의 단자를 만든다 3_팥과 단자를 같이 넣어 끓인다
호박지짐 1_애호박을 깨끗이 씻은 뒤 모양대로 도톰하게 썬다 2_잘 달군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호박을 지진다
자료=『한국음식론』(이지호 저, 광문각 간)기획 박태균 | 조인스
<출처;tong.nate.yunwj70>
첫댓글 무덥덥한 여름, 몸에 좋은 음식을 소개해 주어 감사 드립니다. 건강이 최고 ^*^
무덥덥한 여름, 몸에 좋은 음식을 소개해 주어 감사 드립니다. 건강이 최고 ^*^
하나하나씩 해 먹어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