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의 화원] 16
S#1. 서징의 집 / 작업장 / 밤
홍도 걱정스레 벽에 기대 앉아있고, 홍도 눈치만 보는 윤복,
홍도 : 나오지 말라고 하지 않았느냐.
윤복 : 스승님의 손이 다치는데 어찌 가만있을수 있습니까
홍도 : 더이상 주상전하의 그 뜻을 도울 수 없게 되지 않았느냐
윤복 : 방도는 있을것입니다.
홍도 : (윤복을 보는)
S#2. 조영승의 집 / 사랑채 / 밤
강수항이 그린 다섯 개의 초상화 차례대로 펼쳐지고...
장벽수 : 보시는 대로 그림을 모두 회수하였습니다.
조영승 : 수고했네... 그림도 없으니 김홍도 그 자도 수사를 진전시킬 수 없겠지.
장벽수 : 이제 한 시름 놓으시지요. 허허.
조영승 : 대체 무슨 뜻으로 이 그림을 그렸을고...
다섯 개의 초상화가 어두운 방 한 켠, 호롱불에 비추어 어둑어둑하게 보이고...
S#3. 서징의 집 / 작업장 / 밤
윤복, 눈, 코, 입, 귀가 붙여 진 종이 위에 깨끗한 화선지를 올려놓고 엎드려 사도세자 얼굴의 초를 뜨고 있다.
홍도, 붓선에 정성을 다하는 윤복의 모습 보면...
여인의 향내가 나는 듯, 곱기만 한 윤복의 얼굴이 가까이 보이고...
윤복의 붓이 만들어 내는 부드러운 선...
홍도, 붕대 감은 손 움직이며, 코치하는 모습 보이고.
cut to
윤복, 추운지 손이 얼어 붓질이 어렵고... 손에 입김을 불고 손바닥을 비비는데...
홍도, 그 모습 보고 자신의 도포 벗어 엎드려 그림 그리는 윤복의 등에 살포시 얹는다.
그리고 손을 뻗어 윤복의 손을 잡는다. 따뜻한 홍도의 손...
윤복, 따뜻한 홍도의 온기 느끼며 올려다보면...
홍도 : (머쓱해하며) 손이 얼면 붓질이 엉망이지 않느냐.
윤복 : (홍도의 붕대감은 손 보이고) 저는 괜찮습니다. 스승님. (하며 자신의 한 손을 홍도의 붕대감은 손 위에 얹는데)
홍도 : 괜찮긴... (윤복의 손에 입김 불어 비벼주고 그 손으로 차갑게 언 윤복의 양 볼과 귀도 비비는데)
윤복 : (자신을 여자 다루듯 하는 홍도 바라보고)
cut to
턱만 그려 넣지 못한 초본이 보이고...
윤복 : (다 된 듯 붓 떼며) 이대로 주상전하께 갈 수 없습니다.
홍도 : 주상전하께서는 이 그림이 절실하다. 뭔가 방법이 있을 것이다.
윤복 : (고개 끄덕이고) 저는 이제 그만 돌아가 봐야 겠습니다. (그림 한 곳에 놓고, 입고 있던 홍도의 도포를 벗으며)
예진은 익일 이 곳에서 만나 주상전하께,
홍도 : (도포 다시 윤복에게 덮으며) 입고 가거라.
윤복 : (어른스럽게 도포 벗어 홍도에게 입혀주며) 고뿔이라도 걸리면 어쩌시려고요...
홍도 : (도포 입혀주는 윤복의 손 매무새 보이고)
윤복 : (마치 신랑 넥타이 매주듯, 여성스럽게 도포고름을 천천히 묶고)
홍도 : (나즈막히) 이러고 있으니, 꼭 부부 같지 않느냐..?
윤복 : (홍도 올려다 보다, 옷고름 정도에 시선 머물면서) ... 제가 만약... 남자가 아닌 진짜 여자였다면 어떨 것 같습니까..?
홍도 : (윤복을 보는) 네가 여자였다면... 지금처럼 두렵지는 않았을 것이다...
윤복 : (보는)
홍도, 순간 와락. 윤복을 껴안는다. 윤복, 놀라 눈 커지고...
홍도, 윤복을 안고 있는 느낌이 이제 제자로서 포옹하는 것이 아닌 한 여성을 껴안고 있는 듯 한 기분을 느끼고...
홍도 : (더 꽉 껴안으며) 넌 대체.. 누구냐..
윤복소리 : (안타깝고.. 차마 ‘여자’라고 툭 터놓지 못 하겠어 망설이고..) 언젠가 부터... 스승님이 보였습입니다...
그래서... 저도 두려웠습니다..
홍도 : (안타깝고, 모르겠고..)
두 사람, 복잡한 심정으로 안고 있는데..
S#4. 길 / 밤
윤복, 밤길을 걷다가 조금씩 느려지고.. 멈춘다.
(insert : 우물씬, 홍도가 윤복을 업고 뛰어가는 장면 )
(insert : 동제각화, 주막에서 각 프레임 만들어서 함께 보는 장면)
(insert : 부 단오풍정 홍도와의 장면)
S#5. 이인문의 집/ 홍도의 방 / 밤
홍도, 문 열고 들어와 앉으면,
(insert : 포옹하고 난 후, 홍도를 보는 윤복의 얼굴에서)
(insert : 부, 그림자로 비친 윤복을 보는 장면)
(insert : 정향 때문에 술취해 잠든 윤복, 야명주로 얼굴 보는 장면)
홍도, 갓 풀어놓고 모자 쓰는데, 표정은 복잡하다..
S#6. 이인문의 집 / 홍도의 방 밖 / 밤
정숙, 방 밖으로 나와, 홍도방 툇마루 옆 모퉁이 돌아, 벽에 턱 기대는데, 후루루 떨어지는 눈물.
정숙 : (혼잣말) 오라버니는.. 농담을 꼭.. (눈물 뚝 떨어지고) 진담처럼.. (쭈그리고 눈물 훔치며) 누가 속는다고..
S#7. 김조년의 집 / 사화서 / 숙소 앞마당 / 밤
삼돌, 잰걸음으로 사화서 쪽으로 걸어가는데...
숙소에서 도화서 도제들... 화구통과 물통을 들고 사화서에서 나오고 있다.
삼돌 : (도제들 발견하고) 혜원, 안에 있습니까?
도제 : 오늘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소. 무슨 일이시오?
삼돌 : 행수 어르신이 찾고 계십니다.
도제 : 어딜 그리 쏘다니는지... 참으로 의문스러운 구석이 많소. 그 화공은.
삼돌 : (고개 끄덕이면)
나무에 기대 고개 삐죽 내밀고 엿듣던 막년이 얼굴 보이고...
S#8. 김조년의 집 / 별당 / 정향의 방 / 밤
정향, 방 안을 왔다갔다 하는데 막년이가 들어온다.
정향 : 화공이 돌아 왔니?
막년 : 아니오. 그리고, 행수 어르신께서 도련님을 찾는다 하십니다.
정향 : (초조해 손 만지다가) 네가 나가 보거라. (하다가, 뭔가 생각난 듯) 잠깐.
막년 : 왜요?
정향 : (옷시렁에서 쓰개치마-[월하정인]과 같은 옥색 치마) 들고 나와 막년에게 주며) 이걸 쓰고 밖에 나가 화공을 기다리거라.
(쓰개치마 막년에게 씌우고) 그리고, 화공이 오시거든, (막년에게 뭐라 얘기하고)
막년 : (끄덕인다)
S#9. 김조년의 집 / 손님 테이블이 있는 방 / 밤
김조년, 다기에 차를 우려 양반에게 내밀고...
김조년 : 화공이 당도할 때까지 차를 음미하시지요.
이조참의, 찻 잔 받아 향을 맡는데...
삼돌(소리) : 어르신...
김조년 : 들어오라.
삼돌, 방 안으로 들어와 김조년 옆에 바짝 붙고... 귓속에다 뭐라뭐라 하는데...
김조년 : (얘기 듣고) 자리에 없다... (나즈막히) 청아.
설청 : (방문 뒤로 쓰윽 모습을 드러내고)
S#10. 김조년의 집 / 문 밖 / 밤
쓰개치마 쓰고 문 밖에서 초조하게 서있는 막년. 눈만 빼꼼 내민 채로 여기저기 기웃거리는데, 한 곳 보고 쪼르르 간다.
윤복이 온 것이다.
윤복, 생각에 잠겨 오다가 치마만 둥실 떠 있는 것 같은 막년 보고 놀라고,
막년 : 도련님! (이리저리 둘러보고 윤복을 끌고 한쪽으로 가) 큰일났습니다.
윤복 : 무엇이?
막년 : 왜이리 늦으셨습니까. 행수 어르신께서 찾고 계십니다.
윤복 : (‘누구지?’ 보는데)
막년 : (윤복의 전모 풀어준 후 쓰개치마 얼른 윤복에게 씌우고) 일단, 들어가셔요. 아씨 방으로.
윤복 : (쓰개치마 쓰고) 너는?
막년 : 전 괜찮으니까, 어서 가셔요. (손사래 치며) 어서요!
윤복 : (치마 여며 눈만 내밀고, 막년에게) 고맙다. (들어가고)
S#11. 김조년의 집 / 별당 / 정향의 방 / 밤
쓰개치마 쓴 윤복 들어오면, 정향, 얼른 일어선다.
정향 : 화공!
윤복 : (쓰개치마 벗고 앉으며) 어찌된 것이오?
정향 : 왜 이리 늦으셨습니까...
윤복 : (걱정스러워 사화서쪽 보면)
정향 : 어서 옷을 갈아입으셔요. 그리고, 그림을 완성하십시오.
윤복 : 그림?
정향 : 화공. (윤복 진지하게 보며) 이 방에서 화공이 나간 것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림을 가지고 나가면, 화공이 그간 그림을 이 방에서 그렸다고 알 것입니다.
윤복 : (‘알리바이를 만들어 준 것이군’알고) 고맙소.
S#12. 김조년의 집 / 별당 / 정향의 방 - 옷방 / 밤
윤복, 남복 다 입은 상태, 모자 쓰고 밖으로 나가면,
S#13. 김조년의 집 / 별당 / 정향의 방 / 밤
고운 옷을 입고 기다리고 있는 정향. 윤복을 보자 돌아본다.
정향 : 어서 화사를 시작하시지요. (자세 잡으려) 어찌 하면 좋겠습니까?
윤복 : (자기 위해 애쓰는 정향 안쓰럽고) 미안하오.
정향 : (윤복 보고) 미안하면 화폭을 저로 가득 채워 주시지요. (웃으며) 어찌하면 되겠습니까?
윤복 : (차마 자기가 여자란 말 입에서 안 나오고.. 정향 보다가)
(insert : 부, 다리 위를 지나면서 윤복을 보는, 전모 쓴 정향의 모습)
윤복 : 처음 보았던 그대를 보고 싶소.
정향 : 처음.. 이라 하시면,.. 계월옥에서 가야금을 켜던 것을 이르십니까?
윤복 : (고개 젓고) 그대에겐 그것이 처음일지 모르나, 내겐 아니오.
정향 : 그 전에 저를 보았단 말입니까?
윤복 : (끄덕이고) ...전모를 쓰고, 다리 위를 건너는 여인을 보았소.
정향 : (기억 나고.. 윤복 보며 미소짓고)
(insert ; 부, 다리 위를 지나는 정향의 모습, 그리고 정향을 보는 윤복의 모습, 다리 건너며 윤복 쪽을 흘끗 보는 정향의 모습)
cut to
전모 쓰고 서 있는 정향. 윤복, 정향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신윤복 [전모를 쓴 여인)
S#14. 김조년의 집 / 별당 / 정향의 방 / 밤
채색을 마치고 붓 떼는 윤복. 윤복, 정향 보면,
정향 : 다 되었습니까? (윤복이 그린 정향 그림 보고, 미소) 이 그림이라면, 밤새 그렸다 하여도 믿을 것입니다. (윤복 보고)
윤복 : 마음에 드시오?
정향 : 들다 뿐입니까? (그림 보다가, 윤복을 보는) 화공이 이렇듯 제 곁에 계시니, 다시 나비를 맞는 꽃이 된 것 같습니다.
윤복 : (정향을 안쓰럽게 보는)
정향 : 이년 비록, 남의 물건이 되어 팔려와 있지만, 화공에 대한 진정 하나만은 버리지 않을 것 입니다.
윤복 : (정향 보니 가슴 아프고) 익일 밤, 은밀히 만날 수 있겠소?
정향 : (윤복 보면)
윤복 : 할 말이 있소.
정향 : 무엇입니까?
윤복 : 익일.. 자시에 동문 밖 담장 아래로 오시오.
정향 : (윤복 보고.. 기대감에 눈 반짝이는데)
막년 : (문 열고 들어서며) 아씨.
정향 : 왔느냐? 화공을 모시고 가거라.
막년 : 예. 아씨.
윤복 : (일어서는데)
정향 : (작게) 그럼, 익일 밤에...
윤복 : (정향에게 끄덕이고, 나가고)
정향 : (기대감에 얼굴 붉어져, 손으로 볼 감싸고)
S#15. 김조년의 집 / 별당 앞 / 밤
윤복과 막년, 밖으로 나오는데.. 설청이 그들 앞을 막아선다.
윤복, 설청 보면,
막년 : 모르십니까? 새로 온 화공입니다.
설청 : (윤복 보고)
막년 : 주인어른께서, 무시로 드나들면서 아씨를 그리라 하였습니다.
설청 : (윤복의 화원복 아래위로 보고) 어르신이 찾으십니다.
윤복 : 알겠습니다. (지나가며, 막년에게) 누구더냐?
막년 : (윤복 뒤로 따라가며) 예, 이 댁 어른의 수행 무사라 합니다.
윤복 : (뒤 슬쩍 돌아보면, 설청 이미 없고)
S#16. 김조년의 집 / 테이블이 있는 방 / 밤
김조년과 이조참의, 서로 말없이 쳐다보고 있는데, 문 열리고 윤복과 막년 들어온다.
김조년 : 화공. 어딜 다녀오는 것인가?
윤복 : 예. 이 댁에 있는 꽃을 그리라 하셨기에, 화사를 하고 왔습니다.
김조년 : 화사를 하였다는군요.
막년 : (윤복의 그림 얼른 내밀며) 여기.. (김조년이 받으면) 금일 오후에 오시어, 지금까지 꼬박 그리셨습니다.
이조참의 : (윤복을 바라보고)
김조년 : (그림 펼치면)
그림 속, 정향의 아름다운 모습 보이고..
김조년 : 보시지요. (양반에게 넘기고)
이조참의 : (껄껄 웃고) 전모 쓴 기생년이 치마까지 거들어 묶고 어딜 그리 바쁘게 가는가. (테이블 가운데에 그림 놓으며)
김조년 : 어찌... 흡족하십니까. (그림 보고 미소 지으며) 그저 발을 살짝 들었을 뿐인데 가만있던 사람의 몸에 움직임이 생기고,
윗부분에 남겨놓은 여백으로 인해 여인의 소담한 생김새가 더욱 사랑스러워 보이는구나.
윤복 : (양반 정면으로 보며) 누가 보아도 사랑스러울 여인을 그렸으니 응당 그럴 수밖에요.
김조년, 그림 자세히 뜯어보다가 책거리에서 노란색 책과 초록색 책, 붉은 책, 푸른 책 꺼내며
김조년 : 그 뿐일까. (노란색 책 아래쪽에 붉은 책, 푸른 책을 놓으며) 노란 저고리는 봄날에 가장 어울리는 색이나 만일 초록이
아닌 붉은 빛이나 푸른 빛에 얹어졌다면 그 생동하는 느낌이 살아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노란책 아래쪽에 초록책을 놓고,
자주색술띠 풀어서 올리며) 여기에 자줏빛고름이 자칫 단조로울수 있는 그림에 움직임을 만들어주니 이또한 놀랍습니다!
윤복 : (김조년 정면으로 보며) 위에 얹힌 노란색 전모의 면적이 크니 그만큼 치마를 부풀려 보이게 그려 균형을 맞춘 것입니다.
저고리와 전모는 노란색을, 치마는 초록을 차지하고 그 중간으로 자줏빛 고름을 넣어 두 색의 관계를 만들어 준 것입니다.
김조년 : 균형과 색이라... 잘 그렸네. 대체 자네의 재능은 어디까지 인가.
이조참의 : (몸이 달아올라) 이 그림을 사겠네. 얼마면 되겠는가.
김조년 : (빙긋 웃고) 그림 값에 맞는 돈을 주시면 되지요.
S#17. 길 / 낮
홍도, 어진이 들어있는 두루마리, 그리고 화구통 매고 큰 나무 아래 기다리고 있다.
(insert : 동제각화를 할 때, 윤복이 환하게 웃으면서 오던 모습)
(insert : 껴안던 윤복의 모습)
홍도, 두루마리 들고 있다가,
홍도 : (자신한테) 그래.. 미친 짓이지.. 하! 하! (하며 일어서 돌아서는데)
윤복 : (홍도 뒤에 서 있다)
홍도 : (윤복 보자 굳고)
윤복 : (결심한 듯, 미소 지으며 끄덕이고)
홍도 : (믿기지 않는 듯, 기쁘고, 쑥스럽고.. 윤복 눈 보다가) .. 가자.
윤복 : 예, 스승님.
홍도와 윤복 나란히 걷는데, 홍도, 가다가 윤복 보면, 윤복, 홍도 보고 미소.
윤복(소리/ 좋아서, 자꾸 웃어지는 것 참는 홍도의 모습 위로) : 주상전하를 만나고 나오면.. 모든 것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스승님.
윤복 : 스승님.
홍도 : (윤복 보면)
윤복 : 금일 일이 끝나면, 스승님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홍도 : 무엇인데?
윤복 : (미소, 마냥 밝을 수는 없는 미소) 그것도 못 참으십니까?
홍도 : 아주, 기대되 돌아가시겠구나.
S#18. 정조의 개인 서재 / 낮
홍도와 윤복 엎드려 있고, 정조 홍도와 윤복을 보고 있다.
정조, 홍도와 윤복이 든 화구통 보고.. (홍도 옆에도 작은 화구통이 하나 있음) 마음의 준비를 하듯, 눈 감았다 뜨고..
정조 : 단원은 고하라. 년 전, 대화원이 숨겨놓은 그림을... 찾았는가?
홍도 : 예. 전하.
정조 : (가슴이 툭 내려앉는 듯 하고) 그림을.. 가져오라.
홍도 : (윤복에게 눈짓 하면)
윤복, 네 개의 초상을 하나씩 풀어놓는다. 그 위로,
홍도 : 년 전, 대화원께서는 돌아가시기 직전, 화계 모임 오죽회 회원 다섯 명에게 초상을 그려주셨습니다.
이것이 대화원의 마지막 그림으로, 이 그림을 모아본 즉,
홍도(소리) : (홍도 소리에 따라 눈, 코, 입, 귀 클로즈업되고) 초상의 본이 된 자들과 눈, 코, 입, 귀
이렇게 네 부분에서 차이를 보였습니다.
홍도 : 하여, (윤복 보고) 혜원과 저는 이 네 부분의 초를 떠서 옮겨 보았습니다.
용파를 하듯, 스승님께서는 사도세자저하의 예진을 다섯 개의 초상에 숨겨두신 것입니다.
윤복 : (그림 펼치면)
정조 : (그림 보고) 아바마마.. 화공은 그림을 가지고 오라.
윤복 : (그림 들고 정조에게 가면)
정조 : (그림 보며, 안타깝게 손 뻗치고) 아바마마...
정조 오열하고... 윤복과 홍도 가만히 정조 보는데..
윤복 : 전하. 마지막 부분은 채우지 못하였습니다.
홍도 : 한 개의 초상은, 옮겨 그리기도 전에 잃어버렸습니다. 전하.
윤복 : 전하께서 기억하시는 아버지의 턱을 말해 주십시오.
홍도 : 혜원과 제가, 전하의 기억으로 그림을 완성하겠습니다.
정조 : 용파(주 : 조선시대의 몽타주)를 하겠다는 것인가?
S#19. 정조의 개인서재 / 낮 / 몽타주
. 윤복과 홍도, 초상화 위에 종이를 올려놓고 턱 부분 초를 뜨고, 버리고,
. 다시 종이 깔고, 그리고, 버리고,
. 정조가 이야기하는 것 보이고, 고개 젓는 정조 보이고,
. 한쪽에 파지 쌓여있고, 홍도와 윤복, (가지고 온) 예진 위에 신중하게 붓질하는 것 보이며..
S#20. 빈청 앞 / 낮
조영승과 김귀주, 빈청 앞을 지나는데, 내관 한 명이 달려와 조영승에게 귓속말을 한다.
조영승 : 뭐? 그것이 사실인가?
내관 : (끄덕이고)
S#21. 정순왕후 처소 / 낮
조영승 김귀주 앉아있고, 정순왕후 보인다.
정순왕후 : 두 화공이, 주상을 만나더란 말입니까?
조영승 : 그렇습니다. 마마.
김귀주 : 게다가, 한 화공은 이미 도화서에서 내쳐진 자인데 말입니다.
조영승 : 사가에서 초상을 구하고 다닌다 들었습니다. 이는 두 가지 중 하나일 것입니다. 마마.
정순왕후 : 무엇입니까?
조영승 : 첫째. 초상을 구하여 사도세자저하의 예진을 완성하였거나,
조영승(소리/ 불안해하는 정순왕후 얼굴 위로) : 둘째, 초상을 구하지 못하여 예진을 찾는데 실패하였거나.
김귀주 : 모든 초상은 별제가 가지고 있다 하니.. 두 번째 경우가 아니겠습니까?
정순왕후 : 모를 일입니다.. (불안해 손가락 움직이며) 내, 직접 알아보겠습니다. 외숙. (조영승 보고)
S#22. 정순왕후의 궁일각 / 낮
정순왕후 : 계절이란 것이 이렇게 빨리 지나가, 여름인가 싶으니 벌써 찬 바람이 돌아 선뜻합니다.
정조 : 바람이 차 할마마마의 옥체 미령하실까 심려되옵니다.
정순왕후 : 이리 걱정해주는 주상이 계신데, 할미가 어디 아플 틈이 있겠습니까? (다과로 놓인 홍시 보며) 예전.. 세자께서
그렇게 홍시를 좋아하셨는데.. 이 할미는 홍시가 나올 때면, 세자 생각에 가슴이 먹먹합니다.
정조 : (홍시 보며) 사람은 가고 홍시만 남으니, 기쁘던 것은 슬프게 되고 슬프던 것은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정순왕후 : 세자를 생각하면 참으로 마음이 쓰려옵니다. 말하기 좋아하는 자들은.. (감 만지며) 주상께서 혹여 무슨 오해를 하여,
아비의 일로 대신들에게 안 좋은 마음을 품은 것은 아닌지.. 함부로 입을 놀립니다만..
정조 : (정순왕후 보면)
정순왕후 : (정조 보고) 주상께서 그럴 리가 없다고, 이 할미가 따끔하게 혼쭐을 내곤 합니다. 그렇지요 주상.
혹이라도 지나간 일에 얽매여 현재를 그르치고 있지는 않으신 게지요?
정조 : (정순왕후 지그시 보고, 화 참느라 더 인자하게) 자식 된 도리로 돌아가신 부모를 기억함은
오히려 만사람의 입에 오르내릴 미덕이 아니겠습니까?
정순왕후 : (정조 쏘아보고) 기억은 기억으로 머물 때 가장 아름다운 법이지요. (정조 보고 미소)
S#23. 정순왕후의 처소 / 낮
정순왕후, 방으로 들어와 앉으면, 김상궁이 앞에 와 앉는다.
김상궁 : 마마. 어찌되었습니까? 화공들이 무언가 찾은 듯 하옵니까?
정순왕후 : (책상 위에서 주먹 쥐었다폈다 하며) 그렇지 않은 듯 하다. 무언가 찾았다면, 당장 대신들을 쥐잡듯 하였을 기세인데,
아무 행동도 하지 않으니.. (그러고도 분한지 입술 앙 다물고)
S#24. 정조의 개인서재 / 낮
정조, 완성된 사도세자 예진을 보고 있고.. 윤복과 홍도 엎드려 있다.
정조 : 두 화공이 과인의 아비를 살렸다.. (두루마리 말아 넣으며, 홍도 보고) 단원. (윤복 보고) 혜원. 정말 잘 해 주었네.
홍도 : 망극하옵니다.
윤복 : 망극하옵니다.
홍도 : 전하, 보여드릴 그림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정조 : 그것이 무엇인가?
홍도 : 이것은.. 대화원을 죽인 자의 초상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정조 : 그 그림을 보이라.
홍도 : (화구통에서 그림 꺼내 천천히 펼치면...)
얼굴이 하얗게 되어 있는, 얼굴 없는, 초상화. 그 그림 보는 윤복.. 그 순간,
(insert ; 년 전, 얼굴없는 초상을 그리던 서징의 모습. 그 모습 보던 어린 윤복의 모습)
윤복(소리/ 윤복 놀라는 얼굴 위로) : 저것은, 아버지가 그린 그림이다!!
홍도 : 대화원과 함께 예진을 그린 자는, 저의 막역한 친구였습니다. 이 그림은 그 친구가 남긴, 마지막 그림입니다.
윤복 : (홍도 보고 놀라며) 그 친구의.. 이름이...
홍도 : 서징이다.
윤복 : (홍도 보는 얼굴 위로) 서징. 서징.
(insert ; 홍도(소리) : 도화서 화원 서징이 오늘 새벽 자신의 집으로 들이닥친 괴한의 칼에 맞아 숨졌다.)
윤복 : (홍도 보고, 충격 받는데) 내 아버지였다니...
정조 : 얼굴이 없는 초상이라..
홍도 : 전하, 그 그림의 비밀을 풀어, 대화원을 해한 자가 누구인지 반드시 밝혀내겠습니다.
정조 : (홍도 보며) 그 자를 찾으라. 그 자는, 과인에게도 적이 될 것이다.
윤복 : (멍하니 어릴 적 떠올리고)
짧게, 짧게 떠오르고 마지막 홍도 얼굴만 인상적으로...
(insert ; 아버지 어머니 죽던 장면)
(insert ; 아버지가 윤이를 그려주던 장면)
(insert ; 서징, 기계 만지고 있으면 홍도 들어와 윤이를 무릎 위에 앉혀놓고 무를 먹이는 장면. 홍도 얼굴 가까이 보이고...)
홍도(소리) : 아까부터 뭘 그리 생각하느냐.
S#25. 정조의 개인서재 앞 / 낮
윤복, 어렴풋한 기억속의 홍도 얼굴이 자기 눈앞에 있는 것이 믿기지 않고...
윤복 : 아... 아닙니다.
홍도 : (뭔가 달리진 윤복의 눈빛 느끼며 의아한데) 정말 괜찮은 거냐?
윤복 : (미소 지으며) 예. 스승님.
홍도 : (저도 모르게 윤복을 향해 따뜻한 미소 보이고) 그래.
S#26. 종이 공장 / 낮
마치 빨래처럼 종이 널려있는 종이공장 마당.
홍도와 윤복, 종이 사이를 지나며 이야기,
홍도 : (종이 만지며) 좋은 벗이었다. (종이 끄트머리 조금 찢어 입에 넣어보고, 결 느끼듯 맛보고) 그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마치 신선처럼, 옳은 것은 행하고 그른 것은 대쪽같이 버리는 성정을 가지고 있었다. (다음 종이 만지고)
윤복 : (‘아버지의 친구라니..’ 싶어 종이 사이로 홍도 보고) 스승님 연배였습니까?
홍도 : 여덟 살이나 어린 나와 망년지교(주 : 나이를 잊은 친구관계)를 선언한 호탕한 친구였다...
(윤복과 가까워 지자) 아침에 하고자 한 말이 무엇이냐? (기대감에 윤복 보면)
윤복(소리) : (한껏 기대하는 홍도 얼굴 보는 위로)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할지..
스승님은 아버지의 친구인데... 내가 여자라는 말을 어찌..
홍도 : 말해 보거라.
윤복 : 아닙니다. (둘러보며) 여기서 어떻게 찾을 수 있습니까?
홍도 : (종이 사이 지나 윤복 코앞에 다가와) 그 그림의 종이는 재질이 독특하다. 각 지전마다, 들이는 종이공장이 다른데,
어느 공장 종이인지 알아낸다면.. 그 그림의 비밀을 풀 수 있을 것이다.
윤복 : 종이 공장... 종이 공장..
(insert : 년 전, 서징이 종이공장에서 종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는 장면.
종이공장에서 압축기로 물을 짜내는 장면 보이고, 물 다 짜고 윤복쪽 보는 듯 고개 휙 돌리며 ‘윤아!’하는 모습 보이고)
윤복 : 그래!
홍도 : 아는 것이 있느냐?
윤복 : 예. 일전에 (잠시 멈칫 하고) 아버지와 함께 가던 곳이 있습니다. 그 곳에서는 종이를.. 다른 곳과는 다르게 만들었습니다.
홍도 : 그것이 어디냐?
윤복 : (기억 끄집어내려 하며) 피맛골 뒷쪽이었던 듯 한데.. 금일은 이만 들어가 봐야 합니다.
홍도 : (아쉬워 윤복 보고) 종이공장은 익일 찾아보도록 하자.
윤복 : 예 스승님. (인사하고 급히 가려다가, 홍도 손 두 손으로 잡고)
홍도 : (마음 풀리며, 윤복 보면)
윤복 : (홍도 손 두 손으로 꼭 감싸쥔 채) 익일.. 꼭.. 뵙겠습니다. (홍도 보고)
홍도 : (윤복 눈 보면)
윤복 : (돌아서 달려가고)
홍도 : (윤복이 잡았던 손 보고) 이 몹쓸 사람아..
S#27. 김조년의 집 / 별당 앞 / 밤
정향, 새에게 모이 주고 있고, 막년, 옆에 서 있다.
막년 : 기분이 좋아보이십니다.
정향 : (빙긋 웃으며) 그래 보이니?
윤복(소리) : 익일, 은밀히 나오시오.
정향 : 실은.. 화공께서, 금일 밤, 은밀히 보자고 하셨지.
막년 : (놀라 입 막으며) 정말이옵니까? 좋으시겠습니다. 아씨. 좋으시죠?
정향 : (새 보다가, 좋으면서) 글쎄.. 무슨 말을 할지..
김조년 : (별당으로 들어서며)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느냐?
정향, 막년 : (김조년에게 인사하면)
김조년 : (새장 보니 기분 좋고) 금일은 기분이 좋아보이는구나.
정향 : 매일 그렇지요. 별다른 것이 있습니까?
막년 : (입 간지러워 빙긋 웃으면)
정향 : (얼른 막년에게 눈짓)
조년 : (미소지으며 정향 보고, 새장 보며) 공연히 짝을 잃은 꼴이 되었으니, 어찌한다.. 새로 짝을 지어주어야 겠구나.
언제까지 떠나간 새를 그리워하게 둘 순 없으니. 옛 정인에게선, 연통이 없느냐? (정향 보면)
정향 : (모른척 하고) 종무소식(= 소식이 없다)입니다.
S#28. 김조년의 집 / 사화서 / 윤복의 작업방 / 밤
윤복, 하얀 도포 입고([월하정인]속 모습), 갓 끈 묶은 채 고민하고.. 바깥 본다.
S#29. 김조년의 집 / 정향의 방 / 밤
정향, 옷 갖춰 입고([월하정인]과 같은 옷), 그 위에 쓰개치마 곱게 쓰고 밖으로 향하면, 막년 따른다.
정향 : (돌아보고) 넌 있거라.
막년 : (서운해) 예?
정향 : (나가고)
S#30. 담장 / 밤
정향, 작은 문 나서서 담장 따라 걸으면, 달빛 아래 보이는 담장.
담장 따라 조금씩 발걸음 옮기면.. 담장에 기대 선 윤복 보이고..
정향 : 화공-
윤복 : (손에 든 사각등 들어올리고-[월하정인]그림 속 등) 와 주었소?
정향 : (부끄러운 듯 고개 숙이면)
S#31. 연못가 길 / 밤
윤복과 정향, 연못가 길을 천천히 걷는다.
정향, 나란히 걸으며 윤복의 얼굴 살짝 보고, 좋은데... 윤복의 얼굴은 굳어 있다.
정향 : 이렇게 화공과 다시 만나, 걷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윤복 : 나 또한..
정향 : 무엇입니까. 이야기할 것이.
윤복 : (멈춰서고)
정향 : (돌아보며 미소)
윤복 : (진지하게, 정향 보고) 그대는 내게 특별한 사람이오.
정향 : 화공 역시, 저에게 특별한 사람입니다.
윤복 : 정향. 나에게는 비밀이 하나 있소.
정향 : (윤복의 심각한 얼굴 보자, 긴장) 무엇입니까.
윤복 : (가슴 아프고) 나는.. 그림을 그려야 했소..
정향 : (윤복 보고) 화공의 그림이 좋습니다.
윤복 : 도화서에 들어가, 왕실의 화원이 되어야 했소.
정향 : 되셨지요. 화공은.
윤복 : 하여... 이럴 수 밖에 없었소.
정향 : 무엇 말씀이십니까?
윤복 : (정향의 손 잡고)
정향 : (윤복 보면)
윤복 : (정향의 손 잡고.. 망설이다가, 정향의 손바닥에 입 맞추고)
정향 : (윤복 보고)
윤복 : 미안하오. (정향 보고) 정말 미안하오..
정향 : 무슨일입니까 화공..
윤복 : (정향 보고 망설이다가, 정향의 손 가져가 자기 얼굴 만지게 하고, 목, 어깨로 내려오고..)
정향 : (진지하게 윤복 보면)
윤복 : (정향의 손, 자기 가슴께 가져가고)
정향 : (윤복이 이끄는 대로 있다가, 윤복의 가슴에 손 닿자 멈칫! 하고, 놀라 윤복 보고)
윤복 : (끄덕이고)
정향 : (충격으로 손 거두고) 이것이... (윤복 보고) 이것이, 사실입니까?
윤복 : (가슴 아파, 정향 보며) 용서해 줄 수 있겠소?
정향 : (충격으로 혼란스럽고)
윤복 : 여인의 몸으로.. 그대를 마음에 담은 죄를, 그대의 마음을 내게 가둬둔 죄를,..(괴로워 정향 보고) 용서받을 수 있겠소?
정향 : (멍하니 윤복 보다가 눈물 떨어지고, 괴로운데)
윤복 : 미안하오.. (정향의 손 잡으려 하면)
정향 : (손 피하고, 돌아선다) 이제 이 년.. 어찌해야 한단 말입니까?
윤복 : (가슴 아프고)
S#32. 골목 / 몽타주 / 밤
. 말없이 골목 걷는 윤복과 정향.
. 다른 골목길,
. 다른 골목길, 한없이 괴로운 마음으로 걷는 정향과, 그 옆을 함께 걷는 윤복 보이고..
. (달 보는 정향)
윤복 : 삼경입니다. 곧.. 파루(주 : 통금해제를 알리는 종)가 울립니다..
정향 : 이제, 저 모퉁이를 돌면... 이별입니다.
윤복 : 영영.. 이별입니다. (가슴아파 정향 보고)
정향 : (김조년 집으로 꺾어지는 모퉁이 보자, 눈물 왈칵 몰리고) 다시.. 다시, 이년의 화공으로 돌아와 줄 수 없습니까?
윤복 : (고개 젓고) 그럴 수 없소. 정향..
정향 : (원망 가득 담아 윤복 보며)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돌아서서 가면..)
정향 뒤로, 정향 보고 선 윤복 보이고... 정향, 모퉁이 돌자.. 정향 뒤로, 더 이상
윤복 보이지 않는다. 눈물 떨구는 정향..
S#33. 김조년의 집 / 담장 / 밤
윤복, 정향이 사라진 곳 보다가 벽에 기대고..
윤복 : 미안하오.. (눈물) 미안하오...
S#34. 김조년의 집 / 마당 / 낮
물목들 집안으로 들여지고, 김조년, 뒷짐 지고 물목 보고.. 김조년 옆에 청지기 서서, 장부 체크하고 있다.
S#35. 김조년의 집 / 사랑채 / 낮
관원 하나 김조년의 책상 앞에 앉아있고, 김조년, 들어와 주인 자리에 앉으면,
김조년 : 어찌 되었는가? 호판께서, 궐에 들일 물목을 우리 행단에서 들이도록 허가 하셨는가?
관원 : 그것이... 호판께서 워낙 깐깐하셔서, 할 듯, 할 듯 한데 끝내 낙관을 찍지 않으십니다.
김조년 : 그래? (수염 만지며) 심심한 인사.. 확실히 방점을 찍어줘야 겠군. (관원 보고) 이 사람 집에서 다시 한 번 화사를 벌인다
연통을 넣어주게. 금번에는 장악원에서 악공들도 불러와 흥을 돋운다고.
허면, 그림 욕심이 있는 호판은 반드시 걸려들 걸세. 알겠는가?
관원 : 알겠습니다. (인사하고 나가면)
김조년 : 받을 것은 받고 입을 닦겠다? (부채 펼치고) 순진하시군.. (미소 짓고)
S#36. 피맛골 / 종이공장 / 낮
홍도, 종잇조각 들고 한 지전 앞에 멈추는데, 종이 만져보고는 그 자리에 선다.
직원 : 들어와서 보시오. 안에 많으니.
홍도 : (종이 들고, 자기가 잘라온 종이조각이랑 같이 햇살에 비춰보면)
종이 무늬가 똑같다.
홍도 : 주인어른은 안에 계시는가?
직원 : 예.
홍도와 직원 들어가면, 뒤에서 슥 나타나는 한종일. 지전 안쪽을 기웃거린다.
S#37. 도화서 / 장벽수의 방 / 낮
장벽수 앉아있고, 한종일 그 앞에 앉아
장벽수 : 그래, 무얼 하던가, 단원이.
한종일 : 지전을 찾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장벽수 : 지전?
한종일 : 예. 지전, 종이공장, 도성 안에 있는 곳은 모조리 쑤시고 다니는 듯 하였습니다.
장벽수 : 지전을 다닌다... (조금 생각해 보더니) 그 자의 머릿속은, 도저히.. (혀 끌끌 차고) 계속 살펴 주게.
한종일 : 예.
S#38. 김조년의 집 / 연못가 / 낮
연못가에 돗자리, 방석 등이 놓여있고..
장악원 남자 악공들 세 명, 악기 들고 들어와 자리잡고 앉아 조율 시작하고,
종놈이 화로 가져다 놓는 등 부산하다.
S#39. 김조년의 집 / 연못가 / 낮
윤복, 자리에 가면, 화공, 안료 개고, 먹 갈고, 준비하고 있다.
윤복, 화공 보면,
화공 : 준비 다 해 놨다. 자리도 뎁혀놨고(얼른 비키며).
윤복 : (자리에 앉고)
화공 : 온다 온다!!
윤복 : (보면)
정향 : (들어서고, 윤복과 눈 마주치자 차갑게 내리까는데)
윤복 : (마음 아프다)
화공 : 과연, 천하일색이군!!
김조년 : 뭣들 하는가?
화공 : 어르신!
김조년 : 들어들 가게.
화공 : 하지만, 저희들은 우리 신화공의 수행을 하려고,
김조년 : (지그시 보다가) 들어가게.
화공 : 예. (얼른 가면)
김조년 : (윤복 옆에 와) 자네만 믿겠네. 어젯밤 이야기한 것 잊지 않았겠지?
윤복 : 예.
김명륜 : (들어서며) 화사를 한다기에 왔더니, 왜 이리 어수선한가?
김조년 : 오셨습니까 어르신.
윤복 : (일어서서 인사하면)
김명륜 : 그래. 금일도 기대하고 있겠네. (윤복 어깨 툭툭 치고 가고)
김명륜 자리에 앉으면,
김조년 : 악공들은 연주를 시작하게.
악공들, 대금, 해금, 거문고 연주 시작하면.. 한량들 돌아다니고,
윤복,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윤복, 화폭 속에 사람들 그리기 시작하면, 김명륜 대감, 흥미롭게 윤복의 그림 보고..
김조년 : 호판께선.. 저번에 이 사람 집에 오셨을 때, 이 사람이 조정에 물목을 대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신다
하지 않으셨습니까?
김명륜 : 어느 행단에나 조정에 물목을 댈 수 있는 가능성은 있는 것이네.
김조년 : 이 사람도 그 많은 사람들 중 하나일 뿐이라는 말씀처럼 들립니다.
김명륜 : (윤복의 그림 흥미롭게 보며) 조정의 일은 이런 자리에서 거론하지 말게. 술자리에선 여흥을 즐겨야지 어찌 그리하는가?
김조년 : 아, 그렇지요. (윤복에게 눈짓 하면)
윤복 : 잠시 안료를 가지러 다녀오겠습니다. (인사하고 일어서면)
김명륜 : (한창 그림 흥미롭게 보다가 멀어지는 윤복 보고, 아쉬운 듯 입맛 다시면)
김조년 : (식 웃고)
cut to
윤복, 안료 가지고 와서 앉아 그림 그리기 시작하면, 김명륜, 윤복의 붓질 보느라 정신 팔리는데,
정향, 윤복을 바라본다.
윤복, 붓질을 하다 고개 들고 정향 보면, 정향 시선 피한다.
김조년 : 해서, 그 일은 어느 상단에서 하게 되었습니까?
김명륜 : (찡그리고) 아직 결정된 바 없네.
김조년 : 그것 잘되었습니다. 경험이 적은 상단이 그 일을 하게 되면, 궐안의 높은 곳에서 낮은 곳까지 모조리 엉망진창이 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김명륜 : 조정 이야기는 삼가라 하지 않았는가?
김조년 :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윤복에게 눈짓)
윤복 : (붓 놓고) 물을 떠 오겠습니다. (연적 들고 나가고)
김명륜 : (김빠진 얼굴이고)
cut to
윤복 : (연적 물 벼루에 부어 먹을 천천히 갈고)
김명륜 : (속 터져 죽으려 하고) 어서 선묘를 마치지 않고 뭘 하는가?
김조년 :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고 때가 있는 법 아닙니까? 그보다, 지난번 궐 안에 물목을 댄 권씨 상단에서 그 일을 계속 하려고
대신들에게 모종의 조건을,
김명륜 : (김조년 보고) 자네 지금, 그 일에 내 낙관이 떨어지지 않아 시위하는 것인가?
김조년 : 그럴리가요? 그저 여쭤보고 싶은 것이 많을 뿐.
김명륜 : (김조년 보다가) 엎어치나 매치나, 장사치들은 똑같기 마련이군. 내 졌네. 익일 조정에 들어가거든 물목 관리 일에 대해
마무리를 할 테니, 어서 화사를 마치라 하게.
김조년 : 감사합니다. 어르신. (윤복에게 눈짓)
윤복 : (비로소 붓에 먹 묻히고, 그리기 시작)
김명륜 : (애체까지 꺼내 끼고, 흥미롭게 윤복의 화사 보며) 옳지! 그렇군.
추임새 넣는 모습 보고 빙긋 웃는 김조년.
윤복을 보는 정향의 슬픈 눈길...
S#40. 김조년의 집 / 사화서 / 윤복의 작업방 / 낮
윤복의 방에 놓여있는 완성본 [상춘야흥]. 윤복, 도구를 정리하고 있는데,
김조년에 들어온다.
김조년 : 잘 해 주었네.
윤복 : 감사합니다.
김조년 : (윤복의 어깨 툭툭치며) 이제야 내 사람을 만난 느낌이네. (윤복 보고, 한없이 인자하게 웃고) 정리를 마치고 쉬도록 하게.
금일 일은 이것으로 끝이네.
윤복 : 알겠습니다.
김조년 : (가면)
윤복 : (재빨리 화원복 벗고 도포 걸치고, 갓 들고 나간다)
S#41. 김조년의 집 / 뜰 일각 / 낮
도포와 갓을 쓴 윤복 나오는데, 저 앞에 정향과 막년이 걸어온다.
정향을 보고 걸음 멈추는 윤복, 정향에게 다가가고...
윤복 : (정향에게) 바람이 찬데 왜 나와 계시오?
정향 : (윤복 외면하고, 막년에게) 들어가자.
막년 : (의아해 하며) 아씨... (하다가 정향을 따르고)
윤복 : (정향을 안쓰럽게 보는) ...
S#42. 저잣거리 / 저녁
윤복, 저잣거리로 달려가면,
S#43. 저잣거리 / 주막 / 밤
윤복, 주막으로 달려와 둘러보는데,
홍도 : (두리번거리는 윤복 보자 기분 좋아지고)
윤복 : (두리번 두리번)
홍도 : (윤복을 지켜보며 미소 짓고) 스승님 찾느냐? (옆에 화구통 놓여있는)
윤복 : (홍도 보자 화색) 스승님. (앞에 앉으면)
홍도 : (윤복 보며, 술 따라주고) 화사는 잘 마쳤느냐?
윤복 : (잔 받아 마시며) 스승님은, 좀 찾아봤습니까? 그 종이를 만든 곳이 어딘지?
홍도 : 그래. 찾아내었지. (윤복 보고) 가 볼테냐?
S#44. 종이공장 / 밤
사람들 없는 종이공장. 압착기도 세워져 있고, 어둠 속에 종이공장 모습 보이는데,
홍도 : 계십니까? 계십니까?
윤복, 주변 둘러보는데... 압착기가 보인다.
(insert : 어린 윤복. 아버지가 이 종이 공장에서 압착기를 돌리는 모습.
서징, 윤이를 번쩍 들어 안고 압착기를 돌리며 설명해 주는 모습.)
- 16부 끝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