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1920년대의 캔사스의 작은 마을과 고등학교가 무대이다. 잘 생긴 부잣집 청년 버드(웨렌 비티)는 여학생들에게 열광적인 얻고 있지만 그가 좋아하는 소녀는 윌마(나탈리 우드)다. 윌마의 집은 가난했지만 윌마는 아름답고 착한 모법적인 소녀였다. 한창 혈기 왕성한 버드는 윌마와 육체적 관계를 맺고 싶어하지만 윌마는 이를 거절한다.
독실한 기독교 인이고 성에 대해 무지했던 윌마에겐 버드와의 육체적 관계가 두려웠던 것이다. 이에 불만을 갖고 있던 버드는 성적 활기를 참지 못하고 다른 여학생과 어울리고, 연약한 윌마는 신경 쇠약 증세를 보여 자살을 시도하고 만다. 윌마의 부모가 딸의 상처를 감싸려고 그들의 교제를 금지하자 두 사람은 괴로워 하고 윌마의 정신 쇠약은 극에 달해 정신병원에 입원하기에 이른다. 버드의 집도 파산하게 되어 버드는 다른 지방으로 이사간다.
세월이 흘러 완전히 헤어져 각자의 삶을 살고 있는 두 사람. 버드는 윌마의 친구였던 안젤리나와 결혼하여 평범한 기술자가 되어 있고 윌마 역시 병원에서 나와 평범한 숙녀가 되었다. 우연히 재회한 두 사람은 여전히 서로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지만 각자의 길을 가기로 한다. 윌마는 돌오는 길에 워즈워드의 시 구절을 중얼거리며 눈물을 글썽인 채 버드의 농장을 떠난다.
Splendor In The Grass (초원의 빛) - William Wordsworth
What though the radiance which was once so bright Be now for ever taken from my sight Though nothing can bring back the hour Of splendor in the grass, of glory in the flower We will grieve not, rather find Strength in what remains behind; 한 때는 그리도 찬란한 빛으로서 이제는 속절없이 사라져가는 돌이킬 길 없는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우리는 서러워하지 않으며 뒤에 남아서 굳세리라
In the primal sympathy Which having been must ever be; In the soothing thoughts that spring Out of human suffering; In the faith that looks through death, In years that bring the philosophic mind.
존재의 영원함을 티없이 가슴에 품어서 인간의 고뇌를 사색으로 달래어서 죽음도 안광에 철하고 명철한 믿음으로 세월 속에 남으리라
너무나도 유명한 시 ‘초원의 빛(Splendor in the Grass)’의 일부분이다. 영국의 낭만파 시인 윌리엄 워즈워드가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영생불멸을 깨닫는 노래’라는 이름으로 쓴 송시(頌詩, Ode) 11편 중에서 열 번째에 수록된 작품이다.
위에서 줄거리를 설명한 영화 ‘초원의 빛’은 이 시가 잘 녹아있는 작품으로 거장 엘리아 카잔 감독에 의해 1961년에 만들어졌다. 성개방 풍조가 서서히 퍼지고 있던 시기와 맞물려, 그 시대 젊은이들의 육체적인 열망과 정신적인 고뇌, 부모와의 마찰 등을 실감나게 담아낸 청춘물의 수작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받았다.
만년소녀 같은 이미지의 여주인공 나탈리 우드는 이 영화 이후 제임스 딘과 함께 출연한 ‘이유 없는 반항’과 뮤지컬의 전설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등에서 여주인공을 맡으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40대 초반이던 1981년, 남편인 영화배우 로버트 와그너와 함께 요트여행을 떠났다가 익사했다. 사고사냐 타살이냐로 아직도 논란이 되고 있다.
남자주인공 웨렌 비티는 한 때 할리우드에서 바람둥이로 명성을 날리긴 했지만, ‘벅시’에서 공연한 여배우 아네트 베닝과 결혼하여 잘 살고 있다. 간혹 그의 늙고 주름 가득한 모습의 사진을 볼 때면 ‘초원의 빛’에서의 풋풋한 모습이 떠올라 괜히 서글퍼진다.
이 영화를 처음 보았던 스무 살 시절에도 그랬지만,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 다시 봐도 가슴이 아려온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살아야 하는 것이 첫사랑이 지닌 숙명일까. 그래서 첫사랑은 애틋한 설렘으로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것일까.*
1928년 미국 캔자스주의 어느 마을, 키 크고 잘생긴 부잣집 아들 버드(웨렌 비티 扮)와 가난한 집 딸이지만 예쁘고 착한 디니(나탈리 우드 扮)가 마을 저수지 옆에 세워둔 차안에서 뜨겁게 키스를 하고 있다.
두 사람은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으로, 서로 열렬히 사랑하는 사이이다. 혈기왕성한 버드는 디니와 육체관계를 갖고 싶어하지만, 디니는 두려운 마음과 부모들의 엄격한 훈육 탓에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 때문에 버드가 다른 여학생과 어울리자, 디니는 버드를 잃을 지도 모른다는 절망감으로 정신착란 증세를 보인다. 가위로 자신의 머리를 자르는가 하면 담배를 피우고, 야한 옷을 입고 파티장에 나타나 거기서 마주친 버드를 차 안으로 유인, 육체관계를 요구하기도 한다. 충격을 받은 버드가 응하지 않자, 디니는 급기야 히스테리를 일으켜 마을 저수지에 뛰어들어 자살을 시도한다. 결국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는 디니…
한편, 농장경영이 꿈인 버드는 명문대에 들어가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뜻대로 예일대에 진학하지만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한다. 그 무렵 미국 전역에 휘몰아친 대공황 때문에 주식이 폭락하자, 아버지는 전 재산을 잃은 충격으로 자살하고 만다. 더욱이 유일한 혈육인 누나마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 버드는 외톨이가 된다. 대학을 그만 두고 스스로 살길을 찾는 버드….
세월이 흐르고, 버드는 힘들고 외로울 때 힘이 되어준 카페집 딸 안젤리나와 결혼하여 아이도 낳고, 농장일을 하며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다. 디니는 정신병원에서 한 환자와 친하게 지냈는데, 전직의사였던 그는 퇴원 후 신시내티에 병원을 차리고 디완쾌한 후 집에 돌아온 디니는 버드가 결혼했다는 얘기를 듣고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어 학교친구들과 함께 버드의 농장을 방문한다. 한 때 열렬히 사랑했지만 이제 다른 여자의 남편이 되어있는 버드와 2년여 만에 재회하는 것이다. 두 연인의 짧은 해후,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이다.
디니는 버드의 아이를 안아 올려서 볼을 비빈다. 버드의 흔적이라도 찾아보려는 걸까?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사랑이 남아있음을 느끼지만 이제 가야할 길은 엄연히 다르다. 안젤리나에게 인사를 하고 버드의 배웅을 받으며 걸어 나오면서 디니가 묻는다.
“행복하니, 버드?”
“그런 거 같아. 행복에 대해 별로 생각해보지는 않았어. 너는 어떠니?”
“나, 다음 달에 결혼할 거야. 신시내티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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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동안 말이 없는 두 사람, 버드가 먼저 입을 연다.
“때때로… 세상일은 알 수 없는 거 같아. 그렇지 않니?”
“맞아. 그런 거 같아.”
그때는 이런 이별이 올 줄 어디 상상이나 했겠는가. 버드가 다시 말을 잇는다.
“네가 행복하길 바랄게, 디니.”
그 짧은 말 속에 그간의 그리움과 이별의 아픔이 묻어있는 것 같다. 디니 일행이 먼지 나는 시골길을 되돌아 나올 때 차안에서 친구들이 묻는다.
“디니, 너 아직도 버드를 사랑하니?”
한층 성숙해진 디니, 대답 대신 엷게 미소 지으며 문학 수업시간에 배운 시 한 구절을 가만히 떠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