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위험하고 때로는 유머러스한 행위로 미술계에서는 국제적인
악동으로 통하는 이탈리아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
그의 첫번째 전시작품은 달력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달력이 다른 달력과
다른 점은 년, 월, 일 대신 언제나 '오늘'이라고 써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달력을 상상해 본 적이 있나요?
그의 독특한 상상력은 우리로 하여금 삶을 어떻게 꾸려나가야 하는 가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의외로 '오늘'은 현실에서 너무나 자주 푸대접을 받습니다.
때로는 내일의 성공을 위한 희생양이 되기도 하며,
때로는 어제의 과오로 더럽혀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흔히 "다람쥐 쳇바퀴 굴리는 듯한 생활 ..."이란 말로
'오늘'을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중의 하루로 치부하기도 합니다.
우리의 '오늘'은 이런 대접을 받아 마땅할까요?
TV에도 방영된 적이 있고, 아마 비디오로도 출시되었을 영화인데,
<사랑의 블랙홀>이란 제목의 영화가 있습니다. 주인공은 영화 <컬리 수>에서
컬리 수의 아버지로 나오는 남자(이하 그)인데, 그의 일상은 어느 날
아침부터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 걸음을 하게 됩니다.
매일 같은 '오늘'을 맞게 된 것이죠. 그는 언제부턴가 매일 똑같은 날짜,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라디오를 들으며 눈을 뜹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난 뒤 잠이 들면,
다시 똑같은 날짜,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라디오를 들으며 눈을 뜨게 되는
것입니다. 바뀌는 것은 그의 기억 뿐. 매일 매일의 기억들만 그의 머리 속에 남는 것입니다.
그는 처음에 몇 번 자살하려고도 시도하지만, 절벽에서 차와 함께 굴러떨어져도
눈을 뜨게 되는 곳은 천국이 아니라 똑같은 날의 그 침대 위입니다.
그는 차차 생각을 바꾸고...평소에 배우고 싶어하던 재즈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해 나중에는 능숙하게 칠 수 있게도 되고,
결국은 "하루 만에" 사랑에 성공하기도 합니다.
이 영화에서 말하고 싶어하는 것은 '오늘 하루'가 가지는 무한한 잠재력에
대한 것입니다.
여러분의 오늘은 어떤가요? 너무 많은 '오늘'을 주체하지 못하고 물쓰듯이 낭비하고
있지는 않나요? 하지만 우리의 '오늘'은 사실 언제 바닥이 날지 모릅니다. 5분 후에
끝장이 날 수도 있습니다. 혹시 미래의 어느 날을 위해 '오늘'을 몽땅 투자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내일을 위해서 오늘을 버리는 바보같은 짓은 하지맙시다.
고3수험생에게도 고시 준비생에게도 '오늘'은 늘 새로운 것이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찬 바람 새벽의 약수물 같은 시 한 모금을 권합니다.
나에게 쓰는 편지
모나게 살자
샘이 솟는 곳
차고 맑은 모래처럼
모서리마다
빛나는 작은 칼날
찬물로 세수를 하며
서리 매운 새벽
샘이 솟는 곳
차고 맑은 모래처럼
이정록(1964-)시집 '버드나무 껍질에 세들고 싶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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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김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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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2.25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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