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걸어 가노라면
때론 비바람도 만나고 태산같이 아득하고 깜깜한 산 길을 헤매 일 때도
그래도 혼자 그 길을 헤쳐 나가야만 한다.
왜냐하면
그 길의 끝에는 당신도 채 깨닫지 못한 기분좋은 희망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어쩔 수 없이
돈이라는 물질에 사로 잡혀 사는 잡초 인생이지만
불교 사상에서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고,
우리네 인간들이 추구하는 물질 그 모든 것은 돌고 돌아
쉼없이 변하고 실체가 없다는
가르침을 되새겨 보면서 청해는 오늘도 팔공산을 걷습니다.
박희중 동창이 삼월초하룻날인 오늘 청계산에서 노닌다고,
“매봉” 표석을 메일로 보내 왔군요
항상 한결같은 마음으로 잊지않고 동무 챙겨주니 위안되고 정말 감사합니다.
인생살이 한세상이 초로인생 이라고 하니, 뭐 별 거 있습니까
인간의 생명에 대한 애잔한 심상을 읊은 조조의 단가 떠올리며
對酒堂歌 (대주당가) 술잔을 들어 노래하세
人生幾何 (인생기하) 인생이 산 들 얼마이든가
譬如朝露 (비여조로) 굳이 비한다면 아침이슬 같으리니
去日苦多 (거일고다) 가버린 지난 날은 고달픔뿐이라네.
慨當以慷 (개당이강) 마음껏 슬퍼하고 탄식해도
憂思難忘 (우사난망) 수심은 망각하기 어려우니
何以解憂 (하이해우) 어찌하면 근심이 풀릴까
唯有杜康 (유유두강) 그건 오로지 두강주뿐 아닌가.
뭐니 뭐니 해도 외로울 때는 사람 남새나는 정이 보약이랍니다.
청해도 박희중 동창 따라 잠시 고마운 동창들을 그려 봅니다.
경기도 남부권에서 매달 가끔 만나서 가벼운 산행 후
맛있는 점심과 반주로 쐬주 한 잔으로 청해 자신이 만들어 낸 외로움 날리고
같이 어울리고 나누는 행복에 힘입어, 사십여 년 간 피어온 담배 끊어 감사하고
청해 일상의 최고의 낙이 되었지요
마음 선한 그들은 쪼달리는 주머니 사정을 따지지 아니하고
서로 앞 다투어 돈 내려고 계산대에 나섭니다.
마음이나마 청해도 돈 벌면 맛있는 점심 한 번 사는 꿈에 젓어 있답니다.
아~
이십 년 전 갓바위 처음 오르던 그 때
우리 애들은 초등학교 다녔고 넉넉한 생활 여건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理事까지 보장한다는 오너의 내락도 무시하면서 그 유명대기업 직장을 집어치우고
어떻게 키울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과 당장의 생활고 걱정에 떠는 한 편
그까짓 것 굶어 죽기야 하겠는가 하는 배짱으로 사는 동안
이만큼 세월이 흘러
이제 애들은 다 장성하여 제 갈 길로 접어 들었으나
뒤늦게 정신 차린 청해는
어느 듯 반백의 중늙은이가 되어 오만가지 성인병에 시달리네
이것이 인생이로다.
더 늙기 전에 다시 한 번 갓바위에 올라 지난 날을 회고해보며
남은 여생을 살펴 갈 지혜 찾아 왔답니다
서울역에서 새벽 5시30분경 출발하는 무궁화 첫 차 타고 동대구역에서 내려
401번 버스타고 약50여분 지나니 갓바위 종점에 이르고
지척에 있는 관암사에서 갓바위 정상까지는 가파른 계단으로 거친 호흡과
머리에서 굵은 땀방울이 송송 맺히는 상쾌한 산행이었습니다.
갓바위에 오르는 소요시간은 약1시간 정도 내외로 보면 무난합니다.
갓바위는 해발850m에 위치하고 정상에서 경산 방향으로
울창한 팔공산을 내려다 보며 심호흡 한 번 하고
눈 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을 여유롭게 즐기며 하산 길에 내려섰습니다.
버스 주차장 근처에 도달하고 보니 출출한 생각에
파전 빈대떡 부치는 향긋한 내음과 미소 띤 아줌씨 호객에 이끌려 주문한
산채비빔밥 한그릇 6,000원 값어치 보다 신선한 생야채에 흠뻑 반하고
송이 동동주 한 사발 들이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대낮에 홀로 취하면 서울 갈 길이 너무나 멀었고
후일 친구들과 다시 찾아올 날을 기약하며 침을 목울대로 넘겼다.
소요 경비는 왕복열차비 34,000원. 버스비 2,200원. 밥값 6,000원.
열차에서 산 맥주 한 캔 1,800원으로 도합 44,000원을 지출하다.
당일 오후 4시50분경 동대구역에서 서울 올라가는 무궁화 열차에 몸을 싣고
차장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 쫓아 무심한 눈 길 보내는 순간
어느 새 석양 저녁 놀 잦아들고
주마등처럼 스치는 희로애락의 순간들과 지금 껏 살아온 인생을 반추해본다.
감사합니다.
2012.03.01. 청해 손 상국
첫댓글 어머!~~청해님 대구 팔공산엘 왔다 가셨군요 멋진 여행을 하셨네요 포항으로 오셨으면 만나서 술이라도 한잔 하는건데.....우린 같은 회원이니까요 다음에 이쪽으로 오실일 있으면 카페에 미리 말씀 하이소 울지기님캉 만나서 단합 대회 한번 하게요....ㅎㅎ
너무 극진한 배려에 감사! 기회다면 꼭 그리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