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날이다.
오늘은 가족들의 하루 일과 중 아이가 우선순위의 맨 윗자리를 차지하는 날이다.
선물을 사주고 좋은 구경거리를 찾아 아이와 함께 집을 나선다.
오늘은 아이가 왕이다.
그러나 아이에게 소중한 것은 오늘 하루의 멋진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부모의 지속적인 관심임을 우리는 자주 잊는다.
한 연구에 따르면 경영자들에게
“당신 인생에서 가장 가치를 두는 것이 무엇인가?”라고 물었을 때
대부분 “우리 아이들”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어서
“그러면 댁의 자녀 한 명 한 명과
얼굴을 마주 보며 보내는 시간은 얼마나 되는가?”라는 질문에 ‘
일 주일에 8분 내지 12분’이라고 했단다.
진정으로 소중하며 가치 있다고 확신하는 것에 우리는 열정을 쏟는다.
열정은 몰입이며 에너지와 시간의 집중이다.
가치 있다고 말하면서 최소한의 관심과 적은 시간을 들이는 일은
단지 그래야 한다는 의무감의 표현일 뿐이다.
아이들은 ‘관심’이라는 영양제를 먹어야 균형 있고 건강한 모습으로 자란다.
물론 아이와 단지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해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다고 해서
아이에게 관심을 쏟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많은 부모들이 밖에서의 일과 그 일들로 인한 기쁨과 슬픔,
즐거움과 분노까지 집에 가져온다.
그리고 남는 시간은 TV앞에서 보낸다.
그런 부모들은 집에 있지만 아이와 함께 하지 않는다.
아이에게 그들과 상관없는 감정을 전달하고
아이보다 더 중요한 일 때문에 그들의 말을 무시한다.
아이에게 관심을 준다는 것, 아이와 함께 있다는 것은
아이의 마음 속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다.
아이와 가까워지고 싶다면 아이의 말을 진지하게 경청할 수 있어야한다.
그러려면 하루 내내 밖에서 있었던 모든 사건과 걱정거리들은
주차장에 세워 놓은 차 속 소품 상자나 우편물 함 안에
모두 집어넣고 비워진 마음으로 들어와 아이의 말을 들을 수 있어야한다.
인내심을 갖고 참아 보라는 뜻이 아니다.
그러면 오래 못 견딘다.
사랑스런 아이의 신비스러운 내면의 세계로
즐거운 여행을 떠날 기대를 갖고 대하자는 것이다.
중간에 어른의 생각으로
분석하며 판단하고 예측하며 평가하고 충고하려 하지 말고,
단지 아이의 말에 함께 감동하고 슬퍼하며 기뻐하면서 몰입해보자는 것이다.
아이가 경험한 일들을 말하고 나름대로 해석해가는
귀엽고 엉뚱한 발상을 즐기자는 것이다.
그 속에 얼마나 멋지고 신나는 구경거리들이 많은지 깜짝 놀랄 것이다.
그렇게 공감의 폭을 넓혀가자는 것이다.
공감은 상대와의 신뢰가 전제되어야 이뤄진다.
그리고 신뢰는 상호적이다.
서로 보여준 행동과 태도만큼만 신뢰는 형성된다.
그러나 아이에게 먼저 신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아이는 그래야하는 이유조차도 모른다.
그래서 아이에게는 신뢰를 미리 투자하는 것이다.
부모가 먼저 신뢰를 표시하고 공감해 주는 것이다.
그런 멋진 내면의 여행이 끝난 뒤
즐거운 여행의 동반자로서 친구로서 던져준 한 마디가
아이의 말을 막고 쏟아낸 100마디의 잔소리보다
아이를 감동시키고 변화하게 할 것이다.
오늘 어린이날이 일년 중 특별한 하루가 아니라
아이의 내면 깊숙이 관심의 여행을 떠나는 첫날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