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저희 마음의 눈을 밝혀 주시어,
부르심을 받은 저희의 희망을 알게 하여 주소서.”(에페 1,17-18)
오늘 우리가 듣게 되는 하느님의 말씀은 하느님의 날, 곧 하느님의 뜻에 맞는 새 하늘과 새 땅이 오기 위해서는 우리가 어떠한 믿음의 자세로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관하여 전합니다.
우선 오늘 독서의 말씀은 베드로의 둘째 서간의 마지막 부분으로서 주님의 재림의 순간을 이야기하는 베드로 사도는 이제 곧 올 주님의 날을 어떻게 준비하여야 하는지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베드로는 이렇게 말합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하느님의 날이 오기를 기다리고 그날을 앞당기도록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날이 오면 하늘은 불길에 싸여 스러지고, 원소들은 불에 타 녹아 버릴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분의 언약에 따라, 의로움이 깃든 새 하늘과 새 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2베드 3,12-13)
이제 곧 올 새 하늘과 새 땅의 주님의 날, 그러나 그 때와 시기를 아무도 알 수 없어 마치 도둑처럼 오게 될 그 날을 준비하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의 날이 오기를 기다리며 그 날을 앞당기도록 노력하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베드로는 말합니다. 그리고 베드로가 말하는 그 삶이란 다름 아닌 티 없고 흠 없는 사람으로 평화로이 하느님 앞에 나설 수 있도록 애쓰는 삶입니다. ‘티 없고 흠 없는 사람’으로서 하느님 앞에서 설 수 있도록 준비하는 삶. 오늘 말씀 가운데 이 말씀에 머물러보고자 합니다.
‘티 없고 흠 없는 사람’ 우리 모두가 원하고 바라는 우리가 되기를 바라는 이 삶의 모습은 사실 우리 모두에게 이상일 뿐입니다. 그런 사람이 되기에 우리는 턱없이 부족하고 나약하며 티 투성에 흠투성인 삶이 우리들의 실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우리들에 어떻게 하면 그와 같은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될 것인가? 독서의 베드로는 이어지는 말씀 안에서 그 답을 제시합니다. 베드로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러므로 사랑하는 여러분, 여러분은 이 사실을 이미 알고 있으니, 무법한 자들의 오류에 휩쓸려 확신을 잃는 일이 없도록 주의하십시오. 그리고 우리의 주님이시며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받은 은총과 그분에 대한 앎을 더욱 키워 나아가십시오. 이제와 영원히 그분께 영광이 있기를 빕니다.”(2베드 3,17-19)
무법한 자들, 하느님의 법을 알지 못해 자신들만의 생각으로 오류에 빠져 있는 이들이 하는 말을 듣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 그리고 우리의 주님이시며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받은 은총과 그분에 대한 앎을 키워가도록 노력하는 것, 바로 그것이 베드로 사도가 제시하는 해답입니다.
흔히들 사람들은 세간의 떠도는 이야기들, 자신들이 듣고 싶고 보고 싶은 대로만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들이 바라는 바대로 모든 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실제 있지도 않은 일들에 대하여 이야기하곤 합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하느님의 뜻이 담겨 있지 않는 세상의 일들일 뿐이며, 하느님의 법을 알지 못하는 무법한 자들의 오류에 빠진 생각들뿐이라는 것, 그러기에 우리는 그 오류에 휩쓸려 확신을 잃는 우를 범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주님이신 예수님으로부터 받은 은총과 그 분에 대한 앎을 키워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 그분에 대한 앎을 위해 노력하는 삶 그것은 다름 아닌 그 분의 말씀이 적혀 있고 담겨 있는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독서의 말씀을 에페소서의 말씀을 인용한 오늘 복음환호송이 잘 표현해 주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환호송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저희 마음의 눈을 밝혀 주시어, 부르심을 받은 저희의 희망을 알게 하여 주소서.”(에페 1,17-18)
세상의 오류에 휩쓸려 우리 마음의 눈이 어두워지지 않도록 하느님 말씀에 희망을 두고 그 말씀을 통해 우리를 부르시는 그 분의 음성을 들으려 노력하는 삶, 바로 그 삶이 티 없고 흠 없는 사람으로 하느님 앞에 서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면에서 오늘 복음 말씀 역시 오늘 독서와 복음환호송과 같은 맥락에서 우리가 무엇을 찾고 무엇을 삶의 중심으로 삼아야 하며 우리 생명의 원천이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드려라.”(마르 12,17ㄴ)
세상 안의 모든 것은 세상의 것과 하느님의 것으로 나누어집니다. 우리 삶에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많은 것들은 사실 세상의 것이지 결코 하느님의 것이 아닌 것이 많습니다. 돈, 명예, 권력 그리고 경쟁에 대한 모든 집착과 미련은 세상의 것일 뿐, 결코 하느님의 것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각자 각자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넘치도록 주시는 하느님, 들판에 펴있는 하잘 것 없는 풀과 꽃들에게도 필요한 모든 것을 주시는 하느님께서 하물며 당신의 모상대로 지으신 우리 각자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넘치도록 주시지 않겠습니까?
세상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선으로 우리 삶을 바라보지 않고, 세상 사람들이 추구하는 세상의 부귀영화가 아닌 하느님이 주시는 삶의 선물과 의미를 찾으려 노력할 때, 우리의 삶은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는 하찮고 의미 없어 보인다할지라도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삶의 충만한 의미와 더불어 하느님이 마련하시는 기쁨과 즐거움이 충만한 삶이 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하느님에 대한 믿음으로 그 분을 믿고 의지하며 그 분이 보여주시는 길을 따라 걸을 때, 우리는 세상의 것을 세상에게 하느님의 것을 하느님에게 돌려드리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며 이를 통해 우리 각자의 삶을 하느님이 주시는 사랑으로 기쁨과 즐거움이 충만해 질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삶이 바로 오늘 독서의 베드로가 이야기하는 티 없고 흠 없는 사람으로 하느님 앞에서 서기 위해 노력하는 이의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 화답송의 시편 말씀을 마음에 새기십시오. 땅이며 누리가 생기기 전에 영원에서 영원까지 그 모든 것의 주인이신 하느님은 우리에게 생명을 주시며 우리 삶을 촉촉이 적셔주는 샘이 되어주시며 우리 삶의 안식처가 되어 주십니다. 또한 그 분이 비추어 주시는 빛으로 우리는 세상의 논리가 아닌 하느님이 우리를 위해 마련하신 새 하늘과 새 땅의 모습을 그 분 빛으로 보게 됩니다. 오늘 말씀이 전하는 이 진리, 곧 하느님의 빛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내가 바라본 새 하늘과 새 땅의 모습을 마음에 새겨 하느님의 것을 하느님께 돌려드리는 삶을 여러분 각자가 실천함으로서 여러분의 삶이 하느님이 주시는 사랑으로 기쁨과 즐거움의 삶이 되시기를 언제나 기도하겠습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저희 마음의 눈을 밝혀 주시어,
부르심을 받은 저희의 희망을 알게 하여 주소서.”(에페 1,1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