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도 지났고 나뭇잎 색도 점차 노랗게 물들어가고 있어요.
윤순희 선생님이 밤나무로 전해주신 가을의 정취가 토요일 2급 사범 반에도 이어졌어요.
지난 시간에 이어 한국 다례입니다.
진숙쌤이 가져오신 카스테라를 원장님이 이렇게 예쁘게 차려 주셨어요. 마치 무궁화를 닮은 것 같네요! 쓰러진 밤나무, 잘못 꺾인 이파리 하나 버리지 않고 사용하는 차생활이 참 멋스러워요.
우리 나라의 투다법은 계절마다 다른데요. 다관에서 찻잎이 들어가는 위치에 따라 세 가지로 나뉩니다.
여름에는 물을 먼저 붓고 물 위에 차를 넣는 상투법
겨울에는 차부터 밑에 깔고 물을 붓는 하투법
환절기인 봄, 가을에는 탕수를 절반 붓고 차를 넣은 후 나머지 물을 붓는 중투법을 씁니다.
온도에 따라 물이 식는 정도를 조절하기 위함이예요.
지난 글에 공수례, 우리 나라 차실 예절, 젓가락으로 다식 담는 법에 대해 적었는데요.
이번 시간에는 다기 사용법을 익히는 연습을 해서, 그에 대해 적어보겠습니다.
1. 다포 접기
다반을 덮어 둔 다포부터 멋스럽게 접고 펼 줄 알아야 해요.
아래 영상에서는 천에 힘이 없어서 흐물거리는데 원래 다림질한 빳빳한 다포를 사용하면 보다 수월하게 접을 수 있답니다.
조그만 천을 이용해 사진으로 다시 설명드릴게요.
1) 천의 중앙서부터 선을 따라 손끝을 쓸어줍니다. | 2) 좌우 가장자리 중앙선 뒤로 손을 넣어 반 접어 올립니다. | 3) 한번 더 반을 접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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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왼손으로 열린 쪽 끄트머리를 잡고, 오른손은 접힌 쪽 끝으로 이동합니다. | 5) 오른손으로 사진처럼 삼각형 형태로 접어 그대로 다반에 내려둡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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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다반 넓히기
차를 우리며 다반을 넓게 쓰기 위해 공간을 만들어 줍니다.
차호 -> 차칙 -> 개반 -> 다관 -> 찻잔 순으로 넓히는데요.
1) 차호와 차칙은 우측 다반으로 옮겨 주고
2) 개반은 다관이 들어올 자리가 생기도록 약간 우측으로
3) 다관은 잡기 쉽도록 내 배꼽 가까이로
4) 찻잔은 5 -> 4 -> 1 -> 3 -> 2 순서로 사방으로 넓혀줍니다.
주의할 점은!
다기들을 잡을 때 손은 다기 위로 타넘어 다니는 것이 아니라 다기들 사이로 흐르듯 이동해야 하고,
다기들을 옮길 때는 질질 끄는 게 아니라 들어올려 가볍게 내려두어야 합니다.
또한 다관을 잡을 땐 손등 방향으로 손잡이의 위에서부터 어루만지듯 내려가, 손바닥으로 들어올립니다.
3. 잔 뒤집어두기
잔을 1 -> 5 번 순서대로 뒤집습니다.
숙우도 뒤집는데, 숙우의 바닥을 손가락 끝을 이용해 밀어주면 다반 벽에 걸리면서 숙우의 가장자리가 살짝 들립니다. 들린 부분을 엄지 손가락으로 받쳐 오른쪽 방향으로 뒤집어주면 자연스럽게 숙우의 부리가 우측에서 좌측을 향하게 되어 물을 따르는 방향과 일치하게 됩니다.
4. 다관에 가열물 채우기
수주의 물을 숙우 -> 다관 순서로 채워줍니다.
1) 숙우에 적정량의 물을 붓는데 이 때 적정량이란, 다섯 잔을 7부 정도로 채우는 양입니다. 제 기준에서는 숙우의 부리 곡선이 끝나는 지점 정도였어요.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이 또한 숙우의 7부 정도로 보여서, 숙우와 다완 세트가 5잔을 기준으로 양이 맞춰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은 숙우의 중심을 향해 떨어지도록 맞춘 후, 숙우의 1배 정도 높이로 들어올려 떨어지는 물 소리도 감상해 봅니다.
2) 다관 뚜껑은 네 손가락을 모아 엄지와 검지 사이 부분으로 들어올려 개반 위에 올려둡니다.
3) 왼손으로는 숙우 부리를 닦을 다건을 듭니다. 오른손으로 먼저 들어올려 왼손으로 받으면 됩니다.
4) 오른손으로 숙우 밑받침을 잡아 들어올리고, 다건을 잡은 왼손으로 왼쪽 곡선면을 받쳐줍니다.
5) 다관에 숙우의 물을 1배 높이에서 완전히 담고, 숙우와 다관 뚜껑을 원래대로 돌려놓습니다.
4. 잔 데우기
다관의 물을 상석 잔인 1번부터 7부 정도로 채웁니다. 잔의 2배 높이에서 따르면 됩니다.
왼손 손가락들을 모아 중지의 첫 마디 부근에서 뚜껑을 가볍게 눌러 주는데요.
중국차를 배울 때와 마찬가지로 고개는 바로 세워야 해요!
(이후 우린 차를 부을 때는 지난 번 글에 적었듯 세 번에 나누어 따릅니다. 이때는 잔의 1배 -> 2배 -> 0.5배 순으로 다관을 들어올리고, 두 번째에서 차의 대부분을 부어줍니다. 그러나 이 과정은 이번 시간에는 연습하지 않았어요.)
5. 뒷정리
처음 과정과 반대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1) 1번 잔부터 차례로 비워 뒤집어 줍니다. 뒤집을 때는 처음 상태처럼 안으로 좁히듯 옮겨 주어야 해요.
원래는 퇴수기에 부어야 할 것 같지만 저희는 찻물 개량하는 감을 익혀야 해서 숙우에 부었어요. 다건으로 잔을 닦는 것도 일단은 생략했어요.
1-2) 숙우의 물을 수주로 다시 옮겨 담았는데, 이 또한 연습 과정이라 나중엔 바뀔 것 같습니다.
2) 처음과 반대로, 오른손 손바닥 방향으로 숙우 밑바닥을 받쳐 숙우를 처음 상태로 뒤집어 줍니다.
3) 다관 -> 개반 -> 차칙 -> 차호도 원래 자리로 돌려놓습니다.
6. 다포 덮어두기
1) 오른손으로 다포를 집어들어 | 2) 양손으로 합장하듯 모아 잡습니다. | 3) 오른손으로 삼각형을 펴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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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또 오른손으로 반을 펼칩니다. | 5) 양 손으로 다포 끝부분을 잡아 | 6) 배 앞에 갖다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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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한 뼘 정도 아래, 엄지로 다포를 고정하고 (사진에서는 안경닦이를 이용해 많이 작은 점 감안해 주세요!) | 8) 나머지 손가락을 밑단으로 뻗어 다포 틈을 벌려 | 9) 양쪽 끝 사이를 벌려 잡고 빨래 널듯 다포를 펼쳐 다반 위에 깔아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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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과 마찬가지로, ㄱ자로 다포를 쓸어내리듯 마무리하는 것도 잊지 마세요!
이번 시간 내주신 수업자료에는 차생활은 멋의 생활이며, 맛과 멋을 비교한 시를 원장님께서 직접 읊어주셨는데요. 한 번 직접 읽어보시는 것도 감회가 다를 것 같네요.ㅎㅎ
연보라색 꽃의 향연으로 가득한 다심원. 계절이 넘어가는 시간이 보이는 것 같아 즐겁네요. 다음 시간에 보아요!
첫댓글 여름이 가고
계절이 바뀌면
숲에 사는 것들
모두 몸을 바꾼다
잎을 떨구고 털을 갈고 색깔을 새로 입힌다...
나도 머리가 희어진다
나이도 천천히 묽어진다
먼지에도 숨을 수 있도록
바람에도 나를 감출 수 있도록...나는 계절 따라 생멸하지 않는다
내가 계절이다
늙지 마라
어둠도 태어난다
백무산 ‘내가 계절이다’
우와~~ 너무나 자세한 설명~!!
교과서 보는것 같아요^^
정성 가득한 글 잘 보았습니다~
최고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