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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연합 관련소식 스크랩 “여수는 두 번 울지 않는다”
seasan 추천 0 조회 47 07.11.17 22:48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여수 엑스포 유치 나선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은 그룹 경영도 잠시 뒤로 미루고 여수 엑스포 유치에 팔을 걷고 나섰다. “두 번 실패는 없다”며 막대한 경제적 효과가 기대되는 엑스포를 바다의 고장, 여수에 유치하려는 그의 당찬 전략을 들어봤다.


2012년 엑스포 개최지 선정 발표를 100일 앞둔 8월 20일 오후 7시52분 여수 해양공원. 여수 엑스포 유치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재철(73) 동원그룹 회장이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이곳에 모여든 시민들에게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그는 “여수가 두 번 실패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시민들 앞에서 유치 성공을 자신했다. 김 회장은 직원들이 우산을 씌워주려 하자, “젊은 시절 남태평양에서 겪은 풍랑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며 “내게 신경 쓰지 말고 행사 진행에 전념하라”며 분위기를 달궜다. 이런 덕에 ‘D-100 여수 엑스포 유치 성공 결의대회’는 궂은 날씨에도 성황리에 끝났다.

여수는 현재 2012년 엑스포 유치를 놓고 모로코의 ‘탕헤르’, 폴란드의 ‘브로츠와프’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수는 2002년 중국 상하이(上海)와 2010년 엑스포 유치를 다투다 그만 실패의 분루를 삼켜야 했다. 김 회장은 “지난번 실패를 거울 삼아 한국을 지지하는 국가를 착실히 확보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도대체 엑스포가 뭐길래 김 회장이 이렇게 팔을 걷어 부치면서 뛰고 있는 걸까? 평생을 사업가로 살아온 김 회장의 머릿속에는 2012년 여수에서 엑스포를 유치할 경우 약 10조원의 생산 유발과 4조원의 부가가치 창출, 9만 명의 고용 유발 등 막대한 경제적 파급 효과를 남해안 일대에 가져올 수 있다는 계산이 서있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 회장은 엑스포를 성공적으로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아가 엑스포 개최를 위해 만든 새로운 시설을 잘 활용하면 남해안의 미래도 달라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도로와 숙박시설이 확충되면 서울 및 각지의 관광객이 남해안을 찾기 쉬워진다. 우리 국민뿐 아니라 중국 · 일본 · 러시아 사람들이 찾는 국제적인 관광 단지를 만들 수 있다. 또한 여수는 부산과 목포의 중간에 있어 남해안의 물류 중심지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

김 회장이 그룹 경영을 전문 경영인 등에게 맡기고 여수 엑스포 유치에 전념한 것은 지난해 5월부터다. 어느 날 정부 관계자가 찾아와 그에게 유치위원장직을 맡아 달라며 도움을 요청했고, 김 회장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한국무역협회장을 7년 했습니다. 나라를 위한 봉사는 그만하면 됐다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그는 바다와 오랜 인연에 이끌려 결국 생각을 바꿨다.

“무역 의존도가 국내총생산(GDP)의 70%에 이르는 우리로선 ‘교류’만한 재산이 없습니다. 월드컵 · 올림픽과 더불어 세계 3대 행사로 꼽히는 엑스포를 유치하면 여수에 국제적인 교류의 장이 열리는 셈이지요. 나라에 큰 도움이 되는 일입니다.”

그는 게다가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하면 더욱 교류의 장을 많이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집무실에 언제나 남북이 뒤집힌 세계 지도를 걸어 놓는다. 이 지도에서 한국은 만주 대륙의 끝자락에 붙어있는 반도가 아니라 아시아 대륙에서 태평양을 향해 횃불처럼 솟구쳐 있다. 그는 우리나라가 동북아 끝에 매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동북아에서 드넓은 세계를 향해 뻗어나가기 위한 교두보에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한다.

“저는 세계에서 물고기를 가장 많이 잡는 기업을 이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한 마리도 잡지 않았어요. 세계로 나갔기 때문입니다. 여수 엑스포를 통해 더 많은 국민들이 넓은 세계와 접하게 되길 바랍니다.”

유치위원장을 맡은 김 회장은 조직부터 정비했다. 당시에는 두 곳의 유치위원회가 활동하고 있었다. 중앙정부에서 주관하는 유치위원회 이외에도 전남도 · 여수시 등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유치위원회가 있었다. 같은 목적을 가진 위원회가 두 곳이다 보니 업무 영역이 분명하지 않아 유치 활동에 오히려 걸림돌이 되곤 했다. 김 회장은 “손발이 따로 놀아서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며 유치위원회를 하나로 합쳤다.


정몽구 · 박삼구 · 허동수 회장도 적극 나서

조직을 정비한 김 회장은 직원들의 업무 내용을 꼼꼼히 파악했다. 직원들의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김 회장은 “유치위 직원들 가운데 원가 개념이나 자신이 사용한 시간의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생각하지 않고 일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한 유치위원회 직원은 “김 회장이 부임한 다음 날부터 3개월 정도는 ‘돈 쓸 생각만 하지 말고 머리 쓸 생각 좀 하라’는 불호령이 끊일 날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김 회장은 또 유치위원회 구성원이 각기 다른 기관에서 모이다 보니 서로 이해가 부족하다며 독서 토론회와 워크숍도 여러 차례 열었다. 시간이 흐르자 김 회장의 호통은 칭찬으로 변해 갔다.

유치위원회가 활발히 움직이기 시작하자 김 회장은 해외 홍보에 힘을 쏟았다. 7월에는 엑스포 유치를 결정하는 국제박람회기구(BIE)의 총회 의장인 중국의 우젠민(吳建民) 외교학원 원장을 만나기 위해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동아시아 투자 포럼에 참석했다. 8월에는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일고 있는 모로코 바람을 막고 이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알파 코나레 아프리카 연합(AU) 집행위원장과 장핑 가봉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도 만나 유치 교섭 활동을 벌였다.

“동원 참치 선단의 원양어선 기지 가운데 한 곳은 아프리카의 가나에 있습니다. 장핑 가봉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은 왜 가봉에는 선단기지가 없느냐며 서로 돕자고 하더군요.”

김 회장은 직접 유치 사절단으로 나서기도 했지만 지역에 따라 더 효과적인 유치 활동을 전개할 수 있는 인물을 섭외해 파견하는 일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특히 국내 경제인을 만날 때마다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덕에 김 회장과 뜻을 같이하는 경제인이 늘고 있다. 여수산업단지의 대표 기업인 GS칼텍스의 허동수 회장은 개인적인 친분을 활용해 중동 지역 국가들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도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의 표심 잡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치위원회 명예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은 현대 · 기아차 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유럽과 미주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김 회장은 엑스포 유치 방식이 올림픽과 다르기 때문에 이들 기업인의 도움이 더욱 절실하다고 말했다. 엑스포는 IOC 위원들이 모여 투표로 결정하는 올림픽 유치와 달리 각 나라가 직접 한 표씩 투표한다. 국제박람회기구 회원국은 모두 102개국이다. 유럽 36개, 북미 · 중남미 26개, 중동 · 아프리카 24개, 아시아 · 태평양 13개, 오세아니아 3개국으로 구성돼 있다.

“102개국 정부의 마음을 잡기 위해서 대내적으로는 기반 인프라를 확충하고 대외적으로는 국제박람회기구 회원국들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는 전략적 유치 활동이 절실합니다. 회원국 경제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업의 활동이 중요한 이유이지요.”

김 회장은 엑스포 유치 상황을 보면 현재 우리나라가 여러 면에서 앞서 있다고 자평했다. 무엇보다 올림픽과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경험을 인정 받고 있다. 김 회장은 그래서 지난번 엑스포 유치 실패 요인 중 하나로 지적됐던 여수의 인프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도 적극적이다. 순천~여수 간 철도개량 사업, 전주~광양 간 및 목포~광양 간 고속도로 건설 사업, 순천~여수 간 국도 17호선 확장 사업 등을 진행 중이다. 또 민간 자본을 유치해 객실 450개 규모의 오션 리조트와 50실 규모의 시티파크 리조트 등의 고급 숙박 시설도 건립 예정이다.

지난 5월에 한국을 방문한 실사단은 이런 한국의 엑스포 준비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비교적 후한 점수를 줬다. 여수유치위원회는 여수에서 엑스포를 유치하면 참가하는 모든 국가의 비행기 편과 숙박 시설 등의 편의를 제공할 계획이다.

지난 6월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 141회 총회에서 여수가 내세우고 있는 ‘환경과 바다’란 주제도 호응을 얻었다.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 상승에 많은 나라가 눈과 귀를 모으고 있어 자연스럽게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모로코 탕헤르 바람을 잠재워라

김 회장은 그러나 “우리가 분명히 앞서 있지만 낙관하기는 이르다”고 경계했다. 모로코의 탕헤르가 다양한 명분을 내세우며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탕헤르는 아프리카에서도 엑스포 개최국이 나와야 한다며 아프리카에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또 회교 국가란 점을 강조해 중동에서도 지지국을 모으고 있다. 모로코가 엑스포를 유치하면 지리적으로 가까운 스페인?포르투갈 등 서유럽 국가들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유럽에서도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탕헤르는 특히 중국에 이어 또다시 동아시아 지역에서 엑스포가 개최된다는 점도 파고들고 있다.

이에 김 회장은 과거 150년간의 국제박람회 역사를 보면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에서 집중적으로 엑스포를 열었고 요즘 개최국과 개최 예정국 현황을 봐도 2005년 일본, 2008년 스페인, 2010년 중국, 2015년 이탈리아 또는 터키 등 유럽과 아시아 지역에서 번갈아 가며 엑스포를 개최했다며 아시아 편중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김 회장은 해외 공관 중심의 외교망과 민간 기업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지지 기반을 다질 계획이다. 그는 “해외 현지 사정에 밝고 네트워크가 탄탄한 고위급 인사를 단장으로 하는 유치사절단을 모든 회원국에 보내 리드를 지켜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삼면이 바다이지만 여기서 얼마나 많은 혜택을 이끌어 낼 수 있는지 뚜렷한 청사진이 없습니다. 바다가 무대인 여수 엑스포가 국민 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여는 지렛대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어렵사리 재계의 거물을 만난 김에 경영 현안 등 묻고 싶은 얘기도 많았다. 동원그룹을 일궈낸 과정, 무역협회장 시절의 일화, 경영 승계에 관한 소신 등…. 그러나 김 회장은 “이번엔 엑스포 문제만 얘기하자”며 손사래를 쳤다. 그만큼 엑스포에 전념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읽을 수 있었다. 김 회장은 “지금은 모두 힘을 모아 엑스포 홍보에 충실할 때”라며 “나중에 차나 한 잔하면서 이야기 하자”며 다음을 기약했다.

승선 3년 만에 지남호의 선장이 된 그는 69년 35세 때 동원산업을 세웠다. ‘선장 출신의 그룹 총수’, ‘현대판 장보고’, ‘해양 개척의 선두 주자’ 등의 수식어에서 볼 수 있듯 김 회장은 바다를 개척해 지금의 동원그룹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어획량을 자랑하는 수산 기업으로 키웠다.

김 회장은 문필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가 쓴 수필 ‘남태평양에서’, ‘바다의 보고’, ‘거센 파도를 헤치며’는 현재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다. 지금도 매일 한 권 이상의 책을 읽을 정도로 독서광인 김 회장은 좋은 책을 읽으면 다량 구입해 주위에 나눠 주며 책 읽기를 권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최근에는 중앙일보와 ‘책꾸러기’ 사업을 시작해 6세 이하 어린이가 있는 1만여 가정에 매달 1권씩, 1년간 총 12권의 책을 나눠 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99년부터 7년간 한국무역협회장을 맡을 때는 2,700억 달러이던 우리나라의 무역 규모를 5,530달러로 늘리는 데 큰 몫을 했다. 지난 5월부터는 2012년 여수 엑스포추진위원장을 맡아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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