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의 송진우가 29일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한 이후 처음으로 통산 200승의 금자탑을 세웠다.
프로야구의 지난 25년 역사를 살펴 보면 선동열의 0점대 평균자책점(1986년,1987년,1993년), 박철순의 22연승(1982년), 장명부의 시즌 30승(1983년), 이승엽의 56홈런(2003년) 등 쟁쟁한 기록들이 많이 나왔지만 송진우의 200승은 15년 이상 꾸준히 정상급 투수로 활약해야 나올 수 있는 기록이라는 점에서 대단히 높은 가치를 지닌다.
그러나 기록이란 깨지기 위해 존재하는 법. 지금은 독보적으로 보이는 송진우의 200승 기록도 언젠가는 다른 선수가 다시 작성할 것이다.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서도 제2, 제3의 200승 투수는 계속 등장해야 한다.
정민철 D-58승, 만 40세까지 꾸준히 활약한다면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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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민철은 200승에 도달할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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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선수들 중 송진우를 제외하면 100승 이상을 기록한 투수는 단 세 명밖에 없다. 그 중 송진우의 기록에 가장 근접한 선수는 한화 이글스의 후배 정민철이다.
작년까지 136승을 기록한 정민철은 올 시즌 6승을 추가해 통산 142승을 기록하고 있다.
정민철은 지난 1992년 대전고를 졸업하고 빙그레 이글스에 입단한 후 8년 연속 10승을 기록했을 정도로 꾸준함이 돋보인다.
2000년부터 2001년까지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 진출로 2년 간 공백기가 있었고 복귀 후에는 팔꿈치 부상 때문에 주춤하긴 했지만 작년 시즌 9승을 올리며 다시 승수 쌓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만 34세(1972년생)의 정민철이 200승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마흔살까지 꾸준히 연평균 10승 정도를 기록해야 한다.
분명 쉽지 않은 기록이지만 팔꿈치 부상 이후 기교파 투수로 변신에 성공한 정민철이 앞으로 커다란 부상을 당하지 않고 선발 자리를 지켜 준다면 아주 불가능한 기록도 아니다.
송진우, 정민철에 이어 현역 최다승 3위를 달리고 있는 선수는 현대 유니콘스의 정민태다. 마지막 20승 투수(1999년)이기도 한 정민태는 전성기 시절 무려 5차례나 15승 이상을 기록했고 현재까지 통산 124승을 올리고 있다.
1992년 입단 당시 병역 비리에 연루돼 실질적으로 2년 늦게 데뷔한 것과 2001년 요미우리 진출로 2년 간 공백이 있었던 것이 다소 아쉽다.
게다가 어깨 부상으로 작년부터 단 1승도 쌓지 못한 것도 정민태의 200승 달성을 어렵게 하고 있다. 200승까지 무려 76승이 남아 있는 정민태가 200승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내년부터 만 41세가 되는 2011년까지 15승 이상을 해야 한다.
현역 최다승 4위 김원형(117승)도 커다란 공백없이 꾸준히 활약하고 있지만 쌍방울 레이더스 시절 많은 승수를 쌓지 못해 200승까지 도달하기는 벅찰 것으로 전망된다.
이대진-주형광, 불의의 부상으로 200승 멀어진 '비운의 에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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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형광이 '만약' 부상을 당하지 않았더라면 강력한 200승 후보가 됐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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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에서 투수가 200승을 달성하는 데 가장 방해되는 요소는 역시 '부상'이다.
정민철과 정민태도 국내 복귀 이후 각각 팔꿈치와 어깨 부상을 당해 승수 쌓기에 크게 제동이 걸렸고, '전국구 에이스'로 불리는 손민한(롯데 자이언츠) 역시 1997년 입단 후 3년 동안 부상으로 허송 세월을 보내 올 시즌까지 고작 70승 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이 중에서도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프로에 뛰어 들어 곧바로 두각을 나타냈던 이대진(KIA·85승)과 주형광(롯데·85승)의 부상은 더욱 아쉽다.
90년대 초반 각각 진흥고와 부산고를 졸업하고 해태와 롯데에 입단한 이대진과 주형광은 입단 첫 해부터 두자리 승수를 기록하며 '영건'으로 주목받았다.
이대진은 1993년 프로 입단 후 1998년까지 6년 동안 76승을 올렸는데 당시 이대진의 나이는 만 24세에 불과했다. 이대진은 불같은 강속구를 앞세워 10타자 연속 탈삼진 기록을 세웠고, 마운드 운용도 완성 단계에 접어 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1999년에 찾아 온 어깨 통증은 잔인하리만치 오래도록 이대진을 괴롭혔고, 초반 6년 동안 76승을 올렸던 '에이스 오브 에이스'는 이후 7년 동안 단 8승을 추가하는데 그쳤다. 이대진은 안타깝게도 2004년 4월 18일 LG 트윈스전(1.2이닝 4실점)을 마지막으로 2년이 넘도록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주형광도 이대진과 비슷한 경우다. 입단 첫 해였던 1994년에 11승을 거뒀던 주형광은 3년차였던 1996년에 만 20세의 나이로 18승을 거두며 다승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주형광 역시 2000년까지 7년 동안 77승을 올리며 승승장구했지만 팔꿈치 인대 수술로 인해 순식간에 추락했고, 2001년부터 2003년까지는 단 1승도 거두지 못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주형광은 2004년 4승, 작년 3승을 거두며 마운드에 꾸준히 오르고 있지만 올 시즌에도 1승 5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4.75에 그치고 있어 칼날같은 제구력을 자랑하던 과거의 위용은 사라진 지 오래다.
20대 초반의 나이에 70승을 돌파했던 이대진과 주형광이 만약 부상없이 꾸준히 활약했다면 지금쯤 200승을 노릴 수 있는 선수가 됐겠지만 스포츠에서 '만약'이란 말은 아무 의미도 없다.
큰 부상없이 꾸준한 투구 돋보이는 배영수, 잠재적인 200승 후보삼성 라이온즈의 에이스 배영수도 200승을 노릴 수 있는 다크호스로 손색이 없다. 올해 만 25세가 된 배영수는 입단 2년 째이던 2001년 13승을 거둔 것을 시작으로 통산 67승을 기록하고 있다.
배영수는 지난 2004년 당시 투수코치로 부임한 선동열 감독의 지도를 받은 이후 기량이 급성장해 그 해 17승 2패 평균자책점 2.61의 성적으로 시즌 MVP에 뽑이며 전성기를 맞았다. 특히 프로 입단 후 커다란 부상을 당한 적도 없고 지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해 병역 문제마저 해결돼 200승을 위한 조건은 매우 좋은 편이다.
앞으로도 부상과 해외진출 등 수많은 변수들이 배영수를 기다리고 있지만 지금처럼만 꾸준히 활약한다면 충분히 200승을 넘볼 수 있는 재목이다.
그 외에도 현대의 김수경(89승)과 삼성의 임창용(98승)도 앞으로 송진우만큼 몸관리를 잘한다면 200승을 노려 볼 수 있고, 아직은 너무 먼 얘기지만 '괴물 독수리' 류현진에게도 기대를 걸어 볼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