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의 시간>이 입증한 ‘육성의 힘’에 기자들·전문가 살 붙이고 증거 보탠 작업
“제 눈에,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힘쎈(센) 곳은 검찰입니다. 지난 2~3년간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딱 답이 나옵니다. 정치권력이야 선거 때 떨어뜨리면 그만이지만 검찰은 그렇게도 할 수 없으니까요.” (지난달 31일 뉴스타파 한상진 기자 페이스북글 중에서)
최근 한상진 기자가 뉴스타파 심인보‧최윤원 기자, 조성식 전 신동아 기자와 함께 출간한 <윤석열과 검찰개혁>의 부제는 ‘검찰공화국 대선후보’다. 본격적으로 “검찰개혁을 전면에 걸고 출범한 정권에서 검사 출신 대선후보가 나온 기현상을 분석하고, 기현상의 중심에 있는 윤석열 씨를 검증”하겠다는 결기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이에 대해 한 기자는 “짧게는 2019년 인사청문회 때부터, 길게는 2012년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수수 사건 때부터 시작된 ‘윤석열 취재’의 중간결과를 내놓는 심정”이라며 “남은 길도 그리 순탄할 것 같진 않지만요”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20대 대선을 앞둔 ‘정치의 계절’, 연일 윤 전 총장의 실언과 망언이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논쟁적인 신간에 대한 언론의 주목도는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그 와중에 한국일보가 지난 1일 <윤석열은 어떻게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이 됐을까>는 도발적인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런 내용을 소개해 눈길을 끈다.
▲ <윤석열과 검찰개혁 - 검찰공화국 대선후보 >(한상진,조성식,심인보,최윤원 (지은이)/ 뉴스타파/ 2021-07-30)
“눈에 띄는 내용은 책 초반부에 나오는 ‘청와대-검찰 밀월과 인사 파행’과 관련된 내용이다. 이 대목에선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윤석열 총장 임명 전후의 일화들도 등장한다. 윤 전 총장은 인사 검증 과정에서 청와대와 여권 인사들에게 ‘검사로서 나의 아이덴티티는 국정농단 사건이다. 그런 생각을 하는 내가 문재인 정부에 등을 돌릴 일이 있겠냐’고 설득하고 다녔다고 한다.”
복수의 여권 및 청와대 관계자들을 취재한 저자들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세 번이나 조국 수석에게 ‘윤석열 부적격’ 보고를 올렸는데도 안 되더라고…. 청와대 내에 윤석열을 미는 세력이 워낙 세서…”라거나 “대통령의 뜻이라기보다는 ‘윤석열을 미는 힘이 너무 셌다’고 하는 게 맞아요”와 같은 증언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이런 평가를 내놨다.
“결국 이런 과정을 거치며 문재인 정부 검찰은 윤석열 총장 개인의 사조직으로 변질됐다. 김종민 의원의 표현에 따른다면, 검찰 인사가 사실상 ‘윤석열 호위무사 선발과정’으로 추락한 것이다. 인사권을 공정하게 행사할 책임이 있는 청와대가 만든 나쁜 선례였다.” (<윤석열과 검찰개혁> 본문 86p)
<조국의 시간> 이어 도착한 <윤석열과 검찰개혁>, <표창장>
이렇게 <윤석열과 검찰개혁>은 윤 전 총장 임명을 둘러싼 청와대와 여권의 책임론을 조명한 1부 ‘부풀려진 영웅신화’를 필두로 2부 ‘비극의 탄생 윤석열 검찰’, 3부 ‘살권수 칼춤’, 4부 ‘치명적 결함, 윤우진 뇌물 사건’, 5부 ‘처가 의혹과 윤로남불’, 6부 ‘검찰개혁과 윤석열’을 통해 “검찰이 저질러 온 권력 남용과 그러한 권력 남용을 가능하게 해 준 구조라는 관점”에서 ‘대선후보 윤석열’을 바라보는 ‘분석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검찰권력 비판서이자 검찰총장 출신 대선후보 윤석열에 대한 검증서다. 객관적인 사실과 분석에 기초해 그의 실체를 제대로 들여다보려 노력했다. 검찰조직의 기득권을 지키고 ‘검찰패밀리’를 보호하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그와 검찰권력, 검찰개혁 문제는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그의 운명이다.” (<윤석열과 검찰개혁> 본문 11p)
한편 ‘윤석열 검찰’이 ‘조국 사태’ 당시 ‘검언정’ 삼각동맹의 결정적인 스모킹 건으로 활용한 ‘동양대 표창장 위조사건’을 집중적으로 해부한 분석서 역시 최근 출간됐다. 바로 ‘조국 백서’의 저자인 더브리핑 고일석 기자‧박지훈 편집위원이 공동 집필한 <표창장>이 문제의 신간이다.
“‘그래도 뭔가 있겠지. 설마 검찰이 아무 근거도 없이 그 난리를 쳤겠어? 법원이 아무 근거도 없이 유죄를 선고했겠어?’라고 생각하시는 모든 분께서 꼭 이 책을 통해 표창장 사건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사기극이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표창장> 본문 9p)
▲ <표창장 - 대한민국을 뒤흔든 정치검찰의 사기극 >(고일석,박지훈 (지은이)/ 책비/ 2021-07-23)
고일석 기자가 ‘정치검찰의 파렴치한 사기극을 대한민국 국민들께 고발합니다’라는 서문에서 전한 절절한 당부다. 고 기자는 “동양대 건을 스펙만들기로 보면 곤란합니다”라며 검찰의 ‘표창장 위조’ 주장이 “처음부터 끝까지 총체적인 조작과 허위로 이루어진 것이자 의도적인 조작극이며 사기극”이라고 주장한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고 기자는 IT 전문가 박지훈씨와 함께 1부 ‘검찰이 지워버린 표창장의 진실’에서 검찰 기소의 결정적 단서였던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 진술을 포함해 ‘동양대 표창장’을 둘러싼 진실을 파헤치는 한편 2부 ‘포렌식으로 밝혀진 진실과 검찰의 허위 기망’에서는 표창장 사건 포렌식 증거를 통해 드러난 검찰의 허위 기망을 낱낱이 반증한다.
이를 통해 저자들은 검찰과 언론이 ‘조국 사태’라 규정하고 훗날 ‘검란’ 혹은 ‘윤석열 사태로’ 반박된 해당 사건의 과정 및 성격을 ‘범죄가 아닌 개인을 상대로 한 표적 수사’, ‘폴리바게닝(양형거래) 악용 사법 거래 의혹’, ‘광의의 연좌제, 먼지 털기‧인디언 기우제 수사’, ‘형사법 절차 무시 또는 위반’, ‘검사의 객관 의무 및 인권 옹호 의무 위반’, ‘증명(입증) 책임 전가’, ‘윤석열 전 총장의 사법 반란 또는 사법 쿠데타 시도’로 규정했다.
“그리고 다시는 이처럼 폭력적인 공권력에 의한 억울한 사람이 나올 수 없는 사회와 그에 따른 제도가 만들어지고, 한편 잘못된 공권력이나 언론 권력을 이용하여 선량한 국민을 폭압하는 일에 가담하였던 사람들은 반드시 그에 합당한 책임을 지는 그런 사회가 하루빨리 만들어졌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을 가져봅니다.
우리 모두 그날까지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이 글은 조국 전 장관님 일가를 포함하여 경찰, 검찰, 법원, 언론 등 수사‧사법‧언론의 부당한 권력 등으로 인해 억울한 피해를 보신 모든 분에게 바치고 싶습니다.” (표창장 본문 378~379p)
‘육성의 힘’에 증거를 보탠 기자들의 역사적 기록
“재판과정에서 정경심 교수가 간단한 질문에서 직접 답을 하는 대목이 있다. 1심에서 단대 의대 인턴 확인서가 왜 허위냐.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체험 활동에 불과한데 왜 인턴활동 확인서라고 했느냐. 또 고등학교 때 만들어진 체험활동확인서를 다시 만들면서 인턴확인서로 바꿨느냐. 그게 검찰의 주장이에요. 말이 됩니까.
그걸 육성으로 얘기하니까 진실이다 아니다를 떠나서 훨씬 힘이 느껴지더라. 또 최근에 조민양이 조국 교수 재판에 나와서 한 얘기도, 육성의 힘이 분명히 있었고 <조국의 시간> 전체에 들어가 있는 거다.” (고일석 기자, 유튜브 <오캐스트> 인터뷰 중에서)
고 기자는 32쇄를 찍고 유례없는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조국의 시간>의 의미를 설명하며 이렇게 ‘육성의 힘’을 강조했다. 아울러 한길사에서 출간된 이 책이 과거 고 기자 및 조 전 장관 또래에게 바이블이었던 <해방전후사의 인식>과 같이 의도적으로 은폐하고 왜곡했던 사실들을 일깨우는 충격을 줬다고 부연했다.
이렇게 출판계를 넘어 정치권에까지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조국의 시간>에 이어 도착한 <윤석열과 검찰개혁>과 <표창장>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검란’과 ‘윤석열 사태’를 다양한 각도로 조망하고 통찰하는 하나의 역사적 기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자와 전문가가 힘을 합쳐 <조국의 시간>이 입증한 ‘육성의 힘’에 살을 붙이고 객관적인 증거를 보탠 작업이기도 하다. 두 신간이 ‘검란’의 진실을, ‘윤석열 사태’의 이면을 알고 싶은 독자들에게 또 어떤 파장을 불러 올지 관심 있게 지켜보도록 하자.
하성태 기자
첫댓글 지금 이 시대에도
폭력적인 공권력에 의한 억울한
사람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ㅜ
지켜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