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금 8000만원에 빌라에 살고 있는 그는 집주인이 갑작스레 보증금을 2000만원 올리는 바람에 이사를 결심했지만 정작 그 돈으로는 전셋집을 구할 수 없어 결국 경기 의정부로 이사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의정부 역시 전셋값이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전셋집 구하기가 만만찮은 상황이다. 이대로라면 전철 1호선 끝자락인 경기 양주까지 내몰릴지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소형 주택의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서민들이 수도권 외곽으로 내몰리고 있다. 서울 강북지역 무주택서민은 경기 의정부로, 의정부에 사는 서민은 인근 양주 등으로 점차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서울 강북→경기 의정부→양주·동두천 ‘전세 이주 도미노’
의정부시 금오동 W공인 관계자는 “올해 들어 전셋값이 크게 뛰면서 서울 중계·상계·방학동 등지에서 이사 오는 사람이 많아졌다”면서 “대부분 그쪽 전셋값이 크게 뛰자 전셋값이 상대적으로 싼 의정부로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의정부 지역도 전셋값이 많이 뛰어 전셋집 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지하철 1호선 의정부역 인근에는 물건이 없다”고 전했다.
의정부시 가능동의 K공인 관계자는 “서민들이 많이 찾는 5000만∼8000만원 사이의 전셋집이 전셋값 급등으로 많지가 않다”면서 “현재 단독주택이 5500만원, 지은 지 오래된 연립주택은 6000만원 정도에 나와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소형 아파트 전셋값도 급등세다.
지난해만 해도 전세 1억원 이하의 아파트를 찾아볼 수 있었으나 지금은 물량이 없고 가격도 크게 뛰었다. 경기 남양주시 별내면 주공1단지 109㎡는 올해 초 전셋값이 비로열층의 경우 9500만원 정도였는데 현재는 1억1000만∼1억2000만원으로 6개월 새 1750만원이 올랐다.
서울 지하철 1호선 종착역에서 버스를 타고 20분가량 가야 하는 경기 동두천시와 양주시도 많이 올랐다.
그러나 아직도 다른 지역보다 저렴해 의정부 지역에서 전셋집을 구하지 못한 서민들이 몰려오고 있다. 동두천시 생연동 건영 106㎡는 연초에 비해 1500만원 오른 5000만원 정도지만 물건이 많지 않다. 양주시 백석읍 가아1차 69㎡는 연초보다 1000만원 오른 4000만원 수준에 전셋값이 형성돼 있다.
■서민 전세안정 위한 대책 절실
전문가들은 아직 성수기도 아닌 상황에서 소형 주택의 전셋값이 오르고 있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다세대·다가구 주택, 일명 빌라의 전셋값이 크게 오르면 자칫 서민들의 주거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나비에셋 곽창석 전무는 “상담 등을 하다 보면 최근 들어 5000만∼8000만원 정도의 전세자금을 가진 사람들이 전셋값 급등을 견디지 못해 서울 강북지역에서 의정부나 동두천, 심지어는 양주까지 옮겨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나 언론에서 서울 강남 등 버블세븐 아파트값 추이에만 신경을 쓰는 사이 빌라 전셋값이 큰 폭으로 올라 서민들이 수도권 외곽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정부가 하루빨리 서민 주거안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서민 전세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전세자금 대출을 확대하고 금리도 낮춰 서민들이 손쉽게 대출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뉴타운과 재개발 이주 수요로 전셋값이 오르는 경우도 많은 만큼 정부는 개발시기를 조절해 이주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는 것을 막는 등 다세대 및 다가구 전·월세시장의 안정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