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
예전 내 시골 고향 마을에 남편들을 모두 하늘나라로 떠나보내신 세과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시아버님 일찍 세상 떠나시고 남편도 아버님 따라간지 벌써 오래..
세상이 모진지 아들까지 며느리 곁을 떠난,참으로 오랜 세월 험한 파도를 잘도 타고 넘어오신
세 과부들만 살 붙이고, 정 붙이고 살고 계셨습니다
“아가! 올해 나가 몇 살인겨?”
“아흔 아홉이요”
“니는?”
“팔십이지라”
“많이도 쳐 묵었구만 그려~! 근디 쩌그 저쪽에 있는 아그는 누구여?”
“엄니 손지 매누리라고 나가 몇 번이나 말했소. 자도 인자 환갑이여. 엄니”
“으찌 웬수 3대가 한자리에 안자있능가?”
“…………?”
이젠 고부가 아니고 말동무해 주는 친구가 되어버린 세과부들..
모두가 세월이 만든 인생 걸작품이 되었습니다
-에피소드2-
결혼 10년차 주부입니다.
외며느리인 저는 결혼하고 나서 일년에 두 번의 명절, 설, 추석차례 음식 준비를 한번도 걸러 뛰어본 적
없었습니다.
서울에서 미리 준비한 차례음식 싸들고 시댁이 있는 부산에 무슨 일이 있어도 명절 전날까진 도착해서
며느리의 도리는 다했습니다.
설 명절 10일 전인데 전국에 흩어져 살고 있는 극성 시누이들이 일제히 약속이나 한 듯 떼지어 전화공세 벌써부터 해오고 있습니다.
- 올케야! 설 차례 상 때문에 걱정되지? 어쩌지, 도와주지 못해서…
제주도에 사는 큰시누입니다.
- 올케! 고생 많지? 설 차례 준비는 잘되고 있지?
대전의 둘째 시누입니다.
- 언니는 언제쯤 내려갈 거예요?
순천의 막내시누입니다.
- 얘야! 설 전날 오면 바쁘잖니. 그래도 이틀 전엔 내려와야지
부산의 시어머님입니다.
도대체가 왜들 이렇게 압력(?)을 가해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이것이 요즘 유행어로 ‘시월드’라는 세력인가요?
가만히 놔두면 제가 알아서 다 할텐데 말입니다
이 세상 남편들이여!
명절 증후군은 화타 같은 명의도 못 고친다고 합니다
지금 잠시 짬을 내 인근 대형마트에 들리세요
그래서 아내 몰래 찔러두었던 비자금 털어 갈비상자를 하나 사서 곧장 장인 장모가 계시는 처가로 퀵서비스로 택배를 보내는 겁니다.
“얘야! 짠돌이 김서방이 웬일이라니? 갈비세트를 택배로 보내왔구네 ㅋㅋㅋ…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겠다. 아무튼 잘 먹겠다고 전해라!”
친정엄마는 바로 딸에게 전화하게 되어있다.
이게 바로 약치는 거다.
그동안 시댁만 챙기느라 친정은 뒷전이었던 아내는 아마도 퇴근 후 집으로 들어오는 당신 앞에서 찔끔 눈물 흘릴지도 모른다.
아내에게 폭풍 감동을 쓰나미처럼 몰려오게 하는 이런 쉬운 방법이 있었는데 바보처럼 마누라 입 부르튼 것을 보며 아내의 눈치만 살피고 있는가?
갈비세트가 얼마나 비싼 줄 아느냐고?
쯧쯧쯧!그만한 것도 투자안하고 아내에게 사랑 받으려고 했나?
한국 워킹맘 연구소라는 곳에서 결혼한 남자 516명을 대상으로 남자에게도 명절 스트레스가 있느냐고 물었는데 그중에 90%가 있다고 대답했다고 하네요.
장거리 운전이 42%. 어머니와 아내의 눈치 보기 21%.아내의 잔소리가 17%
특히 아내의 눈치를 살피게 될 때가 언제냐고 물었더니
어머니가 아내에게 일을 많이 시킬 때가 39%였다고 합니다.
민족 최대의 명절,설날이 이틀 후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설명절은 내내 춥다고 하지만 귀성,귀경길 안전운전 하시고 나이 한 살 더 먹는다고,주름살 늘어난다고 자책일랑 하시지 말고,떡국에 파릇한 희망까지 넣어 먹으며,마음 곳간 부유해지는 설 명절 되시길 기원합니다!